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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리오 헤드폰은 참 이상한 헤드폰이다. 보통 얼마의 가격대 제품에서 기대하는 소리를 너무나 가뿐히 넘어 버린다. 다른 헤드폰 업체들에게는 악마같은 제품이다. 그런데, 시장에서 인기는 별로 없다. 차라리 가격을 더 올려서 받았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끌었을 지도 모른다. 피델리오 X2는 X1의 후속작으로 음질적 특성을 더 강조하고 플래그쉽 헤드폰에 맞는 디자인과 착용성을 보완한 후속모델이다.

 

장점
1. 가격대비 최고의 음질  2. 착용감이 뛰어나다.   3. 소스와 장르를 가리지 않는 범용성  4. 머리가 작아 보인다.

단점
1. 거대한 크기  2. 오픈형  3. 오래 들으면 귀가 피로해지는 강한 저역   4. 낮은 인지도의 브랜드

 

첫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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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원대의 가격대는 일반인들에게는 비싼 가격대지만 플래그쉽 헤드폰 가격대에서는 저렴한 축에 속한다. 그래서인지 따로 케이스가 있거나 고급 패키지는 아니다. 아쉬운 부분이지만 질소가 안 들어있는 게 또 어딘가? 흔들림이 없이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다. 패키지에는 헤드폰과 탁찰식 케이블, 그리고 6.3mm용 플러그가 포함되어 있다. 보통 고급 헤드폰은 6.3mm가 기본이고 3.5mm가 옵션이지만 피델리오 X2는 3.5mm가 기본이다.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헤드파이 마니아보다는 일반인들을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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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헤드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대했다. 전작인 X1과 마찬가지로 일반인을 겨냥했다고 보기에 피델리오 X2는 너무 거대하다. 귀를 완전히 덮는 풀 사이즈 헤드폰 중에서도 큰 편이다. 사진만 보고 구입했다가는 그 크기에 당황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오픈형이기 때문에 하우징 외부로 스피커 같은 게 드러나 있다. 깜찍하고 예쁘고 알록달록한 헤드폰을 원하는 여자들에게는 끔찍한 헤드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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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도 있다. 이 헤드폰을 착용하면 머리가 작아 보인다. 심지어 내 머리도 작아 보일 정도다. 크기에 대한 타협은 포기하고 착용감과 음악감상에 올인한 제품이다. 이어패드에는 벨루어 쿠션을 적용했는데 무척 고급스럽고 착용감을 높이는 데도 일조한다. 전체 색상은 블랙이다. 마감 품질이나 내구성은 좋다.
사실 이 제품의 디자인은 사람에 따라 상반될 것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도 튼튼한 내구성과 조립마감, 카리스마 있는 색상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음악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는 재앙에 가까운 크기와 웅장함이 부담될 것이다.

 

착용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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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착용감이 뛰어나다. 좋은 착용감을 위해 헤드밴드를 이 중으로 설계했는데, 바깥 헤드밴드를 아주 넉넉하게 늘려놨다. 탈인간급 머리를 가진 분들도 넉넉한 착용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어패드에 덧댄 벨루어 쿠션 역시 귀에 장시간 착용하고 있어도 부담이 가질 않는다. 겉으로 봤을 때는 땀이 많이 찰 것 같지만 실제로는 통기성이 좋은 소재라 땀이 거의 차지 않는다. 일반 우레탄 이어패드보다 훨씬 좋은 소재다. 그러니까 X2를 쓰고 땀을 흘리는 사용자를 비웃지 말자. 원래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이지 헤드폰 때문은 아니다. 착용감에 있어서는 만점을 줘도 부족하다. 몇 시간의 음악감상을 해도 귀나 머리가 아프지 않다.

