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헤드폰은 좀 꺼려집니다. 귀를 덮으니 땀이 나고 부피도 커서 갖고 다니기가 거치적거리니까요. 그래서 저는 밖을 돌아다닐 때는 이어폰을 쓰고 시원한 집에서는 헤드폰을 씁니다. 머리에 쓱 쓰면 되니까 이어폰보다 착용이 간단하고 머리가 눌려도 상관없죠. 집에서 쓰기 좋은 헤드폰은 뭐가 있을까요? 이왕이면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다고 소문난 샤오미는 어떨까요? 샤오미의 미 헤드폰(Xiaomi Mi Headphones)입니다.
장점
– 이어컵의 번쩍이는 디자인과 골드 색상이 멋지다.
– 구성품이 풍성해서 든든하다.
– 음질이 깔끔하고 박력이 있다.
– 오픈형 특유의 넓은 공간감이 느껴진다.
단점
– 케이블을 이어컵 2개에 모두 끼워야 해서 불편하다.
– 샤오미치고는 비싸다.
– 소리에 약간 먹먹한 느낌이 있다.
– 오픈형이라 소리가 밖으로 많이 새어 나간다.
크고 묵직하면 좋죠.
샤오미 미 헤드폰은 패키지가 상당히 큰 편입니다. 출시 가격은 499위안(약 9만2천원)이고, 국내 쇼핑몰을 통해 구매한 가격은 131,500원이었습니다. 샤오미 물건 치고는 비싼 가격이라 그런지 기대감도 함께 묵직해집니다.
선물 같은 구성품
구성품이 나름대로 풍성합니다. 헤드폰 본체와 부드러운 천 재질의 파우치, 하드 케이스, 분리가 되는 케이블, 3.5mm to 6.3mm 변환잭, 항공기 어댑터, 설명서 등이 있습니다. 이어패드는 총 3가지인데요. 기본 가죽 이어패드 외에도 스펀지 쿠션의 패드와 귀 전체를 다 덮는 오버이어 형태의 가죽 패드가 하나 더 들어있습니다.
쓰면 황금귀가 될 것 같은 디자인
디자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피스톤 이어폰처럼 원모어디자인(1More Design)이라는 회사에서 디자인을 했습니다. 깔끔하고 세련된 곡선에 은은한 골드 색상이 번쩍거리는 게 아주 멋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그라도(Grado Labs)라는 오디오 회사의 일부 헤드폰과 상당히 비슷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샤오미가 물건을 만들 때는 베낄 수 있는 멋진 디자인이라면 일단 긁어오나 봅니다.
헤드 밴드는 단단하고 안쪽에 있는 패드도 쫀쫀합니다. 빨간색 스티치도 꼼꼼하게 박음질 되어 있죠. 다양한 머리 사이즈에 맞출 수 있게 잘 늘어나고, 안쪽으로 90도 정도 접혀서 하드 케이스에 넣기 알맞은 부피로 변합니다. 이어컵은 45도 정도 회전되는데 완전히 평평하게 되진 않아서 조금 애매합니다.
단언컨대 메탈로 만들어진 진동판입니다
샤오미 미 헤드폰은 크기가 작지만 유닛은 50mm 베릴륨 드라이버(Beryllium Driver)가 들어있습니다. 헤드폰 음질에 중요한 유닛은 보통 크기가 클수록 좋습니다. 보통 시중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건 40mm 다이내믹 드라이버일 텐데요. 그것들과의 차이가 무엇인지 체감적으로 잘 느껴지진 않습니다. 베릴륨이라는 금속은 피스톤 2 이어폰에도 쓰인 그것으로 해상력이 좋다고 합니다.
덮고, 감싸지만, 상쾌하게. 귀는 민감하니까요
이 녀석의 장점 중 하나는 이어패드를 취향대로 끼울 수 있다는 건데요. 우선 귀 위에 살포시 안착하는 크기의 기본적인 가죽 패드가 있습니다. 스폰지로 만들어진 패드는 요즘 같은 날씨에 적절합니다. 귀에 땀이 차지 않죠. 귀를 완전히 덮어버리는 넓은 가죽 패드도 편안한 착용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디자인은 기본 가죽 패드가 가장 좋았고 착용감은 큰 가죽 이어패드가 좋았습니다. 안경을 쓰고 음악을 오래 들었을 때는 귀를 누르는 온이어가 약간 불편했습니다. 큰 패드는 디자인이 별로지만 착용감은 가장 편안했습니다. 이어패드에 따른 음질의 변화는 거의 없습니다.

