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어답터에서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360 카메라를 소개한 바있다.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직접 리뷰를 하진 않았는데, 그 이유는 첫째로 360 카메라가 아직 매력적이지 않았고, 둘째로 360 카메라로 촬영한 콘텐츠를 어떻게 전달하는 게 최선인지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에 인스타360 나노(Insta360 Nano)를 받았다. 세계 최초 아이폰 전용 360도 VR 카메라라는 수식어가 붙은 카메라다. 이 역시 얼리어답터에서 소개한 바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360도 동영상은 너무 낯설다. 그리고 아마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리라. 그래서 얼리어답터가 먼저 낯선 360도 카메라로 평범한 일상을 다르게 담아보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360도 동영상 촬영 가이드를 정리했다. 인스타360 나노와 함께 말이다.

 

 

 

 

인스타360 나노 살펴보기

인스타360 나노를 받으면 이내 독특한 패키지에 눈이 간다. 패키지에 유리가 박혀있다. 제품을 모두 꺼내면 패키지가 어떤 모양을 갖추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카드보드 타입의 VR 고글이다.

 

 

유튜브에서 카드보드 아이콘을 누르면 화면이 반으로 나뉜다. 이를 스마트폰 넣는 부분에 꽂아넣고 유리를 통해 스마트폰을 보면 실감 나는 VR 영상을 볼 수 있다.

 

360도 영상을 찍고 곧바로 VR로 볼 수 있는 아이디어 패키지는 매력적이다. 다만, 패키지의 특성상 일정 두께 이상의 스마트폰은 넣기가 어려운 점. 그리고 가운데 정렬 후 고정을 지원하지 않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별도의 액세서리를 이용하면 인스타360 나노를 삼각대 마운트에 연결할 수 있다. 삼각대 마운트를 이용하면 다양한 액세서리에 연결할 수 있어 활용도가 대폭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360도 동영상 촬영하기 1 – 익숙해지기

 

촬영하기 전, 기기에 익숙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군다나 전혀 낯선 기기로 낯선 형태의 영상을 촬영하는만큼, 기기에 충분히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스타360 나노를 이리저리 만져보면서 독특한 부분이 눈에 보인다. 제품과 어울리지 않는 라이트닝 단자다. 자세히 보니 케이스 옆에는 MFi(Made for iPhone) 인증 마크도 보인다.

 

아이폰에 연결하니 자동으로 전용 앱 설치 안내가 뜬다. 물론 케이스를 끼우면 연결할 수 없다. 아이폰5s 이하면 역시 연결할 수 없다.

 

 

‘Insta360 Nano-For shooting 360-degree image/video’라는 장황한 이름의 앱을 다운로드해 실행했다. 실행하면 거꾸로 돌아간 화면이 뜬다. 이는 라이트닝 단자에 연결해 촬영할 수 있도록 한 결과다.

 

조금 산만한 UI가 고개를 든다. 인스타360 나노를 연결하고, 연결하지 않았을 때 조금씩 UI가 달라 익숙하기가 처음엔 쉽지 않았다. 촬영을 마친 지금도 어떤 메뉴를 찾아가려면 더듬더듬 찾아가게 된다.

 

 

아이폰과 연결해서만 쓸 수 있냐면 그것은 아니다. 전면에 있는 버튼을 눌러 촬영할 수 있다. 한 손에 쏙 들어가는 110x33x21mm의 크기라 그립감은 오히려 이쪽이 더 좋다. 무게도 70g이라 부담 없다.

 

인스타360 나노의 전면 버튼을 길게 누르면 뒷면에 파란 LED가 켜지면서 전원이 켜진다. LED가 초록색으로 바뀌면 그때부터 기기만 가지고 촬영할 수 있다.

 

버튼을 몇 번 누르느냐에 따라 사진(1번), 영상(2번), 타이머 사진(3번)을 찍을 수 있다. 저장하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조금 참을성을 갖고 기다리는 게 좋다. 촬영한 결과물은 아이폰과 연결해서 볼 수 있다.

