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품이 있을까요? 성능을 위해서는 CPU를 비롯한 모든 부품들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키보드가 아닐까요? 손에 직접 닿는 물건이기도 하고, 내 의도를 정확히 입력시킬 수 있어야 하니까요. 매번 그냥 어디 구석에 박혀있던 키보드를 별 생각 없이 쓰던 와중에 기계식 키보드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스카이디지탈의 엔키(NKEY) R3 RGB입니다.
장점
– 나이트 조명처럼 화려한 LED 불빛이 게임 분위기를 돋운다.
– 매크로 기능을 잘 쓰면 게임할 때 편하다.
– 사무실에서 쓰면 때에 따라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단점
– 너무 화려해서 집중력이 흐려질 수 있다.
– 흰색이라 먼지가 묻은 게 너무 잘 보인다.
– 사무실에서 쓰기엔 소리가 꽤 시끄럽다.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키보드
엔키 R3는 원래 검은색으로 태어났습니다. 이 화이트 모델은 원래의 모든 기능을 그대로 담아 새롭게 다시 태어난 것이죠. 검은색이 중후한 느낌이라면, 화이트는 깔끔하고 곱습니다. 탄탄해 보이는 몸매에 빼곡히 적힌 한글 폰트도 클래식하지 않고 어딘가 귀여운 고딕체의 느낌이 듭니다.
실리콘 키스킨도 기본적으로 함께 들어있습니다. 몸체가 흰색이라서 아무리 조심해도 먼지가 들러붙는 게 눈으로 보이면 가슴이 아픈데, 그나마 조금 안심할 수 있도록 먼지를 막을 수 있는 고마운 녀석이죠. 모든 먼지를 몸에 붙일 기세로 키보드를 보호해줍니다.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키보드
무려 1680만 색상의 화려한 RGB컬러가 들어있는데요. 그게 왜 키보드에 들어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불빛이 굉장히 현란합니다. 화려하면 보기 좋죠. 처음에는 자꾸 시선을 강탈해 가길래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지만 몇 분의 적응 기간을 거치니 보기만 해도 뿌듯합니다. USB 또는 PS/2 뭘로 꽂아도 상관없이 화려하게 번쩍거리죠.
이 제품은 화이트 색상이라 주위가 환할 때는 예쁘게 반짝이는 느낌을 줬습니다. 만약 블랙 모델이었다면 낮에도 클럽 조명처럼 엄청난 속도로 번쩍이며 정신을 쏙 빼놓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LED는 아예 꺼버릴 수도 있으니 시선 강탈이 신경 쓰인다면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이 도시의 밤을 화려하게 빛내는 네온사인처럼
엔키 R3 키보드의 매력적인 LED는 수 십 가지 모드가 들어있어서 가끔씩만 바꿔줘도 흡족한데요. 하지만 알고 쓰면 더 좋습니다. 자주 쓰는 키만 원하는 색으로 칠할 수도 있고, LED 효과를 만들어 저장도 가능하며 게임마다 LED 색을 지정해 놓고 쓸 수도 있죠. 빛의 마술사 같은 느낌입니다.
레드 블루 브라운 블랙
기계식 키보드는 보통 키 스위치의 방식에 따라서 4가지로 나뉘죠. 적축, 청축, 갈축, 흑축입니다. 각각의 키감과 특징이 다 다릅니다 .적축은 아주 키감이 가볍고 시끄럽지 않아서 사무실에서 잘 어울리고, 청축은 특유의 커다란 찰카닥 소리가 매력적이고 누르는 느낌도 확실하죠. 갈축은 버튼감이 살아있으면서도 소음이 적은 편이며, 흑축은 누르는 느낌이 가장 묵직한데 걸리는 느낌이 없어서 키를 반복해서 계속 눌러야 하는 게임에 안성맞춤입니다. 엔키 R3의 스위치는 갈축과 청축, 적축 3가지가 있는데 제가 쓴 이 화이트 모델은 청축입니다. 가장 시끄럽고 누르는 느낌이 확실한 청축!
그래서 쩔거덕쩔거덕 쩔꺽쩔꺽거리는 큰 소리가 고요한 사무실에 울려 퍼지면 왠지 저로 인해 다른 사람의 집중력을 저해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품에 같이 들어있는 실리콘 키스킨을 씌우면 소음이 좀 줄기는 하는데요. LED 불빛은 조금 덜 화사해지고, 키를 누르는 느낌도 조금은 뭉툭해지죠.
하지만 이내 타이핑에 속도가 붙기 시작합니다. 오히려 ‘제가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이라는 듯 일부러 키스킨도 벗기고 철컥철컥 거리며 괜히 웹서핑을 하면서도 Ctrl과 Alt와 Shift키를 의미 없이 두드립니다. 대표님께서도 제가 일하는 소리가 방까지 들린다며 칭찬을 해주셨죠.
