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죽는다면 오늘 안으로 꼭 정리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언뜻 떠오르는 것들이 있네요. 부질없는 통장 잔고도 생각나고, 왠지 부끄러운 스마트폰 앨범도 그중 하나일 테죠.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만약 공통적인 걸 하나 꼽는다면 직박구리 폴더가 아닐까 싶네요.

가족이든 누구든 꼭꼭 숨겨놓은 폴더를 클릭이라 한다면, 휴… 상상하기도 싫네요. 죽은 후에 김본좌로 등극하게 될지도…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언제 들킬지 모를 직박구리 폴더가 불안하다면 이 PC를 추천합니다. 어떤 PC냐고요? 죽어도 볼 수 없는 PC입니다. 쉴드라는 든든한 이름을 지니고 있는 개인정보보호 PC죠.

 

 

장점
– 데이터를 확실하게 보호할 수 있다.
– 데이터 전송 속도 저하가 거의 없다.
– 암호화 알고리즘이 확실하다.

단점
– 디자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구석이 있나 싶다.
– 용량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개인정보는 보호되어야 한다

어떤 기업에서 개인정보를 유출시켰다는 뉴스는 잊을만하면 종종 등장하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 순간만큼은 분노하지만 곧 시들해지죠.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런 일에 눈 하나 꿈쩍하지 않습니다. 이런 유출이 한두 번이 아니니까요. 개인정보가 정말 나만의 개인정보가 맞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정보는 보호되어야 합니다. 고객이 믿고 맡긴 개인정보는 기업이 확실하게 지켜야 하죠. 기업은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물론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전문 해커가 털려고 마음먹으면 못 터는 PC가 없으니까요. 기업까지 아니더라도 개인이 주로 설정해놓는 윈도우 암호 역시 AS 센터 직원도 풀 수 있고, 메인보드에서 지원하는 BIOS 암호는 그냥 리셋하면 풀립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 PC 쉴드는 다르죠. 대체 어떻길래 이토록 자신만만한 걸까요?

 

눌러보고 싶지 않은 디자인

생각과 달리 평범하게 생긴 외관입니다. ODD 상단 5.25인치 베이에 자리 잡은 장치만 제외하면 크게 특이할 게 없는 데스크탑 PC죠. 바로 이 장치가 개인정보보호 PC 쉴드의 핵심, LOCKDOWN SATABAY입니다. 자세히 보면 뭔가 버튼이 가득하죠. ENTER라고 쓰여있는 파란 버튼을 비롯해 1부터 0까지 10개의 숫자 버튼이 있고요. MENU 버튼도 있습니다.

오직 기능에만 초점을 맞춘 듯한 모습입니다. 무척이나 이과생스러운 직관적인 디자인인데요 물론 자꾸만 눌러보고 싶게 생겼다면 오히려 역효과일지도 모릅니다.

이외의 나머지 부분은 그냥 데스크탑 PC입니다. 개인정보보호 PC 쉴드는 총 4가지 라인업이 있습니다. 크게 프로세서로 구분할 수 있죠. 리뷰에는 인텔 코어 i3 프로세서를 비롯해 8GB 램, 120GB SSD를 탑재한 쉴드 i3 모델이 사용되었습니다.

 

아무리 전원 버튼을 눌러봐도

보통 이렇습니다. 집에 와서 의자에 앉은 후 책상 밑에 놓인 데스크탑 PC의 전원 버튼을 엄지발가락으로 더듬어 누르곤 하죠. 개인정보보호 PC 쉴드 역시 일단은 데스크탑 PC니 엄지발가락으로 시도를… 전원 버튼이 조금 작기는 하지만 그래도… 개인정보보호 PC 쉴드의 전원 버튼이 아무리 크더라도 엄지 발가락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개인정보보호 PC 쉴드는 쉽게 몸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켜는 방법이 딱 정해져 있죠. 일단 ENTER 또는 MENU, 10개의 숫자 버튼 중 아무 버튼이나 누릅니다. 그러고 나서는 미리 설정해 놓은 비밀번호를 누르고 ENTER를 누르면 비로소 전원이 켜지죠. 엄지발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분이라면 시도해봐도 좋습니다.

 

전원이 켜지고 난 후

이렇게 전원이 켜지고 나면 다음은… 그냥 데스크탑 PC입니다. 파일 탐색기를 보더라도, 장치 관리자를 보더라도 특별한 부분이 없죠. 평소 하던 대로 사용하다 보면 조금 전에 어떻게 전원을 켰는지 잊을 정도입니다.

사실 잊어도 됩니다. 개인정보보호 PC 쉴드가 알아서 지켜주니까요. 잠시 자리를 비워도 안심입니다. 개인정보보호 PC 쉴드는 (최대) 절전모드로 전환됐을 때 역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깨울 수 있거든요.

