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에게 걱정스러운 일이 생길 때, 비장의 방법이 있다. 잠시 생각을 멈추고 지금 작업하는 책상을 내려다보면 된다. 그러면 그 즉시 앞서 떠올랐던 걱정거리가 사라지고, ‘이 어질러진 책상을 어떻게 치워야 하나…?’하는 걱정이 떠오른다. 이름하여 ‘걱정으로 걱정 덮기’다.

 

스마트폰 두어 대, 카메라, 노트북, 태블릿까지… 전원이 필요한 제품은 많고 멀티탭은 부족하다. 멀티탭에 멀티탭을 또 연결하고, 연결하고… 이리저리 연결하다 보면 어떻게 손댈 수 없는 책상이 펼쳐진다.

 

 

이 복잡한 걱정을 조금 덜어줄 수 있는 게 얼리어답터에서 소개한 바 있는 멀티포트 충전기다. 이 멀티 충전기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멀티 충전기를 제조하는 회사 중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 중 하나가 ANKER다.

 

다양한 모바일 액세서리를 제조, 판매하지만 스마트기기 충전기로 유명한 ANKER의 독특한 멀티 충전기 2종을 만나봤다.

 

 

ANKER PowerPort+6

먼저 ANKER파워포트+6다. 그럭저럭 무난한 인상이다. 세련되지도 않았지만, 투박하지도 않다. 말 그대로 무난하다. 뒤쪽에는 전원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고, 앞면에는 USB 단자를 통해 다른 기기와 연결할 수 있다.

 

ANKER 파워포트+6는 총 6개의 단자를 갖췄다. 다섯 개의 단자는 ANKER의 Power IQ 기술로 제어되는 단자고 하나의 단자는 퀄컴 퀵차지(Quick Charge) 3.0을 지원한다.

 

퀵차지를 좀 더 살펴보자. 퀵차지는 퀄컴에서 만든 급속 충전기술이다. 충전 전력을 높여 더 빨리 기기가 충전되도록 하는 기술로 일반 충전이 5V 1A(5W)를 지원한다면, 퀵차지 2.0은 5V, 9V, 12V 전압으로 최대 18W를 지원한다. 여기서 잊고 있을 상식을 하나 되살리자면 전력(W)은 전압(V)과 전류(A)의 곱이다.

 

퀵차지 기술은 퀄컴 스냅드래곤 AP를 탑재한 스마트폰 한정이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상당수에 스냅드래곤 AP가 탑재돼 범용으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 퀵차지 3.0은 뭐가 다를까?퀵차지 3.0은 충전전압을 3.6V~20V 사이에서 0.2V 단위로 가변해 최적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중간에 손실하는 에너지를 잡고, 발열도 줄였다. 전력은 최대 18W로 같아 충전 속도 자체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으나 효율이 향상되면서 전체적인 속도는 빨라졌다.

 

 

퀵차지 3.0은 퀄컴 스냅드래곤 430, 617, 650, 652, 820 등에서 지원한다. 단, 제조사 별로 퀵차지3.0 기술을 탑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일례로 갤럭시 S7은 삼성의 어댑티드 패스트 차지(Adaptive Fast Charge)라는 퀵차지 2.0과 호환하는 단독 규격을 채택해 퀵차지 3.0을 채택하지 않았다.

 

 

나머지 단자는 ANKER의 Power IQ 기술로 제어한다. 이 기술은 단자별로 연결한 기기에 맞춰 최적화된 충전 전류를 공급해 효율적으로 충전하는 기술이다. 다섯 개의 단자를 모두 합쳐 8.4A 출력을 지원하며, 개별 단자는 최대 2.4A까지 지원한다. 각각 단자가 최대 2.4A까지 지원하지 않는 것은 아쉽다.

 

Power IQ 기술은 무작정 출력만 높여 과전력이나 과충전과 같은 위험이 생기지 않도록 조절해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으로 기기를 충전할 수 있다고 한다.

 

 

ANKER PowerPort+5 USB-C

ANKER 파워포트+5 USB-C는 4개의 일반 USB 단자와 USB 타입 C 단자를 하나 갖추고 있다. 여기에 있는 USB 타입 C 단자에는 USB PD라는 글씨가 적혀있다.

 

여기서는 USB PD를 살펴보자. USB PD(Power Delivery)는 기존의 USB 단자와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연결된 기기에 따라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을 조절하는 기술을 뜻한다. 퀄컴 퀵차지와 달리 USB 규격 표준의 급속충전 기술이다.

 

 

USB PD는 현재 구글의 넥서스 일부 제품과 픽셀 시리즈, 애플의 뉴맥북, LG 올데이 그램이나 삼성 노트북9 올웨이스 같은 일부 제품에서만 지원한다. 다시 말해, 위 제품은 USB PD 단자를 통해 충전할 수 있다.

 

 

애플 뉴맥북의 충전기의 출력은 14.5V-2.0A고 ANKER 파워포트 +5의 USB PD 단자는 15V-2.0A를 지원하므로 문제없이 충전할 수 있다. 여기에 다른 Power IQ 충전단자가 있으므로 동시에 다른 기기를 충전할 수도 있다.

 

 

기기 하나를 단독으로 충전하는 애플 뉴맥북 충전기(29W)가 약 6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뉴맥북을 포함해 기기 다섯 대까지 충전할 수 있는 ANKER 파워포트+5 USB-C 쪽이 좀 더 경제적이라 할 만하다.

 

 

걱정을 덜어줄 무난한 충전 액세서리

수치로만 소개했다면, 직접 수치를 측정해볼 차례. 퀵차지 3.0을 지원하는 G5를 대상으로 일반 Power IQ 포트와 퀵차지 3.0 포트를 비교해봤다.

 

 

같은 상황에서 퀵차지 3.0 단자와 일반 Power IQ 단자를 연결해 10분 마다 시간을 측정했다. 퀵차지 3.0 단자에서 5%였던 G5 배터리가 100%가 되는 데까지는 약 70분 정도가 걸렸다. Power IQ 단자에서는 100분이 걸렸다. 속도에 뚜렷한 차이가 있다. 특히 짧은 시간 충전해야 할 때 그 차이는 두드러졌다.

 

이제 조금 정리를 해보자. ANKER 멀티 포트 충전기의 성능은 좋다. 게다가 프리볼트를 지원해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쓸 수 있다. 따라서 여행용 충전기로도 활용하기 좋다.

 

크기는 한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지만, 휴대성이 좋다고 하기엔 제법 묵직한 무게가 걸린다. 또한, 휴대를 위한 액세서리가 전혀 없다. 전원 코드와 개별 케이블을 따로 들고 다녀야 하는 것은 조금 부담스럽다.

 

 

어쨌든 책상 위에 근심걱정을 늘여놓고 있다면 이 ANKER 파워포트 제품은 매력적이다. 사무실에서, 혹은 집에서 멀티탭 앞에 충전기가 이리저리 굴러다닌다면 ANKER 파워포트를 통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이제, 어떤 기기를 주로 쓰는지를 생각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고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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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와 브랜드를 공부하며 글을 씁니다. 가끔은 돈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