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계의 아이폰. 혁신을 갖춘 전자담배… 등 수많은 이명으로 불리던 아이코스(IQOS)가 드디어 국내에 정식 출시했다.

얼리어답터에서도 직접 뜯어봤는데… 그 모습을 잠깐 보았으려나 모르겠다.

동영상에서 예고했던 대로, 아이코스와의 긴 추억을 굽이굽이 풀어보며 그 느낌을 살짝 공유한다.

 

아이코스. 너 정체가 뭐니?

 

 

2016년, 가을

아이코스와의 첫 기억. 일본에 다녀온 지인이 엄청나게 자랑하던 날이 생각난다. 아마 맥주를 마시던 자리였나? 자리 앞에 ‘여기 보시오’라고 올려놓은 하얀색 케이스가 눈에 들어왔다. “거 옆에 있는 허연 건 뭐야?”

 

기다렸다는 듯이 그는 상기된 목소리로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응~ 이거 담배여~”

“담배?”

“전자담배.”

“아~ 요즘 전자 담배는 케이스도 참 이쁘네”

 

처음엔 여기까지였다. 별다른 흥미가 없었지.

 

얼마나 흘렀을까? 아마 맥주를 한두 모금 마신 뒤였을까?

지인이 주섬주섬 Marlboro라고 적힌 조그마한 상자에서 미니담배(?)를 꺼내곤 하얀 케이스에서 파이프 같은 것을 또 꺼내 합체를 시킨다.

이쯤되니 또다시 호기심이 스멀스멀 고개를 내민다.

 

 

“뭐야? 담배야?”

“응. 담배라니깐? 전자담배.”

“근데 왜 담배를 끼워?”

좀 전에 내가 그다지 흥미를 못 느끼던 것이 섭섭했는지, 이번엔 침착하게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이게 요즘 일본에서 없어서 못 판다는 아이코스라는 거여~

요래요래 해서 요렇게 해서 담배를 피우는거여.

왜 기존 전자담배는 플라스틱을 물고 피우는게 영 별로였는데, 이건 필터를 입에 물어 흡입하니까 담배랑 비슷혀.”

“응? 그래? 근데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전자담배는 그 뭐라 그래? 액상? 하여간 그 액체가 들어가잖어? 근데 얘는 담배를 끼워서 피우네?”

“어. 근데 놀라지 마라. 청심환 하나 먹고 들어라.”

“…”

 

 

“이건 냄새가 안난다!”

 

“오오? 정말? 담배의 그 역겨운 냄새가 안나? 왜지?”

“그건 나도 모르는데, 하여간 냄새가 안 나. 안 난다기 보다는 좀 덜해. 입도 텁텁하지 않고.”

“신기하네.” 여기까지가 작년 가을의 이야기다.

 

 

그리고 올해 6월

그리고 올해 6월. 한국에도 아이코스가 정식 출시했다.

소식을 듣고 점심시간에 가로수길 아이코스 매장에 방문했다.

 

 

오랜 시간 줄까지 서면서 사온 아이코스.

정말 맛있다고 소문난 맛집에도 줄 서지 않는 나인데, 호기심을 자극했던 아이코스는 너무 궁금한 나머지 줄 서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왔다.

 

새로운 개념의 전자담배 맛도 궁금했고, 전 세계 사람들이 아이코스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예쁘장하게 생긴 디바이스를 사용해 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것을 사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여러분처럼. 그리고 나처럼.

 

 

아이코스의 자태를 보자

일단, 비닐을 벗기고 박스를 열어본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10여 년 전 아이폰3GS를 열었던 두근거림이 살짝 느껴졌다.

 

 

아이코스 본체를 충전이 되는 케이스에 넣어서 배터리를 점검한다.

Led가 깜빡이며 충전을 시작하는 걸 보니 아직 충전이 안 된 모양이다.

길지 않은 시간인데도 너무나 길게 느껴져 초조하다.

 

 

충전이 끝나고 담배를 피울 준비가 되었다.

히트 스틱을 꺼내 중간에 있는 선까지 디바이스에 꾸욱 눌러 넣어준다.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부르르르 진동이 울리며 나에게 신호를 준다.

아이코스를 깊게 즐길 차례란다.

 

하, 궁금하다. 너무나 궁금해.

 

 

美味!?

얇은 입술로 히트 스틱을 살짝 물어 쏘옥~ 흡입해 본다.

히트 스틱 끝. 필터에서부터 따뜻한 온기가 입술에 느껴진다.

촉촉하진 않지만, 일반 담배에서 느낄 수 없는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진다. 꽤나 느낌이 좋다.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이 후~ 하고 연기를 내뱉어 본다.

응? 내뱉은 연기는 타는 냄새가 나지도 않고, 바로 공기 중으로 사라진다.

불로 태워서 피우는 일반 담배와 달리 아이코스는 열로 찌는 방식이라 그런가 보다.

공기 중으로 사라지는 것은 연기가 아닌 수증긴가 보다.

 

 

목 넘김은 일반적인 전자담배와는 살짝 다른 느낌. 담배와 거의 흡사하다.

