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이 전구를 만들었다는 사실만큼 전구를 만들기 위해 수천 번의 실패를 거듭했다는 사연은 너무나 유명하다. 1879년 11월 4일 미국 특허청에 제출해 이듬해인 1880년 1월 27일에 승인된 에디슨의 특허신청서에는 필라멘트를 만들어내기 위해 수없이 재료를 바꾸며 실험했던 내용도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1879년 클리브랜드의 멘로파크 연구소에서 에디슨은 얇은 대나무 조각을 그을렸다. 대나무에 함유된 셀룰로오스는 강력한 탄소섬유로 변했고, 이것이 새로운 필라멘트의 재료가 되었다. 에디슨의 연구원들이 세계를 뒤져 찾아낸 최적의 소재는 일본 교토에 있는 신사 이와시미즈(石清水) 하치만구(八幡宮)의 대나무였다. 그런 인연으로 현재 이 신사에는 에디슨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에디슨이 발명한 탄소섬유 필라멘트는 전도성을 띠면서 고열을 견딜 수 있었다. 이후 이 탄소섬유는 텅스텐 필라멘트로 교체되기 전까지 초창기 전구에 불을 밝히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80년이 지나 탄소섬유는 다시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엔지니어들이 탄소섬유가 우주선에 이상적인 소재라는 점을 밝힌 것이다. 탄소섬유의 강도와 가벼움 덕분에 미국은 소련과의 우주 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지킬 수 있었다.
NASA의 설계자들은 미리 합성수지에 적신 여러 겹의 탄소섬유 매트로 복합 부품을 제작했다. 탄소섬유는 철이나 알루미늄 합금보다 가볍고 내구성과 강도가 강하기 때문에 항공기, 로켓, 미사일의 동체나 부품에서 금속의 자리를 대신했다.

1980년대 GE는 NASA의 E3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GE36 오픈 로터 엔진을 실험 개발했다. 이 엔진은 탄소섬유 복합재로 만든 블레이드와 터보팬, 터보프롭 엔진의 복합설계로 만들어졌다. 팬 시스템을 이용한 비슷한 크기의 기존 엔진보다 연료 효율을 30% 이상 높일 수 있었다.
초기의 탄소복합재는 1파운드 당 400달러로 매우 비쌌다. 하지만 생산기술이 혁신되면서 가격이 내려갔고 이용 범위는 점점 넓어졌다. 오늘날 탄소섬유는 자동차와 항공기의 동체를 만드는 데 쓰일 뿐만 아니라 골프채나 테니스 라켓에도 사용된다.

GE는 수십 년 동안 탄소섬유 복합재료 연구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제트엔진 정면에 위치한 팬 블레이드를 탄소섬유로 만들게 되면 엔진 경량화와 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음에 주목했다.
GE 글로벌리서치 연구소의 ‘슈리다 나스(Shridhar Nath)’는 탄소섬유 복합재료 연구 개발에 대해 ‘비용도 많이 들고 실패 위험도 큰 프로젝트였다.’며, ‘티타늄을 플라스틱 소재로 대체할 계획으로 블레이드를 긁어보는 데서 시작해, 비, 우박, 눈, 모래 등에 노출시키고 엔진 내부에 강한 압력도 가해보면서 탄소섬유 블레이드의 반응을 실험했다.’라고 밝혔다.

긴 실험 끝에 GE의 연구는 성공을 거두었다. GE에서는 이미 탄소섬유 복합재료 4세대 물질을 개발했다. GE항공 대변인 ‘릭 케네디(Rick Kennedy)’는 ‘탄소섬유 복합재료는 여러 곳에 다양하게 이용되지만 지속적인 대량생산이 매우 어렵다. 그 숙제를 풀어낸 것이 GE의 기술력이다.’라고 말했다.
탄소섬유 복합재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제트 엔진인 ‘GE 90’의 중량이 수백 킬로그램이나 줄어들었다. GE의 최신 대형 제트 엔진이자 최고의 연비 효율을 자랑하는 GEnx의 팬 블레이드와 팬 케이스에도 탄소섬유 복합재료가 이용되고 있다.

GE는 현재 풍력터빈 블레이드, 오일 앤 가스 산업용 수직 파이프에 탄소섬유를 적용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또한 엑스레이와 CT 촬영대를 탄소섬유로 만들어 방사선을 투과하면서도 화질을 높이는 방법 역시 연구하고 있다.
‘향후 15 년 동안, 지금까지 사용된 적 없는 분야에서 탄소섬유의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기존 소재보다 무게를 줄이고 강도를 높이는 문제는 모두가 관심이 있다. 탄소섬유는 그런 요구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 GE 글로벌리서치 연구소의 슈리다 나스의 설명이다.

누군가 에디슨에게 ‘당신은 전구를 만들기 위해 만 번이나 실패했다.’라고 비아냥거리자, 에디슨이 ‘나는 전구를 발명할 수 없는 만 가지 방법을 배웠다.’라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수없이 많은 노력과 실패가 경험이 되고, 그 경험에서 새로운 기술이 나온다. 19세기 세상을 밝혔던 탄소섬유는 이제 GE의 기술력으로 하늘을 나는 엔진으로 진화했다. 향후 이 소재가 어떤 가능성을 보여줄 지가 더욱 기대된다.
참고 링크 : http://www.gereports.kr/edison-ideas-carbon-fiber-jet-eng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