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키보드 쓰세요?”
직원 1 : 기계식 키보드(갈축) 쓰고 있어요. 매일 키보드 두드리는 게 일이기도 하고 좋은 장비를 갖고 싶어서 쓰고 있죠.
직원 2 : 애플 매직키보드 쓰고 있어요. 그냥 다른 이유는 아니고 맥북을 쓰다보니 호환도 잘 되고 예쁘기도 하고 겸사겸사랄까요?
직원 3 : 기계식 키보드(청축) 쓰고 있습니다. 우연히 리뷰를 하게 되었는데 그 후로 쭉 쓰고 있어요. 소음이 커서 키스킨 씌워서 쓰고 있지만 타건감은 그럭저럭 괜찮네요.
직원 4 : 저도 청축 기계식 키보드 쓰고 있습니다. 흑축이 사고 싶었는데 제품이 잘못 배송되는 바람에… 교환 할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쓰고 있죠. 나름 만족해요.
직원 5 : 그냥 회사에서 주는 키보드 쓰고 있어요. 가끔 불편할 때도 있는데 그냥 쓰는 거죠 뭐. 키보드가 타자만 잘 쳐지면 되는 거 아닌가요?
주변을 둘러보니 기계식 키보드 유저가 꽤 많이 보입니다. 단순히 컴퓨터 주변 기기에 불과했던, ‘입력만 잘 되면 아무거나 괜찮아’라고 인식되던 키보드였는데요. 알게 모르게 좋은 키보드에 대한 수요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었네요.
최근 들어서는 게임 산업에서도 기계식 키보드가 주목 받고 있습니다. LED를 내장한다거나 ‘게이밍 키보드’와 같은 네이밍으로 마케팅하는 경우가 많이 보이죠. 0.1초 내외의 컨트롤로 승부가 갈리는 게임 특성상 좀 더 빠르고 정확한 입력이 요구되는데요. 이런 부분을 기계식 키보드의 성능이 충족시켜 주죠.
“기계식 키보드에 대해 아시나요?”
기계식 키보드?
기계식 키보드라면 독특한 타건감과 찰칵거리는 소리를 가장 먼저 떠올릴 텐데요. 키 하나하나에 스위치가 탑재되어 있는 키보드를 기계식 키보드라 합니다. 이 때문에 기계식 키보드는 독특한 타건감과 소리라는 특징을 지니게 되는 것이죠. 키 마다 스위치가 탑재되어 있는 만큼 가격 또한 높습니다. 비싼 만큼 내구성도 뛰어난 편이죠.
기계식 키보드는 30~40년 전부터 사용했던 방식입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컴퓨터를 사면 하나씩 끼워주곤 했죠. 값싼 멤브레인 키보드에 자리를 내주기 전까진 대중적인 키보드였습니다. 그러다 최근 들어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는데요.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다양한 제조사에서 텐키리스 구조, LED 탑재 등 용도와 취향에 맞게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는 게임용이다’라고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의 스위치 속에는 스프링이 자리잡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멤브레인 키보드보다 반발력이 뛰어나고 빠른 입력이 가능합니다. 이런 장점은 게임 하는 데 있어 유리하게 작용하는 부분은 맞지만 일상에서나 업무에 사용할 때도 손가락의 피로와 오타를 줄여주는 장점을 보여주죠.
기계식 키보드의 구분
기계식 키보드는 방식에 따라 크게 3가지 타입으로 구분됩니다.
클릭 타입(Click Tactile / 청축) : 타건감이 뚜렷한 만큼, 찰칵찰칵 소리도 큼.
넌클릭 타입(Soft Tactile / 갈축, 백축) : 소리가 거의 없지만, 타건감은 뚜렷함.
리니어 타입(Linear / 적축, 흑축) : 반발력이 가장 세지만, 소리는 거의 없음.
흔히 기계식 키보드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방식을 클릭 타입이라 보시면 됩니다. 특유의 타건감과 찰칵찰칵 소리가 특징이죠. 때문에 클릭이라는 명칭이 붙었겠지만, 소리가 때로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사용하다간 눈총을 받기 십상이죠.
넌클릭 타입은 말 그대로 찰칵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고, 키 입력시 손가락으로 전해지는 느낌은 아주 뚜렷한 방식입니다. 기계식 키보드의 타건감을 원하지만, 특유의 소음은 원치 않을 경우 선택하는 경우가 많죠.
리니어 타입은 키 입력이 아주 부드럽습니다. 걸리는 느낌 없이 쑥 내려가는 느낌이라 리니어라는 명칭이 붙은 것 같네요. 반면 키 입력 시 튕겨 나오는 반발력도 세기 때문에 빠른 타이핑이나 연속 입력을 많이 할 경우 용이합니다.
기계식 키보드 스위치 제조사
현재 기계식 키보드의 스위치를 생산하는 제조사인 체리, 오테뮤, 카일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어떤 회사가 기계식 키보드를 만들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핵심 부품인 기계식 스위치를 어떤 곳에서 만들었는지도 중요하니까요.
체리
1980년대부터 기계식 스위치를 생산하고 있는 곳입니다. 역사가 오래되고 독자적인 노하우를 보유한 만큼 다른 제조사에 비해 평이 좋죠. 기계식 스위치를 제조하는 회사들 중에서 네임 밸류나 상징성 등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곳입니다. 비록 2014년에 가지고 있던 기계식 스위치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시장 점유율을 잠식당하고 있지만 아직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건재합니다.
카일
체리의 기계식 스위치 특허가 만료되면서 나타난 제조사입니다. 초기 제품은 내구성이나 키압 부분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최근 체리를 따라잡았다고 평가될 정도로 많이 상승한 추세죠. 특히 적축은 체리보다 낫다고 평가 받기도 합니다. 유통되는 제품 중 다수가 카일 축을 쓸 정도로 점유율도 꽤 높은 편입니다. 이 포스트을 작성하는 키보드 역시 카일의 청축이 탑재된 제품이죠.
오테뮤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조사입니다. 준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평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아직은 체리와 카일로 양분화된 기계식 스위치 시장에 작은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고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작은 물결로 끝날지 거센 쓰나미가 될 지는 모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기업간 경쟁으로 더 좋은 제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은 좋습니다.
기계식 키보드 축의 특징
이제 각 축의 특징에 대해 알아봅시다. 기계식 키보드에 쓰이는 축은 청축, 적축, 갈축, 간혹 흑축, 그리고 아주 드물게 백축이 있습니다. 이외에 녹축이나 오렌지축 등이 있지만 논외로 해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각 축은 스위치 압력으로 인한 타건감과 소리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데요. 직접 손끝으로 느끼고 귀로 들어봐야 합니다. 아무리 키보드 관련 커뮤니티를 뒤져도 한번 쳐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죠. 그렇지만 기계식 키보드를 접할 수 있는 곳은 한정적입니다. 용산에라도 가지 않는 한 다양한 종류의 를 체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어쨌든 ‘백문이 불여일타’입니다.