약간 구수한 느낌이 들기도 하다. 쑥뜸 들이는 냄새 같기도 하고, 옥수수 냄새 같기도 하고

 

거참 신기하네. 한 번 더 피워보고, 또 한 번 피워보고…

 

 

아이코스를 만든 필립 모리스에서는 아이코스의 유해물질이 일반 담배의 1/10 수준이라고 한다.

아이코스를 음미하면서 히트 스틱 패키지를 유심히 보고 있으니 중독위험 / 금연상담전화번호 등 담배의 위험성을 알리는 문구들이 적혀있다.

전혀 무해한 것은 아닌가 보다.

 

 

보통 일반 담배에는 타르나 니코틴 함유량이 얼마인지 패키지에 적혀있다.

그런데 아이코스 전용 히트스틱에서는 아무리 봐도 관련 문구를 찾을 수 없다.

이 스틱에 타르나 니코틴이 얼마나 포함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유해물질이 일반 담배의 1/10 수준이라긴 하는데… 뭐가 보여야지. 정말 괜찮은 걸까?

 

 

순간 손에서 다시 한번 진동이 느껴진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진동이 느껴지는 순간부터 2번 더 흡입할 수 있다.

히트스틱이 짧아서 그런지 일반 담배보다는 흡연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이것은 설렌 마음의 결과일까?

 

아이코스에서 히트스틱을 빼낼 때에는 살짝 위로 뚜껑을 밀어낸 다음 스틱을 뺀다.

그냥 스틱을 빼면 찌고 난 담뱃잎이 그대로 남아 버리므로 꼭 뚜껑을 밀고난 다음 빼야 한다.

 

 

다 피우고 난 후의 히트스틱 모습. 스팀 방식이라 히트 스틱 표면에 얼룩이 졌다.

 

 

그리고 다시 충전기에 넣어 아이코스를 충전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줄담배’는 어렵다. 한 번 충전에 스틱 하나만 사용할 수 있다.

번거롭기도 하지만, 연달아 담배를 피우지 못하니 왠지 덜 해로울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이래서 일반 담배보다 1/10 좋은 거였나?!

 

 

일주일 정도 사용하다보면 아이코스 내부에 히트스틱의 잔여물이 남는다.

이럴 땐, 아이코스 구성품 중 청소도구를 써서 청소를 해야 한다.

담배도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히트 스틱을 뺄 때처럼 아이코스 본체를 민다. 여기서 조금 더 힘을 주면 완전히 분리된다.

그다음 청소 도구를 열고, 작은 것은 작은 부분에 큰 것은 큰 부분에.

본체를 끼워서 살살 돌려주면 된다.

 

 

면봉으로도 닦아주는 섬세함을 잊지 말자.

 

 

일반 담배와 아이코스는 뭐가 다를까?

그럼 일반 담배와 아이코스는 뭐가 다를까?

우선 라이터가 없어서 어색하게 “저.. 불 좀 한번 빌릴 수 있을까요?” 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서 좋긴 하지만, 충전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일반 담배는 담배 한 갑과 라이터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면, 아이코스는 충전케이스와 히트 스틱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비교하자면 아이코스 쪽의 부피가 좀 더 부담스럽다.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충전케이블도 챙겨야 한다. 역시 부담스럽다.

 

하지만, 좁은 실내에서 피울 때 일반담배는 흔히 말하는 ‘너구리 사냥’ 이벤트가 일어나지만, 아이코스는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좋다.

손에서 담배 찌든 냄새걱정이 없는 것도 장점일 수 있겠다.

완전 범죄를 꿈꾼다면 시도해봄 직하다.

 

 

요즘은 길거리에서 걸어가며 담배를 피우는, 이른바 ‘보행흡연’이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보행흡연은 여러모로 피해를 끼치기 쉽다.

보행흡연자 옆을 지나치게 되는 비흡연자는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고,

엄마 손을 잡고 걷는 어린 아이의 얼굴에 뜨거운 담배가 닿아 엄청난 위협을 끼친 일도 있었다.

걸음에 맞춰 바람을 타고 날리는 담뱃재 역시 좋을리 없다.

하지만 아이코스는 재를 날릴일도 없고 불을 사용하지 않아 이런 위험요소에서 자유로울 수는 있겠다.

 

 

담배를 피우면 자연스럽게 입안에서 텁텁한 느낌과 불쾌한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아이코스는 확실히 덜하다. 물론 아주 없지는 않다.

 

 

I Quit Ordinary Smoking

옛말에 담배 끊은 사람과는 상종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담배의 강한 중독성을 이기려면 그만큼 독한 마음을 먹고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담배는 피우지 않는 것이 나와 내 가족들 그리고 주변사람들을 위해 좋겠으나,

끊는 것이 정말 힘들다면, 죽어도 못 끊겠다면 아이코스가 대안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코스의 설명대로 유해물질이 1/10 수준이라면…

기왕이면 몸에 덜 해로운 것으로 즐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심지어 옆사람에게 불쾌한 냄새를 전하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고.

아... 담배 끊어야 하는데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