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클의 리더였던 이효리는 늘 이슈의 중심이다. 화려한 삶을 살았던 과거를 뒤로 하고, 진실성 있는 뮤지션과 결혼 후에 제주도로 내려가 평범한 삶을 추구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런 행보가 사람들에게는 신선함을 주고 있다. 거기에 동물 보호 운동과 함께 사회운동 등, 일반 연예인들이 걷지 않는 길을 걷는 것 역시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블로그를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이미 그녀를 따라 많은 연예인들이 블로그를 앞다투어 개설하고 있다.

 

그녀가 블로그로 간 까닭은?

수 많은 연예인이 트위터를 하고 있다. 연예인들이 트위터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중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는 것과 대중에게 잊혀지지 않기 위함이다. 대중의 관심을 끊임없이 유발해야 하는 연예인들에게는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보다는 짧은 글을 간편하고 빠르게 쓸 수 있는 트위터가 가장 적합한 매체이다. 이효리는 대표적인 ‘파워트위터리안’이다. 이런 유명한 파워트위터리안인 이효리가 5월 말 블로그를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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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twitter.com/frog799(이효리 트위터)

왜 갑자기 이효리가 블로그를 하는지는 자세한 내용을 알 수는 없다. 다만, 트위터에 남긴 글을 통해서 어느 정도 유추를 할 수 있다. 이효리는 지난 5월 28일 “언제부턴가 여기(트위터)가 조금 좁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직 서툴지만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많이 놀러 오세요”라는 글을 통해서 트위터의 한계와 아쉬움을 살며시 담아내고 있다. 이효리의 블로그 진입은 예상대로 성공적이다. 이효리는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하루 방문자가 평균 12만 명을 찍고 있다. 이 정도면 국내 최정상급 블로거이고, 매일 네이버 메인에 노출될 정도의 지수다. 방문객 숫자로 파워블로거니 정상급 블로그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큰 인기를 받고 있는 블로거임을 알 수 있다. 도대체 그녀의 블로그는 무엇이 특별한 것일까?

 

사실 특별한 것은 없다.

팝아트의 선구자인 앤디워홀은 이렇게 말했다. “일단 유명해 져라. 그럼 당신이 똥을 싸도 사람들은 박수를 쳐 줄 것이다.” 정말 그녀가 똥을 싸서 올려 놓는다면 더 큰 인기를 끌겠지만 사실 이효리 블로그는 평범한 제주의 일상얘기다. 그렇다. 이효리급의 연예인이 블로그라는 호흡이 긴 매체를 시작한 것이 사람들은 놀라울 따름이다. 짧은 한 줄의 경박단소한 트위터로 인해 앞뒤 맥락 다 짤라먹고 물의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 긴 호흡과 공들여 쓴 글들이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이효리에 앞서 레인보우의 지숙은 자신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comingsook 를 개설해 노트북 SSD교체와 라이카 카메라 소개 등의 덕심을 보여 많은 오덕후들의 찬사를 이끌어 냈다. 트위터에서 결코 보여줄 수 없는 그녀의 진짜 모습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제주로 내려간 이효리에게 블로그는 적합한 매체일 수 있다. 제주에서 트위터로 “저 오늘 고사리 캤어요.”, “동네 이장님 만났어요.”, “쑥을 캐다가 떡을 먹고 있어요.”라는 식의 트윗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힘들기 때문이다. SNS는 화려한 삶을 살고 있어 분초가 아까운 이들에게 더 적합한 매체인지도 모른다. 또한 대부분의 연예인이 SNS를 하는 마당에 차별화를 위한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그녀는 다른 연예인들과는 달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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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효리 블로그(http://blog.naver.com/hyori79lee)

 

연예인들이여, 블로그를 시작하라.

SNS는 경박단소하다. 속도를 위해서는 가볍게 지나가는 생각이나 깊이를 요구하는 정보마저도 잘게 쪼개서 먹기 좋게 전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맥은 떨어져 나가고 맥락의 왜곡을 유발한다. SNS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쉽고 편하고 가볍게 글을 썼다가 이웃과 대중으로부터 심한 질타를 받기도 한다. 수 많은 연예인들이 자신이 쓴 트위터 글을 삭제하고 사과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는 맥락 전달력이 약한 SNS의 문제이다. 글이 짧으면 짧을수록 글을 쓴 사람의 의도가 쉽게 왜곡 되기도 한다.
이효리는 2013년 12월 말에 SBS 가요무대 직후 트위터에 ‘미스코리아’무대를 함께 꾸며준 걸그룹 2NE1 멤버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그리고 카메라, 음 고맙..습니다’라는 글을 남겨서 ‘카메라 워킹’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질타를 받고 글을 삭제 했다. 이효리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트위터에 쓴 글을 삭제하고 해명했다.
순간적인 기분에 쓴 짧은 한 줄, 술 먹고 쓴 한 마디 때문에 연예인의 인생이 달라지기도 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퍼거슨은 SNS에 열중하는 선수들에게 일침을 날린 적이 있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

 

블로그는 인생의 성찰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뜨자 많은 사람이 블로그가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블로그는 여전히 건재하다. SNS와 블로그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지 대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빠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지만 블로그는 보다 많은 글과 사진을 담을 수 있다. 특히, 많은 글과 사진을 담으면서 좀 더 긴 이야기를 담을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을 좀 더 차분하고 긴 글을 담으면서 SNS보다 맥락의 왜곡 없이 전달할 수 있다. 블로그의 긴 호흡이 지루할 수 있지만, 정보의 정확성이나 맥락을 올곧게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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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효리 블로그(http://blog.naver.com/hyori79lee)

 

이효리는 초보블로거이다. 블로그의 글도 100개가 넘지 않는다. 여기에 글 보다는 사진 위주로 올린다. 전형적인 초보블로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트위터에 1,2장의 사진을 올리는 것과 달리 여러 장의 사진을 올림으로써 거기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피어난다. 그리고 좀 더 이효리가 말하고 싶고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왜곡 없이 전달한다. 초보블로거지만 큰 인기가 있는 이유는 이효리의 가식 없고 솔직한 삶의 모습이 진솔하게 담기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고 고해 하는 모습 속에서 깊은 여운을 남게 한다.

연예인뿐만이 아니다. 어떤 목적 때문에 억지로 시작했던 블로그, 또는 이제는 지루해서 방치하고 있던 블로그가 있다면, 오늘, 바로 지금. 글쓰기 버튼을 눌러보자. 어깨에 힘을 빼고, 욕망은 접어둔 채 말이다.
블로그는 여전히 살아 있으니까.

 

"사진은 권력이다." 블로그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