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이 알려주는 사제 위장크림 1편’에서 예고했던 대로 ‘본격 위장크림 리뷰’를 들고 다시 찾아왔습니다. 리뷰를 진행하던 날, 얼리어답터 사무실엔 웬 괴물이 출현했다는 소문이 돌았었는데요. 하나하나 차근차근 살펴볼까요?
위장크림도 화장품인데 발색 테스트는 해봐야지!
어느 날 립스틱을 산다는 여자친구 따라 화장품 가게에 들렀을 때였습니다. 제 눈엔 다 같은 분홍색으로 보이는데 여자친구는 이것저것 발라가며 색깔 비교를 하고 있더군요. 전혀 이해되지 않았지만, 매장 직원과 여자친구는 구분해 내는 것 같더군요. 저는 아무리 봐도 다 같은 색깔로 보였는데 말이죠.
그래서 발색 테스트를 하기로 결심했을 때, 저는 망설였습니다. ‘과연 이게 의미가 있을까? 위장크림이 거기서 거기 아니겠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막상 테스트를 진행해 본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여자친구 립스틱 색깔도 구분하지 못하던 제가 위장크림 색깔은 구분할 수 있었던 것이죠. 2년 가까이 지긋지긋하게 봤던 색깔이라 그럴까요?
지긋지긋한 국방색
먼저 국방색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각 제품별로 명확히 차이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명도, 채도, 광택 등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5번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요. 3번, 4번도 나름 괜찮은 편이었죠. 1번, 2번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사실 1번은 기대하지도 않았죠.
① 보급위장크림 – 최악입니다. 더 이상 다른 형용사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죠. 미개봉 신품이라 어느 정도 기대했지만, 현역 시절 사용했던 바로 그 느낌이었습니다.
② 이니스프리 – ‘사제 위장크림의 시초’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 퀄리티입니다. 한때 소문이 무성했던 제품이라 약간의 기대가 있었지만,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③ 더페이스샵 – 발림성 최강입니다. 이번 특집 기사의 인트로 영상에 사용한 제품이기도 하죠. 케이스도 사랑스럽지만, 내용물도 사랑스러운 제품입니다.
④ 스킨푸드 – 광택이 전혀 없습니다. 지성 피부에 발라도 번들거림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죠. 보통 위장크림을 바를만한 상황은 땀을 흘릴 수밖에 없는데요. 각종 분비물에 범벅이 돼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⑤ 토니모리 – 사실 위장은 잘 하는 것만큼 빨리 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조금만 발라도 피부색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빈틈없이 메워주는 제품입니다.
위장의 완성, 갈색
위장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것은 초록색도, 검은색도 아닙니다. 갈색이죠. 갈색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이미지가 확 달라지는데요. 갈색은 그만큼 중요한 색깔입니다. 전체적으로 훑어봤을 때, 1번이 가장 눈에 띄는데요. 역시나 1번은 제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① 보급위장크림 – 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피부색이 많이 까만 편인데요. 저는 위장할 때마다 갈색을 칠해야 할 공간은 비워뒀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잘 아시겠죠?
② 이니스프리 – 실망스러웠던 초록색에 비해 꽤 괜찮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다른 제품과 비교했을 땐, 조금 부족한 부분을 보이는데요. 그나마 가장 자연스러운 갈색이라는 점은 칭찬해줄 만 합니다.
③ 더페이스샵 – 색깔은 아주 훌륭합니다. 광택은 많이 아쉽네요. 대체적으로 무난한 제품입니다. 사진을 넣을 수 있는 케이스에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가 힘든 제품이기도 하죠.
④ 스킨푸드 – 다른 제품보다 조금 더 어둡습니다. 광택이 없는 것도 한몫 하는 것 같네요. 조금만 더 밝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⑤ 토니모리 – 3번 제품과 마찬가지로 광택이 많이 아쉬운 제품입니다. 홍삼추출물이 함유되어 있어 피부에 에너지를 보충시켜줄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요.
그냥 까맣기만 한 검은색
많이 칠하면 마이너스 요인만 되는 검은색입니다. 가장 차이가 작을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적중했네요. 하긴, 검은색이 뭐 별거 있나요? 그냥 까맣기만 하면 되죠. 2번이 조금 약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만족할만한 수준은 됩니다.
① 보급위장크림 – 이제까지 중 가장 훌륭한 모습입니다. 현역 시절, 얼굴 전체를 까맣게 칠한 병사가 있었는데요. 그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검은색이 가장 잘 발렸기 때문이었네요.
② 이니스프리 –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보급품보다 못한 것 같습니다. 몇 번에 걸쳐 덧발랐음에도 불구하고, 빈틈 사이로 피부가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네요.
③ 더페이스샵 – 광택이 유난히 눈에 띄긴 합니다만, 그 외에는 딱히 나무랄 점이 없는 제품입니다. 제품 케이스만큼 마음에 드네요.
④ 스킨푸드 – 검은색까지 광택이 없습니다. 이쯤 되니, 제품 기획자 중에 군 간부 출신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마지막까지 좋은 인상을 주는 제품이네요.
⑤ 토니모리 – 흡사 구두약을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직접 사용해 본 결과, 전투화 닦을 때 쓰더라도 아무런 부족함이 없는 제품입니다.
위장은 하는 것만큼 지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얼마나 잘 닦이나 물티슈를 이용해 지워봤습니다. 왜 클렌징티슈나 클렌징오일, 클렌징크림을 사용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는데요. 군인은 그런 게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게다가 위장은 대부분 야전에서 하게 되는데요. 제대로 된 세면장이 없다 보니 취침 전 물티슈로 세안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심지어 물티슈로 샤워도 하죠. 어쨌든 결과는… 보급 위장크림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습니다. 더 하지도, 덜 하지도 않았죠.
그렇다면 의복에 묻은 위장크림은 어떨까요? 신체 부위야 어떻게든 시간을 들여 지운다 해도 의복과 장신구에 묻은 위장크림은 항상 골칫거리죠. 주로 방탄헬멧의 턱 끈에 묻지만, 턱 끈을 구할 수 없었기에 장롱에서 고이 잠들어 있던 군복을 꺼내 실험해 봤습니다. 안타깝게 조금도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클렌징 제품을 이용하던가, 손빨래해야 할 것 같네요.
세상이 아무리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제가 전역한 지도 4년이 지났지만, 참 많이 변했습니다. 최근 전역한 주변 동생들의 이야기만 들어봐도 알 수 있죠. 하지만 군대란 곳은 아무리 껴입어도 춥고, 아무리 먹어도 배고프고, 아무리 자도 피곤한 곳입니다. 언제나 국군 장병들의 수고를 잊어선 안 되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소개해 드린 위장크림처럼 국군 장병들을 위한 유용한 제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화상 걱정 없는 발열 장갑, 발열 양말 같은 것들 말이죠. 이 기사를 본 아웃도어 업체 분들이 있다면, 분발해주시기 바랍니다. 내년에도 국군의 날 특집 이어갈 수 있도록 말이죠.
어떤 게 더 좋냐면요…
– 국방색 : 토니모리 > 더페이스샵 > 스킨푸드 > 이니스프리 > 보급위장크림
– 갈색 : 스킨푸드 > 토니모리 > 더페이스샵 > 이니스프리 > 보급위장크림
– 검은색 : 보급위장크림 = 더페이스샵 = 토니모리 > 스킨푸드 > 이니스프리
– 지우기 : 보급위장크림 = 이니스프리 = 더페이스샵 = 스킨푸드 = 토니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