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이라는 브랜드를 살펴보고, 후지필름의 카메라 시스템을 열어젖힌 X100 시리즈의 적자, X100F를 살펴봤다.

 

다른 카메라 브랜드에서 찾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갖춘 후지필름의 카메라. 그러나 막상 ‘어떤 카메라를 선택할 것인가?’는 질문에 다다르면 막다른 길에 이른다. 후지필름의 카메라를 분류하는 기준이 다른 카메라 브랜드와는 조금 다른 탓이다.

 

어떻게 하면 카메라를 효과적으로 나눠볼 수 있을까? 전문가의 조언을 듣기 위해 압구정에 있는 후지필름 스튜디오를 찾았다.

 

 

후지필름 스튜디오

압구정에 있는 후지필름 스튜디오는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 본사이기도 하면서, 다양한 후지필름 카메라를 체험해볼 수도 있고, 포토 라이브러리와 아카데미, 갤러리까지 갖춘 복합 문화공간이다.

 

현재 판매 중인 카메라부터 단종된 카메라까지 모두 둘러볼 수 있는 공간으로 카메라 구입 상담과 카메라를 짧게나마 무료로 대여해볼 수 있는 서비스도 진행한다고 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후지필름 카메라의 제품군을 살펴봤다.

 

 

초보자부터 프로츄어, 전문가에 이르는 제품군의 비교를 기대했으나, 이어진 질문은 에디터를 당황하게 하는 질문이었다.

 

 

‘보통 어떤 사진을 찍으세요?’

 

여기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한다. 다른 카메라 브랜드와 달리 후지필름의 카메라는 기능에 따른 제품 분류보다는 촬영 스타일에 따른 분류를 우선으로 두고, 다양한 선택지를 늘여놓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둔다고 한다.

 

따라서 제품군별 성능 차이가 크지 않고, 따라서 단순히 기능만 보고 카메라를 고르려고 하면 비슷비슷한 카메라 사이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어떤 스타일에 맞게,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까? 기본적인 카메라의 이해도와 스타일을 고려해 몇 가지 분류로 나눠봤다.

 

 

후지필름 카메라를 처음 써본다면

후지필름 카메라를 처음 써봤거나, 기존 카메라 조작방식에 익숙한 이용자라면 후지필름의 X-A 시리즈를 고를 만하다.

 

 

후지필름 제품군을 성능 기준으로 놓고 보자면 엔트리급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X-A시리즈는 후지필름 카메라 중 유일하게 다른 카메라와 같은 형태의 모드 조작 다이얼을 갖춘 제품이다.

 

따라서 기존 카메라에 익숙한 이용자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메라다. 클래식 카메라를 연상케 하는 멋스러운 디자인과 무게를 줄인 소재는 서브 카메라로 쓰기에도 좋다.

 

 

기기적 성능에 따라 X-A3와 X-A10의 두 종류가 있으며, X-A3가 좀 더 유효 화소가 높다는 점. 터치스크린과 플래시 핫슈 단자가 있다는 점 등 자잘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사진을 촬영하기엔 아쉬움이 있으므로, 좀 더 사진을 제대로 찍어보고 싶다면 다른 제품을 고르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

 

 

휴대성을 중시하고 단렌즈 위주로 사진을 찍는다면

후지필름 바디를 성능으로 가르자면 ‘중급기’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있으나 중급기의 성격은 조금 다르다. 중급기가 나오고 이 기능을 아우르는 플래그십 바디를 출시하는 형태가 아니라서 그렇다. 후지필름은 플래그십 기기가 나온 후 여기서 접근성을 강화한 경량화 버전이 등장하는, 이른바 탑다운(Top down) 방식을 채택했다.

 

 

플래그십 바디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X-Pro 라인이다. 현재 최신 제품은 X-Pro2로, 4년 만에 새로운 버전이 출시했다. 후지필름의 플래그십 제품 중 하나로 후지필름 미러리스 시스템인 후지 X 시스템의 기본 디자인을 그래도 갖추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뷰파인더를 채택해 RF(레인지 파인더) 방식을 구현했다는 특징이 있다.

 

후지필름 3세대 센서를 탑재했으며, 기계식/전자식 셔터를 채택해 최대 1/8000초 촬영까지 지원한다. 함께 거론되는 X-T 시리즈와 성능은 비슷하나 사진을 찍는 스타일이 조금 다르다고 한다.

 

 

단렌즈처럼 크기가 작은 렌즈를 주로 쓰거나 렌즈의 교환이 잦지 않다면, 그리고 RF 방식을 선호하거나 광학식 뷰파인더가 필요하다면 X-Pro2를 선택하면 된다.

