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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강아지 소니 아이보에 대한 기억 10가지 – 소니 아이보(Aibo)
1. 얼리어답터와 소니 아이보
먼저 이 강아지는 얼리어답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강아지다. 관계를 가졌다고 해서 그 관계를 가졌다는 얘기가 아니다. 아직 얼리어답터 사이트의 존재가 희미하던 시절, 이 아이보를 보러 얼리어답터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 많았다. 아이보는 발매 당시 200만원이 넘는 고가였다. 얼리어답터를 만든 최문규씨 외에는 살 사람이 많지 않았다. 다행히 이 강아지가 얼리어답터를 통해 소개되며 많은 한국인에게 대리만족을 주었다. 여러분의 전성기는 언제였나? 얼리어답터는 ‘바로 지금’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그 때였다.
2. 이건 왜 만들어졌을까?
아이보는 소니의 로봇 마니아였던 ‘도이 도시타다’ 상무에 의해 개발됐다. 도이 도시타다 상무는 미국의 ‘겐기스’라는 6개의 발을 가진 로봇을 보고 힌트를 얻었고, 97년 공개했고, 99년 발매했다.
사실 소니는 1990년대 이상한 제품을 많이 만들었다. 왜냐하면 소니에는 이상한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소니 개발자들이 외로워서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개발자들은 자신들 조차 밥먹고 배설물을 치우는 것도 잊곤 한다. 진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런 놀라운 발명품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
아이보는 편리한 강아지였다. 당신이 집에 없는 동안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거나 진공청소기와 교미를 하거나, 아파트 옆동을 보고 울부짓지도 않는다. 이빨과 발톱이 없고 배설 기능(물론 행동은 비슷하게 하지만)도 없다. 때문에 휴지도, 이불도, 당신의 멘탈도 모두 다 안전하다.
3. 왜 하필 강아지였나?
일본이라면 왜 고양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글로벌을 목표로 한 제품이었기 때문에 강아지가 더 통했다. 두 번째는 일본에서는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도 못 키우는 집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목조주택에 다다미방이 많은데, 여기에 강아지가 오줌을 싸면 고약한 냄새가 나서 여간해서는 강아지보다는 일정한 곳에 배변을 하는 고양이를 키우게 마련이다. 즉,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도 못 키우는 집을 위한 제품이었다.
4. 아이보는 로봇 카테고리가 아닌 애완동물 카테고리에서 판매됐다.
이건 놀라운 이야기다. 소니는 사람들이 아이보를 정말 애완동물로 생각하기를 바랬다. 그래서 애완동물 코너에서 팔았고, 박스를 열면 제품을 고정 시키는 철끈과 스티로폼으로 만든 뼈다귀, 아이보의 입양 증명서까지 들어 있었다. 초기 모델은 명령을 잘 못 알아 듣고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게 오히려, ‘와. 이거 우리 개하고 똑같네’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불량품을 팔고도 칭찬 받은 회사는 소니가 아마 최초일 것이다. 마치 요즘의 애플 같다.
5. 불량품이지만 잘 팔렸다.
소니 아이보가 단종됐기 때문에 안 팔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놀라지 마시라. 처음 판매시에 너무 사람들이 몰려 소니 사이트가 다운됐고, 나중에는 제비뽑기로 살 사람을 결정할 정도였다. 일본, 미국 합쳐 5천개를 한정 판매했는데, 일본에서는 3천개 발매 후 20분만에 모두 판매 됐고, 300만원의 가격에 프리미엄이 900만원까지 치솟았다. 처음에는 반년 만에 4만 5000대를 팔며 110억엔의 매출을 올렸다. 절대로 실패작이라 할 수 없다.
6. 그런데 왜 망했나?
