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특별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멋지다고 생각했고, 살짝 부럽기도 했습니다. 번듯한 직장(!)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때려 치고, 자신의 꿈을 쫓아 어떻게 보면 무모해 보이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인 그녀. 사실 계획만은 아니죠. 이미 디데이는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Eyes on Earth’이라는 알쏭달쏭한 이름을 지닌 업사이클링 세계일주 프로젝트의 총감독이자 주연배우인 김민희 디렉터를 만났는데요. 그녀의 아직 끝나지 않은, 언제까지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꿈을 얼리어답터가 들어봤습니다.
“바다를 지키다가 어느 날 문득 세상이 궁금해졌어요.”
얼리어답터 : 해군 장교 출신이라고 들었는데요…
김민희 디렉터 : (시작부터 이런 질문을…) 사관학교를 나와서 해군장교로 복무하다가 대위로 전역했어요.
얼리어답터 : 특이하시네요. (ㅎㄷㄷ…)
김민희 디렉터 : 네. 다 특이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얼리어답터 : 해군 장교에서 주얼리 디자이너로 변신한 게 특이한 거 같아요.
김민희 디렉터 : 글쎄요. 저 말고도 여러 분야로 진출하신 분들이 많이 계셔서…
얼리어답터 : 여군은 액세서리 같은 거 못하지 않나요?
김민희 디렉터 : 그렇죠. 미군은 귀고리까지 할 수 있는데 저희는 못 그랬죠.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언제까지 군대 얘기를…)
얼리어답터 : 원래부터 주얼리 분야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김민희 디렉터 : 처음부터 ‘이게 하고 싶다’는 아니었어요. 군생활 중 문득 세상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고 ‘나에게 맞는 일이 뭐가 있을까’ 자유롭게 찾다가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주얼리 디자인을 전공하게 됐죠.
얼리어답터 : 그래서 이렇게 팔찌를…
김민희 디렉터 : 돌아와서 바로 시작하지는 못했고, 패션 관련 회사에 다니다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죠.
아이디어는 술 마실 때!
얼리어답터 : 왜 하필 깨진 병인가요?
김민희 디텍터 : 다니던 직장에서 업사이클링 제품 사례를 연구 중이었는데, 주얼리 분야에는 업사이클링 제품이 없더라고요. ‘왜 없을까,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 고민 중에… 아이디어는 술 마실 때 떠오르잖아요? (저만 그런가요…)
얼리어답터 : 저희는 순간에 충실한 편이라…
김민희 디렉터 : 술병을 보고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저걸 깨면 예쁘지 않을까? 그런데 아프지 않을까? 다칠 수 있겠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생각했는데, 어차피 다이아몬드도 모가 난 돌을 연마해서 보석이 되는 과정을 거치잖아요? 깨진 병 조각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만들게 되었어요.
반짝이는 눈을 가진 아이들이 주인인 미래의 지구를 생각하며
얼리어답터 : ‘Eyes on Earth’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김민희 디텍터 : 지구를 바라보는 눈이라고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얼리어답터 : 왜 이런 이름을 붙이셨나요?
김민희 디렉터 : 일단 깨진 병으로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이기도 하고… 아주 작은 양이라서 큰 도움은 안될지 몰라도 지구를 생각하는 하나의 모티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Earth’를 붙였고요. 미래의 지구는 아이들이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을 의미하는 ‘Eyes’를 붙였어요.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이런 이름을 붙여봤어요.
크라우드펀딩으로 인간관계를 깨닫게 되었어요
얼리어답터 : 어떻게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할 생각을 하셨나요?
김민희 디렉터 : 수익을 내기 위한 게 아니라 여행을 가서 현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제품이라 도네이션 기관과 연계해서 프로젝트를 계획하던 중 와디즈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해보라고 추천을 받았어요.
얼리어답터 :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면서 어떤 점이 힘드셨나요?
김민희 디렉터 : 처음부터 마음을 가볍게 해서인지 크게 힘든 건 없었어요.
얼리어답터 : 달성률이라든지… (의심)
김민희 디렉터 : 글쎄요. (난처) 적어도 비난은 받지 않을 것 같아요. 좋은 일에 쓴다고 하니까 다들 눈 감아주시는 게 아닌지…
얼리어답터 : 그럼 하길 잘했다고 생각된 순간은 있었나요?
김민희 디렉터 : 사실 크라우드펀딩 시작하고 하루에도 몇 번이나 후회했어요. 저의 취지를 알리고 싶은 생각과 팔찌 제작을 위한 재료비를 후원 받기 위해 결정한 건데 점점 진행될수록 응원해주는 강도(?)에 따라 사람이 달라 보이더라고요. 저도 사람인지라…
얼리어답터 : 역시 달성률…? 굉장히 친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겨우 이만큼 후원? 뭐 이런 건가요?