 

 

360도 동영상 촬영하기 2 – 촬영 내용 정하기

 

기기에 익숙해졌다면,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촬영을 할지, 어떻게 촬영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 대표적인 게 촬영 준비물. 카메라만 딸랑 들고 나가면 망치기 쉬우니 촬영을 도울 준비물을 준비해야 한다.

 

먼저 무엇을 촬영할지 촬영지를 골랐다. 활동적인 동영상을 찍을 수도 있었으나 360카메라의 손 떨림 방지 기능이 아직 충분하지 않고, 여건이 충분하지 않아서 서울 시내 넓은 풍경을 담아보기로 결정했다. 여러 후보지를 골라 그중 일부를 선택했다.

 

탁트인 광장을 담을 수 있는 보신각광화문, 많은 사람이 오가는 명동, LED 장미 정원이 아름답다는 DDP, 다리 위에서 천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청계천을 최종 결정했다.

 

촬영 후 바로 결과를 올릴 수 있지만, 이는 깔끔한 동영상이 아니기에 촬영을 마치고 편집까지 한 다음 업로드하는 계획을 세웠다.

 

 

 

360도 동영상 촬영하기 3 – 준비물 정하기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촬영을 할 것인지 결정한 후에는 촬영을 위한 액세서리를 준비해야 한다. 액세서리 없는 촬영은 하기도 어렵고 결과물도 만족스럽지 않으므로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

 

회의 끝에 모노포드, 삼각대, 스마트폰 거치대, 고릴라포드 등을 고민했다. 최종적으로 셀카봉삼각대, 그리고 인스타360 나노 전용 삼각대 마운트 액세서리, 보조배터리, 여분의 마이크로 SD 카드를 선택했다.

 

 

스마트폰과 연결해 촬영하려고 했으나,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상대적으로 배터리 소모가 빨라 촬영이 어려우리라 판단했다. 따라서 동영상 편집하면서 앞뒤로 일부를 자르기로 하고 인스타360 나노만으로 촬영하기로 했다.

 

만약 원격으로 연결할 수 있어 스마트폰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면 불필요한 일이 많이 줄었을 텐데, 이는 아쉽게도 지원하지 않는다.

 

 

 

360도 동영상 촬영하기 4 – 촬영하기

 

모든 결정을 마치면 일정에 맞게 촬영해야 한다. 촬영하는 도중에도 저장 공간은 충분한지, 배터리는 문제가 없는지, 혹시 촬영을 잘못하지 않았는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1. 보신각

 

첫 촬영지는 보신각. 넓게 트인 광장과 동시에 차도가 있어 차가 움직이는 모습을 매력적으로 담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360도 동영상을 촬영할 때, 카메라 아랫부분은 화면이 일그러지는 등 사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인스타360 앱에서는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덮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얼리어답터 로고 이미지를 넣어 촬영을 진행했다.

 

 

카메라가 켜졌는지 켜지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LED를 봐야 했다. 문제는 LED 크기가 작아 밝은 곳에서는 제대로 켜졌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손으로 그늘을 만들어 한참을 보고 촬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간단한 비프음을 지원하는 방식도 도움이 되리라 싶다. 전면 버튼을 두 번 눌러 초록색 LED가 깜빡이는 것을 보고 물러섰다.

 

 

 

 

#2 청계천

 

다리 위에서 촬영하면 청계천을 중심으로 나눠진 풍경과 오가는 사람, 차량을 빠르게 담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광교에서 1차 촬영이 끝나고 좀 더 물 가까이에서 촬영하기 위해 천으로 다가가 다시 다리위에서 동영상을 찍었다.

 

인스타360 나노에 삼각대 마운트를 연결하고, 이를 다시 셀카봉에, 다시 셀카봉을 삼각대에 연결해 고정했다. 촬영을 누르고 셀카봉을 길게 해 공중 높이 인스타360 나노를 올렸다.

