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은 소식 중 반가운 게 있다면 단연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의 드라마 제작 계획이다. 어떤 매체에서 분석하건 21세기 최고의 게임으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작, <라스트 오브 어스(라오어)>가 HBO 기획 아래 드라마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HBO가 공식 SNS를 통해 <라오어>의 제작 소식을 밝혔고, 닐 드럭만 역시 SNS로 드라마 제작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외신에 따르면 게임을 총괄한 닐 드럭만은 물론, 드라마 <체르노빌>로 유명한 크레이그 마진이 각본에 참여한다고. 이외의 내용은 공개된 바 없지만, 역사상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게임이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흥분을 감출 수 없다.


영화・게임 간 크로스오버나 스핀오프 작품은 전부 다 형편없지 않으냐고? <라오어>도 큰 기대는 말라고? 대개는 그랬지. 그동안 DC나 마블 후광을 등에 업고 ‘빅엿’을 시원하게 날려준 작품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좋은 평가를 남긴 작품도 제법 있다. 수많은 실패작에 가려져 빛을 못 봤을 뿐이다. 영화도 드라마도 게임도 모두 흥한 크로스오버・스핀오프 작품들. 이들을 보며 드라마로 다시 태어날 <라오어>에 기대를 걸어보는 건 어떨지.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 – 더 위처

게임 <더 위쳐>는 CD프로젝트RED가 내놓은 명작 중 명작이다. 게임 퀄리티는 두말할 것도 없다. 1, 2, 3편 모두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데, 특히 <더 위쳐3 : 와일드헌트>는 2015년 최다 고티(GOTY, Game of the Year)를 받았다. <와일드헌트>를 2015년 최고의 게임으로 선정한 매체는 전 세계 250여 개에 달한다.

전체적으로 그래픽, 음악, 플레이 타임 등 모든 부문에서 완성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며, 소설 기반의 스토리 또한 흠잡을 데 없다. 오픈월드 RPG 장으로 판타지 세계를 실제로 모험하는 듯한 기분까지 선사한다. 최근에는 닌텐도 스위치 타이틀로 발매되어 스위치 유저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 <더 위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작품으로 시즌 1에선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의 이전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게임이 소설 속 텍스트를 이미지화하는 데 성공했다면, 드라마는 게임을 실사로 이미지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 물론 주요 인물 몇 명에 한해 원작의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는 있다. 하지만 주인공 게롤트를 비롯해 전반적인 분위기 묘사는 훌륭하게 해냈다.

<더 위쳐>는 무게감 있는 서사와 중후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선호한다면 추천. 검술과 마법으로 꽃핀 판타지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추천.


더 워킹데드 – 더 워킹데드

게임 <워킹데드>와 드라마 <워킹데드>는 모두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여러 등장인물은 같지만, 주인공과 스토리는 완전히 다르다. 좀비와 포스트 아포칼립스 등 설정만 동일하다.

게임은 드라마처럼 시즌-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시즌마다 4~5개의 에피소드가 있다. 5개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워킹데드 시즌1>은 2012년 발매되어 그해 최다 고티를 받았다. 마지막 작품은 <워킹데드 더 파이널 시즌>이다. 개발사 텔테일 게임즈가 이 작품을 끝으로 문을 닫은 탓에 더 이상의 시리즈는 나오지 않았다.

재밌는 점은 메가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를 따르기보다 만화를 따른 점이다. 그래픽도 만화 느낌을 주는 카툰 렌더링이 채택됐다. 스토리도 독립적이다. 만화 속 등장인물의 일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르는 어드벤처로, 이동하고, 퍼즐을 풀고, 대화 선택지를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된 플레이는 바로 대화지 선택이다. 선택에 따라 스토리 전개가 달라지는데, ‘좀비보다 사람이 무섭다’는 깨달음을 얻을 만큼 극적이면서 탄탄한 이야기 전개를 보여준다. 비쥬얼 노벨을 즐긴다면 탁월한 즐거움을 선사할 작품이다. 게임은 스팀에서 구매할 수 있다. 한글판은 미발매되었지만, 비공식 한글 패치는 존재한다.


드라마 <워킹데드>는 따로 설명한 필요 없는(이미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미국 드라마다. 좀비물의 스릴뿐만 아니라 극한의 상황 속 인간의 추악함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현재 시즌 10이 방영 중이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늘어지는 전개와 복잡한 구성으로 외면받고 있는 건 단점. 릭, 미숀, 매기 등 극을 주도하는 주연급 배우도 모두 하차한 상태. 액션보다 드라마 중심으로 극이 진행되다 보니 Walking Dead가 아니라 Talking Dead라는 쓴소리도 듣고 있다.


좀비물의 정수를 맛보고 싶다면 시즌1~4까지만 정주행 해보자. 긴박하게 전개되는 극적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스타워즈 제다이 : 오더의몰락 –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스타워즈 세계관을 가진 게임 중 추천할 만한 작품은 많지 않다. 사실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겠다. 이 게임이 발매되기 전까지도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그동안 그 어떤 스타워즈 게임도 팬들을 만족하게 한 건 없었으니까.

<스타워즈 제다이 : 오더의몰락>은 그런 불신과 우려를 완벽하게 불식시킨 작품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3과 4 사이에서 시작하는 이 게임은 ‘오더66(제다이 숙청)’ 이후 도피한 제다이와 그의 성장기를 그렸다. 스토리에 깊은 맛은 없지만, 뭐 스타워즈가 스토리 때문에 보는 시리즈는 아니었으니까. 게임도 딱 스타워즈 영화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영화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스토리 라인, 광선검 액션, 패링, 포스 기술 등 잘 짜인 전투 시스템은 이 게임의 장점이다. 패링과 포스 기술의 조합은 전투에 박진감을 더해주며, 초반과 후반에 등장하는 연출은 영화를 방불케 한다. 여러모로 스타워즈 마니아라면 절대 놓쳐선 안 될 작품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3>는 <스타워즈 제다이 : 오더의몰락>과 함께 즐기기 좋은 영화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오더66이 직접 등장하기에, 영화를 보면 게임에 조금 더 몰입할 수 있다. 꼭 게임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어도 좋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3>는 영화 자체로도 재미가 충분하다. 에피소드1~2가 3편으로 향하는 전주곡이란 말이 있을 만큼 모든 갈등이 한 편에서 폭발한다.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다스베이더의 탄생 비화를 보는 것도 에피소드3의 관전 포인트다.

스타워즈 마니아들에겐 최고의 선물이나 다름없는 게임. 스타워즈 마니아가 아니어도, 화려한 우주 액션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도전하는 사람들과 도전적인 아이템을 사랑합니다.