 

편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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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그쉽 헤드폰답게 탈착식 케이블을 제공한다. 비싼 헤드폰이 탁찰식 케이블을 제공하는 이유는 케이블을 교체하면서 다른 소리를 느끼라는 배려와 케이블이 단선되더라도 줄만 교체하면 되는 경제성에 있다. 그러나 케이블은 두터워서 단선될 염려는 적다. 또 기본 케이블의 소리 품질도 뛰어나서 특별히 케이블을 교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기본 케이블의 길이가 너무 길어서 살짝 거추장스러운 부분이 있다. 오픈형 헤드폰 특성상 실내 이용빈도가 높기 때문에 접어서 수납하는 옵션은 제공하지 않고, 헤드폰 파우치나 기타 액세서리는 제공하지 않는다.

 

음질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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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환경 : 아스텔앤컨 AK120 mk2, 매트릭스 헤드폰 앰프, PC, 소프트웨어(Foorbar2000), LG G2 스마트폰

피델리오 시리즈는 모니터 성향이 강한 플래그쉽 헤드폰이다. 50mm 대형 유닛을 사용했고, 응답 주파수 대역은 5Hz~40KHz에 이른다. 넓은 대역만큼 초저역부터 고역까지 해상도가 상당하다. 스펙상 가장 큰 장점은 30옴의 임피던스다. 오픈형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30옴의 임피던스로 인해 앰프를 추가하지 않아도 PC나 포터블 뮤직플레이어의 음악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기본 플러그가 3.5mm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플레이어를 가리지 않는 고음질 헤드폰이 X2의 콘셉트이다.
X2의 가장 큰 장점은 음질의 밸런스를 흐트려트리지 않으면서 저역의 타격감과 초저역의 가슴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저역에 중점을 뒀다고 해서 고역이 약한 것도 아니다. 필립스의 다른 헤드폰과 마찬가지로 놀라운 해상력을 바탕으로 저역의 재미를 끌어낸다. 헤드폰앰프를 달지 않아도 된다. 테스트로 쓰인 아스텔앤컨 AK120 MK2에 직결로 연결해도 가슴을 시원하게 때리는 저역의 웅장함을 맛볼 수 있다. 거기에 고역도 시원하게 뻗는다. 이 정도 퀄리티라면 100만원 이하의 헤드폰 중에서는 단연코 적수를 찾을 수 없다.
다만 피델리오 시리즈가 모니터 스피커를 지향하기 때문에 드라마틱하게 음악을 바꿔주지는 않는다. 그저 소스에 충실하게 음을 재생해 낸다. 오디오적인 왜곡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모니터성향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맞으면서도 웅장한 저역으로 듣는 재미를 살린 것은 최고의 가성비 헤드폰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유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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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리오 X2는 활용에 있어서는 제한적이다. 외부에서 이용하기에는 오픈형이라는 부담감과 웅장한 크기, 긴 케이블이 부담된다. 대신 음원에 있어서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대편성의 웅장함에는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고, 현음악은 매끄럽고 부드럽게 소화해 낸다. 팝이나 메탈 역시 완벽하게 소화해 낸다. 심지어 영화나 유튜브 영상까지도 새로운 차원의 박진감을 선사한다. 제품도 가리지 않는다. PC직결이나 헤드폰 앰프, HD전용 플레이어, 스마트폰까지 모든 소스의 음악을 흥미진진하게 탈바꿈시켜 준다. 낮은 임피던스와 뛰어난 해상력 덕분이다.

 

결론

피델리오의 헤드폰들은 항상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났다. 그 중에서 X2는 피델리오가 작정을 하고 만든 최고의 음질 머신이다. 고역의 시원함과 저역의 웅장함을 모두 추구하면서도 이 정도로 밸런스가 좋은 제품은 100만원 이하에서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다. 특히 저역의 타격감은 대편성과 팝음악, 영화를 자주 보는 이들에게 최고의 청음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크기가 크고, 저역의 타격감으로 인해 장시간 웅장한 음악을 감상한다면 피로감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모든 헤드파이들이 하나쯤 가지고 있어야 할 필수아이템이다.

레트로 제품을 사랑합니다. xanadu7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