김민희 디렉터 : 그런 건 아니고요. (난처) 그냥 관심의 차이인 것 같아요. 막상 시작했는데 평소보다 무관심하다는 느낌? 그런 부분이 있었어요.
얼리어답터 : 예. 달성률은 절대 아닌 걸로…
저의 꿈을 공유합니다.
얼리어답터 : 단순 여행 경비 마련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김민희 디렉터 : 네. ‘놀러 가는데 돈 보태달라는 거 아니냐’라는 친구도 있었어요. 정말 제가 여행을 가고 그걸로 끝이면 정말 경비 마련일 수도 있죠. 그런데 크라우드펀딩이라는 게 일단 팔찌라는 보상품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있잖아요? (당당)
얼리어답터 : 그렇죠. 저희도 깨진 병로 만든 팔찌만 보고 인터뷰를 요청한 거니까요.
김민희 디렉터 : 그리고 제 취지에 공감하고 ‘직접 할 수 없으니 네가 대신해 줬으면 좋겠다’라는 의미도 있죠. (당당x2)
얼리어답터 : 음… 설득이 되네요.
김민희 디렉터 : 개인적인 꿈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지만 그 꿈을 공유하겠다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놀러 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당당x100)
얼리어답터 : 꿈의 공유라는 말이 확실히 와 닿는 것 같아요.
군장과 행군으로 즐기는 여행
얼리어답터 : 총 24개국인데 구체적인 계획은 잡혀 있나요?
김민희 디렉터 : 대륙간 이동은 결정됐고요. 이 프로젝트 자체가 코스를 돌고 오는 게 아니라 판매와 홍보 등을 위해 현지 기관과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세부 일정은 정하지 않았어요.
얼리어답터 : 와디즈에서 남아공과 잠비아에 있는 어린이집이 나와있었는데 그곳만 일정이 확정된 건가요?
김민희 디렉터 : 네. 내년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일정이 잡혀있는데, 남아공은 결정됐고 잠비아는 협의 중이에요.
얼리어답터 : 그럼 나머지 국가는 현장 해결인가요?
김민희 디렉터 : 지인들을 통해서 참여할 수 있는 플리마켓이 뭐가 있는지는 사전 컨택을 하고는 있는데 몇 가지 어려움이 있기는 해요. 판매로 인한 법적인 문제라든지… 아무래도 현지에서 체류하면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얼리어답터 : 원래 여행을 자주 다니셨나요? 아, 군대에 계셔서…
김민희 디렉터 : (또 군대 얘기…) 첫 해외 여행이 사관학교 생도 시절이었는데요. 학교애서 유럽을 다녀온 적이 있어요. 요즘치곤 좀 늦은 편이죠.
얼리어답터 : 저희는 그때 이등병이었어요. (침울)
김민희 디렉터 : (반전) 잠깐 학교 자랑을 하자면… 해군사관학교에는 4학년 때 전투함을 타고 100일간 세계 일주를 하거든요. 그때 좋은 데는 다 다녀봤어요.
얼리어답터 : 여자 분이랑 이렇게 즐거운 군대 얘기는 처음인 것 같아요.
김민희 디렉터 : 군인 신분으로 해외 여행이 쉽지는 않아요. 따로 신고도 해야 하고… 그러다가 중위 때 위탁교육으로 미국에 몇 달간 갔었는데 주변으로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그때부터 여행 맛을 들인 것 같아요.
얼리어답터 : 여행을 꽤 다니셨는데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김민희 디렉터 : 저는 어디를 가든 캐리어를 끌고 다니지 않아요. 배낭을 매고 다니죠. 이런 말하면 조금 티 나는 데… 기동성(!)을 위해서… 또, 여행 중에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녀요.
얼리어답터 : 군장(!) 매고 행군(!)으로 즐기는 여행이네요.
팔찌 얘기는 안 하나요?
얼리어답터 : 팔찌는 현재 두 종류가 전부인가요?
김민희 디렉터 : 네. 맥주병과 소주병으로 만든 두 종류가 있고요. 현지에 가서는 현지에 맞는 병으로 만들어야겠죠. 프랑스에 가면 와인병으로 만들테고…
얼리어답터 : 맥주병으로 만든 브라운, 소주병으로 만든 그린 중 어떤 게 애착이 가나요?
