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책은 우연치 않게도 코너 제목과 일치하는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여름언덕/2008)’이라는 책이다.
저자인 프랑스 문학비평가 ‘피에르 바야르’는 문학비평가이면서도 정작 강의에 사용되는 작품을 제대로 읽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한다. 그는 정확한 지식에 대한 강박이 정독에 대한 편집증과 독서행위의 신성화를 가져와 오히려 책읽기를 방해한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책에 담긴 정확한 지식이 아니라 오히려 해당 책이 지니는 다른 책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진정한 교양에 해당한다고 한다. 결국 책이란 건 독자 개인의 삶 속에서 다른 의미를 띠기 때문이다.
좀 다른 얘기를 해보자. 근년간 인문학이라는 말이 유행을 타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인문학적 소양’ 정도가 되겠다. 인문학적 소양의 의미를 대강 종합해 보면, 자기성찰을 통한 균형 있는 사고능력 및 그를 표현하기 위한 논리력 따위를 가리키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이 인문학 책 몇 권 읽었다고 얻을 수 있을까? 사실 균형 있는 사고능력과 논리력은 수학과 과학 등에 더 필요한 역량이다. 남는 것은 ‘자기성찰’ 정도인데, 이게 책으로 해결될까?
‘소양’이라고 부를만한 것들은 지식보다는 ‘태도’와 관련된 내용이다. 태도는 고전 몇 권 읽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이미 보고 있잖은가? 지식이 많으면서도 인격적으로는 전혀 성장하지 못한 사람들을. 이런 견지에서 보면 어떤 책이 아무리 뛰어난 사상과 이념과 현묘한 성찰을 담고 있어도, 그것은 결국 저자 자신의 사유의 결과물일 뿐이다. 책은 단지 “도울” 뿐 “대신”할 수는 없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은 바로 이런 지식 습득의 과장된 가치를 비판하는 책이다. 반드시 빼어난 지성을 지닌 누군가의 책을 읽어야만 교양이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교양은 세상에 나온 무수한 지식들 간의 상관관계를 균형감 있게 파악하는 역량이다. 물론 타인의 성찰의 결과물을 다량으로 습득하는 것은 나의 성찰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자기성찰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라는 점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즉,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많은 책 간의 관계도-트리이어도 좋고, 플로우차트면 더 좋다- 를 그릴 줄 아는 것이 교양인 셈이다.
나도 이 책의 취지에 동의한다. 그래서 나 역시 목차를 포함하여 정확히 13페이지만 읽었다. 대충 뒤적거려 본 입장에서 하기엔 우스운 말이지만 여러분에게는 일독을 권한다. 어떤 책을 읽지 않아도 그 책에 대해서 말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되니까 바쁜 직장인들에게는 딱이다. 이 책이 마음에 든다면 속편 격으로 같은 저자가 쓴 <여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도 썩 요긴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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