일도 게임도 빠르고 완벽하게
프로게이머들은 자신만의 키보드와 마우스를 들고 다니며 결연한 자세로 게임에 임한다고 하죠. 이 키보드는 무게가 좀 있어서 매번 들고 다닐 순 없지만 일을 할 땐 누구보다 티를 많이 내면서, 쉴 때는 열혈 게이머가 되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업무 시간에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게임을 해봤습니다. 리뷰를 해야 되니까요…
게임할 때는 키보드 자체에서 매크로 기능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는 게 꽤 도움이 되는데요. 편하게 누르고만 있어도 반복해서 눌리는 것처럼 만들거나, 한 번만 눌러도 키를 누른 채로 유지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예를 들면 키 하나를 부서지도록 계속 반복해서 눌러야 하는 슈팅게임을 해도 편하게 스코어를 낼 수 있겠죠! 참고로 이 반복입력 속도를 설정할 땐 USB 단자에 꽂는 건 소용이 없습니다. 같이 들어있는 PS/2 젠더를 써야 하죠.
게임① 한컴타자연습
영원한 타자 선생님 한컴타자. 자주 즐기던 산성비가 요즘에는 많이 업그레이드 되어 무려 온라인 배틀도 지원하네요. 확실한 키감과 우렁찬 스위치 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간만에 하얗게 불태우며 타자연습 놀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타자의 기본을 다질 수 있던 소중한 시간.
게임② 던전앤파이터
2D 오락실 게임의 향수를 부르는 단연 최고의 액션 RPG 던파입니다. 화려한 3D 그래픽은 기본으로 깔고 가는 다른 게임들에 비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촌스러운 게임이지만, 0.01초 짧은 찰나에 다양한 스킬 콤보가 적재적소 들어가야 하는 만만치 않은 액션이 필요하죠.
제가 오랫동안 즐기고 있는 몇 안 되는 게임 중 하나이기도 한데요. 스킬을 지를 때 확실히 질러야 하는 쾌감이 잘 살아나는 걸 느꼈습니다. 저의 주 캐릭터인 프리스트가 커다란 도끼를 휘두르며 몬스터를 무자비하게 썰어버리는 손맛이 제대로 느껴지네요. 성직자인데 왜 도끼를 쓰냐고 묻지는 마세요. 게임 스토리상 설정이 원래 그렇습니다.
게임③ 킹오브파이터즈 ‘98
물론 대전 액션은 조이스틱이 진리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키보드의 커스텀 셋팅을 좋아합니다. 둘이서 1초에 20번씩은 현란하게 키를 누르며(사실은 기술을 잘 몰라서) 마구리로 플레이할수록 오히려 분위기는 고조되죠.
불리하다고 느껴지던 찰나, 제가 몰래 설정해 둔 약 펀치의 반복 입력 매크로 덕분에 초 단거리 근접 공격의 시작으로부터 필살기 콤보의 연계가 손쉽게 이어집니다. 야비하다고 뭐라고 하진 마세요. 이렇게 사용하라고 있는 엔키의 설정이잖아요.
제품 스펙
– 규격 : 표준 106키
– 스위치 : 카일 스위치
– 동시입력 : USB, PS/2 무한 동시 입력(N-Key Rollover)
– 키캡 높낮이 배열 : 스텝스컬쳐2 방식
– 인터페이스 : USB, PS/2겸용
– 케이블 길이 : 일체형 패브릭 케이블 170cm
– 크기 : 440 X 35 X 140 mm
– 무게 : 1.25kg
– 제품구성 : 본체, PS/2 젠더, 실리콘 키스킨
존재감을 확실하게 알릴 수 있는 화려한 키보드
엔키 R3 RGB 기계식 키보드는 순백의 단아함 속에 누구보다 화려한 1680만 RGB 컬러의 끼를 가득 숨기고 있습니다. 경쾌한 철커덕 소리로 무아지경에 빠뜨리는 신기한 키보드죠. 게임할 때 편한 매크로 기능 말고도, 인터넷 창을 바로 켜거나 로또 번호 6개까지 골라주는 등(…) 2016년 같지만 멋있는 잔재주까지 부립니다.
가격은 약 12만원 전후로 형성되어 있는데요. 예쁜 기계식 키보드에 관심이 생겼다면, 혹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티를 내고 싶다면, 또는 슈팅게임을 비롯한 각종 온라인 게임을 많이 한다면 적절한 녀석이라고 느껴집니다.
사세요
– 타자기를 두들기는 것처럼 확실한 키감과 철컥거리는 큰 효과음이 좋다면(청축)
– 화려한 일곱빛깔 총천연색 무지개를 좋아한다면
– 각종 스피디한 키 입력이 필요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사지 마세요
– 먼지가 잘 보이는 게 싫다면
– 조용한 키보드를 원한다면
* 본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업체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블링블링한 빛의 화려함 |
| 확실한 키감 |
| 사무실에서 소음의 부담스러움 |
| 흥분되는 게임 분위기 |
7.2 |
브링브링 너-를 내게 가져다 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