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넥밴드형 블루투스 헤드셋 보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수트 차림의 비즈니스맨이 많은 동네에 가면 열에 한둘 이상은 넥밴드형 블루투스 헤드셋을 목에 걸고 있습니다. 직장인을 위한 블루투스 헤드셋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죠.
아마도 LG의 넥밴드형 블루투스 헤드셋, 톤플러스의 인기가 한몫 거들지 않았나 싶은데요. 사실 넥밴드형 블루투스 헤드셋은 LG 톤플러스가 전부는 아닙니다. 오늘 리뷰의 주인공처럼 말이죠. 아콘(Archon)의 블루투스 헤드셋, ABE2000입니다.
장점
– 3등분으로 접히고 줄도 자동으로 감긴다.
– 한글 음성으로 안내해줘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
– 이퀄라이저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 어느 수준인지는 모르지만 생활 방수도 가능하다.
단점
– 디자인이 투박해 보인다.
– 먼지와 흔적이 잘 보인다.
수트의 기본은 블랙&화이트
아콘 ABE2000은 두 가지 컬러로 출시되었습니다. 수트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블랙&화이트 컬러죠. 블랙 모델은 오직 블랙, 그것도 온통 무광 블랙이고, 화이트 모델은 유광 화이트와 무광 블랙의 조합입니다. 블랙과 화이트, 무광과 유광, 어떤 선택이든 큰 부담은 없습니다.
전형적인 넥밴드형 블루투스 헤드셋 디자인입니다. LG 톤플러스가 인기를 끌기 전에만 해도 넥밴드형 블루투스 헤드셋을 보면 헤드폰이나 청진기처럼 착용하려는 몸개그를 연출하는 분들이 간혹 있었는데요. 요즘은 그냥 자연스레 목에 걸 정도로 익숙한 디자인입니다.
ABE2000은 다른 제품들에 비해 조금 두툼하고 굵직하게 보입니다. 기능적으로 불편할 것은 없지만, 디자인적으로는 약간 둔해 보이는 편이죠. 셔츠의 칼라 가려질 정도니, 칼라에 잘 지워지지 않는 무언가 묻었다면 ABE2000으로 가리고 다닐 수 있습니다. 립스틱이라든지…
항상 목에 걸고 있는 블루투스 헤드셋?
LG 톤플러스, 아니 아콘 ABE2000과 같은 넥밴드형 블루투스 헤드셋을 사용하는 분들을 보면 사용할 때든, 사용하지 않을 때든 항상 목에 걸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넥밴드형 블루투스 헤드셋이 눈에 자주 띄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겠죠.
ABE2000 역시 언제든 목에 걸고 있기에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무게는 말할 것도 없고 안쪽이 부드러운 러버 코팅으로 마감되어 목에 직접 닿아도, 닿은 채로 땀이 나도 불쾌한 느낌이 적습니다.
다만 재질 특성상 먼지가 잘 달라 붙습니다. 셔츠를 잘 갈아입지 않는 경우 ABE2000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죠. 또한 기름(?)의 흔적도 잘 남는 편입니다. 손으로 자주 만지작거리면 그대로 흔적이 남습니다. 지성 피부인 분들은 목을 지나 턱 쪽으로 내려오는 양쪽 유닛 부분을 주의할 필요가 있죠.
물론 ABE2000은 이런 먼지와 기름의 흔적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3등분으로 접을 수 있거든요. 사용하지 않을 때도 굳이 목에 걸고 있을 필요 없이 척척 접어서 주머니에 넣어 둘 수 있습니다.
누르면 휘리릭~
최근 넥밴드형 블루투스 헤드셋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동 줄감기 기능이 있냐, 없냐가 그것이죠. ABE2000은 다행히 갖추고 있습니다. 목에 걸고 있다가 전화가 오거나, 음악을 들을 때면 양쪽 이어팁 부분을 알맞은 길이로 잡아당기면 됩니다.
필요한 만큼만 케이블을 빼서 사용하면 되니 이어폰처럼 케이블이 서로 꼬일 염려는 전혀 없습니다. 사용을 마칠 때도 간단합니다. 원터치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감겨 들어갑니다. 손을 더듬거리면 닿을만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 보지 않고 원터치 버튼을 누를 수 있습니다.
케이블은 다소 얇은 편입니다. 이어폰의 굵직한, 혹은 납작한 케이블에 익숙해졌는지 너무나 약해 보이는데요. 원터치 버튼을 눌렀을 때 감기는 힘도 꽤나 센 편이라 이어팁 부분이 떨어져 나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물론 자동 줄감기 기능을 지원하는 넥밴드형 블루투스 헤드셋의 케이블 굵기는 대체적으로 비슷한 편이긴 하죠.
