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로 다이어트 어디까지 해봤니, 줄여서 ‘웨다어’ 2탄입니다. 오늘은 페이스북에 심심찮게 좋아요가 올라오는 화제의 인바디 밴드를 활용한 다이어트 시도기(?)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놈의 체지방

다이어트를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반드시 거쳐야 할 숫자가 있습니다. 네, 바로 체지방이죠. 애써 (며칠을 굶어서) 조금이라도 줄어든 숫자에 내심 위안을 삼지만, 그렇게 굶어서 (잠시) 뺀 몸무게는 사실 아무 의미 없습니다. 조금만 다시 먹을게 입으로 들어가면 금방 다시 올라가고 언제든 그 놈의 요요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죠. 운동과 식이요법 병행을 통해 줄어든 체지방이야 말로 살을 제대로 빼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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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뚱아리만 잠시 올려두면 되는 몸무게 측정과 달리 체지방을 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워낙 거대하고 비싼 기계라 아무 곳에나 있지 않기도 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있다고 해도 자주 찾아가서 재는 것도 심리적으로 가깝게 여길 수 없기 때문이죠.

아시다시피 인바디를 재러 가면 모든 전자기기와 금속류를 제거해서 내 몸을 퓨어하게 만드는 성스러운 (하지만 아주 번거로운) 작업을 거쳐야 하고, 간호사 앞에서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합니다. 어쩌다 한번이면 건강을 관리하는 느낌으로 그리 어렵지 않지만, 수시로 진행 과정을 확인해야 하는 다이어트의 특성상 그렇게 띄엄띄엄 할 수도 없고, 이래저래 어려운 일입니다. 결국 체지방이 빠졌겠지, 빠졌겠지하며 차일피일 미루다가 가끔 가서 재고 폭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됩니다. 네. 참 딜레마죠. 어떻게 하면 이 모든 번거로움을 극복하면서 꾸준히 다이어트의 진행 상황을 측정할 수 있을까요?

 

이런게 바로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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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접했습니다. 간단하게 체지방을 잴 수 있는 웨어러블이 나왔다는 것이죠. 순간 제 눈과 귀를 의심했습니다. 아니, 이 거대한 기계가 손목에 차고 다니는 작은 웨어러블에 들어올 수 있단 말인가! 세상의 모든 다이어터들이 환호성을 질렀을, 제가 보고도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습니다. 인바디에서 만든 인바디 밴드. 바로 세계 최초의 웨어러블 체지방 측정 디바이스입니다. 그래 이건 꼭 사야 해라고 다시 한번 외치며 홈페이지를 통해 바로 구매 버튼을 눌렀죠.

 

체지방, 넌 이제 내 손안에 있다

역시 개봉기 없이 바로 사용기로 들어가겠습니다. 우리에게는 다이어트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하니까요. (역시나 박스는 어디로 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장점

– 언제든 체지방을 잴 수 있다.
– 어디서든 체지방을 잴 수 있다.
– 아무도 모르게 체지방을 잴 수 있다.
– 먹고 자고 움직이는 것을 꼼꼼히 기록하고 독려해준다.

단점

– 디자인이 심심하다
– 인터페이스가 심심하다
– 막 차고 다니지 못한다
– 메시지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무난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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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MS 밴드 리뷰에서 다이어트를 위한 웨어러블의 첫 번째 조건은 언제든 차고 다닐 수 있어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 멋진 디자인이어야 한다고 말씀 드렸었는데요. 그럼 인바디 밴드는 어떨까요? 보이는 것처럼 평범한 디자인입니다. 대체적으로 무난하죠. 시선을 끌만큼 아주 예쁘지는 않지만 (아무도 저에게 이게 뭐냐고 묻지 않습니다. 관심 좀… ㅠ) 볼 때마다 짜증 날만큼 못생기지도 않았습니다. 색깔을 잘 골라서인지 나름 고급스러운 느낌도 조금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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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색상을 선택할 수 있는 밴드 부분과 검은색 액정, 체지방을 측정하는 은색 크롬 부분까지 매끄러운 조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패션 아이템까지는 아니지만, 운동 좀 해볼라고 차고 다니는 정도로 보여질 것 같은 느낌의 디자인이라고나 할까요? 두께나 너비가 좀 되기 때문에 시계랑 같이 차고 다닐만한 팔찌의 느낌은 아니고 양쪽 손목에 모두 시계를 달고 다니는 약간 오덕스러운 모습 정도의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아쉬운 부분은 내구성인데요. 조금만 차고 다녀도 디스플레이와 크롬 테두리에 스크래치가 생깁니다. 밴드 부분이 허옇게 해지기도 하고요. 밴드는 막차고 다니는 게 맛인데, 애지중지 소중히 다뤄야 하는 게 아쉽긴 합니다.

