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키보드와 매직트랙패드의 사용성을 위해
멕북이나 아이맥을 사용 중이라면, 특히 매직키보드와 매직트랙패드를 사용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키보드와 트랙패드가 나란히 붙어 있으면 어떨까?’ 맥북이나 아이맥이 놓인 책상 위에는 일반 PC보다 적어도 1~2개의 제품이 더 놓이기 마련입니다. 매직키보드, 매직트랙패드, 매직마우스 3종 세트를 비롯해 디자이너라면 타블렛까지 필요하죠. 이런 경우 사용성을 위해 매직키보드와 매직트랙패드를 나란히 놓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만들어 봤습니다. 매직키보드와 매직트랙패드를 나란히 연결하는 아이템을 말이죠. 물론 매직완드(Twelve South MagicWand)라는 액세서리가 애플 온라인 스토어에서도 판매 중인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죠. 때마침 얼리어답터에 3D 프린터가 도착했거든요. 얼리어답터 버전의 매직완드를 만든 3D 프린터는 로복스(Robox)입니다.
장점
– 따로 설치할 공간을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
– 프로그램 사용법이 쉽다.
– 클라우드에 공유된 3D 파일이 많다.
단점 (모든 3D 프린터에 해당)
– 품질을 가늠할 수 없다.
– 생각대로 출력되지 않는다. 아직은.
– 사용하면 할수록 어떻게 해야 잘 사용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알면 알수록 대단한 3D 프린터
갈수록 3D 프린터 관련 소식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듣기도 많이 듣고, 보기도 많이 봤는데요. 3D 프린터로 만든 인공 귀를 만들어 환자에게 이식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영화 속에서나 보던 미래가 가까워진 것처럼 느꼈습니다. 하지만 몇몇 전시회에서 본 3D 프린터는 첨성대 모형 따위나 찍어내고 있었죠. 영화를 보면 사람 피부와 거의 동일한 가면(!)도 척척 만들어내던데, 영화는 영화일 뿐인가 보네요. 첨성대나 찍어내는 3D 프린터가 정말로 연골이나 관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걸까요?
3D 프린터, 아는 게 힘
어떤 3D 프린터인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방식에 따라 첨성대를 만들 수도 있고 귀를 만들 수도 있죠. 몇 년 전부터 미래 기술로 각광 받는 3D 프린터지만 사실 30년도 더 된 기술입니다. 꽤나 오래된 역사만큼 방식도 다양합니다. 얼리어답터 버전 매직완드를 만든 로복스 3D 프린터 얘기는 잠깐 접어두고 일단 3D 프린터 방식부터 살펴보겠습니다.
SLS(Selective Laser Sintering)
가루로 되어 있는 재료를 레이저로 녹여 모형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인데요. 가루 상태로 만들 수만 있다면 어떤 재료든 가능합니다. 연골이나 관절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3D 프린터가 바로 SLS 방식입니다. 반대로 재료가 가루라서 단점도 있는데요. 출력 중이나 출력 후 완전히 굳지 않은 가루가 날릴 수 있습니다. 때문에 3D 프린터를 설치하는 공간을 어느 정도 확보해야 하죠.
SLA(StreoLithography)
SLS 방식이 가루였다면 SLA 방식은 액체로 된 재료를 사용하는 3D 프린터입니다. 액체 상태의 수지(그 수지 아닙니다.)를 레이저로 굳혀서 만드는 방식이죠. 같은 모형을 만들더라도 좀 더 정밀하게 만들 수 있는 3D 프린터입니다. SLA 방식의 단점을 꼽는다면 플라스틱만 가능하다는 재료의 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는 3D 프린터는 SLS 방식뿐이죠.
SLA-DLP(Digital Light Processing)
SLA 방식과 동일하게 액체 수지를 재료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SLA 방식에서 좀 더 진화한 3D 프린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SLA 방식보다 정밀도가 더 뛰어난 편이죠. 정밀한 모형이나 액세서리를 만들 때 주로 사용됩니다. 단점 역시 SLA 방식과 유사합니다. 플라스틱만 가능하죠.
FDM(Fused Deposition Modeling)
FDM 방식은 가장 대중적인 3D 프린터 방식입니다. 대중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가격 때문인데요. 먼저 얘기했던 SLS 방식의 3D 프린터의 경우 가장 저렴한 제품이 1억원대라고 합니다. 산업용이나 의료용 기기는 수십억원을 호가하기도 하고요. 대표적인 SLA-DLP 방식의 3D 프린터인 MAKEX M-One의 경우 500만원대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지만 회사가 아닌 개인 사용자라면 선뜻 지갑을 열 수 있는 가격은 아닙니다.
반면 FDM 방식은 어느 정도 마음만 먹으면 일반 가정에도 충분히 들여놓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주로 가정용 3D 프린터라고 하면 바로 FDM 방식을 얘기하는 것이죠. 방식은 간단합니다. 플라스틱 재질의 필라멘트를 녹여서 차곡차곡 쌓아 올려서 모형을 만들죠. 만들어진 모형이 플라스틱 덩어리다 보니 내구성도 상당한 높은 편입니다. 대신 표면이 매끄럽지 못하고 속도도 느린 편이죠.