친절한 블루투스 헤드셋
전원을 켜는 즉시 한글 음성으로 ‘전원이 켜졌습니다.’라고 알려줍니다. 역시 블루투스 페어링을 하면 ‘블루투스가 연결되었습니다.’라고, 전원을 끄면 ‘전원이 꺼집니다.’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죠.
스마트폰과 일정 거리가 멀어지면 ‘블루투스 연결이 끊어졌습니다.’라고 알려줍니다. 다시 연결되거나 전원을 끄기 전까지 계속해서 말이죠. 전화가 걸려오면 진동과 함께 멜로디 소리가 나며 ‘공일공…’이라고 전화번호까지 알려줍니다. 굳이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가 없는 친절함을 지니고 있죠.
하나의 버튼으로
ABE2000의 친절함은 버튼 구조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선 전원 스위치는 조금 투박해 보이지만 슬라이드 방식입니다. 일부 블루투스 기기의 경우 전원 온오프 상태를 깨알 같은 LED로만 알려주는데 ABE2000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화 버튼과 음악 감상을 위한 버튼은 따로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우측 유닛에 자리잡고 있는 멀티 버튼 하나로 컨트롤할 수 있는데요. 음악을 듣다가 전화가 걸려오면 멀티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으면 됩니다. 블루투스 페어링 후에도 멀티 버튼을 누르면 이전에 실행했던 뮤직 플레이어 앱을 다시 실행시킬 수도 있죠.
음악을 들어보자!
넥밴드형 블루투스 헤드셋은 (비즈니스맨이 많이 사용해서 인지) 본격적인 음악 감상보다 통화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고 할 수 있는데요. ABE2000은 그럼에도 최대한 음악 감상을 위해 배려하는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LG 톤플러스처럼 하만카돈(harman/kardon)의 사운드 기술을 적용하거나, apt-X 오디오 코덱이 내장되지는 않았습니다.)
바로 이퀄라이저 기능입니다. 저음, 중음, 고음에 특화된 이퀄라이저를 선택할 수 있는데요. 볼륨 – 버튼을 빠르게 두 번 누르면 초기 설정 값인 저음 강조 모드에서 중음, 고음 순으로 이퀄라이저가 차례대로 바뀝니다.
다만 뮤직 플레이어에서 지원하는 이퀄라이저 수준이 아니라는 점은 알아둬야 합니다. 저음 모드의 경우 지나치게 강조되어 있어 다소 둔탁하게 들리며, 중음 모드와 고음 모드는 음악 장르에 따라 구분이 쉽게 가지 않습니다.
저음 모드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한국인이 선호하는 중저음이 강조된 사운드라 일상의 BGM을 깔아주기에는 손색이 없습니다. 본격적인 음악 감상용도 아니고 이퀄라이저의 한계는 존재하지만 나름 기특한 모습이라 할 수 있죠.
블루투스 헤드셋의 두 가지 기준
1순위는 아니지만 블루투스 헤드셋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기준이 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오래가면 좋은 배터리와 있으면 좋은 생활방수 기능인데요. 우선 배터리 사용 시간은 넉넉한 편입니다. 300mAh 배터리를 내장했는데 음악 감상은 16시간, 통화는 8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고요. 대기 시간은 300시간에 이릅니다. 하루쯤은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죠.
생활 방수도 지원합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인지 더욱 반가운 기능이죠. 야외 활동 시 흐르는 땀이나 부슬부슬 내리는 비 정도는 버텨준다고 하는데요. 제조사가 정확한 방수 등급을 표기해주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ABE2000의 출시 가격은 39,900원입니다. 인터넷 최저가는 여기에서 10,000원 정도 빠지죠. 한마디로 말해 ABE2000는 가장 좋은 넥밴드형 블루투스 헤드셋은 아니지만 가성비만큼은 가장 좋은 넥밴드형 블루투스 헤드셋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원터치로 줄도 감을 수 있고, 한글 음성으로 친절하게 알려주기도 하고, 게다가 오래가고 튼튼한 블루투스 헤드셋이 3만원대라면 거부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사세요
–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을 찾는 분
사지 마세요
– 얇고 가벼운 제품을 찾는 분
– 음질이 뛰어난 제품을 찾는 분
– 뭐든 브랜드가 1순위인 분
* 본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아콘에서 제공받았습니다.
투박하고 둔하게 느껴지는 디자인 |
3등분과 자동 줄감기의 위엄 |
친절한 한글 음성 안내 |
구색 갖추기 이상의 이퀄라이저 |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갖춘 내구성 |
이 모든걸 감사하게 만드는 가격 |
6.8 |
여기 넥밴드형 블루투스 헤드셋 하나 추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