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기나긴 기다림의 결실이 얼리어답터에 행복으로 찾아오네요. 지난 번 두 번째로 받았던 엑스키 에어 25 뮤직 키보드에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하나의 크라우드 펀딩 투자 제품이 도착했습니다.
정체는 하이드라 스마트 물통(The Hydra Smart Bottle). 물통 따위에 고품질의 포장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허름한 박스 하나 달랑 들어있으니 마음 한 구석 어딘가 아쉽긴 하네요. 하이드라를 킥스타터에서 투자했던 때를 떠올리니 살짝 괘씸한 마음도 듭니다.
모으자 드래곤볼 세상에서 제일 유쾌한 기적
3개를 모았습니다. 지구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를 한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한편으로는 드래곤볼을 모아가는 기분이 이런 거였을까 싶기도 합니다.
물통 하나를 5개월 더 기다렸다!
원래 받기로 했던 약속날짜는 2015년 9월. 하지만 여느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차례 미뤄진 후, 결국 다섯 달이나 늦은 올해 2월에 도착했네요.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가을 바람을 느끼며 음용과 음감을 느끼려 했던 계획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역시 머릿속에서 잊어버릴 만 하니 도착하는 야속함. 그래도 차라리 봄이 오려는 때에 잘 맞춰 온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물통도 올인원
하이드라 스마트 보틀은 사실 단순하지만 재밌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물통의 위 아래에 블루투스 스피커와 보조배터리를 장착했죠. 그게 정말 이름값을 하는 스마트함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재밌는 녀석이죠? 펀딩했을 당시의 가격은 25달러에 배송비 15달러를 합쳐 총 40달러(약 5만원). 그냥 물통이라 생각하면 어이가 없는데 보틀-뮤직-배터리 하이테크놀로지 올인원 프로덕트라 생각하니 꽤 솔깃합니다.
PART 1. 물통
플라스틱인데도 스피커와 배터리 때문인지 무게는 물을 담지 않고도 420g이라는 육중함을 자랑하죠. 물은 약 600ml 정도를 담을 수 있습니다. 꽤 든든하죠. 굵직한 카라비너도 그렇습니다. 고급스럽진 않지만 나름 병따개도 달려 있네요.
플라스틱으로 이것저것 붙여 만들어진 탓인지 전체적인 만듦새가 그리 탄탄하진 않아도, 뚜껑 안쪽과 스트로우가 있는 구멍에는 실리콘까지 대어져 있습니다. 다만 물통을 계속 거꾸로 들고 다니면 빨대 입구를 통해서 물방울이 아주 약간 맺히기도 하네요. 스트로우가 편하긴 하지만 그냥 평범한 뚜껑도 하나 같이 들어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PART 2. 블루투스 스피커
볼륨 조절과 마이크까지 있어서 전화통화까지 가능한, 5W 출력의 블루투스 스피커. 음질에 큰 특색은 없습니다. 저음은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깨끗한 소리를 들려주죠. 어쨌든 가격을 생각하면 신기함의 연속입니다. 삼발이를 위로 올려주면 AUX단자도 나타나죠. 이럴수가.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당연한 것들인데 물통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대단할 수가 없습니다.
제조사에 따르면 이렇게 거꾸로 세워서 음악을 틀었을 때 소리가 바닥에 바운스 바운스되어 더 좋다는데,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여튼 조금 더 사운드가 단단해지긴 하는데 그냥 자전거의 물통 홀더에 꽂아놓으며 들어도 나쁘지 않았죠.
한 가지 아쉬운 건 전원 켤 때와 연결될 때 나오던 안내 멘트입니다. 영어 같기는 한데 뜨거운 걸 급하게 드시고 입 안을 몽땅 데이셨는지, 뭐라고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밤에 혼자 켰을 때 괜히 무섭기도 했습니다.
PART 3. 보조배터리
물통의 아랫부분에는 보조배터리가 들어있습니다. 용량은 4,000mAh인데 전류 손실에 따른 실제 용량을 대략 계산해보면 3,000mAh 정도 되겠네요. 어쨌든 아이폰 6s쯤은 한 번 이상 충분히 충전할 수 있습니다. 출력도 5V 2.1A라 충전되는 속도도 빠릿합니다. 마이크로 USB 케이블은 카라비너에 감아 묶거나 다른 주머니에 넣어야 하는 게 약간 아쉽네요. 어쨌든 배터리 잔량을 알려주는 4개의 초록색 LED도 놀랍죠. 이럴수가. 보조배터리에서는 당연한 건데 물통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대단할 수가 없습니다.
PART 4. LED 무지개 라이트 쇼
그리고 이 부분에는 그냥 배터리만 들어있는 게 아닙니다. 형형색색 LED로 어두울 때 이렇게 은은한 불빛쇼를 감상할 수 있죠. 물을 채우고 그냥 책상에서 틀어놓아도 은근히 볼만합니다.
밖에 갖고 다닐 때 굳이 배터리와 불빛이 필요 없다면, 그냥 분리하면 됩니다.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바닥용 부품도 함께 들어있으니 그걸 끼워도 되고요.
이것저것 모두 합쳐놓은 덕분에 든든하지만, 무게는 무시할 수 없는데요. 블루투스 스피커 158g + 물을 가득 채운 물통 600g + 보조배터리 136g로 다 합하면 약 900g. 물통 주제에 거의 1kg에 육박합니다. 하지만 음악 나오고 불빛 나오고 스마트폰 충전도 할 수 있으니 꽤 매력적이죠?
이런 게 크라우드 펀딩이지!
참 희한합니다. 스피커와 배터리를 붙여 놓은 물통에 불과한데도 재밌습니다.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펀딩에도 성공하고, 이제는 아마존에서도 60달러에 어엿하게 판매가 되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감회도 새롭고요. 물통이 필요해 마트에서 사려고 할 때 이런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면 안 샀겠지만, 이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건 크라우드 펀딩으로 겟한 물건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가격도 부담 없었고요.
채점
– 제품은 얼마나 창의적인가
스피커와 보조배터리를 물통에 붙일 생각을 하다니 말이죠. 길거리에서 파는 장난감 생각이 나긴 해도 참신하기 그지없습니다.
– 기다림은 아깝지 않았는가
저희가 받았던 3가지 제품 중에서 크라우드 펀딩만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러프한 매력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예정보다 미뤄진 건 아쉽습니다. 역시 기다림은 크라우드 펀딩의 필수 덕목.
– 투자 금액은 적절했는가
단돈 5만원에 물통, 스피커, 보조배터리, LED 조명을 샀죠. 퀄리티는 일단 논외로 합니다.
– 제품은 미래에 도움이 될 것 같은가
미래를 바꾸는 엄청난 기술이랄 건 없지만 적어도 아웃도어 활동을 촉진시키는 기특한 아이템인 건 확실합니다. 저의 미래에는 도움이 좀 되겠네요.
어차피 기다릴 거, 몇 달 더 기다리면 어떤가요.
물통에 조잡하게 스피커와 배터리가 있으면 어떤가요.
쓸만한 거 싸게 잘 구했으면 됐지요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