청축(클릭 타입, Click Tactile)
기계식 키보드를 생각했을 때 떠올리는 뚜렷한 타건감과 찰칵찰칵 소리가 청축의 특징입니다. 이 특징 때문에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타입이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제품 종류도 다양하고, 특히 저가형 제품이 많습니다. 동시에 가장 꺼려하는 타입이기도 합니다. 타건시 경쾌한 소리의 매력은 한번 빠지면 쉽사리 나오기 힘들 정도로 매혹적이지만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곳에서는 독으로 작용하기도 하죠.
장점 : 찰칵찰칵 소리가 키보드 두드리는 재미를 돋운다.
단점 : 시끄럽다.
스위치 압력 : 50g(±15g)
추천 제품 – 스카이디지탈 NKEYBOARD NKEY-R3 RGB(청축)
얼리어답터에서 리뷰 했었던 스카이디지탈의 제품입니다. 카일 청축을 탑재한 제품이죠. 청축 특성상 사무실에서 사용하기엔 소음의 부담스러움이 있기는 하지만… 어쩐 일인지 리뷰를 진행했던 에디터는 지금 이 순간도 찰칵찰칵 소리 내며 열심히 포스트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기능은 뜬금 없는 로또 번호 추첨 기능이었다는… 가격은 12만원 대.

갈축(넌클릭 타입, Soft Tactile)
확실히 구분되는 타건감을 가졌지만 특유의 찰칵찰칵 소리는 제거한 넌클릭 타입의 축입니다. 키를 누르는 소리를 굳이 표현하자면, 사각사각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청축의 타건감이 탐나지만 사용할 장소가 사무실이라 주변 사람들의 눈치가 보인다면 선택할 수 있는 축입니다. 그래도 멤브레인 방식보다는 소리가 크죠. 어디까지나 기계식 키보드 범주 내에서 소리가 작은 편입니다.
장점 : 소리가 작다.
단점 : 소리가 작다.
스위치 압력 : 45g(±20g)
추천 제품 – 레오폴드 FC 900R LED(갈축)
기계식 키보드 시장에서 나름의 입지를 가진 레오폴드의 제품입니다. 체리 갈축을 탑재한 제품으로 조금만 검색해 봐도 수많은 리뷰와 사용 후기를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유명한 제품이죠. 주의 깊게 봐야 할 기능은 스테빌라이저입니다. 스페이스 바나 시프트 등 형태가 일반적이지 않은 키를 눌렀을 때 한 쪽으로 무게가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퍼지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이 제품은 기존 스테빌라이저에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한 방식을 사용합니다. 가격은 10만원 대.

