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어답터는 일주일에 한 번 대청소를 합니다. 저는 청소기 담당이죠. 넓은 바닥을 청소기와 함께 훑다 보면 느끼는 게 3가지 있습니다. 첫째,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오는 사람은 없구나… 둘째, 케이블이 아무리 길어도 불편하기 짝이 없구나… 셋째, 먼지통을 비우는 일은 정말 하기 싫구나… 힘든 사무실 청소, 청소기로 유명한 다이슨이라면 좀 다르게 할 수 있을까요? 다이슨 v6 플러피 헤파(Dyson v6 Fluffy HEPA)를 써봤습니다.
장점
– 무선이라 편리하다.
– 독특한 생김새가 시선을 끈다.
– 충전 독을 벽에 걸 수 있다.
– 먼지통을 비우기 쉽다.
단점
– 검지 손가락이 얼얼하다.
– 소프트롤러 테두리에 먼지가 많이 붙는다.
– 충전하면서 청소를 할 수 없다.
– 충전을 안 해놓으면 청소를 자꾸 미루게 된다.
서부의 총잡이가 된 느낌으로
첫 인상은 제가 본 그 어느 청소기보다도 독특했습니다. 먼지를 박멸할 미래의 무기 같기도 합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빨아들이기 시작합니다. 놓으면 멈추네요. 켜놓고 쓸 수 없는 게 좀 낯섭니다. 어쨌든 사무실 청소를 시작해보죠!
Stage 1. 책상 밑
-상태 : 약간의 먼지와 머리카락이 있다.
-공략 : 소프트롤러
-난이도 : ★☆☆☆☆
우선 여기는 저의 책상 밑입니다. 저는 책상 정리를 잘 안 해도 바닥은 항상 깔끔한 편입니다. 몸에 별로 털이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 특히 여성 분들의 자리에는 긴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져 있는 걸 볼 수 있죠. 바닥은 소프트롤러로 슥슥 밀어주면 됩니다. 작은 약봉지나 종이 조각은 빨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소프트롤러는 가장 많이 쓰이는 헤드입니다. 이발소를 연상시키는 컬러의 롤러는 부드러운 나일론으로 덮여 있습니다. 바닥을 닦는 듯한 매끄러운 손맛도 느껴지죠. 장판을 청소할 때 가장 잘 어울리는데 사무실 바닥에도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다만 바닥에 음료수라도 쏟은 걸 모르고 문질렀다간 가슴이 아플 것 같습니다. 이 소프트롤러만 해도 20만원 가까이 되니까요.
Stage 2. 장식장
-상태 : 약간의 먼지가 있고 각종 소품들이 진로를 방해한다.
-공략 : 콤비네이션툴
-난이도 : ★★☆☆☆
사무실에는 커다란 장식장이 있습니다. 각종 서적들과 피규어들이 각자의 멋짐을 뽐내고 있죠. 하지만 청소할 때는 상당히 귀찮습니다. 휴지로 닦는데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이럴 때는 콤비네이션툴로 먼지를 팍팍 빨아들이면 됩니다. 청소기 무게는 2kg 정도인데 처음엔 불편한 줄 몰랐지만 서서히 검지 손가락과 팔이 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Stage 3. 회의실
-상태 : 널찍한 다리의 테이블과 의자와 천으로 된 소파가 있다.
-공략 : 소프트롤러, 미니모터 헤드
-난이도 : ★★★★☆
여기는 회의실입니다. 얼리어답터의 멋진 미래를 위해 열띤 토론을 하고 야근할 땐 저녁을 먹기도 하며 삼삼오오 모여서 다른 사람 흉을 보기도 하는 곳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많이 들락날락하기 때문에 각종 먼지와 쓰레기가 생산되죠. 의자와 테이블의 다리도 복잡하고 무거워서 바닥 청소가 번거롭습니다. 그래도 소프트롤러의 유연한 움직임 덕분에 바닥 구석구석을 청소하기 편했습니다.
천으로 된 소파는 먼지가 잘 붙으면서도 청소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때는 미니모터 헤드로 바꿔서 문지르면 말끔해집니다. 안쪽에 브러시 솔이 촘촘히 박혀 있어서 천에 찰싹 붙어있는 먼지와 머리카락도 가차 없이 빨아들이죠.
Bonus Stage. 복도
-상태 : 바닥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많고 가죽 소파가 있다.
-공략 : 소프트롤러, 크레비스툴
-난이도 : ★★☆☆☆
복도에는 장애물이 많습니다. 옷걸이부터 박스, 서랍, 쓰레기통 등이 널려 있습니다. 하지만 소프트롤러의 부드러운 손맛은 그 무엇도 방해할 수 없었죠. 가장 편했던 건 선에 대한 자유로움이었습니다. 청소 하다가 선이 짧으면 콘센트에서 뺐다가 다시 꽂아야 하는데요. 그럴 일이 없어서 넓은 복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청소하기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쯤 되니까 검지 손가락이 상당히 저릿저릿합니다.
이것은 복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소파입니다. 빳빳한 가죽 재질이라 청소가 어렵지 않지만 틈새에 먼지가 많은데요. 좁은 틈을 공략하는 크레비스툴이라면 됩니다. 그래도 먼지가 잘 빨리지 않을 때는 MAX 버튼을 한 번 누릅니다. 파워모드로 더 힘차게 빨아들일 수 있죠. 다만 소리도 더 우렁차고 배터리 시간은 더 짧아지니 되도록이면 잠깐씩만 써야 합니다.
