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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맨 35주년
조금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지난 7월 1일은 소니 워크맨이 출시된지 35년이 되는 날이었다. 35년 전, 1979년 7월 1일 발명된 워크맨은 음악의 역사를 바꿨다.
워크맨 전에 헤드폰 얘기를 좀 더 해보자. 헤드폰은 이미 1919년에 발명되었다. 하지만 헤드폰이 밖으로 나올 일은 좀처럼 없었다. 집밖에서는 헤드폰 잭을 꽂을 때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집밖에서도 헤드폰을 끼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귀마개로 착각한 건망증이 심한 사람 뿐이였을 것이다. 워크맨 얘기가 아니고 왜 자꾸 헤드폰 얘기를 하냐고? 사실 워크맨은 놀라운 발명품이 아니라 단지 밖에서도 헤드폰 잭을 꽂을 수 있도록 만든 단순한 발명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히트하는 제품은 모두 단순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을 바꾼 혁명
소니는 1997년 애플의 재탄생전까지는 혁신의 상징이었고, 전자제품의 아이콘이었다. 음악은 그 전까지 집에서만 들을 수 있는 문화행위였다. 하지만 워크맨 이후로 사람들은 밖에서도 음악을 듣고, 음악을 즐기게 되었다. 워크맨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되었고, 사춘기 아이들의 정체성이었다. 워크맨의 또 다른 의미는 비로소 전자제품이 개인소유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 전까지 아이들용 장난감인 ‘게임기’와 손목시계를 제외하면 개인용 전자제품이라는 것은 드물었다. 그러나 워크맨은 헤드폰으로 혼자만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개인용 전자제품의 시초격이 되었다. 이 제품 이후로 사람들은 월급만 받으면 자기 자신을 위해 전자제품을 마구잡이로 구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애플과 삼성은 항상 소니에게 감사해야만 한다.
워크맨 개발은 우연의 산물이었고, 반대를 이겨낸 결과였다.
소니는 1979년 6월 22일, 소니 창립 33주년에 33,000엔짜리 제품을 발표한다. 기존 헤드폰의 무게를 1/10로 줄인 헤드폰(MDR-3)과 워크맨(TPS-L2)을 발표한 것이다. 특별한 기술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소니의 연구원이었던 ‘이라 미츠로’가 우연히 만든 제품에 불과했다. 그는 출장 중 비행기에서 음악’이라도’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크기를 줄여 헤드폰을 꽂아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간단한 음악 플레이어를 만들었다. 그 당시 오디오와는 달리 스피커가 없었고, 녹음도 되지 않는 멍청한 제품이었다. 당연히 워크맨을 출시하고자 했을 때 직원들 반대는 매우 심했다고 한다. 시장 조사 결과도 형편없었단다. 그러나 그 당시 소니의 공동창업주인 모리타 회장은 주장했다.
“헨리 포드가 시장 조사를 했던가? 만약 그랬다면 그들은 자동차가 아니라 더 빠른 말을 개발했을 것이다.”
까라면 까야 한다. 소니 직원들은 모리타 회장의 지시대로 연구소에서는 개발을 시작했고, 1978년 10월부터 개발에 들어가 불과 8개월만에 출시할 정도로 간단한 제품이었다. 이는 나중에 미국 <포춘>지가 선정한 ‘역사상 가장 뛰어난 경영 결단 중 하나’로 선정 되었다.
왜 워크맨이었나?
당시 녹음 기능이 있던 휴대용 오디오들은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들 제품은프레스맨(Pressman)이란 애칭으로 불렸다. 이 애칭을 이어 받아 TPS-L2에는 워크맨(Walkman)이란 이름이 붙였다. 걸으며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사실 문법상 틀린 단어였다. 그래서 해외 판매시에는 문법상 잘못된 영어였기 때문에 다른 이름으로 판매를 했다고 한다. 실제로 워크맨은 미국에서는 사운더바우트(Soundabout), 스웨덴에서는 프리스타일(Freestyle), 영국에서는 스토웨이(Stowaway)로 이름을 붙혀 팔았다. 신통치 않은 판매를 기록하자 모리타 회장은 이름을 워크맨으로 바꿀 것을 명령했다. 그리고, 1981년을 기점으로 거짓말처럼 워크맨은 세계를 휩쓸기 시작했다. 전세계는 워크맨 열풍에 휩쌓였고 기존의 모든 판매 기록을 경신한다. 사람들은 걸어다니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워크맨에 열광했다. 그리고 2006년 3월 카세트테이프식 워크맨이 단종될때까지 약 200종의 워크맨을 내놓고 누계 3억 3천만대를 판매하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히트했던 워크맨들
35년 동안 만들어 졌으니 대단히 많은 제품들 있다. 역사적 모델들을 소개해 본다.