김민희 디렉터 : 저는 그린 컬러가 왠지 더 신비롭게 느껴져서 이렇게 차고 다니는데, 주문은 브라운 컬러가 더 많이 들어와요. 아무래도 가을도 다가오고…
얼리어답터 : 그럼 맥주보다 소주를 선호하는 타입?
김민희 에디터 : 저는 맥주나 소주보다 전통주를 좋아해요. 그런데 거의 플라스틱 병이라 만들 수가 없네요.
얼리어답터 : 반반 섞어서 소맥 버전은 안 만드시나요? (저희는 소맥을 선호합니다.)
김민희 에디터 : 이 목걸이가 살짝 소맥 버전이라 할 수 있어요.
얼리어답터 : 깨진 병은 어떻게 수집하나요?
김민희 디렉터 : 재료가 필요하면 친구들을 만나요. 술 마시러… 소주병 하나로 팔찌 30개 정도를 만들 수 있거든요. 술 한번 먹으면 일주일 동안은 거뜬하죠.
얼리어답터 : 그럼 술자리를 빙자한 재료 수집부터 제작까지 모두 수작업인가요?
김민희 디렉터 : 가운데 동판만 주물로 만들고요. 깨진 병 조각 붙이는 것부터 매듭까지 전부 수작업으로 이뤄지죠. 혼자서 다 만들어요.
얼리어답터 : 하나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김민희 디렉터 : 2시간 정도 걸려요. 깨진 병 조각 붙이는 건 30분 정도면 되거든요. 그래서 이 부분만 제외하고 매듭까지 완성된 제품을 가지고 나가죠.
액세서리로써 충분히 매력적인 팔찌입니다.
얼리어답터 : 취지를 떠나 액세서리로써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김민희 디렉터 : 업사이클링 제품의 최대 장점은 같은 재료를 쓰더라도 디자인은 다 다르다는 점인데요. 같은 소주병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생긴 팔찌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팔찌가 될 수 있죠.
얼리어답터 : 그렇겠네요. 프라이탁이나 다른 업사이클링 제품이 다 그렇죠.
김민희 디렉터 : 유리가 다이아몬드에 비할 수는 없지만 유리 만의 은은한 광택이 오묘하면서도 조화로운 매력을 지니고 있죠. 계산되거나 정형화되지 않은 아름다움이랄까?
얼리어답터 : 유리의 보석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김민희 디렉터 : 동판 부분도 처음 가공될 때는 금처럼 빛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변색이 되거든요. 가죽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빈티지한 멋이 생기는데 동판도 그런 멋이 생기죠.
얼리어답터 : 아…직 남았나요?
김민희 디렉터 : 매듭 부분도 길이를 조절할 수 있어 팔목에 딱 맞게 착용할 수도 있고요. 딸랑거리는 부분도 나름 멋이 있다고 생각해요.
얼리어답터 : 네! 매력적인 팔찌 맞습니다!
프로젝트 이후는…
잘 모르겠지만…
얼리어답터 :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이후, 1년 후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김민희 디렉터 : 저는 항상 충동적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다 때려 치고 여행이나 가고 싶다’였는데 ‘이왕 가는 거 좋은 일을 해보자’로 발전했고, ‘한 3개월 갖다 올까?’였는데 ‘가는 김에 1년 가자’가 됐죠. 사실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될 지…
얼리어답터 : 그냥 때려 치고 가면 되는 거였군요.
김민희 디렉터 : 이번에 가는 곳이 환대서양 지역인데 다음 번에는 오세아니아와 아시아를 아우르며 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얼리어답터 : 2차 프로젝트네요.
김민희 디렉터 : 이번에는 여행 편의성을 위해 한가지 디자인만 가져가는데 디자인 라인업을 늘려볼까라는 생각도 있어요.
얼리어답터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김민희 디렉터 : 저도 원래 기부에 대한 인식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개인적으로 작은 슬럼프를 겪다가 극복하는 과정에서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고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거든요. 그 이후로 NGO 단체를 통해 정기적으로 후원도 시작하고… 이런 작은 인식의 변화가 결국 지금의 저를 떠나게 만들고, 설레게 만들었거든요. Eyes on Earth 프로젝트로 다른 분들에게도 저와 같은 인식의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무섭지는 않냐는 말에 남들도 다 가는데 무서울 건 없다라고 끝까지 군인(!) 정신을 보여준 김민희 디렉터를 응원합니다. 업사이클링 세계일주 프로젝트 ‘Eyes on Earth’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현재 기준으로 목표액의 41%의 자금이 모였습니다. 반짝이는 눈을 가진 아이들이 주인인 미래의 지구를 생각하는 그녀의 반짝이는 취지에 동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