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염색할까?”
어쩐지 기력 없는 날이 이어지던 날 내가 친구에게 했던 말이다. 기분이 안 좋을 때는 간헐적 꾸밈이 최고다. 좀 더 예뻐진 나를 보면 갑자기 자신감이 솟고 없는 힘이 생긴다. 그중에서도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건 아주 효과적이다. 눈에 띄는 데다가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도 바뀌곤 하니까. 펌, 염색, 고데기 등등… 할 수 있는 것도 많아 개성을 표현하기도 좋다.
그런데 그렇게 헤어스타일 바꾸는 방법은 대부분 머릿결을 상하게 만든다. 재작년 내 머릿결도 엉망이었다. 싸구려 버블 염색약으로 두 번 염색한 머리카락에 펌을 했는데 모양을 망쳐서 같은 자리에 한 번 더 받았었다. 그때 만진 내 머릿결이란. 이게 정녕 머리카락인지, 빗자루인지 알 수 없었다. 아무튼, 이것 때문에 난 지난번에도 염색할 수 없었다. 상한 머리카락이 다 자라서 잘라낼 수 있을 정도가 될 때까진 머리카락에 어떤 시술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니까. 아직도 끝에 15cm 가량은 그때 상한 머리카락이다.
그러던 중 상한 머리카락도 부드럽게 잘 빗을 수 있다는 브러쉬를 만나게 되었다. 코이즈미 리셋 브러쉬(KOIZUMI RESET BRUSH)다. 판매국인 일본에서도 생소한 브랜드지만, 올해 초 TV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꽤 인기몰이한 제품이다. 브러쉬가 진동해 정전기도 방지하고, 엉킨 머리카락도 부드럽게 풀어준다고 한다. 재작년에 만났으면 더 좋았을 것을. 아쉬움은 뒤로 하고 정말 괜찮은 제품인지 살펴보기로 했다.
평범한 실루엣 + 1
모두 펄 감이 도는 플라스틱 바디에 색감이 쨍한 편이다. 다소 유치해 보일 수 있는 색이지만 코팅이 두텁고 마감이 좋아 고급스러워 보인다. 모는 금속 재질에 간격이 너무 넓지도 좁지도 않은 편이다. 평범한 메탈 브러쉬처럼 그냥 나일론 모로 만든 건 아니고 그 위에 백금으로 도금했다. 모가 나일론이면 두피에 나쁜 자극을 주는데, 백금은 항균 기능이 있어 그럴 걱정이 없다.
쿠션감이나 모의 각도는 좀 다르다. 대형과 휴대형은 비교적 모의 표면이 평평하고 쿠션감이 있지만, 소형은 굴곡이 있고 쿠션감은 거의 없었다. 나는 대형이 마음에 들었다. 푹신푹신하니 머리카락을 빗을 때도 부드럽고, 한 번에 많은 양을 빗을 수 있어 편하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다른 브러쉬랑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른 제품에는 없는 게 하나 더 달려있어서 그렇지. 가운데에 내 얼굴이 비칠 정도로 광택이 도는 버튼이 바로 다른 브러쉬에는 없는 진동 버튼이다. 움직이려면 배터리는 필수. 각 제품의 뒷면에 AAA 건전지 2개씩 들어가는 칸이 있다. 중형과 휴대형은 배터리 커버에 홈이 있어 열고 닫기 편하지만, 대형은 홈이 없어 잘 안 열린다.
큰 진동, 엄청난 존재감
진동 브러쉬는 흔하지 않고 써본 적 없어서 기대했다. 어떤 느낌일까? 바로 버튼을 눌러보았다. 누르자마자 위위잉~! 하고 진동음이 울렸다. 이것은 마치 미용실에서만 듣던 이발기 소리! 휴대용 선풍기 소리보다는 작지만, 귀 가까이에 닿는 브러쉬에서 큰 소음이 나니 불편했다.
눈으로 봤을 때는 진동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만져보니 아주 빠른 진동이 손을 타고 올라온다. 1분에 6,000번 진동한다고 하니 엄청나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곤 진동 폭이 좁아서 그런지 잡을 때 불편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이런 머릿결 오랜만
내 머릿결은 일반 브러쉬로 빗을 때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끝이 많이 상해서 자주 엉키기는 하지만 굳이 손으로 풀어주지 않아도 힘주어 빗으면 잘 내려간다. 리셋 브러쉬가 효과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머리카락을 빗어보았다.
그리고 스르륵.
한두 번 빗을 때까지는 잘 빗겨져도 그러려니 했는데 머리카락을 다 빗을 때까지도 부드럽게 잘 빗겨진다. 이쯤에선 빗다가 한번 걸리는 느낌이 와야 하는데 그런 막힘이 없었다. 리셋 브러쉬의 진동이 살짝 엉킨 머리카락은 살살 풀어주고 가지런히 정리해줬기 때문이다.
잘 빗으면 머릿결은 가볍고 부드러워진다. 하지만 그만한 효과를 보려면 아주 오래 공들여 빗어야 한다. 그런데 리셋 브러쉬로 두어 번 빗고 나니 금방 부드러워지고 머릿결이 가벼워졌다. 선풍기를 쐬니 머리카락이 사라락 하고 흩어진다. 그래 머리카락은 사실 한올 한올 나뉘어 있는 거였지. 그동안은 머리카락이 워낙 뭉쳐서 덩어리인 줄 알고 살았는데, 리셋 브러쉬 덕에 오랜만에 깨달았다. 이거 꽤 쓸만한데?
