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아날로그(Analog)일까? 디지털(Digital)일까? 보통 아날로그는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값을 표현하는 것이며, 디지털은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값을 일정한 간격으로 끊어서 불연속적인 값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날로그의 사전적인 정의만큼 아날로그가 갖고 있는 ‘감성 이미지’에도 커다란 비중을 두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이란 표현이 바로 그런 것이다. 디지털이 가질 수 없는 아날로그만의 감성 느낌을 담는 제품을 통해 우리는 따뜻한 추억을 떠올린다.

 

그 중 하나가 카메라(사진기)다.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카메라도 디지털 제품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디지털 기능이 가득 담겨진 최신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에서도 아날로그의 감성을 느낀다. 0과 1로 만들어진 사진 파일에서 아날로그의 애뜻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디지털로 넘어온 카메라 중에서 아날로그 감성의 ‘사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카메라는 무엇일까? 필름카메라가 떠오르지만 쉽게 구입해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가 아니란 단점이 있다. 중고 시장을 찾아 해메야 살 수 있는 그런 골동품이 아닌 인터넷 쇼핑을 통해서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아날로그의 감성을 담고 있는 카메라… 그건 바로, ‘즉석 카메라’ 중 하나인 후지필름 ‘인스탁스’다.

 

 

즉석 카메라와 인스탁스(INSTAX)

세계 최초의 즉석 카메라는 인스탁스(INSTAX)가 아니라 폴라로이드(Polaroid)다. 그리고 즉석 카메라의 대명사 역시 폴라로이드였다. 폴라로이드는 1948년 세계 최초로 즉석 카메라를 출시한 광학기기 제조사다. 2008년 디지털 광학기기로 사업 전환을 하기 전까지 즉석 카메라는 폴라로이드의 간판 상품이었고, ‘폴라로이드’라는 한 기업의 브랜드가 아닌 즉석 카메라의 대표 명사로 알려질 만큼 유명했다.

 

폴라로이드는 1980년대 즉석 영화 시스템 폴라비전(Polavision)과 1990년대 디지털 카메라 사업의 실패로 2001년 파산 보호 신청을 하게 된다. 2007년 폴라로이드는 카메라 생산을 중단하게 되고, 2009년에는 폴라로이드의 대표 상품인 즉석 카메라의 필름 판매도 중단하게 된다. 이렇게 폴라로이드는 우리 기억에서 사라져버렸다.

 

 

이 즉석 카메라의 대표주자를 후지 필름이 꿰차게 된다. 앞서 살펴본 폴라로이드의 재무 구조 악화는 늘 2등을 하던 후지필름(FujiFlim)에게는 새로운 기회였다. 후지필름은 1998년 인스탁스 미니 10 제품을 출시하며, ‘인스탁스(INSTAX)’라는 브랜드를 즉석 카메라의 새로운 상품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인스탁스(INSTAX)란 브랜드명은 instant(즉시, 즉석)의 변형어로 즉석 카메라의 특징을 담고 있는 새로운 변형어다. 그리고 이내 즉석 카메라의 대명사는 인스탁스로 굳어지게 된다.

 

 

후지필름의 인스탁스는 필름(Film) 사이즈로 인스탁스 미니(Instax Mini), 디지털 인스탁스 피비(Digital Instax Pivi), 인스탁스 와이드(Instax Wide) 그리고 ‘인스탁스 스퀘어(Instax Square)’로 구분해 관련 카메라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본래 후지필름의 인스탁스 필름은 인스탁스 제품만을 위한 전용 필름이었는데, 최근 Leica sofort와 같은 타사 즉석 카메라나 모바일 포토 프린터의 인화지로도 사용되고 있다.

 

후지필름은 그동안 다양한 인스탁스 제품을 출시했다. 여기저기 비슷한 제품이 꽤 많은데, 인스탁스 제품을 크게 나누면 필름의 종류에 따라 나눌 수 있다. 필름에 따라 나눈 인스탁스는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인스탁스 미니(Instax Mini)

필름 사이즈 54x86mm, 이미지 사이즈 46x62mm. 기본 테두리는 화이트 색상이지만 다양한 테두리 디자인을 채택한 제품(한정판 포함)이 출시되면서 인스탁스 카메라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기 시작한 인스탁스 필름이라 할 수 있다. 인스탁스 미니는 한 팩(Pack)에 10장이 들어있고, 포켓 및 지갑에 휴대가 가능하다는 제품의 특장점을 마케팅에 활용했다. 덕분에 가볍게 찍고 재미있게 찍을 수 있는 휴대용 즉석 카메라의 이미지를 만드는게 크게 공헌했고, 우리에게도 가장 잘 알려진 인스탁스 필름(제품)이다.

