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가성비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브랜드 ‘샤오미’. 그 중에서도 샤오미 피스톤 이어폰은 국내에서만 10만대 이상, 세계적으로는 1,000만대가 넘게 판매되었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샤오미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그 이름 뒤에서 디자인부터 제조까지 모든 것을 담당한 곳이 원모어(1More)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에디터 역시 얼리어답터에서 트리플 드라이버 이어폰 E1001 리뷰를 진행하기 전까지 원모어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었다.
얼마 전, 얼리어답터에서 원모어의 Gary Hsieh 대표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샤오미’가 아닌 ‘원모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시장에 당당하게 첫발을 내디딘 그와의 만남! 대만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와 달리, 한국어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인 에디터 덕분에 10문 10답의 간단한 인터뷰는 통역을 거쳐 꽤 긴 시간 진행되었다.
Q1.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원모어에 대한 소개 한 말씀 해주세요.
간단하게 말해 ‘원모어(1More)’는 대중들이 선호하는 음향기기를 만드는 대만의 음향 전문 기업입니다. 잘 알고 있는 샤오미 피스톤 이어폰은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모두 원모어의 기술로 만들어졌습니다.
Q2. 전세계적으로 샤오미 피스톤의 인기는 엄청났는데,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 계획은 없나요?
샤오미와의 만남은 엄청난 성과를 이뤘습니다. 특히 피스톤2의 경우 저렴한 가격에도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하죠. 이 제품만으로 전 세계에서 천만 개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고, 덕분에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ASUS, MISFIT, DOCOMO 등의 기업과도 모두 ODM 방식으로 원모어가 생산을 담당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큰 브랜드들과의 협업도 계속하면서 동시에 원모어만의 브랜드도 함께 키울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샤오미가 선호하는 ‘저가’의 컨셉에 맞춘 것이 피스톤이었다면, 여기에 훨씬 뛰어난 기술과 기능이 추가되어 출시되는 것이 원모어 제품이에요. 아마 직접 들어보시면 바로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Q3. 원모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어진 것인지 궁금하네요.
(이 질문을 받자마자 멋쩍은 듯 웃기부터 하던 Gary Hsieh 대표) 사실 원모어의 이름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먼저, 조금 창피한데 보통 브랜드를 이름 순으로 정렬할 때 A가 들어가면 맨 앞에 오게 되잖아요. ABC 보다는 AAA가 앞서고. 그런데 여기에 3M처럼 앞에 숫자가 들어가면 A보다도 또 한참 앞서서 나오게 돼요. 눈치 채셨겠지만 그래서 앞에 1을 넣었습니다. 그러면 3M보다도 한참 앞서서 나오게 되죠.
두 번째는 조금 자랑스럽게 소개해드릴 수 있는데, 최고(No.1)가 되고 싶은 마음과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more) 노력하고 나아가는 기업이 되고 싶다는 의미에서 1More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Q4. 언제부터 이 업계에 종사하셨나요?
소비자가전 분야에서의 모든 경력을 따진다면 30년 가까이 되고요. 원모어를 설립하기 전에는 대만의 폭스콘(Foxconn)이라는 회사에서 근무하며 애플 아이팟과 아마존 킨들의 개발을 담당했습니다. 이 두 제품은 처음부터 개발에 참여했기에 상당히 애착이 가요. 그리고 원모어는 2013년에 설립되어 이제 3년정도 되었네요. 3년 동안 이어폰은 약 2,600만개 판매했고 iF, 레드닷 등 10가지 정도 수상도 했어요. 아실지 모르지만 곰인형 거치대로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았습니다. 한국에는 출시가 되지 않았지만 스마트 토크 기능이 있는 곰인형도 중국에 출시됐었죠.
Q5. 곰인형은 음향기기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데 원모어 제품엔 늘 따라다니더군요.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죠?
처음 설계할 때 전시도 하면서 거치도 할 수 있는 제품이 없을까 해서 만들게 됐어요. 인형 특성상 폭신폭신한 재질이다 보니 제품 보호 효과도 있어서 더 좋더군요. 이제는 원모어의 트레이드마크가 됐습니다.
Q6. 원모어를 만드는데 영감을 준 아이템이나 계기가 있나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음악 듣는 것을 무척 좋아했기에 그 당시 LP를 구입해서 듣곤 했습니다. 학생 신분이다 보니 큰돈을 들여 음향기기를 구입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결국 스피커나 주변 음향기기를 직접 만들어서 들었어요.
