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헤드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매일 같이 폭염주의보 문자메시지가 도착하는 요즘 같은 여름에는 더욱이. 하지만 헤드폰이 필요한 때는 분명 있다. 시끄러운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영화를 감상할 때라던가, 유닛의 위치 파악이 중요한 게임을 할 때라던가, 귓구멍에 꽂히는 이어폰의 이물감이 너무 답답할 때라던가. 그리고 이어폰보다 더 넓은 공간감과 박력 있는 음질로 음악을 듣고 싶을 때도.

 

 

 

간만에 매력적인 헤드폰을 만났다. 온쿄(ONKYO)의 H500BT. 하이엔드 제품들에 비해 훨씬 작은 크기에, 블루투스로 편하게 들었다가, 케이블을 꽂으면 고음질의 세계로도 바로 입장할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녀석이다. 무선과 유선을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서 아주 편리한 투인원 헤드폰이라고 할까.

 

ONKYO의 헤드폰은 스튜디오 모니터링용으로 좋은 A800과, 모바일로도 조금 더 액티브하게 사용하기 좋은 H900M의 2가지를 들어봤었다. ONKYO만의 정직한 음질이 극대화된 좋은 헤드폰이었지만, 너무 커다랗기 때문에 음악을 들을 때는 뭔가 엄청난 다짐과 실행력을 필요로 했었다.

 

 

 

그에 비해 H500BT는 아주 컴팩트하다. 마음까지 가벼워진다. 고음질을 들려준다고 자랑하는 커다란 녀석들처럼 우락부락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빈약하게 생기지도 않았다. 꽤 세련된 느낌이다. 컬러는 블랙과 화이트가 있는데 화이트가 워낙 깔끔한 느낌이라 참 마음에 든다.

 

 

 

귀에 살짝 얹은 듯 착용해서 듣는 온이어 타입이다. 살짝 폭신한 스펀지에 가죽으로 꼼꼼하게 둘렀다. 착용감은 그리 나쁘지 않다. 그러나 온이어 제품들이 늘상 그렇듯, 귀를 계속 누르기 때문에 음악을 오래 들으려면 중간에 적절히 쉬어줘야 한다.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고 소음도 차단해주는 밀폐형이라서, 청력을 생각한다면 더욱.

 

 

 

90도로 휙휙 돌아가는 유닛과 드르륵 드르륵 길이 조절이 되는 헤드 밴드는 가방에 넣을 때 부피를 줄여줘서 좋다.

 

 

 

버튼은 전원과 블루투스 페어링, 단 2개다.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다.

 

 

 

이 오른쪽 유닛에 터치 패널로 숨어있는 덕분이다. 버튼이 많으면 디자인이 요란해지기 마련인데, 참 깔끔하다. 손가락으로 톡톡 쓱쓱 터치해 음악을 넘기고, 볼륨을 조절하고, 통화를 할 수 있다. 이 터치의 느낌이 상당히 괜찮다. 반응은 느리지만, 내 의도대로 꽤 정확하게 움직인다. 참고로 왼쪽 유닛에는 NFC로 스마트폰과 연결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다만 이 터치 패널은 아주 민감하다. 음악을 정지하고 귀에서 벗어 목에 거는 순간에도 톡 잘못 터치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음악이 흐르고 배터리가 흐르고 눈물도 흐를 수 있다.

 

배터리 시간은 스펙 상으로 16시간 재생에, 충전에는 2시간이 걸린다. 체감적으로도 상당히 오래 간다. 출퇴근 왕복 3시간을 포함해 쉬는 시간에 틈틈이 들었는데도 3~4일을 사용할 수 있었다. 슬림한 체구에 반전의 체력이 숨겨져 있었다니. 블루투스 버전이 4.2가 아니라 4.0인 것이 못내 아쉽지만 일단 디자인과 사용성은 훌륭하다.

