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어디를 가더라도 카메라 천국입니다. 손에는 스마트폰, 자동차에는 블랙박스, 바이크에는 액션캠, 전봇대에는 CCTV 하나쯤은 다 있죠. 웬만한 곳에는 전부 영상이 찍히고 있고 찍을 수 있다는 말인데요. 집이라면 어떨까요? 가장 편한 공간인 내 집, 하지만 요즘처럼 무서운 세상에서 집은 얼마나 안전할까요? 혹은 아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내가 없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불안하다면 어떨까요? 그런 분들을 위한 가정용 CCTV, 포뷰 픽시(ForView Pixie)입니다.
장점
– 디자인이 귀엽다.
– 설치하기가 쉽다.
– 현장의 소리를 듣거나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 작은 소리나 움직임도 민감하게 잡아내서 녹화한다.
– 어두운 방도 꽤 또렷하게 볼 수 있다.
단점
– 인터넷 공유기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 소리가 또렷하게 들리진 않는다.
– 어딘가에 걸 수 있는 플라스틱 재질의 고리가 다소 약해 보인다.
자동차엔 블랙박스, 내 방에는 CCTV!
CCTV 상자 치고는 평범하지만 조금 희한한 장난감 같은 느낌을 줍니다. 아무래도 제품이 독특하게 생겨서 그런 거겠죠?
구성품은 뭔가 여러 가지입니다. 기본적으로 마이크로 SD 카드 8GB와 어댑터도 들어있네요. 벽에 박아서 고정시킬 때 쓰는 거치대와 고정 나사못과 앵커도 들어있습니다. 집이 월세라면 사용할 일은 없겠지만요.
곰젤리처럼 말랑말랑하게 생겼습니다.
처음 본체를 본 순간 곰젤리가 떠올랐습니다. 재질은 플라스틱이지만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와 부드러운 곡선으로되어 있네요. CCTV 이미지를 완전히 깨뜨리는 녀석입니다. 혹시 집에서 아이를 보기 위해 놓는다면, 아이가 만지지 못하도록 천장 쪽에 매달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장난감인 줄 알고 이리저리 만지고 던지며 갖고 놀면 안되니까요.
포동포동한 곰돌이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두 눈이 LED, 코는 카메라, 앙증맞은 작은 입은 조도센서, 검은색 배에는 마이크와 적외선 LED가 있네요. 밑면에는 구멍이 잔뜩 있는데 아마도 열을 방출하기 위한 것 같습니다. 계속 작동시켜놓으면 조금 따뜻해지죠. 뒷면에는 스피커와 와이파이 연결을 위한 버튼 등이 있습니다. 스피커를 앞에 달았다면 목소리를 더 선명하게 들려줄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쉽습니다. 곰돌이라는 컨셉을 깨뜨리기 어려워서 스피커 구멍을 뒤에 뚫어놓았나 봅니다.
곰돌이를 놔두는 방법은 3가지
픽시는 3가지로 거치할 수 있습니다. 벽에 박거나, 고리를 이용해서 어딘가에 매달거나, 아크릴 받침대에 세워놓는 거죠. 아크릴 받침대는 단순하게 생겼지만 뒤집기에 따라서 카메라가 위를 보게 하거나 아래를 보게 할 수 있습니다. 굉장히 과학적이죠. 전원 케이블도 3m로 길어서 웬만한 방 안에는 무난하게 설치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곰돌이의 뒤통수에 있는 고리는 플라스틱인데 좀 약해 보여서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본체 무게가 380g 정도밖에 되지 않아 가벼워서 걸어놔도 큰 무리는 없죠. 막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면 됩니다.
언제든지 곰돌이의 눈이 될 수 있는 스마트폰 어플
픽시 CCTV는 스마트폰으로 언제나 어디서나 현장을 감시… 확인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포뷰(Forview)라는 이름의 어플을 받아서 설치하고 연결하면 되죠.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어플이 하라는 대로 몇 번 누르다 보면 픽시가 무선 공유기에 착 붙습니다. 공유기 하나쯤은 집에 있으시겠죠?
일단 연결이 아주 쉬워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미 연결된 픽시에 다른 사람도 어플을 깔고 함께 화면을 볼 수 있습니다. 비밀번호만 맞게 넣으면 되죠. 픽시를 볼 수 있는 구성원도 관리할 수 있고요. 랜선을 꽂는 단자도 뒤에 있긴 하지만 굳이 꽂지 않아도 전원만 넣어주면 작동이 잘 됩니다. 이러게 설치와 인터넷 연결이 간단한 편이라 부담이 줄어들어서 새삼 곰돌이가 더 귀여워 보였습니다.
회사에서 개인 CCTV로 몰래 쓸 수 있을까요?
찾으셨나요? 나름대로 위장을 하려고 피규어란 피규어는 다 모아서 책상 한 쪽을 꾸몄습니다. 분명히 말씀 드리지만 저는 다른 의도 없이 리뷰 목적의 체험을 하기 위해 설치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은밀한 작업을 해보니 제 마음 속 뭔가 오묘한 기분이 느껴지네요. 어쨌든 저는 이렇게 설치를 마치고 회사에서 가장 먼저 휴가를 떠났습니다.
