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느껴야 하는 계절입니다. 바다에서 살갗도 태우고, 계곡에서 고기도 구워 먹어야죠. 신나는 분위기의 완성은 역시 음악인데요, 가벼운 스피커 하나쯤 갖고 다니면서 음악을 틀면 참 신나겠죠? 하지만 기계는 물에 취약한 만큼 여름철에 다루기 쉽지 않은데요. 물에 강한 스피커가 나타났습니다. 방수되는 아웃도어 블루투스 스피커, 필립스의 BT2200입니다.
장점
1. 부피가 작아서 휴대하기 좋다.
2. 물속으로 잠수는 못하지만 악착같이 떠올라 숨을 쉰다.
3. 저음을 잘 울려준다.
4. 스트랩 구멍에 끈을 연결해 매달 수 있다.
단점
1. 소리가 360도로 퍼질 것처럼 생겼는데 사실은 모노다.
2. 디자인이 조금 둔탁하다.
3. 배터리 타임이 아쉽다.
4. 스트랩 구멍 크기가 애매하다.
피서가 생각나는 시원한 패키지
BT2200은 ‘쇼크박스 미니(Shoqbox Mini)’라는 예명을 갖고 있습니다. 필립스 쇼크박스는 야외에서 막 굴리며 사용할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들어졌던 스피커인데요. 이 녀석은 이전 모델보다 크기와 소리 출력은 작아졌지만 물에 대한 배짱은 더 강해졌습니다. 작고 시원한 색상의 패키지가 귀엽네요.
스트랩 구멍도 뚫어 놨는데 왜 걸지를 못하니
구성품은 본체, 충전을 위한 마이크로 USB 케이블, 두툼한 설명서입니다. 유선 연결도 지원하지만 AUX 케이블이 없고, 본체엔 스트랩 구멍도 뚫려 있지만 흔한 스트랩 하나 들어있지 않아 아쉽습니다.
돌려보고 싶겠지만 돌아가진 않아요
첫인상은 마치 손잡이가 돌아갈 것 같은 랜턴처럼 느껴졌는데요.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야외용이라는 것을 티내는 듯한 강하면서도 둔탁한 느낌입니다. 색상도 블랙 한가지라서 선택의 여지도 없습니다. 깔끔하진 않지만 매력은 있습니다. 저는 괜찮네요. 크기는 한 손에 꽉 차게 잡힐 정도라 크게 부담은 없습니다. 무게는 200그램 정도로 스마트폰 하나보다 약간 무거운데 가방에 매달거나 넣고 다닐 때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작다고 무시하지 말라는 배짱 있는 소리
출력은 2.8와트입니다. 계곡 물소리가 시끄러워도 볼륨을 키우면 음악은 잘 들립니다. 필립스 로고를 정방향으로 보이게 놓아야 깔끔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로고를 크게 새겼나 봅니다.
그 반대편에는 저음을 울려주는 우퍼가 있네요. 저음의 울림은 스피커 크기에 비해서는 꽤 박력 있습니다. 기기 자체에서 아주 약간의 화이트노이즈 잡음이 들렸지만 소리를 조금만 크게 하거나 밖에서 들으면 전혀 모르니 상관은 없었습니다. 블루투스 4.0을 지원해서 웬만한 스마트폰과는 문제 없이 연결하고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고음질 Apt-X 코덱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야외에서 굴리며 쓰라고 정말 굴러가게 만들어졌나?
밑면에는 고무 패킹이 되어 있어서 미끄러지진 않지만, 닿는 면적이 좁아서 조금만 건드리면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합니다. 사실 몸매 자체가 약간 원통형을 닮아 어떤 면으로 놓아도 잘 누워있긴 합니다. 안정감은 덜하지만 융통성은 있는 녀석입니다.
방수된다니 물고문을 바로 시작해보겠습니다
방수 등급은 IPX6으로 생활방수는 충분히 됩니다. 숫자가 클수록 물에 잘 견디는데요, 모든 방향에서 강하게 물줄기를 쏴도 끄떡없는 수준입니다. 약간 더 비싼 UE롤 같은 제품은 IPX7인데, 그 등급부터는 잠수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이 녀석은 그 정도까지는 굳이 필요 없던 걸까요? 조금 아쉽기는 하네요. 주의할 점은 방진은 되지 않습니다. 먼지나 모래, 흙이 많은 곳에서는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죠.
