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며 명품과 콜라보레이션한 스마트폰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지만 휴대폰 말기에 휴대폰 회사들은 줄기차게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했다. 어떤 것은 좋았고, 어떤 것은 형편없었다. 패리스 힐튼이 사랑했던 머리는 비었지만 겉은 화려했던 휴대폰의 추억속으로 잠시 빠져 보자.
삼성 세린(serene)폰 – 2005년
흔히 명품 콜라보레이션폰 하면 프라다폰을 떠올리지만 삼성이 원조다. 삼성은 오디오업계에서 명품으로 꼽히던 B&O과 함께 폰을 만들었다. 이 폰의 문제는 키패드다. 키패드가 360도로 돌아가 있어서 키패드를 누르다가 안면장애나 목디스크를 유발하기도 했다. 가격은 1,000유로(약 140만원)으로 협심증을 유발시켰다.
삼성 SGH-E500 베르수스(Versus) – 2006년
베르사체와 함께 만든 폴더폰으로 금빛으로 빛나는 화려한 문양, 그리고 카메라 바로 아래에 커다란 거울이 특징이었다. 거울을 보며 셀카를 찍기 좋았고 가격도 저렴했지만 실패했다. 가만히 보면 혁대 버클 같기도 하다.
노키아 지암바티스타 발리폰 (Nokia 7373) – 2006년
한국인에게 생소한 노키아는 한국인에게 생소한 프랑스 디자이너 지암바티스타 발리와 콜라보레이션 폰을 출시했다. 결과는? 노키아로써는 생소한 판매고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출시하지 않았다.
LG 샤인폰 디자이너스 에디션(LG-V4200) – 2007년
영원한 2등 워너비 LG가 텐밀리언셀러폰(천만대 판매)인 샤인폰에 이상봉 디자이너의 폰트를 넣은 디자이너스 에디션을 발표하며 소심하게 콜라보레이션에 도전했다. 뒷면에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을 빼곡히 적었지만 욕심이 과했다. 멀리서 보면 밀교의 주문을 적은 부적처럼 보였다.
LG 프라다폰 – 2007년
LG는 삼성에게 이기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 악마가 주로 입는 프라다와 손을 잡은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 게다가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 풀터치 스크린으로 성공한 최초의 휴대폰이 되었다. 프라다2는 프라다 링크라는 스마트워치로 또 한번 앞서갔고, 프라다3는 조루배터리로 또 다른 기록을 세웠다.
삼성 아르마니폰 SGH-P520 – 2007년
2007년은 명품 콜라보레이션 폰의 전성기였다. LG가 프라다와 손 잡고 프라다폰을 성공시키자 발끈한 삼성은 유럽에 있는 전화번호를 펼쳤다. 디자이너 중에 가장 앞부분에 나와 있는 아르마니(Armani)를 발견한 삼성은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 휴대폰을 만들라고 윽박질렀다. 그래서 나온 것이 아르마니폰이다. 확실치는 않다.
삼성 세레나타 SGH-F310 – 2007년
세린폰의 막장 키패드로 엄청 놀림을 받은 삼성과 B&O은 세레나타를 다시 기획하면서 이번에는 물리 키패드를 아예 없애 버렸다. 결과는?
전화 걸기가 더 어려워졌다. 다만 음악 기능은 좋았다. 삼성은 다시는 B&O에게 전화기를 의뢰하지 않았다.
모토로라 돌체앤가바나폰 – 2007년
모토로라는 V3i를 출시하면서 천대 한정으로 돌체앤가바나 매장에서 판매를 했다. 원 모델과 큰 차이는 없었고, “돌체앤 가바나”라는 로고가 뒷면에 크게 적혀 있고 제품을 끄고 켤 때, ‘돌체앤가바나’라는 멘트가 나온다. 그 대가로 2,750달러를 받았지만 모두 팔렸다. 그 당시 모토로라는 통화가 안 되도 잘 팔릴 때였다.
스카이 듀퐁폰 – 2009
홀드커버를 열 때, 듀퐁 특유의 상쾌한 금속음이 들려 애연가들의 지지를 받았다. 금장 모델은 18K 도금을 해서 한정판으로 팔았는 데, 가격은 100만원에 육박했다. 국내 광고시 “어린왕자, 남자가 된다.”라는 콘셉트의 광고가 눈길을 끌었다.
사실 어린왕자는 원래 남자였다. 이름도 왕자 아닌가?
LG 질샌더폰 – 2011
독일의 명품 브랜드인 질샌더(Jil Sander)와 제휴해서 만들었다. 폰은 명품이었는데, 운영체제가 윈도우였다.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 들어 디자인보다는 운영체제와 기능에 집중하면서 이후로는 명품 콜라보레이션 폰이 주목받는 일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