 

무난한 착용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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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감도 무난했습니다. 밴드 타입으로 디스플레이 부분만 빼고 말랑말랑한 재질이고 원하는 만큼 구멍에 끼워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적절히 조절하면 손목에 딱 감기는.., 네. 그냥 손목에 차고 다니는 딱 밴드의 착용감입니다. 미밴드만큼 가볍지는 않지만 핏비트와 같은 다른 피트니스 밴드들과 비교해볼 때 그다지 불편하지 않습니다.

 

아주 심플한 인터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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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바디 밴드의 기능과 사용법은 아주 단순합니다. 스마트워치를 비롯한 각종 웨어러블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 이렇게 간단해도 될까 싶기도 한데요. 버튼이 하나 있고 그 버튼을 누르면 시계 – 체지방 측정 – 심박수 측정 – 걸음수 – 걸은시간 – 칼로리 소모량 – 걸은거리 – 남은 배터리 순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해당 세션에서 추가로 보여지는 정보도 없고 버튼을 아무리 열심히 눌러본들 별다른 추가 동작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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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서 온 알림을 받을 수 있기는 한데, 알림이 왔다는 아이콘만 나오고 정확히 어떤 어플에서 어떤 내용이 왔는지는 표시되지 않아 좀 아쉬운 느낌이 있습니다. 조금 넓은 디스플레이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죠. 그래도 운동과 관련된 정보만 집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리 나쁜 선택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단순해야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는 거니까요.

 

나의 모든 것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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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작동법과는 달리 어플에는 꽤 많은 정보와 기능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내 생활 패턴과 몸에 대한 정보를 기록한다는 측면에서는 상당히 훌륭한 어플입니다. 우선 밴드에서 측정한 체지방 관련 정보를 볼 수 있고요. 얼마나 걸었는지,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섭취했는지, 잠은 얼마나 잤는지를 측정하고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에 있어 중요한 것이 많이 걷고, 적게 먹고, 잘 자면 되는데, 어떻게 보면 그런 내용들이 충실히 반영되어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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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항목들은 일/주/월 단위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래프로 최근 변화량이 얼마만큼인지 통계적으로도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먹은 음식을 기록하는 부분이 괜찮은데 초성검색으로도 먹은 음식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기억이 나지 않을 경우 대략적인 음식의 성격을 통해 칼로리가 빠짐없이 기록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작은 부분이지만 칼로리 섭취 기록의 모호함과 귀찮음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사용자를 배려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수면 시간 역시 인바디 밴드를 착용하고 잠이 들면 몇 시간을 잤고 그 중에 깊은 수면과 뒤척임이 얼마나 되는지 자동으로 기록해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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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한 칼로리가 섭취된 칼로리보다 크면 살을 빠지게 되어 있죠. 일일잉여열량이라고 그런 내용들이 정확히 리포트에 포함되어 하루하루가 살이 빠진 날인지 살이 찐 날인지를 쉽게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까먹지 마라, 까먹지 마라

의욕 충만 했던 다이어트가 대부분 작심삼일로 끝나는 이유 중 하나는 귀찮음과 까먹음입니다. 몸 상태를 주기적으로 체크하지 않고 놓아버리기 때문이죠. 목표와 현재 상태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게 되면 긴장이 풀어져 조금만 피곤해도 매일 이어오던 운동을 미루고 밤에 밤에 닭다리를 뜯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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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바디 밴드는 어플과 밴드의 알림을 통해 적절히 긴장감을 유지하고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일단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목표를 달성했을 때 울리는 알림이 있고요. 일정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았을 때 좀 걸으라고 알려주는 기능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던 알림 기능은 식사 알림 기능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식사를 기록하라는 알림이 울리기 때문에 까먹지 않고 꼼꼼히 그날의 칼로리 섭취량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움직이고 먹는 건 끊임없이 감시하고 독려해주는 거죠. 결국 사용자의 의지가 중요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작심삼일을 작심오일까지는 늘려주는 효과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한가지 더 동기부여에 도움이 되었던 기능은 랭킹기능입니다. 인바디 밴드를 착용하고 있는 친구들의 정보가 서로 공유되어 내 체지방의 상태가 어느 정도 인지, 얼마나 걷고 있는지를 친구들과 경쟁과 견제(?)를 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주변에 인바디 밴드 사용자가 많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그럭저럭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요소였습니다.

