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휴일이 많아집니다. 마음도 들뜨죠. 추운 겨울, 쉬는 날에는 역시 집에서 귤 까먹으며 영상이나 보는 게 최고인데요. 보고 또 봐도 재밌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연애시대,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독한 미식가, 라이어게임, 로스트와 덱스터까지, 볼거리는 참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드라마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필요한 건 귤과 나스(NAS)였습니다. 그렇게 써본 ‘시놀로지(Synology) DS216play’는 초보 영상 덕후에게 적절한 나스죠.
장점
– 영상을 넣어 놓으면 언제 어디서든 마구 볼 수 있다.
– 설치와 설정이 쉬운 편이다.
– 소음이 거의 없다.
단점
– 가격이 살짝 부담스럽다.
– 하드디스크는 따로 사야 한다.
– 4K 모니터와 그래픽 카드도 사고 싶게 만든다.
나스는 굳이 자주 만질 필요는 없스
생김새에 대한 첫 인상은 특별한 게 없습니다. 그저 네모나고 묵직한 플라스틱 상자입니다. 까끌한 무광 재질이 고급스럽다고 생각하는 찰나, 손으로 만지기 무섭게 먼지가 더덕 더덕 묻는 걸 보니 의아했습니다. 생긴 거랑 다르게 예민한 녀석이네요.
배를 가르면 속이 보입니다. 컴퓨터처럼 CPU와 램, 냉각팬도 있죠. 이쯤 되면 단순한 저장 장치가 아닙니다.
뭘 또 이런 걸 다…
DS216play는 역시 단순한 저장 장치가 아닙니다. 하드디스크를 따로 사서 끼워줘야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항상 켜진 상태에서 읽고 쓰는 걸 많이 반복하기 때문에 나스 전용 하드도 따로 있는데요, 이건 약 20만원대의 4테라 하드입니다. 4테라면 영화 수 천 편은 넣을 수 있죠.
뭔가 대단해 보이는 장면인 듯 연출했지만 그저 하드디스크를 나스에 끼워 고정하는 중입니다. DS216play에는 하드를 2개 끼울 수 있는데요. 그저 용량을 늘이는 것뿐만 아니라 중요한 데이터는 각각의 하드에 동시에 저장시키는 등 안전을 위한 작업들을 다양하게 할 수 있습니다. 몇 년간 소중하게 모은 파일들이 순식간에 날아간다면 그만큼 허무한 것도 없잖아요.
스위치 온!
어댑터 전원을 꽂고 인터넷 선을 연결하면 불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가슴이 두근두근하는데요.
설명서에 쓰여있는 초기 설정 주소를 쳐보니 아무것도 안 뜨네요. 그렇습니다. 남은 인터넷 선을 꽂는 게 아니라 공유기랑 함께 연결했어야죠. 하핫, 나란 녀석…
둘이 잘 어울려. 잘 해봐.
공유기와 서로 연결해주고 함께 사이 좋게 놓아봅니다.
둘이 서로 다른 듯 하면서도 잘 어울립니다. 나스 특성상 앞으로 공유기와 항상 함께 있을 텐데요. 기기 따위도 둘이 붙어 있는데… 여튼 잘 되길 바라봅니다.
겟 셋 레디
관리자 계정을 만들고, 알아서 추천하는 유틸리티를 몇 가지 설치하면 됩니다. 컴퓨터에 뭔가를 설치할 때는 되도록 옵션을 꺼버렸었는데, 이 권장 패키지들은 꼭 설치하기를 추천합니다. 사진, 영상, 음악, 노트 등 일상에 유용한 것들이 많거든요.
퀵커넥트(QuickConnect) 계정을 만들면 어떤 컴퓨터에서든 내 파일을 내려 받거나 업로드를 할 수도 있습니다. 주소도 어렵지 않고요. 언제든 나만의 저장 공간을 보고 관리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었죠. 회사에서 야근을 하다 드라마 본방을 놓쳤다면, 바로 영상을 받아 나스에 넣어 보세요. 집에 가면서 볼 수 있습니다.
나스 설정 화면은 20년된 중학교 친구처럼 친숙합니다. 처음에 제어판 설정 몇 가지를 만져주면 그 뒤로는 별로 건드릴 게 없죠. 그리고 파일을 올리거나 이리저리 폴더를 옮길 때도 윈도우처럼 편합니다. 파일을 올릴 때 속도는 1초에 10메가 정도 나오네요.
영상을 어디서나 보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시놀로지 제어판에서 내 아이디로 동영상 서버의 시놀로지 주소를 만듭니다. 그리고 WebDAV 설정을 켠 다음, 지금 쓰는 공유기 관리자 설정에서 나스의 포트 번호를 열어 주는 ‘포트포워딩’을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밖에서도 마음껏 접속할 수 있죠. 기분이 날아갈 것 같습니다.