진동 효과 덕분에 두피에 대고 있으면 마사지 받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나는 두피가 예민해서 처음엔 별로였지만, 막상 다 하고 나니 시원한 느낌이 든다.
다만 머리카락을 다 빗고 마사지까지 하고 나면 손목이 조금 아프다. 브러쉬 무게가 170g 이거든.
리셋 브러쉬 vs 우드 브러쉬
리셋 브러쉬와 내가 원래 쓰던 우드 브러쉬를 비교하려, 엉망이 된 머리카락을 준비했다. 과연 어느 게 더 잘 빗길지 각각 30초씩 빗어보았다.
30초 뒤. 리셋 브러쉬로 빗은 왼쪽은 말끔하고, 우드 브러쉬로 빗은 오른쪽은 아직 엉망이다. 진동 덕분에 리셋 브러쉬로 빗을 때 더 빨리 빗을 수 있었다. 우드브러쉬로 빗어도 리셋 브러쉬로 빗은 만큼 매끄럽고 부드럽게 할 수 있긴 하지만 그만큼 오래 걸린다.
모두의 의견을 모아 모아
브러쉬 종류는 생각보다 많다. 우드 브러쉬, 나일론 브러쉬, 돼지 털로 만든 돈모 브러쉬 등등 거기다가 모의 간격이라던가 크기에 따라 아주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브러쉬라는 게 워낙 머리카락 타입이나, 빗질하는 습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제품이니까. 그래서 리셋 브러쉬에 대한 다른 사람의 의견도 구했다. 모두 머리카락 길이가 어깨를 넘는 긴 헤어스타일이다.
“좋아요.”
직원 A (모발 상태: 모가 두껍고 잦은 염색에 펌으로 푸석푸석함 / 평소 쓰는 브러쉬: 우드 브러쉬)
머릿결이 많이 상한 상태라 모가 촘촘한 브러쉬로는 잘 안 빗길까 봐 걱정했어요. 진동이 강력한 덕분일까요? 많이 상한 부분은 끝에서 살짝 걸리지만 살살 빗어주니 잘 풀립니다. 다 빗고 나니 머릿결이 차분해져서 좋네요. 브러쉬가 좀 무겁긴 하지만 머리카락을 못 빗을 만큼은 아닙니다. 머릿결이 상한 친구에게 선물하기 좋을 것 같아요.
직원 B (모발 상태: 건성 모발에 잦은 펌으로 심하게 상함 / 평소 쓰는 브러쉬: 플라스틱 브러쉬. 일명 도끼 빗)
도끼 빗으로도 머리카락이 잘 안 빗어져서 힘들었어요. 그런데 리셋 브러쉬는 살짝만 빗어도 부드럽게 빗겨져요. 신세계! 정말 좋은데 좋다고밖에 말을 못 하겠네요. 소음이 너무 시끄럽긴 하지만 이렇게 잘 빗겨지니 참을 수 있어요.
“별로예요.”
직원 C (모발 상태: 최근 염색했지만, 머릿결은 보통 / 사용 중인 브러쉬: T사 실리콘 브러쉬)
진동 때문에 소음이 너무 커요. 머릿결이 부드러워지긴 하는데, 브러쉬의 진동 효과 때문은 아닌 것 같아요. 어떤 브러쉬로 빗어도 이 정도 머릿결은 나올 것 같은데요?
직원 D (모발 상태: 잦은 고데기 사용으로 끝이 많이 상함 / 평소 쓰는 브러쉬: 우드 브러쉬)
소음이 정말 커요. 두피 마사지에 좋다고 해서 브러쉬를 머리에 댔는데요. 시원하긴 했지만, 진동 소음이 더 크게 느껴져서 마사지 받는 느낌보다는 시끄럽다는 느낌이 더 강했어요. 엉킨 머리카락이 풀리는 효과도 크게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한 번 빗을래, 열 번 빗을래?
리셋 브러쉬와 함께하는 시간은 즐겁다. 커다란 진동음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머릿결이 금세 부드러워졌고, 머리카락을 빗는데 걸리는 시간도 많이 줄었다. 무엇보다 빗은 다음 만지는 머릿결의 감촉이 너무 기분 좋다.
하지만 그래도 브러쉬는 브러쉬다. 심하게 엉킨 머리카락은 진동 정도로는 해결할 수 없어 조금씩 살살 빗어줘야한다. 헤어팩이나 트리트먼트도 아니고 푸석푸석한 머릿결에 엔젤링을 바로 만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리셋 브러쉬의 이름 그대로 리셋은 못하지만, 대신 한두 번 빗은 것만으로 열 번 빗은 효과를 준다. 리셋 브러쉬와 함께라면 매일 아침 빗질하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부드러운 머릿결로 관리할 수 있다. 뭉치고 잘 엉키는 머리카락 때문에 힘들었다면 리셋 브러쉬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
커다란 진동음 |
폭신한 쿠션감, 두피에 닿는 감촉 |
머릿결 정리해주는 효과 |
마사지 기능 |
무거운 무게 |
7.0 |
이런 머릿결 오랜만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