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_pro_14

필립스 피델리오가 새로운 헤드폰 시리즈를 공개했다. ‘A-프로’ 시리즈다. 여기서 A는 아마도 세계적인 DJ 아민 반 뷰렌(Amin van buuren)을 뜻할 것이다. 이 시리즈는 세계적 DJ 아민 반 뷰렌이 디자인부터 음질튜닝에 참여한 첫 결과물이다. 사실 나는 아민 반 뷰렌을 잘 모른다. 내가 아는 가장 최근의 DJ는 DJ Koo(구준엽) 정도다. 그러나 아민 반 뷰렌을 잘 몰라도 상관없다. A-프로 시리즈는 DJ들의 음악환경을 잘 구현한 시리즈이기 때문에 그 특성과 잘 맞는 이들이라면 만족스러울 것이다. 이번에 출시한 A-프로 시리즈는 A1-프로, A3-프로, A5-프로다. 그 중에서 가장 상위 기종인 A5-프로로 리뷰를 진행했다.

 

장점
1. 카리스마 넘치는 디자인  2. 중저역이 강조된 뛰어난 음질   3. 폴딩형 수납  4. 왼쪽과 오른쪽을 구분하기 쉽다.

단점
1. 머리를 압박하는 착용감  2. 장시간 청취시 귀가 피로하다.  3. 휴대하기에는 다소 무거운 무게   4. 생소한 세계 1위 DJ ‘아민 반 뷰렌’

 

첫 인상

a5_pro_13

a5_pro_12

기존 피델리오 헤드폰보다 패키지 디자인도 좀 더 다듬어 졌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신뢰감이 간다. 구성품은 케이블과 플러그, 파우치로 이뤄져 있다. 특히 DJ헤드폰답게 탈착형 코일 케이블을 제공한다. 3.5mm 커넥터가 기본이고, 추가 6.3mm용 플러그가 들어 있다. 끔찍한 디자인의 파우치도 제공한다. 첫 느낌은 단단하고 야무지고, 카리스마가 있다. 여러 개의 헤드폰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면 남자라면 가장 손이 먼저 갈 만한 느낌이다. 프로용이라고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프로패셔널한 느낌이 케이스를 여는 순간부터 느껴진다.

 

디자인

a5_pro_04

디자인에 대해서는 상당히 할 말이 많다. 우선 카리스마 넘치는 무광 블랙이다. 마치 람보르기니 레벤톤의 느낌을 떠올리게 한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모토로라의 모토쿠페(V14W)의 재질이나 느낌과도 흡사하다.
간혹 보이는 나사나 고정피스는 골드 도금을 했다. 이어컵에는 L과 R이 벌집 모양으로 새겨져 있다. 군더더기 없고 장식적 요소도 뛰어나다. 이어컵은 디제잉을 하며 트랙믹싱 할 때 유용하도록 90도로 회전한다. 일반인들이 이러고 있으면 재수 없어 보인다. 일반인에게는 필요 없는 기능이다.

a5_pro_05

힌지 디자인도 멋지다. 폴더블 구조가 한 눈에 드러나면서 빈틈 없이 설계됐다. 재질은 알루미늄이고, 합금재질의 헤드밴드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DJ가 엉망이라서 헤드폰을 집어 던지더라도 괜찮도록 튼튼하게 만들었다. 필립스는 원래 만듦새가 튼튼했기에 더 신뢰가 간다.

a5_pro_10
헤드밴드도 독특하다. 기계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힌지와 이어컵과는 달리 투박한 자수가 듬성듬성 박혀 있다. 필립스 로고 역시 자수로 표현했다. 투박함과 카리스마가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세련된 게 아니라 터프하고, 어디 한 군데가 벗겨지거나 흠집이 나도 멋으로 느껴질 정도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디자인이다. 남자는 역시 블랙이다.

 

착용감

a5_pro_02

DJ헤드폰은 편안한 착용감보다는 머리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부분의 DJ들은 머리를 마구 흔든다. 그런 흔들림에도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게 헤드밴드의 탄성이 강하다. 헤드폰을 쓰면 머리를 압박한다. 물론 리뷰어인 내 머리가 크다는 것은 감안해서 읽어주기 바란다. 작은 머리를 가진 분이라면 압박이 덜 할지도 모른다. 여담이지만 작은 머리는 정말 축복이다. 머리가 크면 모자와 헤드폰, 귀마개를 써도 멋이 안 난다. 웃길 뿐이다. 안타깝다.
이어쿠션도 처음에는 괜찮지만 오래 착용하면 귀를 압박한다. DJ헤드폰 특성상 주위 소음을 차단해야 하기 때문에 귀에 밀착되고 압박되는 느낌이다. 착용감은 전체적으로 좋지 않다.

