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거리에서 쉽게 보이지만 보일 때마다 시선이 간다. 경차만한 크기지만 경차와는 완전 다른차다. 효율과 규격을 위해 작게 만든 차가 아니라 디자인과 역사를 위해 작은 크기를 유지하고 있는 차다. 그러니 경차보고 왜 미니처럼 디자인하지 못하냐고 욕하지 말자. 하고 싶어도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니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했다. 개성있고 감각 있는 자동차, 반면 작고 시끄러운 차. 그래서 실용성보다는 개성과 남의 시선을 즐기는 사람들이 주로 선택한 차였다. 그러나 미니는 3세대에 이르러 약간의 변화를 보였다. 긍정적인 변화이며, 특히 디젤버전은 연비가 크게 향상됐다. 19.4km/l의 복합연비는 국내 판매되는 자동차 중에 탑5에 안에 들 수치다. 시승한 차는 유니온 잭 데코의 ‘3세대 쿠퍼D’ 하이트림이다. 지난 8월에 출시했다.
익스테리어
얼핏 보기에는 2세대 미니쿠퍼와 3세대 미니쿠퍼를 구분하기 힘들다. 유심히 비교해 보면 전면부의 크롬라인과 살짝 달라진 차체가 눈에 띈다. LED헤드램프를 탑재한 것도 변화된 점이다. 기존 미니와 달라졌다고 하지만 미니를 계속 탄 사람이 아니고서야 달라진 점이 언뜻 눈에 띄지 않는다. 그냥 작고 야무진 미니의 느낌 그대로다. 호빗족이 아니라 김리 같은 느낌이다.
전장은 98mm, 즉 10cm나 길어졌다. 폭도 44mm커지고, 높이도 7mm 커졌다. 미니는 슬금슬금 커지고 있지만 비율대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균형감은 그대로다. 무게는 1115kg으로 동일하다. 전체적으로 LED가 많이 쓰였고, 크롬라인이 강해졌다. 아무리 강심장이라 해도 미니 디자인에 욕을 퍼부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인테리어
어렵게 차이점을 찾아야 하는 외관과는 달리 인테리어는 많이 달라졌다. 동글동글한 느낌과 토글 스위치는 그대로지만 조작 합리성은 나아지고 있다. 우선 가운데 붙어 있던 속도계가 스티어링 휠 앞쪽으로 이동했다. 이건 정말 좋은 변화다. 속도계의 숫자를 보기 위해 시선을 이동해야 하는 시간이 짧아졌으니까. 미니 운전자들도 이제는 비로소 속도계를 보고 운전할 수 있게 됐다. 센터페시아는 8.8인치 모니터와 네비게이션이 박혀 있다. 놀랍게도 터치식이 아니다.
BMW처럼 터치 기능이 내장된 ‘아이드라이브’로 목적지를 골라야 한다. 네비게이션 사용이 너무 불편해서 BMW 운전자들은 전국 지도를 외우고 다닐 정도다.
시동 스위치는 여전히 감각적이다. 버튼식이 편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의 압도적인 카리스마는 없다. 이 스위치를 하트비트라고 하는데, 자동차 시동 스위치 중에서 가장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시트가 편안해졌다. 그러나 시트포지션은 역시 수동으로 조작해야 한다. 미니는 불편을 ‘개성’으로 착각시키는 묘한 차다. 그러려니 하며 열심히 펌프질을 하게 된다.
실내 주거공간은 확실히 넓어졌다. 앞자리는 원래부터 키가 크거나 덩치가 있어도 불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뒷좌석도 넓어졌다.
기존 미니의 뒷자리는 우울증을 유발시켰다. 그러나 이제는 쩍벌남이 되지 않아도 대강 탈 수 있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넓다는 얘기는 아니다. 아직도 장시간 이용시는 이코노믹 증후군을 유발시킨다. 2열 시트의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다.
트렁크는 211리터. 2세대에 비해 조금 늘어났지만 여전히 적다.