적축(리니어 타입, Linear)
가장 생소한 느낌을 가진 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걸리는 느낌이 없고 반발력이 강하기 때문에 같은 키를 연속적으로 입력해야 하는 게임의 유저들이 많이 찾곤 하죠. 걸리는 느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데요. 이 때문에 끝까지 누르지 않아도 입력되는, 이른바 구름 타법이 가능합니다. 눌렀는지 누르지 않았는지 구분이 안 되기에 따라오는 오타는 덤. 그리고 조용합니다. 마찰 소음과 스프링 소리만 들릴 정도로요.
장점 : 빠른 입력이 가능하다.
단점 : 오타가 많이 난다.
스위치 압력 : 45g(±20g)
추천 제품 – CORSAIR K70 RAPIDFIRE RGB(적축)
적축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커세어의 제품입니다. 체리 적축이 탑재된 제품이죠. 거의 대부분의 커뮤니티에서 찬양을 받는 모델입니다. 물론 완전 끝판왕이라 불리는 토프레의 리얼포스가 있긴 하지만… 엄밀히 말해 기계식 키보드가 아닐뿐더러 제품의 가격을 본다면 타협점으로 커세어의 제품을 찾게 되죠. 물론 이 제품 역시 24만원 대로 그렇게 싼 것은 아닙니다.

흑축(리니어 타입, Linear)
적축과 같은 리니어 타입의 축입니다. 그래서 특징의 대부분이 적축과 같죠. 구름타법도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적축을 좀 더 많이 선호하는 편이라 흑축은 인지도가 낮은 편인데요. 적축과 차이점이라 하면 키압인데 흑축이 상대적으로 무겁습니다. 묵직한 키압과 반발력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안성맞춤이죠.
장점 : 빠른 입력이 가능하다.
단점 : 키압이 무겁다.
스위치 압력 : 60g(±20g)
추천 제품 – 제닉스 TESORO M7 LED SE(흑축)
무광 코팅이 돋보이는 제닉스의 제품입니다. 체리 흑축이 탑재된 제품이죠. 2개의 USB 2.0 허브와 오디오, 마이크 단자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컴퓨터 본체를 책상 밑에 두는 경우 USB 연결, 오디오, 마이크 연결이 불편할 때가 많은데요. 이런 점들을 보다 손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가격은 11만원 대.

백축(넌클릭 타입, Soft Tactile)
갈축과 같은 넌클릭 타입의 축이지만 타건감은 좀 더 뚜렷합니다. 확실한 키 입력이 필요한 환경에서 사용하기 위한 키보드죠. 때문에 오타율이 적은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키압이 높습니다. 넌클릭 타입의 특성인 뚜렷한 타건감에 높은 키압이 가미된 축입니다. 백축을 사용하는 사람은 정말 찾기 힘듭니다. 마찬가지로 제품군도 그리 다양하지 않죠.
장점 : 타건감이 뚜렷하고 오타율이 적다.
단점 : 제품군이 다양하지 않다.
스위치 압력 : 55g(±15g)
추천 제품 – 한성컴퓨터 GTune MAF35(백축)
예전에 기계식 스위치를 만들던 알프스의 백축을 카피한 스위치를 탑재한 한성컴퓨터의 제품입니다. 레트로한 디자인이 돋보이는데요. 오래 전에 사용했던 586 컴퓨터에 증정품으로 껴있던 키보드가 딱 이 디자인이었었죠. 그 때 키보드 색깔부터 질감, 타건감 그리고 키캡의 폰트까지 최대한 재현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가격은 5만원 대.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 키보드(Capacitive Keyboard)
마지막은 정전식 키보드 또는 무접전 키보드로도 불리는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 키보드입니다. 간혹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 키보드를 기계식 키보드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기계식 키보드와 비교 대상이 이 되기는 하지만 작동 원리부터 타건감까지 전혀 다른 키보드입니다.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 키보드는 스위치를 눌러 전극이 접하는 것을 통해 컴퓨터로 신호를 보내는 기계식 키보드와 달리 일정한 압력으로 키를 눌렀을 때 전극이 접하지 않더라도 회로가 이를 감지해 컴퓨터로 신호를 보내는 방식입니다. 때문에 기계적으로 접촉하는 부분이 없어 소음이 적죠.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 키보드의 타건감은 기계식 키보드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좀 더 부드럽게 눌리는 듯한 느낌이 있죠. 키보드 압력은 보통 55g, 45g, 30g 등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제품 전체에 동일한 키압이 적용된 제품(균등)과 일부분만 다른 키압이 적용된 제품(차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추천 제품 – 토프레 Realforce104U
키보드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토프레의 리얼포스 제품입니다. 가격은 앞서 대중적인 기계식 키보드의 대략 3배쯤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일반적인 멤브레인 키보드와 비교한다면 수십 배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얘기죠. 비싼 만큼 만족할만한 키감을 가졌냐고 물으신다면… 개취가 아닐까 합니다. 역시 키보드는 ‘백문이 불여일타’거든요. 용산에 가면 리얼포스를 타건해 볼 수 있는 매장이 있으니 꼭 한번 방문해 보세요. 가격은 30만원 대.
장점 : 책상 위에 놓기만 해도 뿜어 나오는 포스
단점 : 가격이 비싸다.
키압 : 차등 키압 적용 (55g, 45g, 30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