 

 

 

이제 음질을 평가해보자. 한마디로 말하자면, 정직한 음선의 표현에 저음과 고음이 듣기 좋게 고루 강조되어 있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들어왔던 ONKYO의 제품 치고는 약간 공격적인 느낌이기도 하다. 40mm 드라이버가 들어있고 16옴의 임피던스, 그리고 블루투스 모드일 때의 응답 주파수 범위는 7Hz ~ 23.5kHz, 케이블을 연결한 유선일 때는 7Hz ~ 40kHz까지 확장된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영역이 20Hz ~ 20kHz인 걸 생각하면 훨씬 넓은 거고, 40kHz면 Hi-Res 고음질 인증을 획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스마트폰에 블루투스로 연결해 듣는 음악은 공기 반 소리 반으로 공간감과 악기의 현실감이 모두 살아나는 듯한 느낌이다. ONKYO 특유의 정직함에, 다시마 양념을 살짝 친 것 같다. 밖을 돌아다니며 듣기 좋도록 저음이 조금 강조되어 있으나 심하지 않고, 목소리를 절대 가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제 위치를 지키며 펼쳐지는 부스팅의 웅장한 울림은 흡입력이 있고 카랑카랑한 고음과 기타 소리도 각자의 영역에서 120% 찬란하게 빛난다. A800이 들려주는 사운드가 다소 평이하면서 깨끗한 소리였음을 생각하면, H500BT의 음색적 성향은 다이내믹한 H900M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이다.

 

 

 

무선으로도 훌륭한 음질을 느낄 수 있다. 케이블을 꽂아 유선으로 들으면 말할 것도 없고. 케이블의 모습은 ONKYO의 하이엔드 이어폰이었던 E900M과 꼭 닮았다. 블랙과 화이트 컬러에 매칭된 깔맞춤 센스도 돋보인다. 아쉬운 점은 케이블에 리모컨이 없다는 것. 유선 모드일 때는 터치 조작이 먹히지 않는다. 플러그를 꽂는 순간 그냥 완전한 유선 헤드폰이 된다.

 

 

 

인간의 가청 영역을 넘어서는 40kHz의 고음역을, 케이블로는 즐길 수 있다. 귀로 구분하기는 절대 쉽지 않지만. 유선과 무선의 미세한 차이를 느낄 수는 없지만 기분 탓일까, 혹은 고음질 플레이어에 연결했기 때문일까, 스마트폰에 블루투스로 연결해 듣던 것보다 음악의 결이 훨씬 더 정갈하고 깨끗해진 느낌이다. 무선의 음질이 그냥 일상복 차림의 이영애씨라고 한다면, 유선의 음질은 화보 촬영을 위해 한복을 차려 입고 풀 메이크업을 완료한 이영애씨라고 하겠다.

 

 

 

요약하면, H500BT는 실내에서의 하이파이 시스템으로 듣는 고음질 사운드부터 밖에서 편하게 모바일로 들을 때, 카페에서 영화를 볼 때 등등 전방위적으로 사용하기 좋은 헤드폰이다.

 

국내 출시가는 29만원대인데, 현재는 가격이 꽤 저렴해져서 20만 원 내외의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적당한 가격에 상당한 음질과 사용성을 겸비한 매력적인 녀석. 헤드폰 하나쯤 들여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이 녀석을 우선 살펴보길 권하고 싶다.

 

 

장점
– 무선과 유선의 자유로운 변신
– ONKYO의 담백함에 적당한 양념이 첨가된 맛깔 나는 음질
– 깔끔한 디자인과 컴팩트한 크기
– 오래 가는 배터리
단점
– 터치 패널이 아주 민감하다.
– 케이블에는 리모컨이나 마이크가 없다.
– 오래 들으면 귀가 좀 답답해진다.
– 흰색 제품의 경우 가죽에 때가 잘 탄다.
심플 디자인
꿀이 발려 있는 듯한 음질
유/무선 변신 능력
착용감
여러분의 잔고를 보호하거나 혹은 바닥낼 자신으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