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가본 적은 없지만 정말 자주 듣는 지역입니다. 디자인 얘기가 나오면 절대 빠지지 않는 지역이죠. 대체 어떤 곳이기에 이런 정도지 궁금하기도 하며, 때로는 너무 자주 등장해서 살짝 지겨울 때가 있기도 합니다. 북유럽 디자인, 좀처럼 사그라들지는 않을 트렌드가 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영원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얼리어답터도 이렇게 북유럽 디자인을 접하게 되었으니 말이죠. 북유럽 덴마크 출신의 블루투스 라디오, 탄젠트(Tangent)의 Dab2go BT를 만나봤습니다.
장점
– 레트로한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 스마트폰을 위한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질이 탁월하다.
– 알람 시계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단점
– 디테일과 재질이 아쉽다.
– 볼륨을 키우면 탁월했던 음질이 사라진다.
– FM 라디오만 알람을 지원한다.
북유럽 디자인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탄젠트 Dab2go BT를 살펴보기 전에 북유럽 디자인이 뭔지 한번 짚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북유럽 디자인은 우선 환경과 일상이 조화를 이룬 자연주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동시에 화려한 장식 요소보다는 본질에 초점을 맞춘 기능주의 성격도 동시에 지니고 있죠. 단순히 원목 소재가 곳곳에 사용되고 은은한 파스텔 톤의 컬러로 입혀져 있다고 다 북유럽 디자인은 아닐 겁니다.
그렇다면 탄젠트 Dab2go BT는 어떨까요? 한마디로 자연주의와 기능주의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모습입니다. 전체적으로 레트로한 느낌을 풍기는데요. 오래된 라디오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집안 어디에 놓더라도 원래부터 거기에 있던 제품처럼 녹아 있을 것만 같은 모습이죠.
일상에 잘 녹아있는 만큼이나 기능주의적인 요소도 강조되어 있습니다. 포터블이라고 어필하는 손잡이, 다양한 기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커다란 디스플레이와 버튼들, 요즘 제품치곤 보기 드문 안테나 등이 바로 그것들이죠.
자연주의와 기능주의는 좋지만…
탄젠트의 이름이 알려진 건 야콥 젠슨(Jacob Jensen)이 디자인한 피요르드(Fjord)라는 제품 때문일 텐데요. 궁금했습니다. Dab2go BT 디자인도 야콥 젠슨이 참여했는지 말이죠. Dab2go BT 관련 콘텐츠마다 야콥 젠슨의 이름은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뱅앤올룹슨(Bang&Olufsen)의 디자이너였으니 유명하긴 하죠. 하지만 탄젠트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유일하게 피요르드만 ‘Fjord – Designed by Jacob Jensen’이라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굳이 야콥 젠슨의 이름을 빌어오지 않아도 Dab2go BT는 자연주의와 기능주의가 적절하게 버무려진 북유럽 디자인입니다. 다만 탄젠트라는 이름과 야콥 젠슨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아쉬운 디테일이 군데군데 눈에 띄기도 합니다. Dab2go BT는 하이글로시 레드와 블랙, 화이트 그리고 월넛까지 총 4가지 컬러가 있는데요. 리뷰는 월넛 컬러로 진행했습니다. 원목 패턴이 살아있는, 아니 원목을 재현한 컬러라서 아쉬움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진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Dab2go BT는 원목이 아니라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졌습니다. 덕분에 250x150x85mm의 결코 작지 않은 크기에 비해 1.5kg의 가벼운 무게를 지녀 포터블 특성을 잘 살렸지만요. 첫인상에 비해 고급스러움은 다소 반감되기도 합니다.
또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서 상단 노브 부분과 케이스가 만나는 부분이나 전면 스피커 유닛과 케이스가 만나는 부분 등의 마감이 미려하지 못합니다. 놀라울 정도로 딱 들어맞는 정품 프라모델을 흉내 낸 이미테이션 제품을 보는 느낌이랄까? 뭐 디자인이나 디테일이 전부는 아니니까요.
Dab2go BT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제목 그대로 입니다. Dab2go BT라는 제품 이름에서 알 수 있듯 DAB(Digital Audio Broadcasting), 디지털 오디오 방송을 지원합니다. 물론 탄젠트의 고향인 북유럽을 포함한 유럽과 미국 등에서만 해당되는 얘기죠. 국내에서는 그림의 떡인 고음질 음악 방송 기능입니다.
이어지는 BT, 그러니까 블루투스는 Dab2go BT의 메인 격이라 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돌릴 수 있고 누를 수 있는 게 많아서 살짝 당황스럽지만 설명서가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특히 Dab2go BT는 모든 기능이, 심지어는 블루투스가 연결된 스마트폰 기종과 가수, 노래 제목까지 디스플레이로 보여줍니다. 다만 북유럽은 아직 한글을 모르나 보네요.
