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재미없어하는 세 가지 이야기는 군대, 축구 그리고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라는 말이 있다. 물론 우스갯소리지만 실제로 내 주변에도 군대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는 여자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평소 별종(?)으로 취급 받는 나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남자가 둘 이상 모인 자리에선 어김없이 군대이야기가 등장하곤 하는데 소원수리, 복무신조, 완전군장 등의 군대 용어가 나올 때면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마냥 신기하고 궁금하다.
이런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극도로 신나게 만든 행사가 얼마 전 일산 KINTEX에서 열렸다. 바로 2016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대한민국 지상분야의 최첨단 무기·장비 기술을 알리는 자리로,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각종 무기와 장갑차, 자주포, 무인기, 대공화기 등의 첨단 장비를 직접 보고 만지며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보기만 해도 눈이 휘둥그레지는 아이템이 많아, 잠시 목적을 잊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신나게 구경을 했다. 우리나라의 무기 개발 기술이 이렇게나 뛰어났다니! 절로 든든해짐을 느낀다. 35개국의 육군참모총장과 수십여 명의 군 장성, 전 세계의 바이어들이 우리나라의 기술을 보기 위해 모였다고 하는데 다들 나만큼이나 놀라지 않았을까.
행사장 곳곳을 돌다 드디어 얼리어답터가 만나기로 한 에어로뷰(aerovu)의 부스를 찾았다. 화창한 하늘의 색을 닮은 화사한 부스 중앙에 매달려있는 작은 비행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 창공을 가르는 한 마리의 검은 매가 떠오르는 곳이다.
에어로뷰는 드론 전문 회사다. 이날은 군사용 드론, 즉 무인정찰기인 K-Hawk를 필두로 침입 감지 센서인 E-UGS와 이동식 주둔지 감지 시스템 RAPID, 드론의 불법적 사용을 제지하는 DRONE DOWNER와 DRONE TRACKER 등을 선보였다.
K-Hawk의 전신은 미국의 정찰용 무인항공기 전문 업체인 ARA에서 10여년간 미군에 공급하고 있는 Night Hawk다. 아프가니스탄 등의 분쟁 지역에서 사용되며 성능이 이미 입증되어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에어로뷰는 바로 ARA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더욱 진화된 K-Hawk를 완성시킨 것. 탄소 섬유를 사용한 기체 덕분에 가볍고 견고하고 한 명이 휴대하고 운용할 수 있다.
이번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을 위해 에어로뷰의 협력업체인 미국의 ARA 소속 엔지니어 세 명이 방한했다. 잠시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Alek Jadkowski라는 파일럿이 흔쾌히 응해줬다. 물론,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통역이 함께할 수 밖에 없었음은 씁쓸한 현실.
Q. ARA라는 곳은 어떤 곳인가요?
ARA는 오늘 소개해드린 방위 산업은 물론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지구 과학, 의료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회사입니다. 대부분 엔지니어로 구성되어있으며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연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미국 군사 분야에서 ARA의 입지는 어느 정도 인가요?
ARA는 미국의 여러 에이전시들과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하고 있는데요. 주로 작은 규모의 하이테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직접 미군에 제품이나 아이템을 공급하는 형태는 아니고 특정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에 대한 하이테크 솔루션을 제공하는 형태죠.
Q. 에어로뷰와 협력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저희 제품 중에 사람이나 특정 물체에 대한 움직임을 감지하는 E-UGS 센서가 있는데요. 한국에도 E-UGS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고, 그 기술을 ARA가 가지고 있다 보니 기술 제공을 위해 한국에 방문했다가 에어로뷰를 알게 되었습니다. 에어로뷰의 목표나 비전이 저희가 가진 기술과도 잘 맞아 이렇게 관계를 맺게 되었던 것 같네요.
Q. K-Hawk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예전에 ARA의 Night Hawk를 한국에 들여와서 데모 시연을 한번 한 적이 있는데요. 원래 Night Hawk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개발된 제품이에요. 아프가니스탄은 산으로 막혀있는 지형 없이 대부분 뻥 뚫려있는 광활한 지역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지형이 좁고 산이 많아 Night Hawk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없더군요. 그래서 한국과 같은 지형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ARA에 Night Hawk와 E-UGS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어요.
