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돌던 유행어가 있었다. “혼자 있고 싶으니까 다 나가주세요.” 요즘도 참 많이 쓰이는 말이다. 사람은 야속하게 혼자 있고 싶은 순간에 주기적으로 쿨타임이 돈다. 특히 생각을 많이 해야 할 때 더 빨리 돈다. 그게 일 때문이라면 더욱.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재택근무뿐만 아니라 시차 출퇴근, 원격 근무, 탄력 근무제 등 다양한 형태의 근로자가 늘어났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내 사랑 별다방은 눈에 띄게 평일에도 사람이 많아졌다.

여기 있는 모두 집에서 집중하기 힘들겠지. 이해는 가지만 나의 마음은 소리쳤다. “혼자 있고 싶으니까 다 나가주세요!” 아마 거기 있는 절반은 나와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모두 혼자 일하고 있었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사람이 빼곡하게 앉아서 옆 사람 화면이 마치 듀얼 모니터 쓰듯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공유가치 시대에 이런 것도 공유하는 것인가. 나는 ‘뭘 쳐다봐?’를 72pt 정도로 쓰고 싶은 충동도 생겼었지만 잘 참아냈다. 나는 어른의 길을 이렇게 또 한 걸음 나아간다.

한 발 앞으로 내디딘 어른의 발걸음 끝에 도착한 곳. 그곳은 새로운 형태의 공유 오피스 집무실이었다. 비즈니스 네트워킹 플랫폼 ‘로켓펀치’와 브랜딩 전문 에이전시 ‘엔스파이어’가 서로의 경험을 응축 시켜 만들었다고 한다.

집무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게 1인 전용 업무 공간을 제공하는 공유 오피스이다. 와디즈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참 시의적절한 아이디어라고 느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사람 많은 곳에 가기도 찝찝하고 그렇다고 집에서는 일이 잘 안되는 불편함을 콕 찝어줬다고 해야 할까.

이름도 멋있다. ‘집무실’이라니 회사로 출근하는 게 아니라, 개인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느낌을 줘서 매력적이었다. 공유 오피스 집무실은 집 근처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이 고귀한 존재가 된 기분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이름 붙였다고 한다. 또 이런 건 안 가보기 힘들지, 바로 집무실 측에 연락 드렸다.

현재 집무실은 시청역과 가까운 곳에 체험관과 겸한 정동 본점을 8월 3일부터 가오픈을 진행하고, 18일에 정식 오픈 예정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무실에 방문해서 리뷰를 써봐도 되냐고 여쭤봤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집무실 측에서 흔쾌히 초대해주셔서 빠르게 체험해볼 수 있었다.

시청역 3번 출구에서 올라가는 길, 서울 도서관과 광장이 바로 보인다.

집무실은 일반적인 공유 오피스랑은 조금 다르다. 보통은 대도시의 중심지역 위주로 운영하는데, 집무실은 ‘집 근처 사무실’을 표방한다. 정동 본점은 체험관 목적도 있기 많은 사람이 드나들기 좋아야 했다. 때문에 서울 시청역과 덕수궁 인근에 있었지만, 실제 다른 지점은 주거지역에 가깝게 지을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정동 본점도 도시의 번화가 속에 있지는 않았다. 정말 신기하게도 시청역 3번 출구에서 2분 거리인데 막상 가는 길목은 분위기가 한적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돌담길을 따라 걸으니 낭만적이기도 했다. 번잡하게만 느껴진 기존 출퇴근 길과는 사뭇 달랐다.

근처에 도착하니 집무실의 귀여운 곰 캐릭터가 반겨주었다.

내부 풍경은 고급스러우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 ‘업무 공간’하면 떠오르는 차갑고 쨍한 조명은 쓰지 않았다.

디자인에 굉장히 공을 들였다고 느끼는 부분이 공간 곳곳에서 느껴졌다.

큰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과 실내의 플랜테리어가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쓰이는 소품이나 색의 조화가 차분한 분위기를 더했다.

집무실은 본인 업무 스타일에 맞게 각각 NEST, HIVE, CAVE. 이렇게 세 가지 타입의 워크 모듈을 이용할 수 있다.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면 좋을지 매니저님에게 물어봤는데, 직관적으로 잘 설명해주셨다.

전면에 트여있는 시야와 캐주얼하게 업무를 하고 싶으면 NEST 타입. 적당히 외부 시선도 차단하면서 예쁜 조명 속에서 집중하고 싶다면 HIVE. 화상통화가 잦아서 소음이 적은 게 좋고, 아늑한 자기 공간이 욕심난다면 CAVE. 이렇게 각자가 원하는 업무 성향과 공간 취향에 맞춰서 선택할 수 있다.