여성분이 착용했을 때 이런 느낌입니다. 헤드폰의 곡선 라인이 두상과 잘 맞고 동그란 모양의 이어컵이 깔끔하게 매치됩니다. 다만 무게가 220g이라 착용할 때나 목에 걸었을 때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무언가 애매한 케이블
케이블이 조금 독특합니다. 케이블이 헤드폰 이어컵 한 쪽에만 꽂힌 제품에 익숙해져서 그럴까요? 이렇게 한 쪽에 하나씩 라인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게 은근히 불편합니다. 썼다가 벗을 때도 그렇고, 사용하다 보면 회사의 전화기 선처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상하게 꼬이는 듯한 느낌이 들죠. 그래서 종종 뺐다가 다시 끼웠습니다. 그리고 이 플러그들은 각각 2.5mm 스테레오인데 귀 한 쪽에 스테레오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케이블이 분리가 된다는 건 다른 헤드폰에도 끼울 수 있고, 갖고 다니거나 보관할 때는 더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죠.
강철보다 센 섬유가 케이블을 (반만) 감싸고 있습니다
케이블의 길이는 1.4m로, 플레이어를 손에 들거나 책상에 놓고 앉아서 듣기에 충분히 남는 길이입니다. 원버튼 리모콘은 재생과 정지, 트랙을 넘길 수 있고 마이크도 들어 있어서 전화가 오면 통화도 할 수 있죠. 이 리모콘 아래로는 케블라(Kevlar) 섬유로 둘러싸여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케블라는 단단하고 탄성도 뛰어난 인조섬유라 방탄, 항공기 소재로도 많이 쓰인다고 하네요. 정작 귀에 꽂히는 쪽의 케이블은 일반적인 재질이라 아쉽지만요. 조심해야 하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찍어서 정품 확인
작은 스프링으로 세심하게 마감되어 있는 플러그 부분을 보면 QR 코드가 붙어 있습니다. 이 QR 코드를 찍으면 샤오미의 정품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스톤 3 이어폰에서 볼 수 있던 정품 확인 시스템이 미 헤드폰에도 적용된 것입니다. 다른 제품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어 자기네들의 물건을 만들지만 모조품은 철저히 가려내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샤오미입니다. 저는 다행히 축하메시지가 나오면서 정품임을 인증 받았습니다.
순수하진 않지만 맛깔스러운 음질
애플 이어팟으로 듣다가 비교해 본 음질의 느낌은 이렇습니다. 우선 공간이 아주 넓어진 느낌이 듭니다. 이어폰에서는 듣기 힘든 입체 음향이죠. 드럼을 두드려 울리는 소리에 깊이가 아주 잘 느껴집니다. 악기들도 모두 잘 들리고요. 전체적으로 깔끔하지만 플랫하고 순수한 느낌은 아니고 저음의 울림이 강합니다. 고음도 약간 강조되어 있지만 처음 들으면 약간 먹먹한 느낌을 받습니다. 중음역대도 함께 강조된 느낌이랄까요.
청아한 여성 보컬의 노래나 테크노 류의 음악에서는 쭉 뻗은 상쾌함 보다는 살짝 긁히는 듯한 느낌 때문에 잘 어울리진 않았습니다. 반면 비트가 묵직하고 강한 록 장르에는 잘 어울렸습니다. 저는 요즘 여름이라 그런지 시원한 하드코어나 메탈처럼 묵직하고 강력한 음악을 주로 들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유명세를 떠나서 매력적인 헤드폰이지만…
샤오미의 헤드폰이라는 걸 떠나서 미 헤드폰은 괜찮은 녀석입니다. 뭔가 베낀 것 같은 디자인도 아주 멋지고 음색도 박진감 넘칩니다. 처음 들을 때는 조금 먹먹하게 들리지만요. 하나 아쉬운 건, 가격대에 비해서는 잘 만들었지만 샤오미만의 확실한 메리트가 없다는 겁니다. 황금과 메탈 디자인에 로망을 갖고 계시거나 샤오미에 대한 호기심이 많으신 분, 힘세고 강한 노래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생각해보시고요. 그렇지 않다면 자금을 조절해서 다른 헤드폰을 사는 것도 좋겠습니다.
사세요
– 엣지있는 메탈 라인과 골드 컬러 디자인을 좋아하시는 분
– 저음이 세고 음색이 강한 헤드폰을 찾으시는 분
– 집에서 쓸 헤드폰을 고르는 중 새로운 제품이 끌리시는 분
사지 마세요
– 청량감 가득한 음색을 좋아하시는 분
– 도서관 등 조용한 장소에서 쓰려고 생각하시는 분 (바로 쫒겨납니다)
– 샤오미의 ‘가격 대비 성능비’를 철석같이 믿고 계신 분 (다른 샤오미 제품에 비해 떨어집니다)
디자인 |
구성품 |
착용감 |
음질 |
가격 |
7.2 |
욕심이 과한 것 같지만 매력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