비교한 적은 없지만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은
다시 로복스 3D 프린터 얘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로복스 3D 프린터는 FDM 방식입니다. 앞서 첨성대 모형 따위나 만든다고 조금 깔봤던 그 3D 프린터 방식이죠. 하지만 막상 옆에 놓고 사용해보니 감흥이 달랐습니다. 첨성대도 대단해 보였죠. 물론 익숙하게 사용해왔던 제품이 아니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마냥 신기한 게 정말로 좋은 건지는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기기 자체의 크기는 작은 편입니다. 일반 프린터처럼 책상 한켠에 둘 수 있는 크기죠. 사실 3D 프린터의 크기는 중요합니다. 크기가 확보되어야 제작할 수 있는 모형의 크기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무조건 비례하지는 않습니다.) 로복스는 370x340x240mm입니다. 3D 프린터 중 비교적 작은 크기에 속하죠. 반면 제작물은 210x150x100mm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다른 3D 프린터와 비교했을 때 폭이나 높이 등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기기 자체의 크기에 비해 결코 작지 않은 모형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3D 프린터에서 디자인을 얘기한다는 게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가정용 3D 프린터라면 사고 싶게 만드는 게 당연하겠죠. 투명한 재질의 커버로 되어 있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커버에는 Lock 장치도 있습니다. 제작 중에는 노즐과 베드의 온도가 상상 이상만큼 올라가거든요. 제작 중인 모형을 함부로 건드려서도 안되겠죠.
3D 프린터도 프린터
첨성대든 뭐든 일단 만들어보는 게 중요하겠죠. 앞서 얘기한대로 3D 프린터라는 게 익숙하게 사용해왔던 제품이 아니라서 처음에는 살짝 쫄보 모드가 되기는 했습니다. 더욱이 로복스 3D 프린터 자체에는 뒤쪽 전원 버튼을 제외하고 누를 수 있는 버튼이 아무 것도 없거든요. 이럴 때 로복스 전용 프로그램인 오토메이커(AutoMaker)를 실행시키면 됩니다.
오토메이커, 이름에 걸맞은 편의성을 지닌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데요. 몇몇 지나칠 정도로 솔직하게 번역해 놓을 만큼 한글도 완벽하게 지원합니다. 크게 고민할 필요 없이 몇 번 클릭만 하면 출력이 시작되죠. 3D 프린터도 PC를 통해 결과물을 출력하는 프린터일 뿐이었습니다.
필라멘트부터 끼워 넣어야
처음 제품이 도착했을 때부터 필라멘트가 끼워져 있기는 했습니다만 로복스 3D 프린터는 자동소재 인식시스템(Automatic Material Recognition)이 있습니다. 어떤 소재인지부터 소재에 따른 노즐과 베드의 온도 등을 알아서 맞춰주죠. 또한 몇 미터, 몇 그램이 남았는지, 모형 하나 만드는 데 돈으로 얼마 정도가 필요한지까지 알려줍니다. 현재 지원하는 재질은 ABS와 PLA를 비롯해 Nylon, HIPS, CO-PET, TPU 등이네요.
별다른 고민 없이 Make!
오토메이커를 사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요약하면 3D 파일을 불러와서 출력 품질을 선택한 후 Make! 버튼 클릭이죠. 생각보다 너무 간단한데요. 별다른 고민이 필요 없습니다. 드래프트와 노말, 파인 3단계의 출력 품질을 선택하기만 하면 됩니다.
출력 품질에 따른 가장 큰 차이는 레이어 높이입니다. 레이어 높이란 모형을 만들 때 차곡차곡 쌓이는 한 층의 높이를 말하는데요. 가장 낮은 품질인 드래프트의 경우 0.3mm, 노말은 0.2mm, 가장 좋은 품질인 파인은 0.1mm입니다. 로복스 3D 프린터는 0.02mm까지 지원해 보다 정밀한 제작도 가능하죠. 밀도 역시 출력 품질에 따라 달라집니다. 드래프트부터 파인까지 20%~40%로 디폴트 값이 정해지기는 하지만 0~100%를 별개로 설정할 수 있죠.
설정 화면을 보면 품질에 따른 출력 시간과 무게, 소요 비용 등이 표시됩니다. 드래프트의 경우 유독 시간이 빠른 걸 확인할 수 있는데요. 로복스 3D 프린터의 핵심 기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듀얼 노즐 시스템(Dual Nozzle System) 때문입니다. 0.3mm와 0.8mm 노즐이 나란히 붙어있는데요. 매끄러운 표현이 필요한 외관의 경우 0.3mm 노즐을 사용하고 드러나지 않는 내부는 0.8mm 노즐을 사용합니다. 물론 노멀 이상으로 품질을 높이거나 밀도를 높이면 0.3mm 노즐만 사용해서 보다 미세하게 만들죠.
