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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은 요즘 과도기에 있다. 자동차 회사들은 내연기관에서 벗어나, 효율이 좋고 지구 건강에 도움을 주는 ‘착한 차’를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 전기차다.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얼마 전부터는 전기차가 우리나라 도로도 달리기 시작했다. 콘셉트카처럼 생긴 BMW i3가 그랜저와 쏘나타 사이를 달리는 모습을 간혹 볼 수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지만.

이제 막 전기차 보급에 불이 붙으려는 찰나, 또 다른 착한 차가 등장했다. 바로 토요타가 만든 미라이(Mirai)다. 미라이도 내연기관 엔진 없이 전기모터로 달리는 자동차다. 하지만 전기차는 아니다. 수소로 전기를 만들어 달리는 수소연료전지차(FCV)다. 전기차와 수소차 중에 어느 차를 우리는 선택해야 할까? 얼리어답터와 하나씩 점검해 보자.

 

1. 친환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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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종류 모두 지구 건강에 도움이 되는 자동차다. 전기차는 달리면서 아무 것도 배출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제로 에미션(Zero Emission)이다.

반면, 수소연료전지차는 물을 배출한다. 동력원인 수소와 산소가 화학반응 하면서 물이 생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맑은 물이다. 토요타는 미라이가 달릴 때 생기는 물에 대해 “우유보다 깨끗하다”고 말했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 물론 여기에 한 문장을 덧붙이긴 했다. “깨끗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마시는 걸 권하진 않는다”고. 왠지 말을 듣는 게 좋을 것 같다. 게다가 자동차 배기관에 입을 대고 물을 꿀꺽 대는 모습도 괴기스러울 것이다.

 

2. 충전 편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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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를 고려하지 않고 충전이라는 행위 자체만 따져보면 수소연료전지차가 편리하다. 충전기를 꼽으면 3~5분 만에 수소를 탱크 가득 채울 수 있다. 주유소 가서 기름 넣는 것과 별 차이 없다.

전기차는 이보다 몇 배에서 몇십 배의 시간이 더 걸린다. 대부분의 전기차는 배터리를 가득 채우기까지 대략 3시간 정도 필요하다(완속충전기 사용시). 급속충전기를 사용하면 20~30분 만에 80%까지 채울 순 있다. 하지만 100km 남짓 달리면 또 충전해야 한다. 테슬라모터스는 배터리를 완전히 교체하는 방법으로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좋은 방법일 것 같기도 하지만 새로 산 차에 오래된 배터리가 들어온다면 억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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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른 고민이긴 하지만, 여기서 추가로 생각해볼 것이 두 가지 더 있다. 하나는 인프라다. 현재는 전기차 인프라가 더 잘 구축돼 있다. 우선 전기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가정용 완속충전기를 집에 설치한다. 또, 공공장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급속충전기가 현재 전국적으로 177개 정도 설치돼 있다. 반면 수소충전소는 현재 전국 11곳에 불과하다. 이부분에선 전기차가 우세하다.

다른 하나는 국내 주거 환경이다.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주거 형태는 아파트나 빌라와 같은 공동주택 형태다. 주차장도 공유한다. 그런데 전기차는 충전을 위해 고정되거나 독립된 주차공간을 필요로 한다. 아무 곳에나 세워두고 충전할 수가 없다. 별도의 독립 주차 공간이 있는 개인 주택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주거 형태를 따져보면, 주유소처럼 들를 수 있는 수소충전소가 우리나라 여건에 더 잘 맞는다고 볼 수 있다.

종합하자면 우리 주거환경과 편의성에 있어서는 수소차가 더 맞지만 현재까지의 인프라는 전기차가 우세하다.

 

3. 주행 가능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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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연료전지차가 전기차에 비해 주행 가능 거리가 길다. 한 번 충전 기준으로, 일반적인 전기차보다 200km 이상을 더 달릴 수 있다. 토요타 미라이는 1회 주행 거리가 480km, 현대차가 투싼을 기본으로 만든 투싼수소연료전지차는 415km 정도다. 그에 비해 BMW 전기차 i3는 약 130km, 기아차 쏘울 EV는 약 150km, 그리고 이번 달에 출시될 예정인 닛산 리프가 약 175km를 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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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 S는 현재까지 나온 전기차 중 가장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다. 한 번 가득 충전해서 425km 정도 주행할 수 있다

물론 예외도 있다.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만드는 모델 S다. 모델 S는 한 번 충전으로 약 420km 정도를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주행거리가 긴 전기차는 아직까지 테슬라 뿐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작은 전기차를 만들면서 ‘도심형 교통수단’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별다를 바 없는 얘기다. 전기차가 한 번 충전으로 2,000km씩 달릴 수 있었다면,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를 굳이 작게 만들며 도심형이라고 타이틀을 붙였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

 

4. 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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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 S는 작년 2건의 화재 사건에 휘말렸지만, 원인은 모두 외부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전기차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없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닛산 리프(Leaf)의 경우를 봐도 전기차라서 안전에 문제가 된 부분은 없다. 전기차의 안전성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었던 것으로 테슬라 모델 S 화재 사건이 있다.  테슬라 모델 S는 작년에만 2건의 화재 사건에 휘말렸다. 하지만 조사 결과, 화재는 충돌 사고나 외부 충격에 의해 배터리가 손상되면서 일어났다. 테슬라는 이 마저도 신속하게 보완했고, 지난 11월에는 유럽 신차안전도 평가에서 별 5개를 받아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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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이에 들어간 고압탱크는 수소를 안정적으로 보관하기 위해 대기압의 700배에 해당하는 높은 압력을 유지한다

하지만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걱정은 이제 시작이다. 우선 많은 이들이게 수소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자동차는 생소하다. 수소는 위험한 물질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이는 수소의 성질에서 비롯됐다. 기체 상태의 수소는 폭발성이 강하다. 작은 자극으로 불이 붙기도 한다. 때문에 위험한 물질이라는 인식이 꽤 퍼져있다. 수소연료전지차를 만드는 회사들은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판매를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믿음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으로 보인다.

 

5. 선택의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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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차 쉐보레 스파크 EV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모두 아직까지는 선택을 고려할 만한 차들은 아니다. 보급이 활발하지 않을 뿐더러,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때문에 가격이나 경제성 등을 따져보기엔 아직 이르다.

하지만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당분간은 전기차가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현재 우리나라에서 구입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차는 현대차 투싼수소연료전지차 한 가지 뿐이다. 이마저도 일반인이 구입하긴 어렵다. 지자체 등을 대상으로만 판매하고 있으며, 가격도 1억5천만 원에 달한다.

반면 전기차는 현재 5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기아차 레이 EV와 쏘울 EV(4,250만 원), 쉐보레 스파크 EV(3,990만 원), 르노삼성차 SM3 Z.E.(4,500만 원), BMW i3(5,800~6,900만 원)가 출시됐다. 이달 내에는 닛산 리프까지 출시된다. 내년부터는 최소 6가지 전기차가 판매된다. 또한, 정부와 일부 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전기차 충전소 보급에 집중하고 있다.

 

얼리어답터는 테슬라의 섹시한 자동차가 눈에 어른거지만 미라이가 수소폭발로 인류를 멸망시키지만 않는다는 확신이 있다면 미라이를 선택하고 싶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떤가?

 

자동차, 특히 재미있는 자동차를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