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다. 페이스북은 우리의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주민등록번호도 받지 않는 사이트지만 그 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 그 정보는 대부분 우리가 자발적으로 집어 넣은 정보다. 출신 학교, 다니는 회사, 사는 곳, 출신지, 당신의 친구, 가족, 여자친구까지. 그 뿐만이 아니다. 본 영화, 들은 음악, 가는 장소, 관심사도 알고 있다. 배우자, 애인의 성별을 통해 당신이 성적소수자(LGBT)인지도 파악할 수 있다.
당신이 방금까지 구매를 망설이던 노트북이 페이스북 광고란에 떠서 놀란 적이 있는가? 페이스북은 쿠키 분석을 통해 당신이 어느 사이트를 돌아 다녔는지 모두 알고 있다. 기억에서 희미한 사람이 ‘추천 친구’로 갑자기 떠서 놀란 적이 있는가? 페이스북은 복잡한 관계추적을 통해 당신의 첫사랑과 빚쟁이들에게 당신을 끊임없이 추천하고 있다. 우리의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심지어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페이스북이 지난 2012년 7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비밀리에 심리 실험을 실시했다는 소식이 지난 달에 밝혀졌다. 해외에서는 충격에 휩싸였고, 비난이 들끓었다.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에 단련된 국내 네티즌은 무관심했다. 그런데, 이 실험 내용은 좀 충격적이다. 개인정보 유출하고는 내용이 다르다. 페이스북이 사람을 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에 가깝다.
실험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페이스북이 인위적으로 실험군에게 긍정적 콘텐츠를 늘리자 실험자들은 이에 반응해 긍정적 포스트를 늘렸고, 반대로 부정적 콘텐츠를 늘리자 부정적 포스트를 앞다투어 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상당히 복잡하다. 어떤 친구를 팔로우 한다고 해도 그 친구의 모든 포스트가 내게 배달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사용자가 친구를 맺은 사람들의 모든 포스트가 노출된다면 방문할 때마다 평균 1,500건의 포스트를 읽어야 한다. 읽다가 지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수 많은 포스트 중에 일부만 타임라인에 나타나게 된다. 그런데, 이런 페이스북의 특성을 이용하면 사용자의 감정까지 조정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이번 실험이 단적으로 보여줬다.

설마 진짜 그럴까? 내 생각에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 비가 오는 날이면 일제히 비오는 사진과 감상에 젖은 친구들의 포스트가 올라 온다. 자연스럽게 타임라인에 동조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부패와 실정이 타임라인을 장식하면 분노에 떨게 되고, 친구가 아우디를 뽑아도 분노에 그날 업무는 마비된다. 폭스바겐은 괜찮다. 그 정도쯤은 축하해 줄 수 있다.
페이스북은 이제 단순히 사진을 올리는 사이트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인류가 도달한 적이 없는 전인미답의 바벨탑에 가깝다. 매월 12억 명이 이용하는 서비스도 없었고, 4천억 개의 사진이 공유된 서비스도 없었다. 굳이 꼽자면 검색엔진 구글이 근접해 있지만 구글은 그렇게 많은 개인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도 않고 우리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타임라인도 없다. (구글 플러스가 제 2의 페이스북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감정 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인구가 일부 국가에서는 37%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아마 이 글을 보고 있는 독자분들도 페이스북을 타고 들어왔을 거다. 페이스북은 우리의 이성(뉴스)과 감정(타임라인)의 조절이 가능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이익집단이 되가고 있다. 페이스북이 만약 이런 방대한 개인정보를 통한 감정조절과 타임라인을 정교하게 활용하여 사용자의 행동을 어느 한 쪽으로 유도한다면 우리는 꼼짝없이 페이스북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좀 더 끔찍한 상상을 해보자. 페이스북이 특정 정당에 대한 정책과 미화된 이야기를 타임라인에 교묘하게 좀 더 노출시킨다면 선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비록 반대편 정당이 더 많이 포스트 되더라도 타임라인에서 배제시킨다면 페이스북이 원하는 선거결과에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원하는 사람들과 원하는 국가가 탄생하는 일도 실제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몇 달전, 마케터들은 맨붕에 빠졌다. 페이스북이 홍보 페이지들의 도달율을 일률적으로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마케터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KPI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갑을 열 수 밖에 없었다. 페이스북은 돈도 원하는 때에 가져갈 수 있을지 모른다.
페이스북의 지배를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페이스북을 탈퇴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런데, 지금 왕성히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페이스북을 쉽게 탈퇴할 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페이스북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페이스북에서 보내야 할지도 이미 지정해 놓았는지도 모른다. 페이스북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모든 것을 지배하기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만약 페이스북 탈퇴를 원한다면 다음 솔루션을 참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