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참 많은 이어폰과 헤드폰을 접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이미 기억에서 잊혀진 것도 있는 반면, 아직까지도 감동이 간직된 것도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들어본 헤드폰은 상당히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제품입니다. 첫 눈에 반하게 만든 외모부터, 탄탄한 음질에 배려심이 많아 편리하기까지 하죠. M&D의 MH40입니다.
장점
– 멋진 디자인
– 묵직하고 안정적인 착용감
– 널찍한 신세계를 영접시키는 음질
단점
– 무겁다.
– 바닥에 놓을 때 조심스러워진다.
– 신세계를 영접하기엔 다소 비싼 가격
큰 게 좋은 거
이름은 많이 생소했지만 M&D(Master & Dynamic)이라는 미국 회사에서 만들어진 MH40의 첫인상은 호감이었습니다. 상자는 아주 큼직하고 무겁습니다. 선물로 받는 사람은 반드시 좋아할 만한 부피입니다.
이중으로 둘러 쌓여 있는 패키지를 풀어헤치면 다양한 구성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케이블이 긴 것과 짧은 것 2개가 들어있는데, 하나는 1.25m의 적당한 길이에 리모콘과 마이크가 달려 통화도 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리모콘이 없긴 하지만 2m의 길다란 녀석입니다. 주로 고가의 이어폰과 헤드폰에 들어있는 3.5mm/6.3mm 어댑터도 있고, 보드라운 파우치도 있습니다. 인공화학적 냄새가 코를 찌르긴 해도 꼼꼼하게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고 입구가 자석으로 되어 있어서 붙일 때의 손맛도 좋죠.
가을 남자를 위한 컬러 조합은?
MH40의 색상은 5가지가 있습니다. 항상 칙칙한 색을 많이 썼던 탓인지, 개인적으로는 실버 프레임에 브라운 가죽이 더해진 것에 눈길이 자꾸 갑니다. 지금 쓰는 실버 네이비도 나쁘지 않지만, 가을에 더 잘 어울리는 고풍스러운 느낌과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오묘하게 조화되어 가을을 타고 있는 제 마음을 공략합니다.
도시 남자와 우주인은 한 끝 차이?
고급진 소/양가죽과 번쩍이는 스틸, 알루미늄이 매우 적절하게 조화되어 있습니다. 깔끔한 라인과 생김새 덕분에 캐주얼한 복장보다는 세미 정장처럼 분위기 있는 옷차림에 더 잘 어울리는 듯 합니다. 묵직하고 차가운 알루미늄은 그 어떤 헤드폰보다도 튼튼한 느낌을 전달해줍니다. 하지만 360g의 무게가 꽤 부담스럽긴 합니다.
헤드폰 크기는 머리 사이즈에 맞춰 조절할 수 있는데, 방식이 색다릅니다. 봉을 무는 힘이 단단해서 웬만해서는 잘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혹시 머리가 너무 작아서 헤드폰 사이즈를 가장 작게 만들고 쓴다면 우주인 헬멧 안테나처럼 보일 수도 있을듯합니다. 다행히 저는 최대로 늘이고 썼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었죠. 참 다행이네요…
찰싹 찰싹 이어패드
이어패드를 벗기고 쓸 일은 없지만, 벗겨보면 레트로한 스탠드 마이크가 생각나기도 해서 멋집니다. 이어패드는 자석이 들어있어서 헤드폰에 찰싹 붙이는 손맛이 좋습니다. 너무 자주 뗐다 붙여서 패드가 망가질 위험이 클 것 같습니다.
회전하는 이어컵, 편리하지만…
MH40은 귀를 덮는 오버이어 형태의 헤드폰입니다. 제 귀는 좀 작은 편인데 패드 모양에 따라 쏙 들어가서 완전히 덮여집니다. 한겨울에도 귀마개가 따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알루미늄 몸체를 잘못 만졌다가는 차가워서 깜짝 놀랄 수도 있겠네요.
이어컵은 130도 정도의 각도로 시원시원하게 회전시킬 수 있어서 파우치에 넣어 다닐 때나 목에 걸 때도 편리합니다. 머리에 다 쓰지 않고 잠깐 음악을 들을 때도 편합니다. 하지만 말실수에 삐친 여자친구의 차가운 고개돌림처럼 너무 휙휙 힘없이 돌아가기 때문에 헤드폰을 바닥에 놓을 때는 이어컵을 잘 잡고 조심스럽게 놔야 합니다. 방심했다가 이어컵이 책상에 세게 부딪히는 일이 자주 일어났습니다.
리모콘의 상태가…?
우븐 재질로 된 케이블은 2가지가 들어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2m 짜리는 실내에서 컴퓨터나 장비에 꽂아서 들을 때 유용하고, 1.25m 짜리는 외출용으로 스마트폰에 꽂아서 들으면 편하죠. 리모콘의 버튼은 큼직해서 엄지손가락으로 누르기 좋습니다. 하지만 리모콘의 만듦새가 본체와는 달리 많이 미숙한 모습입니다. 그리고 볼륨 버튼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만 작동하는데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쓰신다면 매력이 반감되겠네요.