 

360도 동영상을 찍을 때, 지면과 가까우면 상대적으로 화각이 예쁘게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삼각대 다리가 아래 나오는 현상이 있어 이를 줄이고자 좁고 높은 곳에 인스타360 나노를 놓았다.

 

 

타임랩스 효과를 내려고 동영상은 충분한 시간을 담았다. 약 8배속으로 돌렸을 때 10초 분량을 만들고 싶다면 800초 정도를 담아야 한다. 13분 20초.

 

그리고 촬영을 시작하고 셀카봉을 밀어올려 고정하는 시간, 촬영자가 이동하는 시간, 카메라를 회수하는 시간을 고려해 넉넉하게 15분 정도를 촬영했다.

 

 

촬영한 결과물은 그때그때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확인했다. 스마트폰 앱에서는 동영상을 행성, 어안, 원근 등으로 바꿔서 볼 수 있었다. 360 동영상이 아닌 일반 동영상으로도 쓰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다.

 

 

 

 

#3 광화문

 

광화문 앞은 뻥 뚫린 광장과 정면에 있는 광화문, 그리고 양 쪽에 건물이 늘어져 독특한 풍경을 담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또한, 행인이 많아 역동적인 영상을 찍을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예상대로 많은 사람이 오갔다. 문제는 행인이 삼각대를 치거나 하면 곤란하므로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는 거리에서 확인해야 했다. 동시에 너무 한 장소에 있으면 타임랩스에서 눈에 띄게 되므로 적당한 장애물을 찾아 몸을 숨겨야 하는 점이 번거로웠다.

 

 

촬영을 마치고 혹시 몰라 동영상 파일을 컴퓨터로 백업했다. 15분 남짓 촬영한 동영상의 용량은 3.94GB로 결코 적은 용량이 아니었다. 360도 모두를 촬영해야 하므로 자연스레 용량이 커진 느낌이다.

 

 

 

 

#4 명동

 

 

명동 일대에서 촬영할 때는 인스타360 나노를 들고 직접 움직이는 촬영을 진행했다. 마찬가지로 인스타360 나노를 셀카봉에 끼운 상태로 움직였다.

 

 

높이 올릴수록 더 좋은 영상을 담을 수 있었으나, 높이 올리다가 손 떨림이 그대로 기록될 수 있어 타협점을 찾아야 했다.

 

몇 번 시도 끝에 최대한 안정적으로 잡으면서도 높이 올릴 수 있는 지점을 찾아 움직였다.

 

 

스마트폰으로 확인했을 때, 심각하게 손 떨림이 기록되진 않아 촬영을 마무리했다.

 

 

 

#5 동대문 DDP

 

동대문 DDP 장미 정원이 유명하다 해서 촬영을 이어갔다. LED가 켜지면 더 아름다운 곳이었겠으나, 해가 지려면 시간이 꽤 남았고, 오가는 사람이 없어 상대적으로 심심한 결과물이 나왔다. 촬영할 때 예쁜 풍경만큼이나 오가는 사람을 담아내는 게 좋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360도 동영상 촬영하기 5 – 편집하기

 

촬영을 마친 결과물은 보기 좋게 편집하는 과정을 거쳤다. 타임랩스 결과물을 위해 동영상을 빨리 감는 과정, 그리고 장소에 알맞은 자막을 배치하고, 불필요한 장면은 자르고 자연스럽게 잇는 과정을 거쳤다.

 

인스타360 나노에서는 전용 프로그램을 지원해 360도 동영상을 편집할 수 있도록 했다. 동영상 편집은 영상 편집 전문가에게 맡기고, 편집과 관련해 몇 가지를 물어봤다.

 

Q. 전용 프로그램은 쓸 만합니까?
A. 하나의 파일에서 일부분을 잘라내긴 편합니다. 하지만 일반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처럼 여러 장면을 하나로 합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360도 동영상 편집 시, 바닥에 로고를 넣는 건 유료 코덱을 사야만 했는데, 전용 프로그램은 이를 지원하는 게 가장 좋았습니다.