MODE 버튼을 눌러 ‘Smart Device’를 선택하고 PAIR 버튼을 누르면 스마트폰과 간단하게 연결됩니다. 바로 옆에 LIST 버튼이 있는데요. 누르면 페어링한 기기를 전환할 수 있습니다. 최대 10까지 저장할 수 있죠. 그 옆으로 이전곡, 재생/일시정지, 다음곡 버튼이 차례대로 있습니다. 다음곡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빨리 감기도 되는데요. 테이프가 빨리 감기는 듯한 재미있는 소리를 기대할 수는 없었습니다.
제품 이름의 반쪽만 지원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릅니다. 아직 돌릴 수 있고 누를 수 있는 건 많이 남아 있거든요. 이가 없으면 잇몸이겠죠? DAB 청취가 불가능하지만 우리에겐 FM/AM 라디오가 있습니다. 게다가 Dab2go BT는 70cm에 이르는 길다란 안테나까지 갖추고 있죠. 5개 주파수를 기억해 둘 수 있습니다.
Dab2go BT의 전원을 연결하면 ‘Time is not set’이라고 나오는데요. 시간을 설정해달라는 얘기죠. 블루투스 라디오가 시간은 왜 필요할까요? 그렇습니다. Dab2go BT는 알람 기능을 지원합니다. 상단에 스누즈(Snooze) 버튼까지 있으니 말 다했죠. 반대로 자동으로 꺼지는 슬립 기능도 있습니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직관적인 알람 기능 덕분에 침대 옆 머리맡에 두면 좋을 것 같네요. 잠들기 전에 FM 라디오에 귀 기울이다가 스르륵 잠들 수 있을 테니 말이죠.
이외에도 후면 AUX 단자에 기기를 직접 연결할 수도 있고 AA 배터리 6개를 넣어 무선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북유럽에서는 어떻게 음악을 들어야 하나… 이렇게?
Dab2go BT는 3인치 풀레인지 스피커로 최대 출력 5W의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하나의 유닛이 전대역에 걸쳐 고른 소리를 내고 저음은 베이스 리플렉스 구조로 한번 더 울려주는 방식이죠. 실제로 Dab2go BT가 들려주는 사운드는 어느 정도 균형이 잡혀있습니다. 저음은 나름 풍부하게 바닥에 깔리고 중음은 그 위로 안정되게 놓이며 고음은 가장 위에서 화려함을 더해줍니다. 하지만 이런 사운드는 Dab2go BT의 볼륨 2/3까지의 얘기죠.
볼륨을 최대로 올리면 조금 달라집니다. 마치 평온한 북유럽에서 열정적인 남유럽이나 치열한 서유럽 쪽으로 건너온 듯한 느낌이죠 저음은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울려대고, 고음은 지나치게 카랑카랑하게 들리죠. 맞으면 아플 것 같은 통증과 손대면 베일 것 같은 날카로움이 저음과 고음에서 느껴집니다. 저음과 고음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중음의 보컬은 모호해지죠.
볼륨을 키웠을 때 이런 사운드는 휴대가 가능한 크기의 한계로 보입니다. 트레블과 베이스를 위아래로 각각 7단계씩 조절할 수 있는 이퀄라이저 기능도 갖추고 있지만 오히려 한계가 느껴지는 공간감과 해상력을 더 저하시키는 요소가 됩니다.
Dab2go BT의 딱 알맞은 사용법은 자기 전이나 일어났을 때, 혹은 음악으로 공간의 일부만 채우고 싶을 때 결코 크지 않은 볼륨으로 켜두는 좋을 것 같네요.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제품은 없을까?
Dab2go BT는 가을에 잘 어울리는 블루투스 라디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을을 닮은 듯한 감성이 물씬 풍기는 디자인은 둘째 치더라도 스트리밍 서비스에 지친 귀를 추억으로 어루만져주는 FM 라디오 기능이 매력적이죠. 며칠간 잠들기 전 조근거리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가 어느새 잠이 들고, 시끄럽기만 하고 좀처럼 잠을 달아나게 하지 못한 알람 소리대신 활기찬 목소리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경험이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볼륨조차 가을답게 조절해야 했으니 뼛속까지 가을을 닮았죠.
다만 Dab2go BT의 가격은 현재 28만원에서 34만원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다가오는 가을의 중심에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자 지갑을 열 각오를 해야 하는 추석이 있죠. 가을 만끽하기에 30만원 전후의 가격은 살짝 고민이 됩니다. 가을이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가을이 더 그리워질 테니까요.
사세요
– 레트로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분
– FM 라디오가 그리웠던 분
– 알람 시계로 기상이 힘든 분
– 허접한 블루투스 스피커의 조악한 음질에 지친 분
사지 마세요
– 플라스틱을 싫어하는 분
– 큰 볼륨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분
– 블루투스 스피커에 이런 돈을 투자하기 싫은 분
* 본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다담인터내셔널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레트로한 디자인 |
북유럽 이름에 숨겨진 디테일 |
라디오가 선사하는 추억 |
볼륨을 고민하게 하는 음질 |
비슷한 제품을 찾게 하는 가격 |
6.4 |
디자인? 괜찮아, 음질? 그럭저럭 나쁘지 않아. 가격? 음… 글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