인류 중에는 돈 많고, 이상한 사람이 딱 15만 명이 있다. 그래서 그 15만 명이 모두 구입하자 구입률이 급감했고, 2006년 소니의 경영악화로 인해 사업부 자체가 정리되며 단종되고 만다. 아이보 사업부의 전체 매출은 7년간 약 3천억이다. 사실 작은 매출은 아니지만 로봇 관련 개발자들의 연봉이 너무 비쌌다. 소니는 뮤직 플레이어에서 애플이, TV 가전에서 삼성과 LG가 도약하면서 크게 흔들렸고 위기감에 아이보를 죽일 수 밖에 없었다.
7. 모델은 한 가지였나?
1999년 출시 이후 이렇게나 다양한 모델이 있었다. 나온 순서는 3 – 4 – 1 – 2 – 5 다. 제대로된 인공지능으로 명령을 알아 듣고 학습도 가능했다. 오줌 싸는 행동을 할 때 칭찬을 해 주면 그 행동을 더 많이 하는 식. 마지막 버전에서는 약 50마디 이상의 명령을 알아듣기도 했다. 물론 아류작도 등장했지만 인공지능이나 움직임 등에 있어서 소니 아이보와는 차이가 있었다.
8. 아류작이라니? 혹시….설마 아니겠지?
패스트 팔로워의 아이콘 삼성전자는 개인용 로봇 “아이꼬마(iCOMAR:internet COmmunicable Mobile Avatar Robot)”와 애완 로봇 “앤토(ANTOR: ANdroid TOy Robot)” 등을 2001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이 펜티엄을 장착했다고 자랑했다. 하드웨어 자랑으로 시작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9. 아이보를 살 이유가 있었다면?
인공지능에 더해 전용 소프트웨어인 아이보웨어를 이용해 행동을 만들거나 편집하고 그 데이터를 메모리 스틱에 넣고 엉덩이에 꽂아주면 그대로 행동한다(이건 아주 오랜 후에 MP3 재생 로봇인 ‘롤리’로 이어진다). 실제로 파티에서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한 ‘Party Mascot’처럼 상황에 맞춰 미리 세팅되어 있는 프로그램이 들어있는 메모리 스틱이 판매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소니 아이보가 가장 감동스러운 부분은 사랑하는 애견이 짖는 소리를 녹음하고 영상을 촬영 해 두었다가 세상을 떠나면… 그 소리를 아이보의 목소리로 사용하고, 어느 정도 유사한 행동패턴을 만들 수 있다는 것. 한마디로 실제 개를 완벽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비슷하게 ‘디지털 복제’ 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10. 지금도 살 이유가 있을까?
글쎄. 나라면 내년 소프트뱅크에서 나올 로봇 페퍼를 추천한다. (참고 링크 www.earlyadopter.co.kr/1217 )
사실 로봇 강아지는 지금 다양한 제품을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 그래도 소니 아이보만큼 똑똑한 강아지는 드물고, 인류 최초의 의미있는 로봇을 소유했다는 의미도 있다.
제조 : 소니 (Sony)
출시 : 1999년 6월 일본
출시가 : 250,000엔
크기 : 274 x 156 x 266 (꼬리 제외)
무게 : 1.4kg (배터리 및 메모리스틱 제외)
스펙 : 64bit RICS 프로세서, 16MB 램 8MB 메모리스틱(프로그램)
현재가격
많은 사람들이 지금 키우는 애견의 목소리와 행동을 넣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는 것일까? 세대 구분 없이 상태가 좋고 작동에 문제가 없다면 이베이 등지에서 $6,000 이상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최초 판매가는 $2,500이었다. 난 왜 소니가 이걸 다시 만들지 않는지 모르겠다.
주의할점
1세대보다는 3세대(2003년 이후) 제품을 고르는 게 그나마 고장이 적고, 더 똑똑하다. 오래된 제품이다 보니 역시 배터리 사용시간과 함께 각 관절의 가동성이 문제. 각 관절이 잘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하고, 배터리는 교체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배터리 교체시 고장이 날 수도 있으니 믿을만한 업체에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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