 

 

2) 디지털 인스탁스 피비(Digital Instax Pivi)

후지 인스탁스 디지털 Pivi로 알려진 이 제품은 프린터다. 휴대용 프린터로 인스탁스 사진 방식으로 출력하는 포토 프린터다. 필름 사이즈는 54x86mm로 인스탁스 미니와 동일하지만, 이미지 사이즈는 46x61mm로 1mm 정도 스펙의 차이가 있다. 작은 차이 때문에 혹시 인스탁스 미니 필름과 호환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들지만, 현실은 호환 불가. 2007년 국내 판매된 Pivi MP-300에는 인스탁스 미니 필름(팩)을 사용할 수 없으며 전용 디지털 인스탁스 피비 필름을 사용한다. 이런 호환성의 아쉬움 때문인지 디지털 인스탁스 피비 계열의 포토 프린터는 인기를 얻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3) 인스탁스 와이드(Instax Wide)

필름 사이즈 108x86mm, 이미지 사이즈 99x62mm. 인스탁스 미니(1998년, Mini 10) 출시 이후 등장한 것이 인스탁스 와이드 제품(1999년, Instax 100)이므로 조금 더 큰 필름을 이용해 시원한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미니(mini)보다 2배가 살짝 넘는 사진 크기로 우리에게 익숙한 사진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대신 필름이 커진 만큼 카메라 크기도 커져서 휴대성에 아쉬움이 느껴진다.

 

 

4) 인스탁스 스퀘어(Instax Square)

가로 세로 비율이 1:1인 정사각형 인스탁스 필름이 바로 ‘인스탁스 스퀘어’다. 2017년 봄에 출시된 가장 최신의 인스탁스 필름으로, 전용 카메라로 인스탁스 스퀘어 SQ10이 있다. 필름 사이즈 72×85.6mm, 이미지 사이즈 62x62mm. 인스탁스 미니나 와이드와 마찬가지로 1팩에 10장의 필름(인화지)이 들어 있다.

 

 

인스타그램을 떠올리게 하는 인스탁스 스퀘어 SQ10

즉석 카메라가 갖고 있는 아날로그 매력은 그대로 담고 있고, 사진 촬영 후 후보정(편집)과 인화 선택이 가능하다는 디지털한 매력도 추가한 것이 바로 인스탁스 스퀘어 SQ10이다.

 

 

특히 인스탁스 스퀘어 SQ10은 인스타그램의 등장과 함께 주목받았다. 과거 1:1 화면 비율을 고집했던 인스타그램처럼 인스탁스 스퀘어 SQ10에는 정사각형 인스탁스 필름인 ‘인스탁스 스퀘어’밖에 쓰지 못한다. 또한, SQ10은 촬영 후 사진을 곧바로 인화하지 않는다. 다른 인스탁스 카메라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 인화하는 것과 달리 인스탁스 SQ10은 셔터를 누른 후 인화하기 전 사용자가 인화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중간에 사정 보정 기능도 추가했다. 즉석 카메라가 갖고 있는 인화 과정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디지털 카메라의 ‘후보정’과 ‘선택’이란 옵션을 추가한 것이다.

 

 

그만큼 인스탁스 스퀘어의 셔터 버튼은 무게감을 덜었고, 가볍게 찍을 수 있는 경쾌함을 담았다. 셔터를 누르면 무조건 필름 한 장을 인쇄하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툭툭 셔터를 누를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점은 마치 가볍게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을 닮았다.

 

후지 필름은 여기에 추가로 인스탁스 스퀘어에 듀얼 셔터 버튼을 더해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 모두 즉석 카메라 사용의 편리함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초고해상도의 사진을 출력(인화)하는 것도 아니며, 줌 기능이나 다양한 편집 기능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스마트폰 카메라 앱처럼 10여개의 필터와 3가지 사진 효과, 간단한 후보정 기능만으로 사진을 내 입맛에 맞춰 편집할 수 있다. 인화한 사진은 사진 첩에 보관할 수 있지만, 인스탁스 스퀘어 SQ10의 매력은 함께 한 친구나 가족, 지인에게 인화한 사진을 나눠주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서 하트(좋아요)를 받을 때의 즐거움처럼 인스탁스 스퀘어 SQ10은 촬영한 사진을 인화해 친구에게 건내주며 ‘잘 찍었다’ 또는 ‘예쁘다’라는 이야기를 즉석에서 들으며 사진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의 접점

유행하는 디지털 기술을 담았지만 인스탁스 스퀘어 SQ10의 본질은 즉석 카메라다. 사진을 찍고 보관하는 개념이 아닌… 손에 잡히는 사진으로 인화해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철저히 아날로그 방식이다. 다시 말해 인스탁스 스퀘어 SQ10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한 접점이라 하겠다.

 

디지털은 분명히 편하다. 멀리 있는 가족에게 아이 사진을 보낼 수 있고, 쉽고 빠르게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10MB 용량의 사진 파일보다 인화한 사진이 더 값진 추억을 간직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꺼내거나 컴퓨터를 켜지 않고 내 방 벽에 붙여 놓은 인스탁스 스퀘어 필름 속의 아이 사진이 더욱 정겹게 느껴지는 건… 사진이 갖고 있는 아날로그 감성을 인스탁스 스퀘어 필름이 잘 담아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디지털 시대이기에 가질 수 있는 특별함입니다.
객원으로 시작해 메인을 꿈꾸는 얼리어답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