그렇게 탄생한 K-Hawk의 주된 특징은 좁고 험한 지역에도 원활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충격 분산 설계인 Deep Stall Landing 방식을 추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운행 속도와 비행 시간, 운용 반경도 향상 되었어요.
Q. 드론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어려서부터 하늘을 나는 물체에 대한 흥미가 있었어요. 학생 때도 늘 RC 비행기를 가지고 놀았고, 비행기가 너무 좋아 육군에서 8년 동안 헬기 파일럿으로 있었죠. 전역 후에는 전문 파일럿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단발 엔진, 쌍발 엔진, 세일플레인, 헬리콥터, 패러글라이더 등 나는 물체라면 가리지 않고 모두 접해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드론도 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늘을 나는 다른 무언가가 등장한다면 또 도전해보겠죠.
Q. 엔지니어가 된 후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당연히 K-Hawk를 설계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면서 기존의 제품과 다른 부품들을 구해서 조합도 해보고 조립도 하면서 여러 시도를 했었죠. 그 결과 오늘 선보인 K-Hawk가 탄생한 것입니다. 제 경력에도 큰 의미를 가지며 제 삶의 이정표가 되었기에 지금 이순간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Q. 기술을 구현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무인기라는 것이 워낙 설계 영역이 굉장히 복잡한데다 요구하는 조건들이 대치, 대립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무인기는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좋아야 하죠. 사실 강하면서 무겁거나, 약하면서 가볍게 설계하는 것은 쉽지만 강하면서 가볍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이런 모순적인 요구 조건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설계를 하는 중에도 끊임없이 타협하면서 중립점을 찾는 상황이 반복 되었어요. 그 과정이 굉장히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Q. 요즘 드론의 트렌드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다고 생각하나요?
아주 먼 미래를 내다본다면 드론때문에 저 같은 파일럿이 사라질 것 같아요. (웃음) 물론 한참 후의 이야기고 한동안은 수동 조종이 필요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드론이 파일럿을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드론이 파일럿보다 훨씬 저렴하고 안전하기 때문이에요. 이미 드론의 추세가 무인 항공 쪽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가까운 미래에는 농업이나 화재 진압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미 한국에서는 농약을 뿌릴 때 드론을 사용하고 있더군요. 미국은 아직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비행기로 농약을 뿌려요. 지난 주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농업에 드론을 활용하는 것이 불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아주 위험한 일이에요. 농약을 뿌리기 위해서는 저공 비행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전깃줄이나 나무 등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해 매년 사망자도 생기고 있죠.
드론의 기술로만 본다면 완전한 자유 주행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완전한 자유 주행이라는 것은 어떤 지시 없이 알아서 경로를 설정하고 비행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장애물을 감지하고 알아서 회피 비행을 한다던가 하는 형태가 될 것 같아요. 그때가 되면 드론이 알아서 판단하고 비행하는 시대가 되겠죠. K-Hawk에도 이런 자유 주행 초기 형태의 기술이 들어가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UGS 시스템과 K-Hawk가 서로 연동되고, E-UGS에서 어떤 위치에 동작을 감지하여 K-Hawk로 보내면 그 위치로 자동 이동하게 되는 것이죠.
Q. 드론에 관심이 많은 분들을 위해 한 마디 부탁 드려요!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드론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시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라나 군대가 드론 기술을 발달시키는 것은 아니잖아요. 전 드론에 대한 열정을 가진 진정한 마니아들이 드론 기술의 발전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리저리 실험을 해보고 더 좋은 성능을 위해 연구하는 그들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어요. ARA와 에어로뷰도 어떻게 보면 새로운 것, 더 좋은 것을 만들고자 하는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니까요. 그러니 계속해서 애정을 가져주세요.
이처럼 드론을 향한 꿈과 열정으로 똘똘뭉친 사람들이 만들어낸 에어로뷰의 K-Hawk. 비록 일반인을 위한 제품은 아니지만 에디터같은 여자에게도 흥미를 끌 만큼 매력적인 분야임은 확실하다. 에어로뷰는 앞으로 군사분야는 물론 산업 및 공공안전 분야와 레저·문화 컨텐츠 등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도 드론의 영역을 넓혀 새로운 삶의 질을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앞으로 드론의 활용도와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우리 생활의 곳곳에서 활용되는 드론의 모습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