TPS-L2 (1979)
우선 최초의 워크맨인 TPS-L2다. 이미지를 자세히 보면 주황색 버튼이 있다. 저 버튼의 이름은 ‘핫라인’이다. 2개의 헤드폰으로 2명이 함께 음악을 듣다 이 버튼을 누른 후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면 그 소리가 상대방의 헤드폰으로 전달된다. 즉 헤드폰을 빼지 않고도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초창기 워크맨은 같이 음악을 듣는다는 개념이 존재했다. 이 제품은 DC 3v 어댑터를 연결하거나 AA사이즈 배터리 2개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재생시간은 일반 배터리는 2.5시간, 알카라인은 8시간으로 짧았다. 대신 어댑터를 연결하고 충전 배터리를 넣으면 차체적으로 충전이 된다.
WM-20 (1983)
1983년 출시된 WM-20은 테이프가 들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테이프 케이스와 똑같은 사이즈였다. 음악을 듣기 위해 테이프를 넣으면 아래쪽이 길어진다. 4년 만에 초기 모델에 비해 극단적으로 가볍고 작은 제품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그만큼 소니가 여기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의미겠다.
WM-101 (1985)
1985년 WM-101 부터는 기존의 AA 사이즈 배터리 대신 충전이 가능한 납작한 모양의 껌배터리를 도입했다. 이 때부터 워크맨의 크기는 더 빨리 작아지고 가벼워졌다. 1986년의 WM-109에는 유선 리모컨이, 1988년 WM-505에는 무선 리모컨이 적용되었다.
WM-EX1 (1994)
가장 많이 판매된 워크맨 모델은 워크맨 탄생 15주년 모델인 WM-EX1이었다. 위쪽의 큰 버튼을 누르면 가로가 아닌 세로로 데크가 열리는 모델이었다.
WM-EX5(1995) – 크롬 버전
히트 시리즈인 WM-EX시리즈의 크롬 버전인 WM-EX5도 출시 되었다. 테이프가 돌아가는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이 디자인은 지금봐도 멋지다. 1990년대는 워크맨의 성숙기로 최대 100시간이 넘는 재생 시간을 가진 WM-EX9이 출시되기도 했다. 1990년대는 워크맨의 성숙기로 최대 100시간이 넘는 재생 시간을 가진 WM-EX9이 출시되기도 했다.
NWZ-ZX1 (2014)
가장 최근 워크맨이다. 소니는 그동안 거의 5년 단위로 기념 모델을 만들어 왔다. 35주년 기념 모델의 이름은 NWZ-ZX1. 디자인 측면에서 꽤나 멋지다. 게다가 이 제품은 S-Master를 업그레이드한 S-Master HX 앰프가 들어있고, 24bit 192kHz 음원과 DSD 포맷도 재생한다. 또한 손실 압축음원을 고음원으로 업샘플링 할 수 있는 DSEE HX와 4개의 대형 콘텐서를 통해 독립적인 4개의 전원을 공급한다. 저장 공간은 128GB에 재생 시간은 32시간. 가격은 80만원에 육박한다.
35주년 기념 모델을 보면 소니의 절치부심이 엿보인다. 35년전 당시 기술로 크기를 줄일 수 있을 만큼 줄인 것처럼, 개발된 최신 기술과 좋은 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설정들을 모두 집어 넣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슬퍼 보인다. 노트북을 만들던 바이오는 팔려버렸고, 플레이스테이션은 예전 같지 않으니까. 워크맨에 얽힌 추억 중 하나는 용팔이다. 원래 워크맨은 모든게 다 들어 있는 풀박스 상태로 판매 되지만, 국내에 들어온 용산 업자들은 본체, 배터, 충전기, 이어폰을 따로 떼어 파는 기술로 눈탱이를 쳤다. 용산의 시작은 이 워크맨과 함께 였고 PC로 르네상스를 맞은 후, 이제 용산과 함께 워크맨의 시대도 끝나 버렸다.
제조 : 소니(Sony)
출시 : 1979년 7월 일본
출시가 : 33,000엔
크기 : 88 × 133.5 x 29mm
무게 : 390g
출력 : 15+15mw
재생 주파수 : 40Hz~ 12kHz
현재가격
워크맨은 30주년인 2010년까지 판매되고 최종 단종됐다. 따라서 후반기 워크맨은 아직 중고시장이나 용산에 가면 심심치 않게 구할 수 있다. 원조인 TPS-L2는 $ 250~300 사이에 거래 중이다. 당시 판매 가격과 비교하면 꽤나 비싼 가격이다. 역사를 소유하고 싶다면 구해볼 만 하다.
주의할점
사실 일반 신제품 워크맨(물론 4년된 재고지만)을 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필요 때문에 원조 TPS-L2를 구할 필요는 굳이 없다. 그래도 원조를 구하겠다면 보관상태에 따라 모터와 테이프를 구동시키는 매커니즘을 연결하는 고무줄이 있는데, 이 고무줄의 상태가 걱정되기는 한다. 시간이 그만큼 오래 되어 경화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는 일반 알카라인 배터리를 쓰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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