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유난히 강렬하던 지난해 7월, 얼리어답터는 당시 날씨에 걸맞은 제품의 크라우드 펀딩에 투자했었습니다. 바로 솔라 페이퍼(Solar Paper)죠.
얼리어답터 다섯 번째도 도착한 크라우드 펀딩 제품, 솔라 페이퍼는 ‘솔라’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태양광 충전기입니다. 그냥 단순한 태양광 충전기였다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솔라 페이퍼는 ‘페이퍼’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세상에서 가장 얇고 가벼운 태양광 충전기입니다.
1번째 제품 : 넥스트 드라이브 플러그
2번째 제품 : 엑스키 에어 25 뮤직 키보드
3번째 제품 : 하이드라 스마트 물통
4번째 제품 : 홀가 디지털 카메라
뿌듯한 패키지
지금까지 만나본 펀딩 제품의 경우 패키지는 기대 이하,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는데요. 반면 솔라 페이퍼의 첫 인상은 7개월 가량의 긴 기다림을 보듬어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솔라 페이퍼는 YOLK라는 스타트업에서 만든 제품입니다. 스타트업치곤 굉장히 만족스러운 패키지를 보여줬는데요. 노른자를 의미하는 이름 그대로 노란색을 적절하게 사용한 점이 돋보입니다. 태양을 형상화한 듯한 노란색 동그라미와 자석으로 고정된 뚜껑을 열면 나오는 노란색 통이 그것이죠. 노른자란 태양을 의미하는 거겠죠? 하나씩 꺼내보겠습니다.
나름 알찬 구성품
얼리어답터에서 선택한 옵션은 패널 3장짜리 모델이었는데요. 뿌듯한 패키지에 걸맞게 나름 내용물이 알찹니다.
Made in Korea인데 영문만 가득한 설명서를 비롯해 버거워 보이지만 패널 표면을 그럭저럭 보호해주는 인조가죽 커버, 패널과 패널을 잇는 용도의 (넉넉하게 보내준) 플라스틱 볼트와 너트, (넉넉하게 보내주면 좋았을) 비닐 재질의 연결고리, 솔라 페이퍼의 블랙 바디와 어울리지는 않는 하얀색 마이크로 USB 케이블, 어딘가에 매달 때 쓰라는 카라비너 4개, USB 단자 보호캡 등이 빼곡히 들어있습니다.
이런 것도 들어있습니다. EARLYADOPTER Solar Supporter라고 희미하게 새겨져 있죠. 살짝 어설픈 게 귀엽습니다. 솔라 페이퍼는 킥스타터에서 최종 모금액 1,021,583달러로 종료되었습니다. 11억7천만원 가량이죠. 투자자 모두의 이름을 찍어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성공적인 펀딩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충분히 전달된 것 같습니다.
이 패널과 저 패널의 차이
이제 태양광 충전 패널을 좀 들여다보겠습니다. 솔라 페이퍼는 크게 두 가지 패널로 구성되는데요. 위쪽에 회로가 달려있는 패널이 핵심 패널입니다. 다른 패널들은 핵심 패널과 함께 태양광 충전의 역할만 수행하죠.
패널과 패널은 구성품으로 들어있는 비닐 연결고리와 플라스틱 볼트/너트로 결합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석이 있어 대충 가져다 대면 알아서 달라 붙습니다. 주의해야 할 것은 모서리와 모서리가 닿아야 하는 점입니다. 대강 겹쳐놓으면 달라 붙기는 하지만 충전은 불가능하죠.
핵심 패널 위쪽을 보면 작은 디스플레이가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발생되는 전력량을 직접 확일 수 있는 부분이죠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경험해본 태양광 충전기의 경우 이게 제대로 작동하는 건지, 아닌지 궁금했는데 솔라 페이퍼는 수시로 변하는 숫자로 알려줍니다. 그런데…
태양광은 태양 아래에서
노호혼 인형이나 탁상용 계산기에 붙어있는 태양광 패널의 경우 전등 아래에서도 충전이 가능한데요. 솔라 페이퍼는 전등 아래에서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태양 아래에서만 정상적으로 작동하죠.
햇빛 눈이 부신 날에
4월 7일입니다. 어제는 밤부터 비가 내렸는데 다행히 오늘의 서울 강남은 그럭저럭 맑은 하늘이네요. 솔라 페이퍼가 활약할 수 있는 날이죠. 태양에 가장 가까운 곳인 옥상으로 향했습니다.
사용에 앞서 가방이나 어딘가에 카라비너로 고정하는 게 아니라면 패널과 패널을 굳이 연결할 필요는 없습니다. 끝부분에 자석이 있어 방향을 제대로 맞추면 척척 달라붙거든요.
태양 빛을 가장 잘 받는 각으로 솔라 페이퍼를 고정하고 스마트폰을 연결하니 충전이 시작됩니다. 디스플레이에 0.5A 전후로 표시되는데요. 테스트한 시간이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5시 남짓이라 그런지 예상보다는 낮게 나왔습니다. 햇빛 눈이 부신 날은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태양광 충전기와 보조배터리의 차이
제조사인 YOLK에 따르면 패널 3장 기준으로 맑은 날 2시간 반이면 아이폰 6를 완전 충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거의 보조배터리 수준이라는 거죠. 하지만 아무리 햇빛 눈이 부신 날이라도 실제 충전 가능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겁니다.
태양 빛을 받는 각도를 조절하거나 패널의 일부만 가려도 발생하는 전력량은 순식간에 바뀝니다. 애써 솔라 페이퍼를 설치해놨는데 그림자에 가려지거나 무언가에 가로막히면 충전이 불가능해집니다.
즉, 솔라 페이퍼는 대략적으로 보조배터리의 절반이나 그 이하의 수준입니다. 보조배터리에 버금가는 성능이지만 보조배터리는 아니죠. 수시로 충전할 수 있는 것과 상황에 따라 허락되는 시간에만 충전할 수 있는 건 다르니까요.
솔라 페이퍼를 어떻게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오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솔라 페이퍼와 보조배터리를 함께 들고 다니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네요. 하지만 굳이…
솔라 페이퍼가 필요해?
펀딩 제품을 평가할 때 몇 가지 항목을 보는데요. 먼저 솔라 페이퍼의 창의성은 대단한 수준입니다. 이처럼 얇고 가벼운 태양광 충전기는 없죠. 필요한 만큼 패널을 추가할 수 있는 점도 아주 좋습니다.
미래를 바꾸는 기술이라는 점도 적극 동의할 수 있습니다. 태양광 자체가 미래 기술이니까요. YOLK에서 솔라 페이퍼를 만든 이유 역시 미래지향적인 녹색 에너지와 사용자를 잇는 가교 역할이라고 합니다.
솔라 페이퍼의 투자 비용은 119달러. 배송료는 3달러였고요. 예정보다 늦은 7개월 가량이 걸렸습니다. 122달러면 샤오미 보조배터리를 7개 정도를 살 수 있는 금액이죠. 7개월은커녕 7일 안에 받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국내 스타트업이 성공적으로 펀딩을 유치하고 제품을 완성할 수 있는데 일조를 했다는 생각은 비용과 시간보다 큰 것 같습니다.
제품 자체의 완성도가 높은 건 사실이지만,
솔직히 얼마나 사용할지는 모르는 것도 맞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