 

X-Pro2에서 성능을 조금 덜어낸 제품으로 X-E2S가 있다. 본디 X-E 시리즈는 X-Pro 시리즈에서 광학식 뷰파인더를 덜어내면서 가격을 낮춘 마이너 그레이드 모델이었다.

 

 

다만, 아직 2세대 센서를 탑재해 사진 결과물에서 차이가 나는 관계로 X-Pro2와 비슷한 조작을 위해 X-E2S를 선택하는 것은 조금 아쉬울 수 있다.

 

 

다양한 렌즈로 다양한 피사체를 담는다면

후지필름의 또 하나의 플래그십 모델로는 X-T 시리즈가 있다. X-T 시리즈는 X-Pro 시리즈와 기본적인 센서 크기나 제원이 비슷해 어떤 게 ‘후지필름의 플래그십 바디인가’에 관한 의견은 분분하다.

 

그러나 이는 앞서 설명했다시피 후지필름 카메라 제품군을 ‘성능’이라는 단편적인 정보로 분류했기에 벌어지는 문제다. ‘어떤 피사체를 어떤 형태로 담느냐’는 기준으로 본다면 후지필름 X-T 시리즈는 다양한 렌즈군을 활용해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촬영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카메라다.

 

 

가장 최근에 출시한 X-T 시리즈의 신작 X-T2를 기준으로 살펴보자. X-T2는 후지필름 카메라 중에서 가장 이질적으로 생겼다. 클래식 카메라를 닮은 후지필름의 카메라 속에서 유일하게 SLR 형태를 갖췄다.

 

 

그래서 어떤 렌즈와 결합하더라도 안정적인 그립감을 갖췄다. 거의 같은 성능을 갖춘 X-Pro2와 비교해보자. 망원 렌즈 같은 대구경 렌즈를 착용했을 때, X-Pro2는 렌즈가 바디를 압도해 안정적인 균형감을 찾기 어려우나. X-T2는 상대적으로 카메라를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다.

 

또한, 전자식 셔터와 틸트 액정을 탑재해 모니터를 보는 촬영이 잦을 때 X-T2의 쓰임새가 높아진다. 특히 동영상 촬영 시 그렇다. 더구나 X-T2는 4K 동영상 촬영을 지원해 vDSLR의 쓰임새도 갖췄다.

 

 

이게 조금 부담스럽다면 다운그레이드 버전인 X-T20을 고르면 된다. 아니, 어쩌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1/8000초 셔터가 사라졌지만, 이게 일반적인 수준에서 크게 와 닿는 부분은 아니다. 방진방적, 듀얼슬롯 등이 사라졌지만, 사진 품질의 변화는 없다.

 

찍는 사진에 따라 기능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사진 품질로 차별을 두지 않았다는 후지필름의 설명처럼 일반적인 활용을 위해서라면 X-T20도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중형카메라 GFX50S

후지필름에서 중형카메라를 내놓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리고 그 카메라 바디의 가격이 약 8백만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여러모로 놀랐다. 중형카메라에 도전했다는 게 놀라웠고,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이라 놀랐다.

 

 

후지필름 GFX50S의 특징은 일반 카메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조작감을 갖췄다는 점이다. 디지털백이 아닌 일체형 방식으로 소형화, 경량화를 취했으며, 동시에 기존 후지필름 카메라와 조작방식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아 쉽게 촬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형 카메라는 센서 크기가 이미 기존 풀프레임 센서를 압도하는 크기로, 풍부한 다이나믹 레인지와 선예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촬영해본바, 필드에서 빠르게 피사체를 담기보다는 풍경 사진, 혹은 정리된 환경에서 고해상도 사진을 찍기에 적합한 바디라는 점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스타일로 고르다

후지필름 카메라를 접하면서 어떤 카메라가 익숙한지 소비자가 혼란스러워하는 이유는 기존의 ‘스펙’으로 획일화된 카메라 라인업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후지필름이 카메라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바는 다른 브랜드와는 조금 다르다.

 

어떤 카메라든 멋진 사진을 담을 수 있다. 다만, 내게 좀 더 효율적인 카메라를 찾는 것.‘ 그것이 바로 후지필름이 추구하는 바다. 스펙으로 줄세우기가 아닌, 내게 맞는 카메라를 찾는 것. 그것이 후지필름이 추구하는 방식이라 하겠다.

시장 독식이 아닌,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테크와 브랜드를 공부하며 글을 씁니다. 가끔은 돈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