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접기 속에는 힐링이 있다.

요즘 ‘컬러링북’이라고 그럴싸한 이름으로 불리는 ‘색칠공부’가 현대인의 새로운 ‘힐링’ 수단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살짝 놀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과거 코딱지들의 대통령이었던 김영만 아저씨가 오랜만에 방송에 나와 보여준 ‘종이접기’에서도 힐링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네요. 맞나 봅니다. ‘색칠공부’나 ‘종이접기’처럼 추억 돋는 일련의 행위 속에는 분명 ‘힐링’이 있나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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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얼리어답터에서도 잠시나마 그 ‘힐링’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종이를 접어봤거든요. 김영만 아저씨를 따라 알록달록 색종이를 접은 건 아니고요. 본격적인 페이퍼 크래프트, 파파(PAPA)를 접었습니다.

 

장점
– 귀찮아 보이지만 막상 접으면 재밌다.
– 어려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쉽다.
– 만들고 난 뒤 벽에 걸었을 때 만족스럽다.
단점
– 어울릴만한 벽을 쉽게 찾을 수 없을 수 있다.
– 한 마리(?)로는 부족해 보일 수 있다.
– 집에 들여 놓기에 비싸다.

 

파파? 아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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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재밌습니다. 파파라니… 아빠는 아닙니다. PLAY ART, POLYGON ART의 약자죠. 플레이(PLAY)나 아트(ART)는 뻔하고, 폴리곤(POLYGON)이 뭔지 잠깐 집고 넘어갈까요? 폴리곤이란 3D 오브젝트를 구성하는 다각형 덩어리를 의미합니다. 겉으로는 매끈하게 보이더라도 사실 수많은 폴리곤이 모여있는 것이죠. 전설적인 대전 게임인 버추어 파이터, 특히 초기 시리즈를 보면 폴리곤이 그대로 보입니다. 캐릭터의 모습은 분명 사람인데 거의 로봇에 가깝죠. 물론 당시에는 획기적인 그래픽이긴 했습니다. 버추어 파이터가 어떤 게임인지 모른다면 93년에 처음 나온 게임이니 아빠한테 물어보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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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는 버추어 파이터 초기 시리즈의 그래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입니다. 매끄러운 형태가 아니라 다각형 덩어리가 그대로 보이는 모습인데요. 투박하기보다는 오히려 세련되어 보입니다. 그래픽이 아니라 페이퍼 크래프트라서 그런 걸까요? 페이퍼 크래프트라면 얼리어답터 캐릭터처럼 반듯한 모양일 거 같은데 입체적인 형태를 지니고 있어서인지 종이접기 ‘놀이’라기 보다 예술품 ‘제작’처럼 느껴집니다.

 

종이 접기? 그럼 접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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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만드는 과정은 ‘놀이’에 가깝습니다. 앞서 얘기한 대로 ‘힐링’도 되고요. 얼리어답터에서는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난 어느 저녁 시간에 ‘놀이’가 시작됐는데요. 시작은 이랬습니다. ‘칼퇴 하기 싫으면 이거나 만들어~’라는 한 마디에 한 여직원이 접기 시작하고, 다른 여직원이 동참하고, 또 다른 여직원도 동참하고, 남자 직원은 옆에서 구경하고, 하나를 완성하더니 두 개째 접기 시작하고, 결국 세 개까지 접고 마무리했죠. 얼리어답터에서 파파에 대해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여직원이 사고 싶어 하는 마법의 종이’.

영상으로는 비둘기를 접는 모습을 담았는데요. 파파는 3가지 디자인이 있고, 각각 3가지 컬러가 있습니다. 총 9가지 옵션이라 뭐부터 만들지 우선 순위를 정하는데 망설임의 시간이 꽤나 길었습니다. 접는 여직원의 취향에 따라 골드 컬러의 유니콘과 하얀 고래, 그리고 핑크색 비둘기로 결정했는데요. 밑에서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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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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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는 무척이나 친절합니다. 혹시나 몰라서 칼을 준비했지만 포장 비닐 벗기고 고정용 테이프 자를 때만 한 번 사용하고 전혀 사용할 일이 없습니다. (물론 칼을 사용하면 조금 수월하긴 합니다.) 필요한 건 박스 안에 다 들어있죠. 박스에서 패널과 양면테이프 그리고 설명서를 꺼내면 모든 준비는 끝납니다. 참고로 비둘기 기준으로 5장의 패널과 2장의 양면테이프가 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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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뜯어내고, 양면테이프를 붙인 다음, 만나는 부분에 맞게 서로 붙여준 후, 한데 모으기만 하면 됩니다. 파트를 뜯어낼 때 조금 찢어지더라도 당황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체적으로 잘 뜯어지지만 찢어질 수 있는 부분은 양면테이프가 붙는 부분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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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테이프는 감동적인 수준입니다. 대충 위치만 맞게 붙이는 게 아니라 붙이는 모양에 맞게 각각 뜯어서 붙이는 방식이죠. 설명서야말로 친절함의 극치입니다. 이럴 필요까지 있나 싶을 정도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단계로 벽에 걸어서 감상하라고까지 나와있죠.