다행히도 이런 음악에 대한 열정과 경험들이 도움이 되어 폭스콘에 입사하게 됐고, 폭스콘을 나와서는 학생 때처럼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좋은 제품을 만들고, 제가 만든 그 제품을 통해 누군가가 음악을 들으며 감동을 받게 된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더 좋은 감동을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원모어를 설립했습니다.
Q7. 본격적인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계신데요. 한국 시장을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패셔너블하고 뛰어난 감각을 지닌 곳이에요. 백화점이나 어느 샵을 가도 감각적인 디자인 제품들이 가득하며 음악이나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도 유행을 선도하는 곳이죠. 사실, 원모어의 모토가 바로 패셔너블한 것과 얼리어답터처럼 선도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한국은 원모어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며 한국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에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Q8. 한국은 워낙 편견이 심한 시장이기도 한데, 어떻게 극복하실 생각인가요?
사실 전 세계의 모든 나라가 다 편견이 심하죠. 대만에서도 중국에서 왔다고 하면 괜히 꺼려하는 등 편견이 심한 편이에요. 하지만, 제품만 우수하다면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편견은 자연스레 완화되지 않을까요?
12년산, 15년산, 20년산 술을 마시면서 다른 맛과 풍미를 느끼듯이 사람들이 직접 써보고 경험하면서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더 좋은 제품을 연구하고 출시하는 데에만 노력하고 집중하다 보면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해보고 좋다고 느끼게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편견은 없어지겠죠. 인터넷에서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리뷰나 평가를 작성하고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다 보면 그런 것을 통해서 편견이 사라질 테고요. 그래서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저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할 생각이에요.
Q9. 글로벌 탑 브랜드라 손꼽히는 슈어나 보스, 젠하이저 등이 이미 자리하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원모어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물론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고가의 제품들이 많지만 그런 제품들과 비교해서 들어보아도 원모어 제품이 절대 뒤지거나 하지 않습니다. 가격적인 부분에서의 경쟁력도 빼놓을 수 없고요. 컨슈머리포트에서도 ‘2016년 여름을 위한 최고의 이어폰과 무선 스피커(Best Headphones and Wireless Speakers for Summer)’로 1위를 달성한 적도 있습니다.
음향기기 브랜드를 피라미드로 그려보면 아래에는 저렴한 제품을 사용하는 많은 고객들이 위치하고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고가의 좋은 제품을 사용하는 소수의 고객들이 자리하기 마련입니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그 피라미드의 위쪽으로 올라가기 위해 노력하죠.
하지만 원모어의 생각은 달라요. 저희는 피라미드의 위쪽으로 오르기 보다는 이 피라미드를 거꾸로 뒤집어서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퀄리티가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사용하며 정상에 오르게 되기를 바라죠. 즉, 품질은 좋지만 가격은 비싸지 않아 누구나 좋은 음질의 음향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중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이어폰 구매고객의 약 80%가 품위를 추구하면서도 1만원~10만원 내외의 이성적인 소비를 지향하는데 지금 시장을 보면 대부분의 이어폰들은 품질이 낮으면서 저렴하거나, 품질이 좋은 것은 프리미엄을 강조하면서 터무니없이 비싸요. 중간이 없죠. 원모어는 바로 이 중간을 공략 포인트로 잡고 있습니다.
원모어의 제품은 모든 지역에서 소비자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인데요. 구매 평점과 리뷰도 200만개를 넘었고 그 중 98% 이상이 만족한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중국에서 실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일부 프리미엄 제품과 원모어 제품 비교 테스트에서는 원모어 제품의 성능이 더 좋게 나왔고 만족도도 매우 높았어요.
몇 년간 회사를 운영해보니 중국에서는 가장 많이 팔리고, 미국에서는 평가가 가장 좋으며, 한국은 성장률이 가장 빠르다는 특징이 있네요.
Q. 원모어의 제품 중 가장 추천하고 싶거나 애착이 가는 제품은 무엇인가요?
모두 제가 만드는 제품이기에 자식 같아서 하나를 선택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꼭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E1001 이어폰이 미국에서 매우 좋은 평을 받으며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고, 그래미상 4회 수상자이자 원모어 제품을 튜닝한 엔지니어, 루카 부그나르디(Luca Bignardi)가 가장 좋아하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그분들의 의견을 따라야겠죠.
끝으로 그는 조만간 블루투스 스피커를 비롯해 강력한 성능과 기능을 탑재한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는데, 사람들에게 소리로 감동을 주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모두의 마음을 울릴 원모어의 제품을 내심 기대해본다. (절대로 한국 고객들을 위해 원모어의 전속 모델인 주걸륜과의 방한을 계획하고 있다는 말 때문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