Stage 4. 대표이사실
-상태 : 바퀴가 여러 개 달린 의자가 많고 다양한 종류의 먼지가 있다.
-공략 : 소프트롤러
-난이도 : ★★★☆☆
대표이사실은 회의실처럼 독립된 공간입니다. 면적이 넓진 않지만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청소 공간인데요. 바퀴 달린 의자를 비롯해 먼지와 쓰레기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심지어 동전과 지폐가 나올 때도 있죠. 아마 여러 가지 신경 쓸 일이 많으셔서 더 그런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면적이 좁아서 물건을 한 쪽으로 치워놓고 청소할 수도 없고 난감합니다.
하지만 다이슨 v6 플러피 헤파에게는 아무런 어려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무선이라 케이블이 걸리적 거리지 않았고, 바닥의 장애물들을 이리저리 융통성 있게 감싸며 움직이는 소프트롤러가 기특했습니다. 깔끔해지는 바닥을 보니 뿌듯합니다.
넓은 책상에서 한 번쯤 상상해봤던 이런 자세도 취해봅니다. 그리고 나지막이 읊조려봅니다. “좋은 청소였다…”
만지기 싫지만 만질 수 밖에…
청소를 했으니 먼지를 비워야겠죠. 기존 청소기로는 매주 비우진 않았었습니다. 귀찮기도 하고요. 더러운 먼지가 손과 옷에 묻는 게 싫었기 때문이죠. 다이슨 v6 플러피 헤파는 스위치 한 번만 누르면 뚜껑이 아래로 열리면서 먼지가 툭 쏟아집니다. 시원합니다. 0.4L의 용량은 사무실 전체를 한 번 다 휩쓸어도 넉넉합니다. 하지만 먼지가 뭉텅이로 뭉쳐 있는 건 손가락으로 꺼내야 했습니다. 어쩔 수 없죠.
허파에, 아니 헤파에 바람이…
청소를 하면 청소기 뒤쪽으로 후끈한 바람이 붑니다. 하지만 이 공기는 좋은 공기입니다. 헤파(HEPA) 필터를 거쳐 걸러지는 바람이기 때문이죠. 물론 공기가 얼마나 좋아지는지 알 길은 없지만, 그렇다고 합니다. 괜히 손으로 입을 막으면서 청소할 필요는 없네요. 게다가 이 필터는 물로 쓱쓱 씻으면 언제든지 다시 사용할 수 있어서 든든합니다.
나를 사랑으로 채워줘요 사랑의 밧데리가 다 됐나 봐요
다이슨 v6 플러피 헤파는 충전과 거치도 편했습니다. 모서리 아무데나 탁 기대어 세워 놓기도 좋고, 충전할 때는 도킹 스테이션에 꽂아놓기도 좋죠. 기존 뚱뚱한 청소기는 호스가 길고 몸집이 커서 공간을 은근히 차지했었는데 말이죠. 충전은 3~4시간이 걸립니다. 쓰는 시간에 비해 많이 깁니다.
공간을 지배하려는 자, 손가락의 아픔을 견뎌라
다이슨 v6 플러피 헤파로 청소할 때 가장 편한 건 역시 무선이라는 점입니다. 케이블 걱정을 할 필요 없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었죠. 가장 불편했던 건 스위치입니다. 청소할 때 손가락으로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청소를 다 끝내고 여유 있게 커피 한 잔 하려는데 컵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마터면 입술을 데일 뻔했네요.
돈의 공격과 무게의 공격을 버틸 수 있을까?
청소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일반적으로 20분, MAX 파워 모드는 6분 정도입니다. 사무실을 청소할 때 적절하게 MAX를 눌러가며 10분 넘게 사용하기는 충분했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항상 충전독에 꽂아놓는 수밖에요.
바람 세기는 보통과 MAX의 2가지입니다. 보통 세기는 기존에 쓰던 청소기들의 90% 정도, MAX는 120% 정도라고 느꼈습니다. 배터리가 불안해서 MAX를 자주 쓰지 못해서인지, 흡입력은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소프트롤러의 폭신한 나일론이 바닥을 닦는 느낌이 들어서 한결 개운합니다.
다이슨 v6 플러피 헤파의 온라인 최저가는 80만원대입니다. 청소기 치고는 꽤 값이 나가죠. 무선의 편리함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기는 고민이 많이 되겠는데요. 무선의 편리함을 만끽할 수 있는 다이슨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싶다면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할 방법을 찾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네요.
사세요
– 가격과 브랜드와 소문의 힘을 신뢰하는 분
– 해외 직구로 훨씬 저렴하게 살 준비가 된 분
– 무선으로 편리하게 청소를 하고픈 분
사지 마세요
– 손가락 악력과 팔 힘이 약한 분
– 바닥 청소가 30분 이상 걸리는 넓은 곳에 사는 분
– 아직 팔팔하게 움직이는 기존 청소기를 갖고 있는 분
* 본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다이슨에서 제공받았습니다.
특이하게 생긴 매력 |
바닥 청소 능력 |
장소에 따른 대처 |
괜찮은 물건은 항상 가격이 문제 |
7.0 |
무선의 편리함 vs 가격의 갈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