디테일한 고민 해결
그런데 모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3D 파일이 있어야 합니다. 당연하죠. .stl, .obj, .amf 파일을 지원하는데요. 직접 3D 렌더링을 하지 못해도 좋습니다. 첨성대 같은 파일은 ‘MY MINI FACTORY’라는 로복스 3D 프린터 전용 클라우드에 어마어마하게 쌓여있거든요. 오토메이커로 바로 불러올 수 있습니다. 시도해 볼만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니 3D 파일 걱정은 일찌감치 접어도 되죠.
출력하는 동안 곁에 붙어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PC를 지켜볼 필요도 없죠. 오토메이커를 사용하면서 편리하게 느낀 부분은 출력이 시작되면 PC와 분리해도 된다는 점인데요. 출력 중 그렇게 시끄럽지는 않지만 꽤나 거슬리는 소음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회의실 구석에 설치해 놓고 출력을 걸어 놓은 다음 노트북을 들고 문을 닫아두곤 했습니다.
냉장고 자석 만들기 (feat. 얼리어답터)
얼리어답터 로고 모양으로 냉장고 자석을 만들어봤습니다. 드래프트부터 노멀, 파인까지 총 3가지를 먼저 만들어봤는데요. 사진 상 왼쪽부터 드래프트입니다. 냉장고에 붙여놓기 부끄러울 정도의 퀄리티죠. 건축이나 제품 디자인 등을 전공하는 학생이나 업체의 경우 대략적인 형태를 가늠할 때 유용할 것 같습니다. 출력 시간도 비교적 빠르니까요. 45x30x10mm 크기를 출력하는데 예열 시간을 제외하고 17분 가량 소요되며 무게는 6g, 필라멘트는 0.22파운드(약 387원)어치 소요됩니다. (로복스 3D 프린터가 영국 출신이라 그런지 파운드로 표시되네요.)
가운데 노말은 어떨까요? 퀄리티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노멀이 이 정도면 파인은 얼마나 Fine 일지 궁금해지는데요. 제작 시간은 43분 정도가 걸렸고, 무게와 필라멘트 소요는 드래프트와 동일합니다.
마지막, 대망의 파인입니다. 노멀만큼의 감흥은 없네요. 드래프트와 노멀 차이만큼은 아닙니다. 시간도 두 배 이상 걸렸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한 퀄리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생이라면 과제 제출용으로는 노멀을 사용해도 될 것 같습니다. 복잡한 형태가 아니라면 굳이 파인으로 출력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제작 시간은 2시간. 무게는 7g이고요. 0.25파운드(약 440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냉장고 자석 만들기2 (feat. 얼리어답터)
내친 김에 하나 좀 더 크고 복잡한 냉장고 자석을 만들어봤습니다. 얼리어답터 로고 전체를 사용했죠. 210x45x8mm의 크기로 로복스 3D 프린터의 제작 허용 폭을 꽉 채우는 크기였는데요. 결과물은 이렇습니다. 굵은 폰트로 적힌 EARLY는 흠잡을 데가 없고, 얇은 폰트인 ADOPTER도 그럭저럭 표현해냈습니다. 다만 URL은 촘촘해서 그런지 약간 번진듯한(?) 모습입니다. 크기가 더 작았다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네요.
아쉬운 점은 표면인데요. 소형 냉장고 자석도 그렇지만 표면에 0.3mm 노즐이 짜낸 플라스틱 한 올 한 올이 그대로 보입니다. 선이 모여 면이 되는 건 맞지만 선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은 조금 아쉽네요.
어떻게 사용해야 할 지가 최대의 고민
로복스 3D 프린터가 도착했을 때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앞서 얘기한대로 첨성대처럼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뭔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었거든요. 가정용 3D 프린터라고 소개되고 있지만 사용하면서 실제로 가정에서 사용할 일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가족 구성원 중 3D 작업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얘기가 다르지만요. 첨성대 같은 모형 출력이 얼마나 오랫동안 재미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3D 프린터는 사용할수록 점점 어떻게 사용해야 좋을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제품이었습니다. 아마도 아직도 고민 중이고, 앞으로도 고민해야겠지만, 로복스 3D 프린터는 고민의 방향을 알려주는 제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맨 처음 얘기했던 매직완드는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시나요? 얼리어답터 로고까지 박아서 잘 만들었고, 이렇게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세요
– 모형 제작이 필요한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
– 3D 파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광고주가 있는 업체
– 쉽게 사용할 수 있는 3D 프린터를 찾는 분
– 이것저것 만들어보는 걸 좋아하는 분
사지 마세요
– (이성 조차) 3D 보다 2D를 좋아하는 분
– 직접 만들기보다는 만들어진 걸 좋아하는 분
– 3D 프린터가 더 싸지길 기다리는 분
* 본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소나글로벌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책상 위를 차지하는 크기 |
전용 소프트웨어의 위엄 |
현재 3D 프린터의 퀄리티 |
전용 클라우드의 즐거움 |
가정용 제품으로는 망설여지는 가격 |
7.4 |
어떻게 사용해야 3D 프린터의 미래를 체감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