설명을 듣고 보니 이름을 너무 잘 지은 것 같았다. 둥지처럼 자유롭게 드나들거나, 벌집처럼 콕 들어갈 수 있거나, 동굴처럼 깊고 안전하게…. 어떤 게 나와 잘 맞을까 골라보는 마음으로 직접 각각의 워크 모듈을 사용해보았다.

첫 번째로 NEST 타입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앞은 시원하게 뚫려있지만, 옆과 뒤는 칸막이로 가려져 안정감을 주었다. 메인 좌석 외에도 다리를 뻗어 올릴 수 있는 스툴도 같이 포함되어 있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더라도 다리와 발의 피로는 덜하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팔걸이 아랫부분에 공간이 있는데, 여기에는 가방이나 작은 짐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카페나 핫 데스크를 이용하다 보면 바닥에 두거나 빈 의자에 올려두어야 했는데, 이용객이 많으면 항상 발로 치이거나 눈치껏 치워주어야 했다. 네스트 자리는 이런 부분에서 디테일한 배려가 잘 보였다

또 전원 코드와 USB 포트는 등받이 바로 옆에 있다. 콘센트 구멍도 두 개라서 좋았다. 콘센트가 하나인 곳에서 일하면 핸드폰과 노트북을 동시에 충전할 때 고통이었다. 노트북을 충전기에 꽂고, 핸드폰을 또 노트북에 꽂고…. 유선 이어폰이나 메모리카드 리더기라도 꽂으면 고통은 배가 된다. 그래서 충전할 수 있는 포트가 넉넉하다는 것은 작지만 큰 차이가 된다.

개인적으로 NEST 타입은 창가 자리에서 빛을 발한다고 생각했는데, 앉아서 올려다보는 창밖 풍경은 힐링이 되기 충분했다. 날이 맑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비 오는 날의 창가도 충분히 그림 같았다.

HIVE는 반전매력이 있는 좌석이었다. 사진으로만 보았을 땐 독서실 자리처럼 보였는데, 막상 안에 들어가 앉아보니 팔을 양쪽으로 쭉 뻗어도 될 정도로 넓었다. 노트북을 올려두고도 태블릿PC나 모니터를 더 올려둘 공간이 충분했다.

NEST는 상단의 불투명한 부분에서 조명이 은은한 불빛을 내보낸다. 자칫 폐쇄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공간이 이 부분으로 답답하지 않게 느껴졌다. 이 불빛이 간접조명의 역할도 해주어 쨍한 조명보다 눈의 피로도 덜 주는 편이었다.

기본적으로 ‘ㄷ모양’의 후면부가 뚫려있는 모양이지만 뒤에 문처럼 닫을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뒤를 닫아놓으면 프라이버시 보호도 있겠지만 그냥 자체로 주는 안정이 크다. 업무로 신경이 곤두설 때는 뒤로 지나가는 사람마저도 거슬리지 않는가? HIVE의 문은 그럴 때 좋을 것 같았다.

내부에는 가방이나 옷을 걸 수 있는 접이식 걸이가 있었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접어 올려두고, 사용할 때만 내려서 쓸 수 있다. 양옆에 하나씩 있어서 가방과 겉옷을 같이 걸 수 있다. 하지만 가림막에 고정되어있어 무거운 것을 걸기엔 어려울 것 같다. 이 점은 조심해서 사용해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HIVE는 집무실 안에서도 가장 안쪽에 있었다. 제일 조용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였다. 컬러가 겉은 집무실 카운터 쪽 벽처럼 짙은 네이비에 내부는 따뜻한 아이보리 계열이었다. 안과 바깥 색이 달라서 업무를 보다 나올 때 온-오프가 선명한 느낌이 들 것 같았다.

내부 조명이 은근 캠빨(?)을 잘 받게 해준다

CAVE라는 이름과 다르게 내부는 밝고 포근했다. 대신 데스크 위에 작은 지붕처럼 덮개가 있는데, 이 부분이 나중에 화상회의를 할 때 소리 반향과 외부 소음을 감소시켜준다. 뒤에 있는 문은 HIVE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 문을 닫을 경우에는 더 소음이 잘 차단된다고 한다. 화상회의나 통화를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필요한 환경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워크 모듈보다 확실히 더 큰 사이즈라 그런지 ‘나만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큰 화면이나 주변 기기가 많이 필요한 디자이너나 영상 편집자에게도 적합할 것 같았다. 나는 13인치짜리 노트북을 들고 갔었는데 뭘 더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은 역시 장비 빨 이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참고로 모니터 대여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한다.)

