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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택(Star-tac), 기억하십니까?
한때, 휴대폰은 정말 컸다. 얼마나 컸냐면 버스만한 크기였다. 그래서 버스폰이라고 불렸다. 물론 거짓말이다. 어쨌든 벽돌만한 크기의 휴대폰을 반으로 접어 인류의 주머니 안에다가 집어넣은 휴대폰이 있었다. 바로 모토로라 스타택이다.
지금은 비록 모토로라가 중국으로 팔려가는 신세가 됐지만 스타택은 정말로 휴대폰의 스타였다. 1996년 부터 2000년 까지 국내에서 총 130만대(150만대로 추정하는 자료도 있다)가 판매되었다. 1996년 무선통신 가입자수는 313만명 정도였으니까 국내 사용자 중에 절반 가까이가 스타택을 구입했다. 스타택(ST-7760)의 초기 출시 가격은 무려 150만원 선. 버스도 한 대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 그래서 버스폰이라 불리웠다. 물론 거짓말이다. 어쨌든 그 당시는 휴대폰 하나 쓰려면 ‘보증 보험료’라는 것까지 내던 시절이었다.
왜 그렇게 인기 있었을까
바 타입과 플립 타입 휴대폰에 이은 폴더폰. 그 최초의 모델이 스타택이다. 폴더폰의 장점은 명확했다. 우선 반으로 접히며 크기가 작아졌다. 휴대폰의 마이크와 스피커가 귀와 입에 밀착되며 통화음이 좋아졌다. 또, 폴더를 닫으면 액정과 버튼류를 보호할 수 있었다. 반대로 불편도 있었다. 폴더 방식은 전화가 오면 폴더를 열어야 하는 귀찮음이 있었다. 그러나 모토로라는 단점을 장점으로 바꿨다. 폴더를 여는 순간 카리스마 넘치는 ‘딸깍’ 소리를 나게 만들었다. 주변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됐고, 휴대폰 사용자는 스타가 될 수 있었다. 마치 듀퐁 라이터의 맑은 금속음처럼, 모토로라 스타택의 폴더음은 중독성이 있었다. 사람들은 하루 종일 이유없이 폴더를 열고 닫으며 시간을 보내게 만들었다.
스타택은 혁신의 상징이었다.
지금의 스마트폰은 휘어지고, 지문을 인식하고, 주인의 심장이 멈추는지 살펴봐야 혁신이지만 그 당시는 통화가 잘 되는 것이 혁신이었다. 그 당시 헐리우드 공포영화를 떠올려 보라. 살인 당하기 직전에는 항상 휴대폰이 불통이었다. 스타택은 살인마로부터 인류를 구원한 휴대폰이었다. 밝혀지지 않은 루머에 따르면 스타택은 유니세프보다 많은 인류를 구해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스타택의 수신률을 빛났다. 스타택은 기지국이 없던 연평도에서도 구름이 낮게 깔리면 안테나 3개가 뜨며 통화가 가능했다. 또한 큰 벨소리와 강력한 진동은 전화가 온 것을 확실하게 알려줬다.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상태에서 진동이 오면 스스로 움직이다 바닥으로 떨어질 정도였다. 또한 조용한 곳에서는 마치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는 것 같았고 물론 통화 품질도 최고였다. 또한 2001년 1월 발신자 표시 서비스가 생겼는데, 당시의 휴대폰들은 모두 이 기능을 지원하지 못했던 반면 스타택은 펌웨어 업그레이드도 없이 이 기능을 지원했다. 모토로라코리아가 사업을 접기 전까지 개발자들은 안드로이드 최신버전 업데이트 때문에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참 대단한 휴대폰이었다.
휴대폰보다 사람이 먼저였다.
성능은 당대 최고였지만 기능은 좀 빠졌다. 물론 이건 모토로라가 기술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위해서였다. 일단 번호 저장은 99개만 가능했다. 무분별하고 의미없는 친구맺기에 제동을 걸었다. 수신문자는 최대 20개 까지만 저장되었다. 인간의 타임라인은 20개 정도의 메시지까지만 기억이 가능하다는 철학적 판단이었다. 또, 통화기록을 삭제할 수 없었다. 항상 투명한 삶을 살라는 모토로라의 엄숙한 금욕주의적 외침이었다. 사실 모두 거짓말이다. 그냥 그 때는 대부분의 휴대폰이 그랬다.
요즘 쓰기에는 기능이 너무 형편 없는데…
스타택에는 여러가지 액세서리가 있는데 많은 사용자들이 탐냈던 것은 스타택 오거나이저였다. 이걸 뒤쪽에 붙이면, 전화번호는 3000개까지 저장되고, To Do 리스트를 기록하거나 스케줄 관리를 할 수 있는 기능이 생겼다. 배터리를 생각해 보자. 인터넷과 앱을 쓸 수 없어서였지만 소용량 배터리는 최대 55시간, 대용량 배터리는 100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오거나이저 대신 보조배터리를 붙일 수도 있었는데, 이걸 붙이면 대기시간이 무려 200시간으로 늘어났다. 사탕 없애기를 하거나 검색엔진에서 연예인의 뒷조사를 하기위해 24시간도 못 버티는 요즘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제안이 될 것이다.
제조 : 모토로라(Motorola)
출시 : 1996년 1월 미국
출시가 : $1,000
크기 : 94 x 52 x 22(안테나 제외)
무게 : 103g(소용량 배터리), 125g(대용량 배터리)
현재가격
놀랍게도 스타택은 현재도 개통이 된다. 물론 개통 조건이 좀 까다롭기는 하다. 판매중인 중고 기기는 SKT용이며 사용 가능한 번호는 011과 017 모든 번호와 처음부터 SKT에서 받은 010이라면 사용가능. 물론 타 이통사에서 최초에 부여받은 010 번호는 국번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우리나라의 스타택전문몰(www.startacmall.com)에서 10만원 후반대에 중고 기기를 구매할 수 있다. 또한 로고(벤츠나 BMW도 있다), 키패드의 종류, 액정의 색상(추가금 필요), 폰트를 골라 구매할 수 있다.
주의할점
개통이 되지만 판매자는 꼭 미리 문의를 달라고 신신당부 하고 있다. 또한 오래된 제품이니 배터리 사용시간이 많이 줄어 들었을 가능성이 있으니 잘 체크해야 한다. 다양한 SNS 때문에 업무와 생활에 너무 지장을 받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스타택을 써 볼만 하다. 통화와 단문 메시지 전송을 제외하고 폴더를 열고 닫는 놀이 빼고는 할 수 있는게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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