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대란에 완성차 업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최신 보드에 따르면 반도체 수급이 원활치 않은 완성차 업계가 일부 기능을 제거한 차량을 출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닛산은 수천 대 차량에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탑재하지 않기로 했고 닷지 램1500 픽업트럭은 사각지대를 살피는 스마트 백미러 기능을 뺐다. 르노는 아르카나 SUV에 탑재되는 대형 터치스크린을 제거했다. 푸조 308 해치백은 구식 아날로그 계기판으로 대체했고 스마트폰 충전기 옵션을 제거했다.
반도체 대란에 디지털 기능 일부가 제거된 20년 전 과거로 되돌아갔다.
주행 안정성 향상과 다양한 편의 기능을 위해 완성차 업계는 점점 더 많은 반도체를 활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HIS 2019년 4월 보고서를 보면 자동차 전체 부품 중 반도체 비중은 2000년 18%에서 2010년 27%, 2020년 40%로 급증했고 2040년에는 절반에 가까운 45%대로 예상했다. 보고서 작성 시점보다 전기차, 스마트카 전환이 더 가팔라진 현재 예상치는 좀 더 높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은 예상치 못한 글로벌 반도체 대란을 일으켰고 자동차 업계는 과거로 회기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반도체 대란에 직격탄을 맞은 이유로 업체, 차량별 각기 다른 부품을 사용하는 더딘 표준화가 지적된다. NXP,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인피니온 테그놀로지스 등 메이저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의 공급량은 40%에 불과하다. 나머지 60%는 수많은 소규모 업체 몫이다. 소기업은 자금, 개발 능력 한계 때문에 갑작스러운 증산이 쉽지 않을뿐더러 공정 변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올해 초 출범한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푸조시트로엥 합병 법인 스텔란티스의 리처드 팔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더 많은 표준화와 유연성이 오늘날의 공급 차질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반도체 대란에 특히 완성차 업계가 겪는 어려움은 스마트한 전기차 같은 기술 트렌드와 맞물려 더 많은 반도체를 요구하기에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업계는 장기적 관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