 

Q. 360 영상을 편집할 때 어떤 프로그램을 이용했나요?
A. 동영상 하나하나는 인스타360 나노 전용 프로그램을 썼고, 나눈 동영상을 하나로 합치려고 애프터이펙트와 프리미어를 활용했습니다.

 

Q. 기타 360 동영상을 편집할 때 어떤 것을 신경 써야 할까요?
A. 만약 자막을 넣는다면 텍스트의 간격이나 위치를 신경 써야 합니다. 360 동영상으로 업로드했을 때 굴곡질 수 있으니 이를 신경 써야 하고요. 그리고 유튜브에 업로드했을 때, 그냥 올리면 넓게 펴진 동영상이 되므로 유튜브 메타데이터 삽입 프로그램을 이용해 360도 동영상 정보를 입혀줘야 합니다.

 

 

360도 동영상 촬영하기 6 – 감상하기

 

분명한 목적이 있었고, 편집을 고려한 촬영을 진행해 편집은 큰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편집을 마쳤으면 웹브라우저에서, 혹은 VR 기기를 이용해 감상할 수 있다.

 

촬영한 결과물은 아래와 같다. 3K에 이르는 화질이라지만, 그만큼 넓은 화면을 담는 만큼 화질은 생각만큼 만족스럽진 않다.

 

 

360도를 지원하는 브라우저에서 확인하면 시점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유튜브 플레이어 오른쪽 아래 있는 카드 보드 아이콘을 누르면 화면이 둘로 나뉜다. 이때 패키지에 스마트폰을 끼워 넣으면 좀 더 실감 나는 화면을 즐길 수 있다.

 

전용 프로그램인 인스타360 스튜디오를 이용하면 다양한 화각의 화면을 만들 수 있다. 어안, 행성, 원근 세 가지 모드를 이용할 수 있으며, 행성 모드로 영상을 편집하면 아래와 같은 결과를 볼 수 있다.

 

 

이렇게 편집하면 360도 동영상이 아닌 단순 평면 동영상이 되므로 VR을 이용할 수는 없으나 독특한 분위기의 영상을 만들 수 있다.

 

 

 

360도 동영상 촬영을 마치며

 

1. 패키지만으로도 촬영부터 감상까지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좋다.
2. 인스타360 나노는 작고, 가벼워 쉽게 촬영할 수 있다.
3. 촬영하기 전 기기를 충분히 손에 익힌 후 촬영해야 한다.
4.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촬영할지 미리 검토를 반드시 해야 한다.
5. 높고, 좁은 바닥에 놓고 찍는 게 풍경을 찍을 때는 효과적이다.
6. 영상 용량이 상당하므로 그때그때 확인해야 한다.
7. 좋은 결과물을 얻으려면 전용 프로그램 외에도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인스타360 나노는 작고, 가벼워서 손쉽게 촬영할 수 있다. 다른 360카메라와 다르게 촬영한 결과물을 공유할 방법을 여러모로 신경 쓴 점도 인스타360 나노의 특징이다. 앞서 살펴봤듯 단독 촬영을 지원하나 원격으로 셔터를 누를 수 없는 점은 촬영하면서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다.

 

360도 카메라가 아직 충분히 무르익었느냐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인스타360 나노는 360도 동영상 촬영을 맛볼 수 있는 꽤 괜찮은 기기다. 360도 동영상 콘텐츠가 아직은 낯선 만큼, 어떻게 촬영할 것인지 촬영 전 충분히 고민이 필요하다.

 

고민 끝에 촬영을 진행한다면 인스타360 나노는 꽤 즐거운 경험을 선사해주리라 믿는다.

슬림한 디자인
간편한 휴대성
제한적인 단독 촬영
촬영 결과물의 품질
편집 프로그램 지원
테크와 브랜드를 공부하며 글을 씁니다. 가끔은 돈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