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어답터 사무실에 오랜만에 도착한 펀딩 제품입니다.
이름은 ‘IDO’.
정확히는 ‘IDŌ Smartphone Slider’라는 제품이죠.
스마트폰으로 부드러운 달리샷을 찍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간단한 아이템입니다.

달리샷(Dolly shot)이란,
‘달리’라는 이동차에 카메라를 장착한 채로 이동하면서 찍는 영상을 말합니다.
정적인 사물을 찍더라도 화면 구도가 움직이면 지루할 틈이 없어지죠.
하지만 전문적인 장비도 필요하고 촬영하기 어려운 편인데요.
스마트폰으로 흔들리지 않고 그런 영상을 찍는다는 건
수십 만원짜리 짐벌이 아니면 아마 하지 못할 겁니다.
IDO는 합니다. 아이두 아이두. 영원히 함께하겠다는 그 말 I do~.
봄이 시작했던 지난 3월, 크라우드 펀딩으로 참여한 IDO.
구매했던 가격은 본체 27유로, 배송비가 15유로.
합계 42유로(약 5만6천원).
4월에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감된 후
5월에는 제품 색상을 선택하라는 설문이 진행됐고
6월에 예정대로 배송이 시작되면서,
7월 중순에 온전한 제품을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얼리어답터의 상징색인 오렌지 컬러를 골랐죠.
1번째 제품 : 넥스트 드라이브 플러그
2번째 제품 : 엑스키 에어 25 뮤직 키보드
3번째 제품 : 하이드라 스마트 물통
4번째 제품 : 홀가 디지털 카메라
5번째 제품 : 솔라 페이퍼
심하다 싶을 정도로 단출한 구성.
풍성한 걸 기대한 건 아니지만, 조금 허무하긴 합니다.
어쨌든 시간 잘 지켜서 제 날짜에 도착한 게 어딥니까!
제가 아는 어떤 분은 어느 날 예정에 없던 택배가 도착해서 뜯어보니,
2년 전에 펀딩했던 제품을 생각지도 못하게 받고 나서
복권에 당첨된 사람처럼 하루 종일 들떠있기도 했는데 말이죠.
2가지 길이의 제품이 있었는데요.
짧은 250mm, 그 두 배인 500mm.
500mm를 선택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250mm는 너무 짧을 것 같더라고요.
이 정도는 움직일 수 있어야 영상을 찍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요?
보관하기가 좀 애매하긴 한데 책상 한 구석에 세워 놓으니 괜찮았습니다.
이런 제품에 퀄리티를 따지고 들면 끝이 없지만
3D 프린터로 만들어낸 결과물이 주는 느낌은 다소 실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시제품을 받아본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할까요?
하긴 엄밀히 따지면 시제품이긴 하죠… 얼리버드로 미리 받은 셈이니까요.
그래도 조립을 해보면 나름대로 탄탄한 짜임새가 있습니다.
하지만 조심히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부러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말입니다.
스마트폰을 잡아주는 이 부분은 조이기가 좀 힘듭니다.
워낙 손잡이를 돌리기 힘드니 말이죠.
두께가 11mm 정도인 스마트폰까지는 넣을 수 있습니다.
아이폰 6s의 경우, 정품 실리콘 케이스를 끼우고도 아주 넉넉했죠.
아무래도 이 아이템의 생명은 부드러운 움직임일 텐데
베어링의 미흡한 마감 때문에 움직임이 뻑뻑했죠.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직접 손을 보며 계속 사용하다 보니
좀 닳았는지, 왕복운동이 전보다 부드러워진 걸 느꼈죠.
미끄럽지만 적당한 마찰력.
다만 그게 봉 전체적으로 모두 고르진 않습니다.
어쨌든 달리샷을 찍어봅니다.
찍다 보니 깨달았습니다.
좀 더 극적인 영상을 찍으려면 가까운 곳에 피사체가 있어야 한다는 거였죠.
IDO에서 풍경을 찍어도 사실 별다른 큰 효과는 없습니다.
움직이는 거리가 제한적이기 때문이죠.
넓지 않은 환경을 촬영할 때나
작은 소품을 담고 싶을 때
그럴싸한 달리샷을 간단히 촬영할 수 있는 점은 좋습니다.
아무래도 수동이다 보니
완벽하게 일정한 힘으로 스마트폰을 움직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밀어댈수록 요령이 생깁니다.
요령이 붙으면서, 영상을 찍는 즐거움 외에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소소한 재미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닥이 좀 미끄럽긴 합니다.
한 손으로 잡고 잘 지탱하며 미는 수밖에 없죠.
고무라도 작게 하나 붙어있었다면 훨씬 마음에 들었겠네요.
풍경이나 책상이 없는 야외에서 찍고 싶을 때는
별도 옵션인 Tripod 마운트를 끼우고 삼각대에 거치하면 됩니다.
직각으로 고정하면 줌인/줌아웃 같은 효과도 낼 수 있었을 텐데…
펀딩할 때 같이 살 걸 그랬어요…
이젠 후회해도 소용 없겠죠…
함께 포함되어 있던 이 마운트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DSLR을 꽂아봤습니다.
실패.
아무래도 무거운 DSLR보다는 미러리스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차분하고 안정적인 느낌의 영상.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 같은 영상.
정적이고 심심한 장면도 보기 좋게 만드는 달리샷.
이제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촬영할 수 있게 됐습니다.
IDO는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판매가 되고 있는데요.
가격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수준이고요.
평소에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는 걸 즐긴다면,
하나쯤 갖고 있어도 좋은 아이템입니다.
막상 자주 쓰지는 않겠지만…
제품 퀄리티는 아쉬워도,
좋은 아이디어로부터 탄생한
재미있고 유용한 물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