BT2200은 잠수를 하면 안되는 녀석이기 때문인지 물에 동동 뜹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소리는 물에 잠기면 안 들리죠. 물에 띄워놓고 들을 때는 스피커 방향을 위로 하면 됩니다. 스피커 진동으로 물방울이 튀어오르는 것을 보니 신기하네요. 야생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흐르는 수돗물에 스피커를 수십 초간 씻어내도 음악은 아무 문제 없이 잘 나왔습니다.
관건은 스마트폰과의 적당한 거리 유지
스피커와 함께 물에 직접 들어간다면 블루투스 연결된 스마트폰과 거리를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겠는데요. 스마트폰도 방수가 되면 상관없지만요. 공식적으로 10미터까지는 무선 연결이 끊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을 베이스캠프에 고이 모셔두기 전에 물에서 들을 재생목록이라도 만들어 놔야 좋겠죠? 스피커만으로는 노래를 넘길 수도 없으니까요.
의외로 내면은 섬세한 아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스피커의 오른쪽에는 이렇게 물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패킹 처리된 뚜껑이 있습니다. 그 안에 유선 연결을 위한 AUDIO IN 단자와 충전을 위한 마이크로 USB 5핀 단자가 있죠. 안티클리핑(Anti-clipping)이라는 기능이 있어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아도 소리가 힘없이 줄어들거나 하지 않고 끝까지 배짱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고 합니다. 배터리 용량은 500mAh으로 5시간 정도 들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어쨌든 야외에서 오랫동안 듣기에는 넉넉하진 않아 보입니다. 물에서 놀 때만 화끈하게 틀어놓는 게 좋겠네요.
왼쪽 면에는 버튼들이 있는데 하나의 고무로 되어 있어 일체감이 있습니다. 연결된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다가 전화가 오면 통화 버튼을 눌러 스피커로 통화를 할 수 있습니다. 스피커에 마이크도 들어있기 때문인데요. 통화 내용이 밖으로 모두 공개되는 건 감안해야겠죠. 전원을 켜고 끌 때, 블루투스 연결될 때, 볼륨을 최대로 올렸을 때는 비프음으로 알려주기도 합니다. 비프음 소리는 크지만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이왕 매달 거 더 큰 구멍이었다면
본체에 스트랩 구멍이 있는데 별것 아니지만 참 유용합니다. 하지만 스트랩이 들어있지 않은 건 그렇다 쳐도, 구멍 크기가 좀 애매합니다. 휴대폰에 끼우던 가느다란 고리나 굵지 않은 키링 정도가 들어가네요. 이왕이면 더 크게 만들어서 굵은 등산용 로프도 넣을 수 있었다면 훨씬 편했을 텐데요.
야외에 잘 어울리는 물에 강한 스피커
필립스 쇼크박스 미니 BT2200의 가격은 8만9천원입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블루투스 스피커들은 더 좋은 출력과 예쁜 디자인을 가졌지만 이건 생활방수가 가장 큰 특징입니다. 물에서도 음악을 더 가까이 들을 수 있죠. 블루투스 특성상 스마트폰과 너무 멀리 떨어지면 소용이 없으니 바닷가에 뛰어들 때보다는 계곡이나 풀장, 목욕을 할 때 유용합니다. 흐르는 물에서는 방심하지 마세요. 종이배처럼 둥둥 떠서 저 멀리 혼자 떠날지도 모르니까요.
사세요
– 피서 계획에 물놀이 타임이 있으신 분
– 목욕할 때도 음악을 가까이 듣고 싶으신 분
– 독특하게 생긴 것에 매력을 느끼시는 분
사지 마세요
– 물 공포증 환자
– 기능보다는 예쁜 것을 선호하시는 분
– 커다란 로고가 거슬리시는 분
* 본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필립스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디자인 |
휴대성 |
음질 |
방수능력 |
배터리 |
가격 |
6.6 |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특한 스피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