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하는 오렌더 플로우(Aurender FLOW)는 헤드폰 앰프다. 국내의 하이파이 브랜드인 ‘티브이로직’이 내놓은 자사 최초의 휴대용 제품이다. 하이파이 브랜드답게 출시 가격은 128만 7000원의 고가다. 헤드폰 앰프는 사실 꼭 필요한 제품은 아니다. 그러나 헤드폰 음악을 즐겨 듣는다면 헤드폰 앰프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음악감상의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다. 특히 오렌더 플로우는 고급형 DAC칩셋과 DSD 재생이 가능한 최고급 스펙을 가지고 있다.
첫 인상
하이엔드 제품답게 꽤 고급 패키지를 적용했다. 패키지는 추후에도 다양한 케이블을 수납해 두기 좋다. 패키지 안에는 가죽 케이스도 포함돼 있다. 오렌더 플로우가 휴대용 제품이기 때문에 평소에 들고 다니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보호 케이스다. 그러나 아랫쪽과 윗쪽에 케이블 구멍이 나 있지 않기 때문에 음악을 들을 때는 케이스에서 빼내야 한다. 사실 이 제품은 표면적으로는 휴대용 콘셉트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거치형 제품이 맞다. A급 증폭방식으로 장시간 음악청취시에는 발열이 나기 때문에 케이스에 넣고 듣지 않는 게 좋다. 케이스는 이동용 파우치라는 얘기다.
디자인
표면은 매끄러운 통알루미늄 재질이다. 전면부는 파도모양의 곡면 처리로 단조로운 디자인에 변화를 주었다. 효과적이다. 이런 변화마저 없었으면 뭔가 계측기 같은 느낌이 났을 거다. 눈에 띄는 것은 전면부의 동그란 디스플레이창이다. 살짝 푸른빛의 글씨가 표시되는 단색 디스플레이다. 디스플레이 주변에는 다이얼이 있는데, 이 다이얼로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미세하게 단계마다 걸리며 손 맛을 느낄 수 있는 감성적인 인터페이스다. 하이엔드 오디오의 볼륨단을 축소시킨 만족스러운 디자인이다. 측면부에는 버튼이 위치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맥북이나 아이폰의 알루미늄과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만약 PC와 갤럭시를 쓰고 있다면 당장 맥북이나 아이폰으로 바꾸고 싶을 것이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연결도 iOS에 최적화되어 있다. 애플 유저들은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길래….
인터페이스
터치스크린이나 리모컨은 지원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물리버튼과 볼륨 다이얼로 조정한다. 이런 아날로그 방식이 헤드폰 앰프라는 고색창연한 디바이스에 어울리는 법이다. 그런데, 인터페이스가 전반적으로 복잡한 편이다. 특히 iOS나 맥북에 최적화되어 PC에서 사용시에는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일부 인식하지 못하는 제품도 있다.
인터페이스도 전반적으로 복잡하다. DAC를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DAC라는 것이 원래 생소하기 때문에 더 그렇겠지만 표시되는 문구도 친절하지 못하다. 설정이 직관적이지 못하고, 버튼의 쓰임새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느낌이다. 물론 다른 DAC들은 더 복잡한 경우도 많다. DAC 개발자들은 인터페이스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경쟁을 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제품이 꺼질 때는 “Down”이라고 표시되는데, 가슴이 좀 철렁인다. 사용자들의 심장보호를 위해서라도 “OFF”나 “Power OFF”같은 평범한 단어가 어울릴 것 같다.
음질
오렌더 플로우의 음질을 평가하기 위해 맥북, 윈도우 노트북, 아스텔앤컨 AK120 II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활용했다. 재미있는 것은 PC에서 ‘윈도우 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으면 아주 한심한 음색이 들린다. 이만큼 차이를 느끼게 만드는 기기도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오렌더 측에서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경우 별도의 유료앱(USB audio player pro)을 쓸 것을 부탁했을 정도다. 다만 PC의 경우는 무료 소프트웨어인 푸바2000 정도면 충분하다.
