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듯 합니다. 얼리어답터의 거의 모두를 만족시켰던 사운드였죠. 비파(Vifa)라는 덴마크 출신의 오디오 브랜드가 만든 블루투스 스피커, 헬싱키(Helsinki)였는데요. 흠잡을 데 없는 사운드로 나름 가지고 있던 포터블 블루투스 스피커의 순위를 바꿔버린 제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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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졌죠. 헬싱키는 비파의 가장 작은 제품이거든요. 한 체급 위는 대체 어느 정도일까요? 그래서 만나봤습니다. 비파가 헬싱키 전에 선보였던 블루투스 스피커, 코펜하겐(Copenhagen)입니다. 얼마나 기대를 했는지 짐작이나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자국의 수도 이름을 붙일 정도니 말이죠.

 

장점
– 북유럽 디자인 그 자체를 보는 듯 하다.
– 장르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훌륭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 조작 쉽고 간편하다.
– 다양한 연결이 가능하다.
단점
– 여성이 들고 있으면 잘 어울리는 모습이지만 들고 있으라면 화낼 정도로 무겁다.
– 여러모로 헬싱키와 비교하게 된다. 특히 사운드 부분.
– 헬싱키의 4배 정도 크기, 3배 정도 무게인 만큼 2배 정도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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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어답터는 북유럽 향연

지난 9월 초부터 얼리어답터에는 북유럽이라는 키워드가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북유럽 디자인이 왜 여성 취향인가를 제대로 보여준 비파 헬싱키와 북유럽 디자인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 탄젠트 DAab2go였죠. 이번에 얼리어답터를 찾아온 북유럽 디자인은 비파 코펜하겐입니다. 평소 글로만 접한 북유럽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경험하게 될지는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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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는 패스했습니다. 헬싱키는 비교적 출시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제품이라 패키지와 구성품이 완벽했는데 코펜하겐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올해 3월 출시됐으니 꽤나 오래되긴 했습니다만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제품의 내구성 문제가 아니라 앞서 대여한 곳의 문제겠지만요. 리뷰를 위해 대여한 제품은 반납하기까지 소중히 다루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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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디자인이란 바로 이런 것

본론으로 돌아가서 비파 코펜하겐은 페블 그레이(Pebble Grey), 앤트러사이트 그레이(Anthracite Grey), 선셋 레드(Sunset Red), 샌드 옐로우(Sand Yellow), 오션 블루(Ocean Blue), 아이스 블루(Ice Blue) 등 여섯 가지 멋진 이름을 가진 색상이 있습니다. 조약돌, 무연탄(!), 노을, 모래, 바다, 얼음 등 왠지 아련해지는 느낌이죠. 모두 자연입니다. 북유럽 디자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이 자연 친화적인 성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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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와 함께 북유럽 디자인의 두 번째 포인트는 기능주의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 속에 실용성과 기능성을 담아낸다는 것이죠. 자연주의와 기능주의가 적절하게 버무려진 것이야 말로 북유럽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코펜하겐은 그냥 첫 인상부터 딱 북유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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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면 패브릭이 가져오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겠죠. 헬싱키와 마찬가지로 덴마크 텍스타일 브랜드인 크바드라트(Kvadrat)의 패브릭으로 덮여 있습니다. 이쯤 되면 비파의 상징이다 싶을 정도가 아닐까요? 왠지 바랜듯하지만 따뜻한 보이는 색상과 거칠어 보이지만 온화한 인상의 재질은 실내 공간을 감성적으로 연출하는데 제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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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라고 만들었는데 왜 들지를 못하니…

헬싱키는 탄조 가르베리(Tärnsjö Garveri)라는 스웨덴 산 가죽을 사용해 손잡이를 만들었었죠. 크바드라트의 따뜻함과 잘 어울렸습니다. 반면 코펜하겐은 따뜻함과는 상반된 알루미늄 재질로 손잡이를 만들었습니다. 알루미늄 재질로 된 프레임이 자연스럽게 손잡이까지 이어지죠. 자칫 차가워 보일 수 있지만 절제된 디자인 때문에 낯설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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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와 마찬가지로 손잡이가 있어 여성용 가방이 연상되는 모습입니다. 음악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들고 다닐 수 있죠. 물론 쉽사리 휴대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무게가 4.65kg으로 꽤 묵직한 편이죠. 여성용 가방을 닮았고, 여성에게 잘 어울리고, 여성이 선호할 만한 디자인이지만 여성이 들기는 힘들다는 게 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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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역꾸역 잘도 넣었다

무게에서 짐작할 수 있듯 코펜하겐은 작은 크기는 아닙니다. 물론 결코 크다고도 할 수는 없는데요. 이 안에 넘쳐날 정도로 다양한 유닛을 대거 탑재했습니다. 28mm 트위터와 50mm 미드레인지, 그리고 80mm 우퍼가 각각 2개씩 배치되어 있죠. 모든 드라이브 유닛은 네오디뮴 마그넷을 사용했습니다. 그 어떤 하이파이 제품에 못지 않는 수준이죠. 우퍼의 배치가 조금 독특합니다. 앞뒤로 마주보고 있는 구조죠. 우퍼 양 옆으로는 패시브 라디에이터가 있는데 역시 앞뒤로 마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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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우퍼와 4개의 패시브 라디에이터라면 저음역대를 위해 무려 6개의 유닛을 사용한 셈인데요. 이렇게 저음이 빵빵하게 울려대면 진동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코펜하겐은 앞뒤로 배치하는 구조적인 특징으로 진동을 효과적으로 잡았습니다. 묵직한 무게도 한몫 거들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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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함을 단순함으로