워크 모듈을 다 본 시점에서 평가하자면, 업무 공간인데 예쁘다. 정말이지 디자인이 실용적인 데다 예쁘다. 워크 모듈의 설명만 들으면 학창 시절 독서실을 떠올릴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는 순간 편견이 와르르 무너질 것이다.

브랜딩 전문 에이전시 ‘엔스파이어’와 비즈니스 네트워킹 플랫폼 로켓펀치의 합작품다웠다. 특히 ‘로켓펀치’는 모두 원격근무를 하고 있어서 실제로 일하면서 겪은 불편함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엔스파이어도 기존에 공간 기획&디자인 경험이 쌓여있어서 ‘집무실’로 환상의 시너지를 냈다고 한다.

집무실은 워크 모듈 외에도 회의실과 휴게 공간도 잘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1인 업무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그룹으로 편안하게 소통하기에도 적합했다.

전반적으로 깔끔하면서 중간중간 녹색 식물을 볼 수 있어서 전체적인 톤과 무드가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휴게 공간에서는 추후 커피를 원하는 대로 내려 마실 수 있게 세팅할 예정이라고 한다.

커피 머신이 ‘스메그’라니, 이미 취향이 여기서부터 저격당했다.

집무실의 또 다른 장점은 후문을 통해 독특한 공간에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집무실 뒤편에는 경운궁 양이재와 근사한 성당이 보이는 공간이 있다.

비 오는 날에도 운치가 있었지만, 사진으로는 담기가 애매했다. 감사하게도 집무실 측에서 맑은 날에 볼 수 있는 풍경을 사진으로 보내주셨다. 날씨가 좋으면 뒤뜰에서도 업무가 가능하다고 하니, 날이 좋아지면 커피 한 잔 챙기고 나와서 고급스러운 워크 라이프를 즐겨보자.

집무실 정동 본점은 그 외에도 주변에 가볼 만한 곳이 많다. 바로 앞에는 덕수궁 산책로가 있다. 만약 일하다 속이 터질 것 같으면 산책로를 따라 마음의 평화를 찾아 떠날 수 있다. 길 건너에는 서울시청이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청 광장과 서울 도서관에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요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아크 앤 북’도 근처에 생겼다. 맛집은 말할 것도 없다. 원래 ‘시청 근처에는 맛집만 살아남는다.’라는 속설이 있지 않은가. 미슐랭 맛집부터 대한민국 3대 맛집 등 먹는 행복도 챙길 수 있다. 일은 밥심으로 하는 진또배기 한국 사람이라면 충분히 솔깃해지는 장점이다.

하루 동안 집무실을 체험해본 소감은 한마디로 “얼른 우리 집 근처에도 생겼으면 좋겠다.”였다. 정동 본점을 통해서 집무실이 어떤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공유 오피스는 좋은 공간과 좋은 서비스가 참 많다. 친구가 공유 오피스에서 일한다고 하면 ‘너 참 좋은 회사에 다니는구나?’ 말할 정도다.

하지만 내가 혼자 일하러 공유 오피스를 찾을 때는 그렇게 훌륭한 경험을 주진 못했다. 아무래도 개개인에 깊게 포커싱한 곳이 많지 않았던 탓일까. 집무실은 그런 면에서 어떤 분위기와 어떤 공간이 혼자 일할 때 좋을지 고민한 흔적이 담겨 있다. 다른 공유 오피스보다 제공하는 서비스나 이벤트가 적을지는 몰라도, 이제 막 등장한 곳치고는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집 근처 사무실’이 널리 보급되어서 먼 길 가지 않고도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도 혼자 일하고 있는데, 혼자가 아닌 것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한 번쯤은 카페 콘센트 자리에서 벗어나 집무실 정동 본점에 가보길 바란다.

* 집무실 (執務室)
비즈니스 네트워킹 서비스 로켓펀치(https://www.rocketpunch.com)와 브랜드 개발 전문회사 엔스파이어(http://enspiregroup.org)가 함께 만나 새로운 업무 스타일을 제시합니다. 시청역 1호점을 기점으로 20년도 안으로 5호점까지 빠르게 확장할 계획입니다. 집 근처에서 쾌적하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의 워라밸을 느껴보세요.

얼리어답터 뉴스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