먼저 음질 평가를 한 마디로 압축하자. 어떤 제품을 꽂아도 따뜻하고 풍성한 음의 향연이 펼쳐진다. 아이폰이건 윈도우 노트북이건, 심지어 200만원짜리 아스텔앤컨을 꽂아도 모두 오렌더 플로우의 개성이 드러난다.
마치 진공관 프리앰프에 초스피디한 디지털 파워앰프를 달아 놓은 느낌이다. 양감이 풍부하면서도 해상력은 뛰어나다. 음색이 따뜻해지고, 음과 음 사이의 밀도가 높아져 꽉 찬 음악이 된다. 중저역은 확장되어 음의 공간이 한없이 넓어지고, 고역도 울림이 강해진다. 헤드폰 앰프는 대부분 출력이 강화되고 음의 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차이가 있는 게 당연하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오렌더 플로우의 존재감은 확연하다. 해상력을 유지하면서 고유의 개성을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헤드폰 앰프의 역할을 100% 발휘하는 제품이다. 다만 저역이 풍성했던 필립스 X2로 들을 때는 양감이 너무 풍부해져서 해상력을 해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AKG의 K812가 베스트매칭이었고, 그 정도 가격이 아니더라도 약간 차갑거나 발란스가 좋은 음색을 가진 헤드폰과 매칭이 좋을 듯 하다.
해상력도 전반적으로 향상된다. 밸런스는 저역쪽이 강조됐지만 고역쪽에서의 음손실은 느끼기 힘들다. 헤드폰 매칭만 적절하게 해준다면 최상의 음악경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유용성
배터리 재생시간은 7시간 정도지만 DSD나 24비트 음원을 들을 경우는 살짝 줄어든다. 다만 컴퓨터로 음악을 들을 때는 자동충전이 되므로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또, 배터리가 들어 있기는 하지만 크기와 무게로 볼 때, 휴대용으로 추천할 만한 제품은 아니다. 다만 배터리가 있어서 나쁠 것은 없다. 책상에서 음악을 듣다가 거실이나 다른 곳에 이동해서 손쉽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디바이스와 연결이 가능하고, 24비트를 넘어선 32비트 음원의 재생(광축 사용시는 24비트까지)이 가능하며 DSD128까지 재생이 가능하다. 아마 향후에도 업그레이드가 거의 필요없을 것이다. 다만 거치형 헤드폰앰프와는 달리 동시에 두 명이 들을 수 있거나 여러가지 디바이스를 미리 물려둘 수는 없다. 한 번에 한가지 플레이어만 연결해서 재생해야 한다.
추가로 mSATA디스크를 구입하면 저장공간을 늘릴 수 있다. 이 부분은 테스트하지 못했다.
결론
이 제품은 음질에 있어서만큼은 별 5개를 줄 수 밖에 없다. 다른 단점이 있더라도 하이파이 마니아라면 놓쳐서는 안 되는 제품이다. 만약 아스텔앤컨이나 아이폰처럼 포터블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다가 오렌더 플로우를 연결하면 완전히 다른 음악을 듣는 경험을 느끼게 될 것이다. 포터블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출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워낙 해상력이 좋고 밀도가 높아서 클래식 음악이나 재즈 등을 들을 때 특히 좋다. 120만원이 넘는 가격은 부담스럽지만 헤드폰에 투자하는 대신에 20~30만원대의 발란스가 좋은 헤드폰을 매칭한다면 헤드폰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정도 크기에서 A급 증폭 방식의 앰프를 만난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장점
1. 해상력을 해치지 않는 출력 향상 2. 높은 밀도감 3. 풍부한 저역 4. 볼륨의 손 맛
단점
1. 인터페이스 2. 다중 연결 불가 3. 휴대용으로 쓰기에는 무거움 4. 일반인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
디자인 |
인터페이스 |
음질 |
유용성 |
8.0 |
마치 진공관을 연상시키는 따뜻함과 놀라운 해상력을 보여주는 A급 헤드폰 앰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