주행느낌
차를 여러대 시승하다 보면 앞쪽 사이즈와 뒤쪽 사이즈의 길이를 짐작하기 위해 운전하면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니는 그런 불편이 없다. 마치 트럭처럼 앞뒤쪽이 짧아서 바로 적응이 된다. 디젤모델이지만 흡음 처리를 잘 했는지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은 기존 2세대 휘발유 모델보다 확연히 줄어 들었다. 진동도 확실히 잡았다. 2세대와 3세대의 가장 큰 차이는 승차감이다. 예전 모델의 승차감은 긍정적으로 보면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느낌에 가까웠다. 쿠퍼D는 디젤 모델임에도 소음도 줄어들고 편안해졌다. 시트의 변화도 한몫했다. 이제는 양탄자가 깔린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느낌이다. 이 정도면 아주 만족이다.
미니의 매력은 작은 차체에서 오는 민첩함과 빠른 반응성으로 슈퍼카 못지 않은 운전재미를 주는 장점이었다. 3세대 미니 쿠퍼D는 이런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적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물론 엔진 마력수가 가져오는 한계는 있다. 미니쿠퍼 SD의 빠른 응답력과 스피드감은 느끼기 힘들다. 그래도 차 크기 때문인지 실제 체감되는 속도감은 그 이상이다.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은 9.2초 정도다. (기존은 10.1초).
주목할 만한 특징
3기통 1.5리터 디젤엔진이 탑재됐다. BMW의 트윈파워 터보기술로 마력은 116마력이고, 토크는 27.6kg,m이다.(기존은 112마력, 27.5kgm) 엔진 능력은 아주 살짝 나아졌지만 연비는 월등히 나아졌다. 리터당 16.2km의 연비가 19.4km에 이른다. 시승차는 원래 환경을 파괴하려는 목표를 갖고 마구 밟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일반 모드에서는 공인연비와 비슷한 수치를 기록한다. 이 가격대를 고르는 이들에게는 엄청난 구매 포인트다.
드라이브 모드는 세 가지다. 스포츠모드와 노멀, 그린 모드. 그린 모드는 연료 소비를 줄이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한 모드다. 그러나 답답하고 반응도 늦다. 현대차 같은 느낌이다. 조금만 사악해지기로 마음먹고 스포츠모드를 선택하면 미니를 느낄 수 있다. 빠른 엔진응답과 민첩함이 일품이다. 1.5리터라는 수치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민첩하게 움직인다. 대신 승차감도 나빠진다. 옛날 2세대 미니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연비도 뚝뚝 떨어져 12km정도까지 내려간다.
종합 평가
아이러니하지만 미니는 여자가 타는 차가 아니었다. 시끄럽고 불편하고 스티어링휠도 무거웠다. 그러나 3세대 미니는 여자가 타도 거의 불편이 없을 정도다. 소음과 승차감, 뒷좌석의 불편 등이 많이 줄어 들었다. 실용보다는 멋과 디자인 중심인 조작성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불편한 네비게이션(이건 BMW를 비롯한 수입차 전체의 문제다.)은 여전히 불만이다.
개성은 여전하다. 3천만원대에서 이 정도로 독특한 개성이 발휘된 디자인은 닛산 쥬크나 시트로엥 DS3 정도다. 경쟁차의 무게감과 비교하면 미니의 경쟁력이 월등할 수 밖에 없다. 주차도 쉽고, 힘도 적당하고, 운전 재미도 있는 장점은 여전하다. 미니의 스타일은 여전히 유효하다.
뉴 미니 쿠퍼 D는 3240만원, 뉴 미니 쿠퍼 D 하이트림의 가격은 3870만원이다. 성능은 개선됐고 각종 편의장비가 나아졌지만 기존 2세대에 비해 50만원 정도 가격이 낮아졌다.
시승차는 도이치모터스에서 제공했다. 시승 문의 (02-554-7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