 

이 안에 지방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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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대망의 체지방을 한번 재볼까요? 요즘은 체중계스러운 인바디 측정 제품도 나오고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인바디 측정 기계는 거대한 크기에 두 손과 두 발을 전극 위에 대고 고정된 말타기 자세로 2분 가량을 서있어야 합니다. 과정도 번거롭지만 서있는 동안도 유쾌한 경험은 아니죠. 인바디 밴드에서 체지방을 잴 때 필요한 건 놀랍게도 두 손가락뿐입니다. 손목에 인바디 밴드를 찬 상태로 검지와 엄지 손가락을 올려놓기만 하면 됩니다. 이 자세도 그리 아름다운 자세는 아니지만 5초면 끝나기 때문에 용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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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5초가량이 지나면 저의 근육량과 체지방량, 체지방률, BMI 지수가 한번에 측정이 되서 표시가 됩니다. 이제 많은 분들이 이거 정말 제대로 측정이 되는 거야라고 물어볼 텐데요. 그래서 인바디 기계(무려 1,900만원짜리!)에서 잰 결과와 비교해봤습니다. 100% 같지는 않지만 대략 95%정도의 정확도를 보이고 있네요. 자, 이제 하루하루 변해가는 체지방을 확인하면 되겠습니다.

 

배터리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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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편했던 것 중에 하나는 배터리가 오래간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에서 오는 알림을 켜놓으면 하루에 20%, 꺼놓으면 10% 정도만 소모돼서 대략 일주일 정도는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항시 켜있는 것도 아니고 디스플레이에서도 별다른 조작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충전의 번거로움 없이 항시 차고 다닐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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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단자 역시 전용 크래들이 있다기 보다는 USB 케이블을 꽂으면 되기 때문에 무척 편리합니다. 다만 손톱이 짧은 사람들의 경우 충전단자 갭을 빼기가 쉽지 않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라면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닥터 인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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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바디 밴드는 공식적으로 의료기기입니다. 인증을 받은 제품이고요. 그래서 측정된 결과를 바탕으로 저의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장치들이 있습니다. 우선은 수치들에 대한 자세한 해설이 있습니다. 저의 체지방은 어느 수준이고 적합한 수준은 얼마인지, 그래서 뭘 해야 하는지 해설이 자세히 나와있기 때문에 좀더 전문적으로 코치 받는 느낌입니다. 뿐만 아니라 상담 기능이 있어 현재 저의 상태에 대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웨어러블에서 나오는 개인의 생활정보가 의료서비스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애플과 삼성도 헬스앱의 데이터로 병원과 연계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 점을 비춰볼 때 국내 기업인 인바디가 어떻게 보면 한발 앞서 준비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삼 일만에 치킨을 뜯고 있는 당신이라면

인바디밴드는 매번 다이어트를 시작만 하는 초심자를 위한 기기입니다. 살을 빼는데 있어 필요한 정보를 한눈에 알려주고 수시로 들여다 볼 수 있게 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살을 뺄 때 가장 먼저 하는 유산소 운동에 대한 프로그램이 없는 건 다소 아쉽긴 하지만, 처음 의지를 다지고 실질적인 목표를 향해 달려가게 한다는 점에서 유용한 디바이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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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고 혁신적이기까지 한데, 애플워치니 뭐니 세상에 쏟아지는 웨어러블들에 눈이 높아져서 인지 다소 심심한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는 조금 아쉽습니다. 줄도 바꿀 수 없고, 싱크 타이밍도 어색한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심박수는 운동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측정되는 게 중요한데 체지방처럼 두 손을 올리고 있어야 해서 번거롭기도 하고요. 조금만 더 다듬어지면 아주 훌륭한 제품이 될 것 같은데요. 이미 많은 것을 이루고 가진 제품인 만큼 다음 제품은 좀 더 미려하고 간지나는 제품이 되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가져봅니다.

 

사세요

– 이제 막 다이어트 시작하시는 분
– 몸에 지방이 많으신 분
– 작심삼일을 넘기지 못하시는 분
– 간호사가 부담스러우신 분

사지 마세요

– 이미 식스팩 만들고 계신 분
– 스마트워치 대용으로 쓰고 싶으신 분
– 웨어러블은 막차고 다니는 게 맛이라고 생각하는 분
– 내 몸이 샅샅이 파헤쳐 지는 게 싫으신 분

 

디자인
배터리
편의성
유용성
가격
멋진 기술과 따뜻한 사용자 경험이 세상을 바꿀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