시놀로지 어플 콜렉션
시놀로지에서 나스를 더 잘 쓰라고 만들어준 어플들이 있습니다. DS 시리즈죠. 나스에 들어있는 것들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해줍니다. 전부 다 능숙하게 쓴다면 진정한 스마트 얼리어답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DS video는 영상 플레이어입니다. 인터페이스도 편하고 버퍼링 속도는 조금 뜸을 들이기 때문에 인내심도 키워줍니다. 파일에 따라 영상에 자막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외국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하도록 독려해주죠.
요즘 핫한 4K 고화질 영상. 그런데 4K는 파일 용량도 크고 재생할 때 기기가 버거워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DS216play는 4K 영상 품질을 자체적으로 낮춰서 틀어주죠. 트랜스코딩이라는 기술입니다. 그런데 빠릿하진 않고, DS video 어플로 볼 때만 가능하네요. 어차피 4K 영상도 아직은 많이 없으니 저는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나중에 4K 영상이 더 많아지면 모니터부터 4K로 바꿔야죠.
본격적으로 정주행
그래서 그냥 영상은 엔플레이어(Nplayer)로 보기로 합니다. iOS용 영상 재생 어플인데요. 세일할 때 5달러 가량 주고 샀습니다. 처음에 만들었던 WebDAV 나스 주소와 제 아이디를 넣으면 되죠.
그렇게 틀기 시작한 나홀로집에. 마침 곧 크리스마스니 케빈에게 미리 안부도 물을 겸 보고 왔습니다.
향수에 젖어 백투더퓨쳐 시리즈도 쭉 보고요. 지금 봐도 호버보드는 신기해요. 그나저나 귤이 참 맛있네요.
추운 겨울에 감성이 메마르지 않게, 죽어가는 연애 세포를 다시금 깨워보고자 연애시대도 정주행 한 번 해줬습니다.
생각해보니 태블릿으로 크게 보는 게 더 재밌겠더라고요.
안드로이드폰에서도 제 시놀로지 나스의 영상은 멈추지 않습니다. 어머니 폰에 설정해드리니 참 좋아하시네요. 요즘에는 막돼먹은 영애씨를 시즌1부터 다시 정주행하시던데 말이죠.
DS photo로 가끔 이렇게 사진도 봅니다. AOA의 설현의 전신 사진이 요즘 뜨거운 이슈죠. 큰 사이즈로 구했습니다. 하드 하나 더 사서 이중 백업을 할까 생각 중입니다.
DS audio로 음악을 듣죠. 제가 가진 음악이 300기가 정도 되는데, 한 번에 다 올려 놓으니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딱 맞는 노래를 틀기 좋습니다. 드라이브 할 땐 신나게 AC/DC, 혼자 커피 한 잔 마실 때는 이루마, 그리고 나중에 여친과 오붓하게 있을 때를 대비한 재즈 앨범도 있는데…
그 외에도 DS file로 전체적인 파일 관리도 하고, DS note로는 메모도 저장합니다. 모든 것들을 나스에 저장하고 어디서든 쓸 수 있으니 편리합니다.
이건… 겨울을 데워줄 나스
데워준다고 해서 발열이 심하다는 건 아니고요. 올 겨울을 귤을 까먹으면서 재밌는 걸 잔뜩 시청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금제도 무제한 인터넷이 되는 걸로 바꾸고 말이죠. 걸리는 건 역시 가격입니다. DS216play 본체만 해도 인터넷 상에서 37만원대네요. 하드 디스크도 필요하니 50~60만원은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도 이왕 나스 한 번 제대로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이 제품을 구매 리스트에 올려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사세요
– 귤과 함께 동영상을 보며 겨울을 불태우려는 분
– 하드디스크 1개가 있는 나스는 불안한 분
– 복잡한 컴퓨터 지식을 싫어하는 분
사지 마세요
– 영상은 그저 TV로 보는 걸로 만족하는 분
– 스마트폰 요금제가 무제한이 아닌 분
– 4K 영상 마니아
* 본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시놀로지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만질 때마다 먼지 묻는 것 같은 희한한 촉감 |
나만의 영상 서버를 만드는 뿌듯함 |
소음과 전기세로부터의 자유로움 |
부담스러운 가격 |
7.0 |
세상엔 정주행 할 드라마가 너무 많아요 |
메인에서 보니까 3.5라는 절묘한 숫자에 가려져서 “정주행”이 “성추행”으로 보임요…
어머… 그럴리가요
나만 잘 못읽은게 아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