 

착각하게 만들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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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박스에 찍혀있는 사진만 보고 착각하게 만든 점도 있습니다. 박스 마다 두세 마리씩 등장하는데요. 혹시 안에 여러 마리가 들어있는 게 아닐까라는 착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포장을 뜯자마자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요. 잠깐의 기분 좋은 착각이었습니다. 두세 마리를 원한다면 두세 개 사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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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서의 숫자와 글자만 읽을 줄 안다면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 파트를 붙일 때는 찌그러지지 않을까 조심하는 마음에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손가락이 잘 닿지 않아 단단하게 고정시키기 어려울 수 있거든요. 물론 대체적으로 수월한 난이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만드는 시간은 디자인 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아무리 손고자라도 1~2시간이면 충분할 겁니다. 이제 완성된 제품을 하나씩 볼까요?

 

지켜줄 필요가 있는 유니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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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와 치유의 상징’이라고 되어 있는 유니콘입니다. ‘신비롭고 세련된 미스터리 골드’ 컬러라고 되어 있죠. 비둘기나 고래와 달리 전형적인 헌팅 트로피 타입입니다. 유니콘을 실제로 사냥할 수 없으니 파파로 만족하면 됩니다. 사냥할 수 있더라도 단순히 헌팅 트로피를 위한 사냥은 없어져야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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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뿔이 포인트입니다. 여섯 개의 면이 한 점에서 만나 뿔이 되는데요. 만들 때부터 뾰족함을 잘 지켜줘야 합니다. 얼리어답터에서 만든 건 하도 만지작댔더니 이미 살짝 찌그러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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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컬러라서 눈부실 정도로 번쩍거리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약한 편입니다. 하지만 완성된 후 벽에 걸어 놓으면 조명이 반사되어 비로소 광택이 나는데요. 은은한 메탈릭 느낌이 수식어 그대로 세련되어 보입니다. 심플하고 모던한 페이퍼 크래프트지만 세련된 느낌 때문인지 클래식한 인테리어에도 잘 어울릴 것만 같은 금빛 유니콘입니다.

 

무언가를 찾는 고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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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파란 바다, 저 끝 어딘가 사랑을 찾아서 하얀 꼬릴 세워 길 떠나는’ 바로 그 고래입니다. ‘넓고 푸른 바다를 모험하는’, ‘순수하고 따뜻한 이노센트 화이트’ 컬러의 고래죠. 개인적으로 가장 상상력을 자극하는 형태가 아닌가 합니다. 꼬리만 나와있어서 일까요? 공간의 경계인 벽을 새로운 공간으로 확장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모험을 상징하는 수식어와 어울리는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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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핑크와 달리 화이트는 광택이 없어서 인지 화려함이 덜한 편입니다. 대신 디테일한 패턴이 들어가 있어 지루하지 않습니다. 빛이 반사되는 각도에 따라 보기 좋은 명암을 연출하기도 하고요. 대체적으로 집안 벽지 색상이 화이트 톤일 테니 어디든 무난하게 어울릴 수 있는 고래의 하얀 꼬리입니다.

 

사실은 역동적인 새,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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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먼저 만났던 비둘기입니다. ‘평화와 행복을 전달하는 새’, ‘사랑스럽고 산뜻한 판타지 핑크’라고 약간은 뻔한 수식어가 붙어있네요. 세 가지 디자인 중 가장 역동적인 모습입니다. 날개 때문이겠죠.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또는 보는 각도에 따라 날개의 위치가 달라 보입니다. 앞서 세 마리가 들어있는 게 아닐까라는 착각도 이 때문이었죠. 여러 마리를 함께 붙여 놓으면 더욱 효과적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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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릭 느낌의 광택은 골드 컬러와 동일합니다. 반면 빛을 받아야 매력을 발산하는 골드 컬러와 달리 자체 발광에 가깝습니다. 핑크 자체가 화사한 컬러라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은데요. 파파를 ‘여직원이 사고 싶어 하는 마법의 종이’라고 부른 이유도 어쩌면 가장 먼저 만든 제품이 핑크색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것까지 접어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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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접어본 파파는 지금까지 알고 있는 ‘종이접기’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습니다. 폴리곤이라는 독특한 디자인부터 흠잡을 데 없는 컬러까지. 종이질도 훌륭합니다. 김영만 아저씨의 주무기인 색종이를 상상했다면 오산입니다. 일반적으로 명함은 200g/m2 내외의 종이를 사용하는데요. 파파는 화이트의 경우 300g/m2, 핑크와 골드는 310g/m2입니다. 두껍기 때문에 내구성도 뛰어나죠. 조명에 따라 연출되는 명암의 모습이 보기 좋아 형광등 가까이 붙여놨는데 양면테이프가 그 열기를 잘 버텨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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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는 현재 개당 49,0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솔직히 몇 시간의 ‘종이접기’치곤 비싼 가격이죠. 하지만 누군가 선물해 준다면, 누군가에게 선물한다면, 특히 집들이 선물이라면 좋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손에 머물 수 있고 눈에 들어올 수 있는 선물은 파파만 한 게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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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세요
– 평소 컬러링북이나 페이퍼 크래프트를 즐기는 분
– 항상 지켜보는 벽이 밋밋하게 느껴지는 분
– 주위에 이사를 앞두고 있는 지인이 있는 분
사지 마세요
– 만드는 건 질색, 만들어진 것만 사는 분
– 집안 꼴에 전혀 관심이 없는 분
– 집들이를 먹으러 가는 분

 

* 본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VIU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친절한 패키지
만들 때 김영만 아저씨 빙의
밋밋한 벽이 화사해지는 효과
집들이 선물로 고민해볼 정도
선물로 안줄 가능성
고르다 사다 쓰다 사이에 존재하는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