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무한도전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의 영향이 남아있는 걸까요? 이제 ‘복고’는 잠깐의 유행이기보다는 삶의 일부분이 된 것 같습니다. 삶이 각박해질수록 예전부터 익숙한 감성으로 돌아 정서 안정을 찾으려 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또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복고 열풍이 부려 나 봅니다. 최근 지구를 침공하는 외계인을 소재로 만든 영화가 개봉했는데요.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이 무려 예전 오락실에서나 볼 수 있던 게임들의 주인공들입니다. 바로 영화 ‘픽셀(Pixels)’입니다.
‘아담 샌들러’ 주연의 영화 ‘픽셀’은 예전부터 루머처럼 떠돌던 동영상이었습니다. 2분 30초 정도되는 짧은 동영상이 영화가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습니다. 마침 향수에 대한 갈증을 느낄 즈음에 이렇게 영화로 개봉하게 되었죠. 영화 제목과 똑같은 ‘픽셀’이라는 동영상 속에서도 팩맨, 갤러그, 벽돌 깨기 등의 고전 게임들이 등장을 합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고전 게임들이 지구를 픽셀화 시키는 침략 과정을 담고 있죠.
영화 ‘픽셀’의 간략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은 주의하세요!) 지구와 외계인들 간의 삼세판 경기로 먼저 3번을 이기는 쪽이 승자가 되고, 패자는 아예 사라져버리는 룰로 다짜고짜 게임이 성사됩니다. 첫 번째 게임과 두 번째 게임은 지구인들이 준비가 되지 못한 상태라서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리지만, 과거의 고전게임 챔피언이었던 몇몇 게임 덕후들로 인해 그 판도는 지구 쪽으로 바뀌게 됩니다.
군인들에게 맡기자는 의견도 나왔었지만 고전 게임을 해 본 적이 없는 군인들은 우왕좌왕하고, 그 모습을 본 게임 덕후들이 답답한 나머지 군인들의 총을 빼앗아 활약을 하기 시작하죠.
이런 활약을 본 사람들은 게임 덕후들에게 지구의 운명을 맡기면서 고전 게임 챔피언인 덕후들과 고전 게임으로 변한 외계인들이 제대로 한판을 벌이기 시작하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는 벽돌 깨기를 시작으로 지네 게임, 팩맨, 동킹콩까지, 예전 오락실에서 즐길 수 있던 게임들이 픽셀로 실체화되어 등장합니다. 어릴 적에 저와 함께 한 게임들이라서 가뜩이나 반가웠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각진 도트 이미지라서 더욱 소유하고 싶어지더군요.
영화 ‘픽셀’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은 모두 제목 그대로 픽셀로 이루어졌습니다. 70~80년대 만들어진 고전 게임들이라서 모두 각진 도트로 만들어졌죠.
사실 이렇게 각진 캐릭터들은 충분히 직접 만들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만약 영화 ‘픽셀’의 외계인 외에도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이렇게 픽셀화되고, 실제 판매되고 있다면 어떨까요?
아주 작은 조각으로 나눠진 블록을 하나씩 조립해가며 좋아하는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 완성했을 때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미 많은 분이 즐기고 있는 취미인데요. 이제 시작하려고 하는 분들의 경우 어떤 블록들이 있는지 모를 수도 있을 텐데요.
블록의 종류는 무척 다양합니다. 아주 유명한 레고를 시작으로 나노블럭, 아토블록, 피코블록 등 다양한 제품들이 판매 중입니다.
각 블록들의 모양이나 규격이 조금씩 달라서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도 완성된 모습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어떤 블록은 위로 쌓아가는 반면 어떤 블록은 옆으로 끼워서 붙여가는 블록도 있습니다. 직접 조립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캐릭터를 연구할 수 있어 충분히 훌륭한 취미 생활로 즐길 수 있죠.
어린 시절에 접했던 장난감이나 만화 등을 성인이 되어서 다시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이와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성인이라는 의미로 키덜트(Kidult)라고 부르죠. 아마 이런 분들은 영화 ‘픽셀’을 보면 고전 게임에 향수를 느끼고 다시 플레이를 해본다거나 블록을 조립할 것 같은데요. 영화 ‘픽셀’부터 블록 완구를 구입하고 조립하는 것까지 모두 키덜트 문화에 속합니다.
키덜트 문화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어린 시절 감성으로 돌아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새로운 문화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고 이제는 취미 생활이나 여가 활동을 넘어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킬 때도 있죠. 벌써 국내에도 키덜트 관련 행사들이 계속해서 열리는 것을 보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가끔씩은 ‘옛날엔 그랬지…’라는 회상을 하면서 그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전부 옛날이야기라며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넘겨버리는 순간 지구를 구하는 영웅이 될지도 모릅니다. 영화 ‘픽셀’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