 

단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비밀번호입니다. 비밀번호는 사용자가 수시로 변경할 수 있는데, 이런 사실을 개인정보보호 PC 쉴드를 만든 스카이디지털이나 도미솔비즈가 알고 있을 리 없으니까요.

 

단순해 보여도 치밀한 원리

LOCKDOWN SATABAY가 5.25인치 베이에 꽂혀 있을 뿐이지만 내부 사정은 좀 더 치밀합니다. 본래 메인보드와 SSD는 전원 케이블과 SATA 케이블로 직접 연결되는데요. 개인정보보호 PC 쉴드의 경우 LOCKDOWN SATABAY를 통해야 합니다. 때문에 전원을 켤 때도 PC의 전원 버튼이 아닌 LOCKDOWN SATABAY의 버튼을 눌러야 하죠.

SSD에 저장된 데이터 역시 LOCKDOWN SATABAY를 거치게 됩니다. 개인정보보호 PC 쉴드는 특정 폴더만 암호화시키는 게 아닌 전체를 암호화시키는 FDE(Full Disk Encryption) 방식이죠. FDE 방식은 PC 속도를 크게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모든 작동이 LOCKDOWN SATABAY를 거치게 되어 어쩔 수 없는 전송 속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불편할 정도의 속도 저하는 없습니다.

 

오직 개인정보보호 PC 쉴드에서만

LOCKDOWN SATABAY에 연결한 SSD는 개인정보보호 PC 쉴드에서만 조회가 가능합니다. 초기 설정 후 즉시 전체 데이터가 암호화되기 때문에 오직 처음 연결한 개인정보보호 PC 쉴드에서만 해당 SSD를 사용할 수 있죠. 개인정보보호 PC 쉴드 내부의 SSD를 분리해서 다른 PC에 연결하더라도 아예 파티션 정보가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초기화를 거치면 외장 SSD처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SSD에 저장된 데이터 역시 초기화된다는 사실을 비밀번호와 함께 잊지 말아야 합니다.

LOCKDOWN SATABAY에 하나의 SSD만 연결이 가능합니다. 리뷰에 사용한 쉴드 i3 모델의 경우 SSD 120GB 또는 HDD 1TB를 선택할 수 있는데요. 요즘 시대에 1TB는 그리 큰 용량은 아니니 미리 넉넉한 용량으로 교체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 같네요.

 

뚫린 적 없는 암호화 알고리즘

전원을 켤 때부터 비밀번호를 눌러야 하고, SSD를 분리해도 데이터가 보이지 않는… 그렇습니다만 안심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아무런 감흥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서 얘기한 대로 나의 개인정보는 더 이상 개인정보가 아닐 정도로 유출이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개인정보보호 PC 쉴드는 마지막 한방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AES 256bit XTS 방식의 암호화 알고리즘인데요. AES 256bit XTS는 미국정부공인 최고 등급의 암호화 알고리즘으로 아직까지 뚫린 사례가 없는 암호화 표준입니다.

4~8자리 비밀번호를 설정할 수 있는데, 경우의 수로 11,110,000개의 비밀번호 조합이 가능합니다. 약 1억 개죠. 전화번호 뒷자리나 생년월일 등 추측할 수 있는 번호가 아니라면 일일이 눌러본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만약 탐나는 데이터가 있어 PC를 어떻게 해보려는 해커라면 개인정보보호 PC 쉴드는 포기하는 게 좋을 겁니다.

 

누구에게 필요할까

사실 일개 개인에게 개인정보보호 PC 쉴드가 필요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들키기 싫은 직박구리 폴더도 AES 256bit XTS 방식의 암호화 알고리즘으로 보호하는 건 오버니까요. 하지만 그 개인이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직박구리 폴더에 저장된 데이터가 지금 상상하는 그 야구 동영상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이름 그대로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기업의 직원이라면 개인정보보호 PC 쉴드가 필요할 겁니다. 소중한 프로젝트의 자료를 더욱 안전하게 지키고 싶은 연구소 등에서도 필요하겠죠. 이제 막 작업을 마쳐 며칠 후 나올 음악이나 영상을 숨겨놓고 싶은 스튜디오에도 제격입니다. 물론 그 직박구리 폴더도 무방합니다. 우리의 직박구리 폴더는 소중하니까요. 개인정보보호 PC 쉴드가 필요하다면 이곳으로.

 

사세요
– 개인정보는 물론 안전하게 지켜야 하는 데이터가 있는 개인이나 기업
– 아무나 PC를 켰다 끄는 게 싫은 분

사지 마세요
– 개인정보 유출 따위 아무렇지도 않은 개인이나 기업
– 현관문 비밀번호도 잘 까먹는 분

 

* 본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스카이디지털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눌러보고 싶지 않은 디자인의 목적

잊으면 안 되는 비밀번호의 위력

SSD 전체를 보호해주는 확실함

언젠가 한계에 이를 용량의 압박

결코 조립 PC 수준이 아닌 가격

6.8

지켜줄게요. 잊지만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