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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픽 플라스틱(grafik:plastic)이라는 안경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2012년경부터 수 년째 제 시야를 밝혀주고 있는 안경이죠.

 

유명한 안경

이름은 생소할지 몰라도 일단은 유명한 안경입니다. 제 주변에서는 쉽게 볼 수는 없지만요. TV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기도 하는, 나름 연예인 안경이기도 합니다. 특히 가수? 방송인? 윤종신 씨를 꼽을 수 있는데요. 원래 그라픽 플라스틱 마니아인지, 아니면 따로 협찬 받는지 모르겠지만 ‘윤종신 안경’이라 검색하면 그라픽 플라스틱이 연관 검색어로 나올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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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픽 플라스틱을 살 때 가장 망설였던 게 바로 이 부분이었죠. 연예인 안경이라 불리는 안경을 산다는 건 살짝 부담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돌 안경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요. (윤종신이라 괜찮다는 건 아닙니다;;)

이름처럼 플라스틱 주제에 3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도 어느 정도는 부담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은 곧 바뀌게 되었죠. 개인적으로 안경을 잘 사는 편이 아니거든요. 마지막으로 산 안경이 대략 10년 정도 전이니 안경잽이 중 저만큼 안경을 안 사는 사람도 없겠죠. 이 정도면 충분히 질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경처럼 생긴 안경

그라픽 플라스틱은 딱 안경처럼 생겼습니다. 당연한 얘기겠죠. 하지만 훨씬 안경스러운 디자인, 가장 안경처럼 생긴 안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라인업이 다양해지긴 했지만 비교적 초기 모델의 경우 안경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플한 디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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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도 않게 안경이라고 말할 수 있는 모습과 확실하게 안경이라고 말할 수 있는 컬러. 이런 이중적인 매력이 제가 그라픽 플라스틱에 끌린 첫 번째 이유입니다. 심플과 비비드라는 상반적인 요소의 조합이 무척이나 인상적이고 존재감을 갖게 하거든요.

사실 안경 디자인이란 게 크게 보면 거기서 거기겠죠. 더욱이 폭 넓어진 라인업을 가지고 있는 지금은 어지간한 안경 디자인은 다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라픽 플라스틱이 선사하는 느낌은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단한 사람이 만든 안경

BeautyInside

그라픽 플라스틱을 만든 분이 개인적으로 반가운 이름이었다는 점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대표보다 감독이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리는 백종열 씨인데요. 백종열 씨라면 주로 CF나 백종열체라는 폰트가 있을 정도로 유명한 캘리그라퍼 등으로 잘 알려져 있죠. 요즘은 뷰티인사이드 덕분에 영화감독으로도 유명한 것 같네요.

@ http://grafikplastic.com/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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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백종열 씨를 처음 접한 건 수년 전 지금은 폐간된 모 잡지에서였습니다. ‘백종열 면막음’이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단순한 일러스트와 몇 줄의 글귀로 개성 강한 컨셉을 감성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었죠. (현재 육일칠에서 판매 중인 카드와 유사한 컨셉입니다.) 당시 온라인 상에서 이미지를 발견할 때마다 다른 이름으로 저장을 했었는데 그라픽 플라스틱을 사게 되면서 오래 전 파일을 뒤져보면 추억한 적도 있네요.

백종열 씨는 전방위 크리에이터입니다. 오래 전 백종열 면막음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라픽 플라스틱을 쓰고 다니는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닮고 싶은 분이기도 하죠. CF부터 영화까지 섭렵한 그가 만든 안경을, 그와 같은 안경을 쓰는 걸로 만족해야겠습니다.

 

지루하지 않은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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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은 전면 프레임과 안경다리로 구성됩니다. 그라픽 플라스틱 역시 그렇죠. 그라픽 플라스틱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는데, 바로 프레임과 템플이라 불리는 안경다리가 서로 분리된다는 점입니다. 템플을 보면 작은 홈이 있는데 금속 재질의 클립이 있습니다. 살짝 누르면 쉽게 분리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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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픽 플라스틱의 템플은 컬러만 20여 가지에 이릅니다. 프레임 역시 디자인 별로 다양한 컬러가 있죠.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개성이 만들어집니다. 저는 검정색 프레임에 반투명 템플의 조합으로 쓰고 있는데 나름 만족하고 있습니다. 템플이 몇 개 더 있으면 좋겠지만 고작 안경다리인데 가격이 만만치가 않네요.

@ http://grafikplastic.com/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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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픽 플라스틱의 템플 중 특별한 게 하나 있습니다. 무려 USB 메모리를 끼워 넣은 템플이죠. 지금은 따로 살 수 있지만 처음에는 스티키 몬스터 랩과의 콜라보로 출시된 세트였습니다. 스티키 몬스터 랩의 피규어도 피규어였지만 템플이 너무나 신선했습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도 싶지만 따로 들고 다니기 귀찮은 USB 메모리를 뜬금 없는 방법으로 해결한 셈이죠.

 

변화하는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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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픽 플라스틱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콜라보레이션입니다. 앞서 얘기한 스티키 몬스터 랩과의 콜라보에서 그치지 않았죠. 수 차례의 콜라보 중 일본의 사가와 후지이라는 브랜드와 함께 마르코(Marco)가 기억에 남습니다. 아마도 주변에 그라픽 플라스틱과 사가와 후지이 안경을 쓰는 친구가 있어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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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쓴 사가와 후지이 안경을 봤을 때 개성 그 자체였습니다. 디자인도 특이했지만 나무로 만든 안경이라니. 나중에 플라스틱을 나무처럼 가공했다는 걸 알기는 했지만요. 그라픽 플라스틱과 사가와 후지이의 콜라보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걸지도 모릅니다. 두 플라스틱의 만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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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다니던 고깃집이 있었는데 갈 때마다 매번 계산하는 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한번은 술자리에 늦은 날이었습니다. 제가 오자마자 고깃집 사장님이 서비스를 주더라고요. 항상 계산하는 분은 이미 와있는데도 말이죠. 사장님에게 물었더니 안경이 기억난다고 했습니다. 그라픽 플라스틱은 저에게 그런 안경입니다. 서비스 같은.

고르다 사다 쓰다 사이에 존재하는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