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시달렸는데 몇 달 전부터 눈에 띄게 잠잠해진 것 같네요. 모바일 게임 얘기입니다. 하트 내놓으라는 카카오톡이 한밤 중에도 울려댈 때가 있었죠. 대신 페이스북 메시지가 오고 있으니 도찐개찐 일수도 있겠네요. 그러고 보면 요즘 카카오톡 게임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 찬란했던 영광을 뒤로 하는 걸까요? 카카오톡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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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카카오톡 게임을 잘 하지 않아서인가 찾아봤더니 확실히 달라진 게 맞더군요. 2013년, 소위 카카오톡 게임의 리즈 시절이었던 당시 구글 플레이 최대 매출 20위까지에서 무려 17개가 카카오톡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서히 내리막을 타다가 최근 3달 사이 제대로 미끄러진 모양새입니다. 지난해 말에 17개에서 15개로 줄더니 지금은 ‘모두의 마블’이나 ‘애니팡’처럼 비교적 오래된 게임을 포함해 10개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절반은 카카오톡 게임이네요.

어쨌든 카카오톡은 더 이상 모바일 게임의 흥행 보증 수표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죠. 우선 사용자의 피로를 꼽겠습니다. 앞서 얘기한 대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려대던 하트 구걸. 여기에 반갑기도 하지만 괘씸한 기분까지 들게 하던, 근 몇 년 동안 제대로 연락 한번 하지 않던 친구 녀석. 이런 경우가 반복되다 보니 카카오톡 게임이 싫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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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사의 분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몇 년, 몇 달에 걸쳐 열심히 개발했는데 수익의 절반을 울며 겨자 먹기로 내놓을 수 밖에 없으니 화가 날만 하죠. 기존 모바일 게임의 경우, 수익의 30%는 구글이, 21%는 다음카카오가 가져갔습니다. 물론 다음카카오 역시 위기를 눈치챘는지 이런저런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카카오게임샵이란 걸 만들어 구글플레이를 거치지 않고 바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해놨습니다. 구글에 수수료를 주지 않아도 되니 개발사도 기존 49%에서 65%의 이익을 가져갈 수 있게 됐죠. 하지만 글로벌 대상인 구글플레이와 국내 시장에만 한정적인 카카오게임샵 중 어떤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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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뭐니해도 모바일 게임 시장 변혁의 선봉은 돈 많은 외국계 개발사들입니다. 처음부터 카카오톡을 거치지 않고 엄청난 성과를 내고 있죠. 물론 그 이면에는 엄청난 마케팅 비용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TV를 보면 예전과 달리 모바일 게임 광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앵그리니슨’를 필두로 한 ‘클래시오브클랜’과 무려 8명의 스타를 모델로 기용한 ‘캔디크러쉬소다’를 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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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게임 개발사의 매출 규모는 다음카카오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게임만 놓고 본다면 상대도 되지 않죠. 클래시오브클랜의 개발사인 ‘슈퍼셀(Supercell)’의 지난해 1조870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영업이익은 6245억원인데 그 중 70%에 이르는 4830억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했죠. 국내에도 300억원대의 비용을 투입했습니다. 내 삶의 스윗 소다, 캔디크러시소다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개발사인 ‘킹(King)’은 슈퍼셀 이상의 자금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2014년 매출이 2조4900억원으로 슈퍼셀보다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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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례적으로 150억원이 책정된 ‘넷마블게임즈’의 ‘레이븐’을 제외하고 국내 모바일 게임의 마케팅 비용은 20억원 규모 수준이라고 합니다. 물론 중소 개발사의 경우 20억원은 꿈도 못 꾸겠지만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반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늘리는 추세라고 합니다. 개발사의 고민이 날로 더해질 것 같은데요. 구글플레이 단독이든, 카카오게임샵이든 이미 포화 상태인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틈새는 보이지 않고, 여기에 외국계 개발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버틸 수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하더라도 돈으로는 따라갈 수 없으니까요. 차라리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사용자의 마음 아닐까요? 저처럼 게임 마니아까지는 아니고 가끔 화장실이나 자기 전에 즐기는 입장에서 볼 때, 앞서 얘기했던 모든 내용은 사실 어떻게 되든 크게 상관 없을 겁니다. 귀찮은 카카오톡만 안 오면 된 거죠. TV에서 모바일 게임 광고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광고가 기억나시나요? 저는 ‘리암 니슨’ 아니 ‘앵그리니슨’의 열연이 돋보였던 클래시오브클랜 광고가 기억에 남더라고요. 영화 ‘테이큰’ 시리즈의 한 장면 같기도 했죠. 이외의 클래시오브클랜 광고는 대부분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특성을 잘 살려 상황을 연출한 애니메이션 스타일이죠. 평소 클래시오브클랜을 즐긴다면 이미 보셨겠지만 최근 새로운 광고가 공개됐습니다. 아직 한국어 더빙 버전은 나오지 않았는데요. 호그라이더의 간드러진 목소리는 여전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tXLAKwssPQ

https://www.youtube.com/watch?v=c4LCP48QYl0

호그라이더 편, 해골비행선 편, 숨겨진 뇌전탑 편까지 총 3편입니다. 이전 광고와 별반 다르지 않는 구성이죠. 매 편마다 거의 애니메이션 수준인데 실제로 장편 애니메이션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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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실사로 만든 패러디 영상도 있죠. 클래시오브클랜은 지난해 영화 포스터 공모전을 열기도 했었는데요. 상품으로는 당연히 보석을 내걸었습니다. 그나저나 TV 광고로 만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은 클래시오브클랜이나 캔디크러쉬소다가 전부인 건가요? 차승원의 진지하면서도 병맛인 연기를 볼 수 있는 레이븐에 이어 국내 게임에서도 대작들이 쏟아져 스마트폰 화면에서만이 아닌 TV에서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르다 사다 쓰다 사이에 존재하는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