전면 버튼 구성은 단순합니다. 헬싱키와 마찬가지로 기분 좋은 난감함을 선사하죠. 2개의 볼륨 버튼뿐입니다. 헬싱키보다 크기도 큰데 4방향 버튼으로 이전 곡, 다음 곡 버튼을 추가하면 어땠을까 생각을 하게 하네요. 자수(!)로 된 버튼 표시 방식은 여전히 마음에 듭니다. 볼륨 버튼 위로는 동그란 LED가 있어 작동 상태나 배터리, 블루투스 연결 상태 등을 색상의 변화로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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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으로 가면 조금 복잡해집니다. 전원과 연결 버튼, 전원과 3.5mm, USB 단자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죠. 3.5mm 단자에는 옵티컬 입력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블루투스 스피커지만 TV나 오디오 플레이어 전용 스피커로도 활용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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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단자가 조금 의외인데요. 혹시나 해서 꽂아 봤더니 스마트폰 충전(!)이 되더라고요. 몸집에 비해 조금 부족한 듯한 2600mAh 리륨이온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어 최대 5시간 사용이 가능합니다. 어쨌든 보조배터리로도 사용할 수도 있고요. iOS 기기의 경우 USB 단자에 직접 꽂아서 음악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apt-X 코덱의 블루투스를 지원하며 Wi-Fi, DLNA, 애플 에어플레이(AirPlay)까지 지원합니다. 크기가 크기인 만큼 헬싱키보다는 한 수 위인 폭넓은 확장성이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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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은 메탈의 천국이라는데…

기대가 큰 만큼 정말 오랫동안 다양한 음악을 들어봤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음악을 들어야 제대로 들을 수 있을까 엄선했는데 갈수록 닥치는 대로 들어봤죠. 우선 가을이고 해서 (조금 뻔할 수 있지만) 비발디의 사계 중 ‘가을’ 1악장을 들어봤습니다. 약간 앞쪽에 위치한 듯한 쳄발로의 간지러운 소리가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 풍성한 현악기들 속에서 묻히지 않고 조화를 이루네요. 대편성까지는 아니지만 공간감과 해상력 모두 손색이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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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 위주의 가요나 팝에서는 특히 탁월한 성능을 발휘합니다. 가을에 잘 어울리는 ‘바람기억’에서는 나얼 특유의 감성을 섬세하게 표현해주기도 합니다. 문득 한국인스럽지 않은 나얼의 음색이 크바드라트 패브릭의 느낌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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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과 록 장르로 넘어가면서 조금씩 어색해집니다. 최근 내한한 Bon Jovi의 ‘Bed of Roses’를 들어봤는데요. 1절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본래 컨디션대로 일렉 기타의 울림과 키보드 연주를 단단하게 받쳐줍니다. 하지만 베이스 기타와 드럼이 더해지며 후렴 부분에 와서는 해상력이 슬며시 자취를 감춥니다. 밀도가 너무 단단해져 한 덩어리가 된 것처럼 중, 저음역대가 살짝 뭉쳐지죠. 강력한 메탈 장르에서는 정도가 좀 더 세진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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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나 재즈 장르는 6개가 되는 저음역대 유닛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메탈이나 록 장르는 중음과 고음은 더욱 화려해지는 반면, 저음은 그 화려함에 빛이 흐려지는 느낌입니다. 북유럽은 의외로 메탈의 천국이라고 하는데요. 음악 차트에서도 메탈 장르의 비중이 상당한 편이라고 합니다. 북유럽에서 온 제품인데 왠지 배신당한 기분입니다.

 

 

실망스럽지 않은 스피커

개인적으로 메탈, 락 장르를 선호해서였지만 실망스럽지는 않습니다. 대체적으로 사운드 퀄리티는 무척 훌륭한 편이거든요. 기대가 너무 컸는지도 모르고, 헬싱키 때문에 귀가 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전에 누군가 했던 에이징 탓? 흠… 그만두죠. 코펜하겐을 보면 메탈이나 락 장르가 떠오르지는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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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리뷰에서는 헬싱키를 북유럽 핀란드의 아침 숲이 느껴지는 제품이라고 했는데요. 코펜하겐은 북유럽 덴마크의 따뜻한 저녁이 떠오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도착한 따뜻한 집에서 느껴지는 나른함이랄까? 특히 이 가을에 잘 어울려 보였습니다. 물론 코펜하겐이 선사하는 따뜻한 가을을 만끽하려면 1,290,000원이 필요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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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세요
– 북유럽이라면 무조건 OK인 분
– 가격보다 디자인이 우선인 분
– 허접한 블루투스 스피커에 지친 분
사지 마세요
– 파스텔톤보다 원색을 좋아하는 분
– 정말로 들고 다닐 블루투스 스피커가 필요한 분
– 12만9천원으로 착각한 분

 

* 본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다인랩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북유럽 디자인 그 자체
장르를 떠나 대체적인 사운드 퀄리티
사이즈에 걸맞은 확장성
손잡이가 무색한 무게
착각하게 만드는 가격
고르다 사다 쓰다 사이에 존재하는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