얼리어답터는 개성 넘치는 차를 사랑한다. 흔하고 뻔하며 중고값이 잘 안 떨어지는 차보다는, 보기 드물며 탈 때마다 즐거운 차가 더 매력적이다. 조금 불편하거나 이성적이지 못하다 해도 말이다. 오늘도 눈에 띄지 않는 매력적인 차를 찾기 위해 통계를 뒤져봤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11개월 동안, 100대 안밖으로 팔린 차들이다. 그러나 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과 달라서, 또는 자동차 외적인 이유 때문에 못 판 차들을 골라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동차를 선택한 이들은 정말 용감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찬사를 바치며 리스트 시작한다.
1. 토요타 86
얼마 전에도 밝혔지만, 나는 재미있는 자동차를 사랑한다. 그래서 토요타 86을 좋아한다. 자동차를 운전 재미 순으로 나열하면 토요타 86은 최상단에 위치하는 자동차다. 이런 차가 이렇게 적게 팔렸다는 사실이 슬프다. 올해 11월까지 단 51대가 팔렸다. 자동차는 모름지기 재밌어야 한다.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면 86을 사서 운전 재미를 즐기자. 디자인도 깔끔하니 부족한 건 없다. 가격은 조금 비싸다. 수동변속기 86은 4170만 원, 자동변속기는 4720만 원이다. 이왕이면 수동변속기 모델을 선택해서 말뚝을 휘저어보자.
참고 링크 : 토요타
2. 시트로엥 DS3 카브리오
시트로엥 DS3 카브리오는 일상에 가장 완벽한 ‘오픈카’다. 주변의 시선을 피하면서 오픈에어링을 즐길 수 있다. 지붕이 열리긴 하는데 반만 열리는 세미-컨버터블이기 때문이다. 문짝을 두르고 있는 프레임은 남고 지붕만 홀랑 벗겨진다. 컨버터블처럼 광활한 개방감을 느낄 순 없지만, 출퇴근 길에 열고 다녀도 부담이 없다. DS3 카브리오는 올해 판매량은 토요타 86과 같은 51대다. 올해 안에 100대를 넘겼으면 좋겠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가격은 1.6 e-HDi 시크 모델이 3390만 원, 소 시크 플러스 모델 3630만 원이다.
참고 링크 : 시트로엥
3. 피아트 500C
피아트 500C는 500을 기본으로 만든 컨버터블 모델이다. 이름엔 컨버터블을 의미하는 C가 붙었지만, DS3 카브리오와 같은 세미-컨버터블이다. 때문에 장단점도 비슷하다. 지붕을 열었는데 아무도 몰라볼 수 있다는 뜻이다. 앉은키가 큰 사람이라면 참고할 게 하나 있다. 500의 앙증맞은 디자인에 반했다면 부디 그냥 500 대신 500C를 선택하길 추천한다. 그냥 500을 타고 다니다보면 지붕에 머리 부딪히는 일이 꽤 많다. 지붕은 낮은데 좌석이 높기 때문이다.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릴 땐 지붕을 열자. 올해 팔린 79대의 500C 주인들 중 똑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이 분명 있을 거다. 가격은 2690만 원이다.
참고 링크 : 피아트
4. 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
인피니티 Q50은 올해 2,199대가 팔렸다. 그중 Q50S 하이브리드는 단 29대다. 비율로 따져보면 전체의 약 1.3%에 불과하다. 하지만 매력으로 따져본다면 많이 팔린 Q50 2.2d보단 적게 팔린 Q50S 하이브리드다. 일단 두 차를 번갈아 타보면 Q50S 하이브리드가 훨씬 고급스럽다.