리모콘과 마이크는 케이블에 각각 따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마이크는 입 주위에 위치하게 되고 그 밑에 멀찍이 리모콘이 있어서 통화할 때 편리합니다.
여기에 꽂아도 되고 저기에 꽂아도 되고…
MH40에는 양쪽 이어컵에 모두 단자 구멍이 있습니다. 왼쪽과 오른쪽 중에서 맘에 드는 쪽에 꽂아 쓸 수 있어 편리한데, 사실은 여기에 다른 한가지 기능이 더 있습니다.
남은 한쪽에 이렇게 다른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끼우면 동시에 함께 들을 수 있죠. 굳이 음악을 둘이서 헤드폰으로 들어야 할 상황이 그리 많진 않겠지만요.
한 큐에 음소거
MH40은 밀폐형 헤드폰이라서 음악을 들을 때는 주위 소리를 잘 막아줍니다. 시끄러운 바깥에서 듣기 좋지만, 잘못하면 큰 위험에 처할 수도 있죠. 오른쪽 이어컵에는 작은 버튼이 있는데, 이걸 누르면 소리를 헤드폰에서 자체적으로 막아주는 음소거 기능을 합니다. 급할 때 헤드폰을 허겁지겁 벗거나 노래를 정지할 필요 없이 곧바로 음악이 나오는 걸 막을 수 있죠. 굉장히 편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음악이 나오지 않는다면, 모르는 사이에 이 버튼이 눌려 있었던 건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겠습니다.
동글동글 둥글둥글한 독특한 저음
45mm 네오디뮴 드라이버가 들어간 이 MH40의 음질을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좀 어려운데요. 우선 저음이 강한 편입니다. 하지만 심하게 뭉개지지 않습니다. 저는 저음이 붕붕둥둥 울리면서도 깨끗한 심벌 소리가 나는 걸 매우 좋아해서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음이 주는 독특한 질감 때문에 노래들이 전체적으로 묘하게 먹먹해지는 느낌도 받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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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한 매력의 걸그룹 러블리즈의 발랄한 테크노곡 ‘Ah-Choo’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베이스 소리인데요. ‘궁곡곡궁곡곡’ 하는 느낌을 줍니다. 여리여리한 보컬이 묻히진 않지만, 저음이 많이 강조됐기 때문에 맑고 투명한 노래라기보다는 클럽용 뮤직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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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 같은 날카로운 기타 소리가 인상적인 판테라의 ‘Cowboys From Hell’은 기타가 한층 묵직해진 느낌입니다. 날카로운 맛보다는 육중해진 느낌이 강해져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드럼 심벌 소리도 찢어지지 않고 각각 위치에서 이어폰보다는 악기들이 각각 더 잘 들렸지만 무대가 넓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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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어떤 느낌일까요? 비발디의 사계 중 ‘봄’에서는 악기들이 각자의 연주를 충실히 잘 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음악의 멜로디 말고도 현을 만질 때 삐그덕거리는 소리도 잘 들렸고요. 잔향도 충분히 귀에 들어왔지만 널찍한 공간에서 감상한다는 느낌보다는 서로 자신의 파트를 자랑하기 위해 앞다퉈 귀에 대고 경쟁적으로 연주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지름 가격 상한선을 넘기기에는 2% 부족한 헤드폰

MH40은 우선 멋진 디자인이 시선을 끌고 소리도 그에 맞게 준수한 헤드폰입니다. 저음의 양이 많고 질감이 독특해서 맑은 느낌의 곡을 주로 듣고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준수한 소리를 내주는 편입니다. 가격은 현재 인터넷 쇼핑몰에서 50만원대인데, 다소 비싼 느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몇만원짜리 번들 이어폰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특별한 선물로 쥐어준다면 무한 칭찬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세요
– 남들에게 보여지는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분
– 음악을 좋아하는 일반인을 위한 고급진 선물을 찾는 분
– 폭넓은 장르의 음악을 고루 듣는 오디오 애호가
사지 마세요
– 청아한 매력이 듬뿍 담긴 노래들을 좋아하는 분 (고음이 준수하지만 강조되진 않습니다)
– 평소에 목과 어깨가 뻐근한 분 (오래 들으면 무겁습니다)
– 번들 이어폰을 벗어나볼까 하는 분 (10~20만원대로 시작하세요)
* 본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협찬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니고 선물 받은 것입니다.
착용 시 외모 상승치 |
저음의 풍성함 |
사이다 같은 청량감 |
알루미늄이 찍히는 슬픔 |
생긴 대로 비싼 가격 |
6.8 |
가격을 생각해서 충분히 뽐내고, 애지중지 해야 하는 헤드폰 |
가격은요?
인터넷 최저가 약 52만원 정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