 

음질

a5_pro_06

지난번 리뷰한 피델리오 X2를 비롯해서 피델리오 시리즈는 역대급 음질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번 A5-프로는 X2와는 음질이 조금 다르다. 오픈형이 아닌 밀폐형이며 시끄러운 클럽에서도 음악감상이 가능하도록 중저역을 강화한 모델이기 때문에 기존 모니터 성향이 강했던 피델리오 시리즈와는 음질 특성이 다르다.
우선 A5-프로는 단단한 소리속에서 부밍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저역을 살짝 부스트했다. 클럽 스피커로 듣는 음악을 최대한 재현해 내기 위해 고심하면서도 정확한 음을 잡아내기 위한 흔적이 느껴진다. 고역은 매끄럽고 결이 살아 있다. 음색은 밝고 경쾌한 편이며 깊이감보다는 생동감쪽으로 튜닝을 했다. 매력적인 것은 16옴의 임피던스다. 스마트폰이나 포터블 플레이어로도 쉽게 울릴 수 있지만 가슴을 때리는 저역을 느낄 수 있다. 50mm의 대형 유닛을 쓴 제품답게 대역폭은 상당히 넓다. 팝이나 록음악에서는 쿵쿵 거리는 저역을 들려주지만, 재즈나 보컬 음악도 좋다. 특히 여자보컬에서는 A5-프로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A5-프로 역시 가격을 뛰어 넘는 수준의 음질을 보여주며 특히 박진감 있는 음악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제품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전작인 피델리오 X2가 보여줬던 압도적인 음질 수준은 아니다. 타격감에서 2% 아쉬움이 남고, 스테이지나 깊이감도 약간씩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이건 상대적 평가일 뿐이다. 이 제품 역시 음질을 비교하려면 40만원대 가격보다는 두 배 이상의 가격표가 붙은 제품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편의성

a5_pro_11

400g의 무게는 상당히 묵직하다. 다만 접히는 폴딩구조기 때문에 이동성은 좋다. 케이블도 코일식이라서 편의성이 뛰어나다. 일반 사용시는 1.3m지만 4.7m까지 늘어난다.
50mm의 유닛을 썼기 때문에 꽤 큰 이어컵을 가졌지만 아웃도어에서 듣는다고 해서 크게 주목을 끌 정도는 아니다. 닥터 드레 정도의 헤드폰 크기에 거부감이 없다면 충분히 집안과 밖에서 사용할 만하다. 또, 약간 무겁기 때문에 휴대성이 단점이지만 폴딩이 되기 때문에 수납은 편리하다. 클럽음악이나 록음악용으로 나온 제품이지만 재즈나 현음악 같은 고역 위주의 음악도 멋지게 재생해 낸다. 사용 용도나 편의성에 있어서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 음질을 들려주면서 수납도 제공한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결론

a5_pro_15

그 동안 DJ와 협업한 헤드폰은 꽤 많았다. AKG는 티에스토와 협업했고, 스트리트는 50센트(DJ는 아니지만), WeSC는 악스웰과 협업해 헤드폰을 내놓았다. 이 제품 역시 아민 반 뷰렌이라는 세계 랭킹 1위의 DJ와 협업한 특별 에디션이다. 세계 1위 DJ라고 하지만, 사실 필립스의 고향인 네덜란드 출신이기 때문에 발탁됐을 수도 있다. 별로 중요한 건 아니다.
아민 반 뷰렌과 협업한 제품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이 제품은 여전히 피델리오 브랜드의 뛰어난 음질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 여기에 카리스마 넘치는 디자인과 DJ용 헤드폰의 타격감이라는 매력을 더한 제품이다. 착용감이 조금 아쉽지만 정확한 음질을 제공하면서도 격렬한 타격감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더 없이 멋진 헤드폰이 될 것이다. 공식 출시가는 499,000원이다.

레트로 제품을 사랑합니다. xanadu7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