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가 왜 필요하지?’

 

다양한 물건의 리뷰를 쓰면서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 제품은 소식도 많이 접했고, 일부는 직접 써보기도 했다. 그런데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도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의 매력은 느끼기가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딱히 쓸 데가 없기 때문이다.

 

집에서 음악 감상을 하려면 강력한 성능을 갖춘 제품을 쓰면 될 테고, 밖에 있을 때는 헤드폰이나 이어폰 같은 리시버를 선택하면 된다. 그러니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는 들고 다니되 리시버보다는 부담스럽고, 출력은 어느 정도 갖췄지만, 거치해서 쓸 정도로 강력하지 못한 애매한 위치의 계륵이었다.

 

주변에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를 언제 쓰냐고 물어봤다. 생각보다 이유는 다양했다. 근교에 나들이 나갈 때, 목욕이나 샤워할 때, 자전거 탈 때… 따지고 보면 세상에 쓸모없는 물건 없다고,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가 필요한 ‘작은 지점’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작은 지점에 어울리는 스피커로 필립스 쇼크박스, SB300이 적당한 이유가 있다. 바로 디자인과 출력이 그것이다.

 

 

터프한 디자인

이 터프한 디자인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육각형으로 이뤄진 필립스 쇼크박스는 스피커가 단단하게 응축된 모양을 갖췄다. 하지만 제품을 이루고 있는 선 하나하나를 보면 부드러운 곡선이 숨어있다.

 

 

‘생각보다 부드러운 면이 있군’ 싶어 손으로 들어보면 아니다. 역시 상남자의 디자인이다. 어디를 눌러봐도 단단하고 꽉 찬 느낌이 든다.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리더라도 부서지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디자인이다.

 

 

육각형인 데도 이유가 있다. SB300을 살짝 뉘면 적당히 기울어진 스피커 유닛이 얼굴로 향한다. 전면에 있는 스피커 유닛을 기준으로 양쪽에는 베이스 라디에이터가 각각 하나씩 있으며, 상단에는 스피커를 조작할 수 있는 버튼이 모여있다.

 

뒷면에는 커버가 있어 이를 젖히면 충전용 마이크로 5핀 단자와 Audio-in 3.5mm 오디오 단자가 있다. 블루투스 말고도 유선으로 연결해 활용할 수 있다.

 

 

커버가 두툼한 이유는 단자를 물에서 보호하기 위함이다. 즉, SB300은 방수 기능을 갖췄다는 소리다. IPX7 등급의 방수를 갖췄다. 웬만한 환경에서 문제없이 쓸 수 있다.

 

 

방수 기능을 듣고 신선하다 싶었으나, 직접 SB300을 만져본 이후엔 심드렁해졌다. 이렇게 단단한 만듦새의 스피커가 방수 기능이 없다는 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닐까?

 

 

준수한 음질

SB300의 전원을 켰다. 고무로 덮은 조작부는 조작감이 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손으로 누르면 분명하게 눌리는 느낌이 든다. 키마다 마크가 양각돼 있어 굳이 버튼을 눈으로 보지 않아도 조작할 수 있다.

 

기기를 연결하고 음악을 들었다. 비트에 맞춰 다양한 색상의 LED가 리드미컬하게 깜빡거린다. 노래를 어떻게 알고 깜빡거리는 걸까? 각 음역의 소리가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점멸하도록 돼 있음을 알면서도 새삼 신기하다.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크기지만, 필립스 쇼크박스는 4W의 넉넉한 출력을 갖췄다. 커다란 방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함께 어깨를 들썩거릴 정도의 소리는 갖췄다. 저렴한 드라이버에서 흔히 나타나는 찢어지는 소리를 필립스 쇼크박스 SB300에서는 듣기 어렵다.

 

 

또한, 양쪽에 있는 베이스 라디에이터에서 나오는 저음은 작은 크기에서 나오는 소리라는 걸 의심하게 할 정도다. 가만히 손을 대고 있으면 파르르 떨리는 진동을 느낄 수 있다. 베이스 라디에이터 덕분에 저음이 다소 강한 느낌은 들지만,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소리를 갖췄다.

 

 

한 가지 덤. 내부에 마이크도 탑재해 스피커 폰으로 통화하는 기능도 갖췄다. 음악을 듣다가 버튼 하나로 통화를 바로 받을 수 있다는 편의성도 갖췄다.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포터블 스피커의 매력

남자를 떠올리게 하는 튼튼한 디자인, 그리고 어떤 음원이든 소화할 수 있는 무난하면서도 크기 이상의 출력은 앞서 살펴본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가 필요한 지점을 정확하게 짚고 있다.

 

가방 한쪽에 부담 없이 걸고 다닐 수 있는 튼튼함, 그리고 가벼운 무게. 충전을 한 번쯤 잊더라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여덟 시간이라는 넉넉한 배터리 시간.

 

 

여기에 어떤 음악을 들어도 무난한 음색과 작은 크기로 믿기지 않는 출력은 함께 모인 사람의 흥을 돋우기엔 전혀 부족함이 없다. 더군다나 리듬에 맞춰 반짝이는 LED는 귀뿐만 아니라 눈까지 한눈에 사로잡을 만하다.

 

 

그렇다면 단점은 없을까? 필립스 쇼크박스 기기 자체에 뚜렷하게 꼽을 만한 단점은 없다. 하지만 이 특징이 모두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를 쓰기 좋은 ‘작은 지점’에 한한 특징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밖에선 리시버로 음악을 듣고, 집에선 고출력 스피커를 듣는 생활에서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가 발붙일 공간은 없다. 결국, 아무리 뛰어난 기능을 갖췄다고 해도 휴대용 블루투스 자체의 한계를 벗어나긴 어렵다.

 

다른 팬시한 기능을 담은 블루투스 스피커와 다르게 필립스 쇼크박스 SB300은 적어도 기본에 충실한 기능만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장식 없는 깔끔한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가 필요할 때, 필립스 쇼크박스 SB300은 적어도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

터프한 디자인
단단한 만듦새
무난한 음질
편의성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의 위치
테크와 브랜드를 공부하며 글을 씁니다. 가끔은 돈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