집에 있을 때는 와이파이로, 밖에서는 LTE로, 언제든지 어플을 켜면 곧바로 사무실이 보입니다. 제가 없는 사무실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불빛 하나 없는 야심한 시각에도 자글자글한 노이즈를 뿜으며 픽시는 열심히 눈을 부라리고 있습니다. 밤에도 물건들이 꽤 선명히 보이는 게 인상적입니다. 적외선 LED가 달려있어서 가능하죠.
제가 없는 사무실은 더 평온한 느낌이네요. 125도의 꽤 넓은 화각으로 실내가 훤히 보입니다. 해상도는 HD(1280×720)로 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HD 해상도는 아쉽지만 그래도 보일 건 다 보이네요.
그런데 호기심 많은 대표님께서 픽시를 발견하시고 말았습니다. 주위 분들이 한마디씩 거드네요. CCTV다, 휴가 가기 전에 이상한 짓을 해놓더라, 아마 지금도 화면을 보고 있을 거다…
그렇게 CCTV는 별 소득 없이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제가 휴가를 가기 전에 결재를 받았어야 했는데 깜박했네요. 일단 책상에 놔두고 떠났던 결재 문서가 화면을 막아버렸습니다. 휴가 중에도 리뷰 제품을 체험해 보기 위해서 CCTV로 도촬… 아니 화면을 확인하던 저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업무는 잠시 잊고 진정한 휴가를 즐기다 오라는, 진정 직원을 먼저 생각하는 대표님의 너그러운 마음. 그래서 열심히 놀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들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휴가 가기 전에 결재 받았어야 할 문서를 책상 위에 던져 놓고 가버리다니 보고 반성하라는 뜻으로 놓으셨다고 하네요. 그렇게 저는 다음 휴가에 대한 기약을 저 너머로 떠나 보내고 말았습니다.
어쨌든 이 영상 캡쳐 화면은 픽시가 움직임이나 소리를 감지해서 저절로 저장해 놓았던 내용들입니다. 스마트폰으로 보다가 캡쳐하기도 했는데요.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영상을 볼 때는 두 손가락으로 확대도 됩니다. 화질은 그대로이고 단순한 확대에 불과하지만 혹시 스마트폰 화면이 작다면 유용합니다.
날카로운 매의 눈, 개의 청력을 가진 곰젤리
픽시는 화면을 모두 실시간으로 저장하지는 않습니다. 소리가 나거나 움직임을 감지했을 때 사진 3장과 영상 30초를 저장하죠. 30초에 15MB 정도의 용량이라고 봤을 때, 픽시에 끼울 수 있는 최대 용량인 32GB 마이크로 SD카드라면 몇 주에서 몇 개월 동안은 전혀 문제 없어 보입니다.
움직임은 사람이 5m 이상의 거리에서 지나가도 잡아냅니다. 어플의 설정 메뉴에서 움직임 감지 민감도를 설정할 수 있는데, ‘높음’으로 설정해놓고 알림을 켜면 스마트폰에 불이 날 정도로 계속 움직임이 감지됐다며 알려줍니다. ‘낮음’으로 설정해도 다소 민감한 편입니다. CCTV가 민감해서 나쁠 건 없죠.
무제한 인터넷 전화?
소리는 10m 정도에서 박수를 한 번 쳐도 그걸 듣고 녹화합니다. 창 밖에 트럭이 지나갔을 때도 녹화가 되어 있었습니다. 사무실이 6층이었는데 말이죠. 이쯤 되면 매의 눈, 개의 귀라고 해도 어느 정도 맞는 말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신기한 기능은 마이크입니다. 어플에서 마이크를 누른 채로 말을 하면 픽시에서 목소리가 그대로 나옵니다. 소리는 약간 작은 듯한 느낌이지만, 아이에게 말을 걸거나 사무실의 누군가에게 지시를 할 때 충분히 유용할 것 같습니다. 데이터만 충분하다면 인터넷 전화처럼 써도 이상하진 않겠네요.
능력 좋고 귀여운 가정용 CCTV
픽시는 초고화질로 영상을 녹화지는 않지만 똑똑하고 기능 많은 CCTV입니다. 픽시의 움직임과 소리 감지는 상당히 예민해서 화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거의 모든 일을 녹화해 놓을 만큼 CCTV로서의 역할을 잘 합니다. 아주 든든하죠. 저렴한 편이기도 하고요. 집에 아이나 반려동물이 있다면, 혹은 개인 사무실에 하나 놓을 CCTV를 찾으신다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가격은 인터넷 최저가가 9만원대입니다.
사세요
– 자취방에 들락날락하는 괘씸한 친구 녀석들을 살펴 보고 싶은 분
– 아이나 반려동물을 잠시 집에 두고 외출해야 하는 분
– 사무실에 인테리어 소품 겸 설치할 CCTV를 찾으시는 분
– 방에서 오싹한 기운이 자주 느껴지는 분 (초자연적인 현상은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요.)
– 연인에 대한 집착이 심하신 분 (용도에는 맞지만 우선 집착을 고쳐보시길 권합니다…)
사지 마세요
– 회사에서 상사의 동태 파악을 하려는 간이 큰 분 (바로 들키겠죠…)
– 저렴한 데이터 요금제를 쓰시는 분 (실시간 영상은 데이터를 은근히 많이 소모합니다.)
– 어쨌든 불순한 의도를 가지신 분 (도촬은 범죄입니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바티오(Batio)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반전의 디자인 |
영상의 화질 |
아이를 위한 용도 |
민감한 인공지능 |
7.6 |
사무실 책상 위에 CCTV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자꾸 틀어놓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