Q50 2.2d에 들어간 디젤 엔진은 진동과 소음이 큰 편이다. 회전 질감도 뻑뻑하고 반응이 느리다. 녹슨 자전거 체인을 힘으로 돌리는 기분이다. 반면 Q50S 하이브리드의 3.5리터 가솔린 엔진은 훨씬 조용하고 매끄럽게 돌아간다. 성능은 압도적으로 좋다. Q50 2.2d의 디젤 엔진은 170마력을 내지만, Q50S 하이브리드의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는 두 배가 넘는 364마력을 낸다. 퍼포먼스에 초점을 맞춘 하이브리드라 연비가 확 좋진 않다. 복합 12.6km/l다. 가격도 6760만 원으로 Q50 2.2d보다 2410만 원이나 비싸다. 물론 Q50 2.2d보다 옵션이 더 좋고, 앞뒤 범퍼 디자인도 훨씬 스포티하다.
참고 링크 : 인피니티
5. 미니 JCW 컨트리맨
JCW는 미니의 고성능 라인업이다. 이름에 S가 붙은 미니들보다 성능이 한 단계 높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 많이 팔리진 않는다. 올해 초부터 11월까지 JCW가 붙은 미니는 총 112대 팔렸다. 미니 JCW와 JCW 쿠페가 각각 42대, JCW 컨트리맨이 28대다. 이중 가장 적게 팔린 JCW 컨트리맨이 가장 매력적이다. 일단 외모부터 멋있다. JCW 전용 보디킷과 휠 등이 달려 있다. 실내는 검정색과 빨간색을 조합해 스포티하게 꾸몄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일반 컨트리맨에 비해 승차감이 좋다. 의외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편하면서 더 빠르다. 가격은 5790만 원이다.
참고 링크 : 미니
6. BMW X5/X6 M50d
파괴적인 토크로 타이어를 짓이기며 희열을 느끼고 싶다면 X5나 X6의 M50d 모델을 선택하자. 모든 길을 평지처럼 달리는 차다. 75.5kg.m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토크 덕분이다. 디젤 엔진이라 살살 달릴 땐 연비도 괜찮다. 복합 11.7km/l로 30d 모델과 불과 0.6km/l 차이다. SUV를 선호하고 달리는 걸 좋아한다면 X5/X6 M50d를 고려해보자. 올해 X5 M50d는 78대, X6 M50d는 68대 밖에 안 팔린 희귀한 모델이기도 하다. 살벌한 토크로 인해 타이어가 빨리 닳을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 두자. 가격은 X5 M50d가 1억3790만 원, X6 M50d가 1억4300만 원이다.
참고 링크 : BMW
7. 롤스로이스
지난해 롤스로이스 담당자들은 행복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총 30대의 롤스로이스가 팔려 나갔기 때문이다. 2012년보다 무려 3대나 더 팔렸다. 비률로 따지면 11% 성장이었다.
그들은 올해 더 기쁜 연말을 맞을 것이다. 한 달이나 남겨두고도 42대나 팔아치우면서, 이미 40%에 육박하는 성장률를 기록했다. 연 50대가 안 되는 판매량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브랜드는 롤스로이스 뿐일 거다. 뭐 롤스로이스 구입을 고려해보라고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저렴한 모델의 시작가가 3억9000만 원이나 하는 차를 추천하는 사람이 제정신은 아닐 것이다. 기본가에 원하는 옵션을 넣으면 음… 정신이 아득해지니 더 이상은 생략하겠다. 어차피 살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소수고, 그 사람들이 이 글을 읽을 확률은 매우 낮다.
참고 링크 : 롤스로이스
8. 현대차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
사실 이차는 100대 이상 팔렸다. 예약 판매 첫 날에 150대나 나갔다. 중요한 건 올해 전체 판매량도 150대 뿐이라는 점이다. 올해 만들 수 있는 물량이 저것 밖에 안 된다. 중소기업 배려 차원으로 판매량을 제한한 것이라고 한다.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의 인기 비결(?)은 가격이다. 기본가격 4802만 원으로 중소기업이 만드는 캠핑카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내년에는 180대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하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